통합 검색어 입력폼

투아렉과 함께 떠나는 모험..그 길에는 끝이 없다

조회수 2020. 2. 3. 09:53 수정
음성재생 설정

이동통신망에서 음성 재생시
별도의 데이터 요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본격적인 시승이 시작됐다. 우리는 일주일 동안 밥을 먹고 잠을 자는 시간 외에는 계속 투아렉을 타고 달릴 계획이다. 마라케시에서 출발해 서사하라 사막이 시작되는 메르주가까지는 약 600km. 모로코의 서쪽에서 동쪽 끝으로 횡단하는 셈이었다. 동이 트기 전에 출발해야 해가 지기 전에 겨우 도착할 수 있다고 했다.

모로코의 도로포장 상태는 대체로 거칠었다. 화물트럭이 많이 다녀서 패인 곳이 많았다. 차선이 없는 곳도 많았고, 도시를 벗어나면 신호등이나 표지판을 만나는 일도 드물었다. 인스트럭터는 마라케시를 떠나면 사하라에 도착할 때까지 신호등을 한번도 만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나중에 알게 됐지만 ‘신호등을 만나지 못할 것’이라는 말에는 여러 가지가 의미가 있었다.

투아렉에는 오프로드 타이어가 장착됐고, 트렁크에는 비상 상황을 대비한 여분의 타이어까지 들어있었다. 트렁크의 주인 행세를 하는 타이어 위로 캐리어를 쌓았다. 신형 투아렉의 트렁크는 이전보다 113리터 더 넓어졌다. 여분의 타이어가 누울만한 자리가 더 생긴 셈이었다. 신형 투아렉의 플랫폼은 차체의 강성과 공간 확보에 충실했다. 강철과 알루미늄 등 다양한 소재를 적재적소에 사용했다. 차체는 커졌지만 무게는 가벼워졌고, 더 단단해지면서 공간도 넓어졌다. 신형 투아렉이 사용한 MLB evo 플랫폼은 폭스바겐그룹이 사활을 걸고 만든 플랫폼이다. 그만큼 여러 브랜드의 입김이 더해졌고, 덕분에 완성도는 더 높아졌다.

마라케시를 조금 벗어났을 뿐인데 곧바로 황무지가 펼쳐졌다. 오가는 차량도 확연히 줄어들었다. 듬성듬성 짓다만 건물들이 있을 뿐, 그 이상의 인공적인 광경을 보기 힘들었다. 지금까지 아무도 손대지 않은 자연에 아스팔트만 깔아놓은 것 같았다. 그곳에는 버스정류장도 없고, 마을도 없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그 끝없는 길을 하염없이 걷는 모로코인들이 종종 있었다. 우리라면 지나는 차가 태워주지 않을까란 희망에 뒤돌아볼 텐데, 그들은 그저 묵묵히 고개를 숙인 채 걸었다. 그들은 어디에서부터 와서 어디까지 걸어가는 걸까.

모로코는 끝없는 사막 사하라가 시작되는 곳이자, 만년설을 볼 수 있는 나라다. 만년설이 쌓인 아틀라스 산맥의 길이는 2000km가 넘고, 튀니지, 알제리, 모로코 등 북아프리카 국가를 관통한다. 거대한 산맥답게 작은 산맥줄기가 사방으로 뻗었다. 그래서 모로코 어디에서도 아틀라스 산맥과 산맥의 주류를 볼 수 있었다. 마치 병풍처럼 우리를 감싸고 있었다. 마라케시에서 사하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은 아틀라스 산맥을 넘는 것이었다.

꼬불꼬불한 산길. 귀가 먹먹해지기 시작했다. 투아렉은 우리가 지상에서 얼마나 높이 있는지 알려줬다. 해발 1700m. 가까운 산봉우리에는 눈도 쌓여 있었다. 아프리카도 추웠다. 창문을 열면 입김이 나왔다. 우리가 지나게 될 티시카 패스는 해발 2460m였다. 백두산만큼 높았고, 그만큼 오래 걸렸다. 계속되는 와인딩에도 투아렉은 담담하기만 했다. 오프로드 타이어, 거친 노면, 높은 고도 등은 투아렉의 달음질에 해가 되지 않았다. 새로운 4코너 에어 서스펜션과 전자식 댐핑 컨트롤 등은 투아렉이 언제나 최상의 승차감을 발휘하도록 애썼다.

쉴새없이 운전대를 돌려야 하는 산길에서 투아렉도 바쁘게 자세를 바로잡았다. 앞바퀴만 움직이는게 아니라 뒷바퀴의 조향도 함께 이뤄졌다. 낮은 속도에서는 앞바퀴가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면 뒷바퀴는 왼쪽으로 미세하게 방향을 틀었다. 뒷바퀴가 반대 방향으로 각도를 돌리면서, 투아렉은 큰 덩치가 무색하게 코너를 돌았다. 단순히 회전반경만 줄어든 게 아니라 더 빠르고 안전하게 코너를 돌았다. 여기에 48V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하는 액티브 안티롤바까지 더해지면서 코너에서의 몸놀림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섀시 컨트롤을 위한 여러 신기술은 신의 축복과도 같았다. 투아렉이 마치 골프처럼 날쌔게 산맥을 넘었다.

산길을 달릴 때면 간혹 작은 마을도 지났다. 마을 어귀에는 어김없이 젊은 모로코 남성들이 모여있었다. 그들은 그저 그늘진 곳에 모여있었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모로코는 청년실업률이 40%에 달한다고 한다. 젊은이들은 부자가 돼서 도시로 나가고 싶지만, 일은 하려 하지 않는다고 한다. 종종 도로 가장자리에 자판을 깔고 기념품을 파는 젊은 친구들이 있었는데, 그나마 열심히 사는 부류라고 했다. 유목민들의 이동은 삶의 이유와도 같은 것일까. 마을에 갇힌 젊은이들은 생기가 없었다.

산맥을 넘은 후, 사하라까지 뻥 뚫린 벌판을 달려야 했다. 붉은 빛깔의 황무지, 그 끝을 감싸는 산맥. 한참을 달려도 풍경은 바뀌지 않았다. 마치 제자리를 달리는 기분이었다. 종종 웅장한 협곡이 모습을 드러내면 달 분화구를 본 것처럼 소리를 질렀다. 독특한 풍경 때문에 모로코에는 대형 세트장이 많았다. 스타워즈, 글래디에이터, 미이라 등이 모로코에서 촬영됐다. 가장 큰 아틀라스 스튜디오는 여의도의 면적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한다.

해가 저물기 전에 사하라 캠프에 도착해야 했기 때문에 인스트럭터가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그럴 때면 6기통 디젤 엔진은 온 힘을 쏟아냈다. 신형 투아렉의 V6 디젤은 231마력과 286마력으로 출력이 나뉜다. 우리가 탄 286마력 모델은 61.2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한국에도 출력이 높은 버전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6기통 디젤 엔진은 질감은 더 부드러워졌고, 힘을 쏟아내는 과정도 매끄러워졌다. 그러면서 스포츠 모드에서는 폭발적인 추진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주행모드에 따라 달라지는 투아렉의 모습은 마치 하루하루 얼굴을 바꾸는 사하라 사막과도 같았다.

15인치 대형 터치스크린을 사용하는 투아렉의 내비게이션에 사막이 표시되기 시작했다. 갈색투성이였던 지도가 황금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마라케시에서 출발한지 12시간 만이었다. 높은 지대를 오르면 눈으로도 저 멀리 사막이 보였다. 반듯하게 솟은 노란 사구가 마치 피라미드 같았다. 눈에 보여서 금방 도달할 줄 알았는데, 사막 안으로 들어가는 것도 쉽지 않았다.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