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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했던차]대우자동차 누비라

모토야 입력 2020.03.26 14:0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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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자동차 산업에서 우리말로 이름을 지은 차의 갯수는 손에 꼽는다. 자동차 공업이 본격화 되고 난 이후에도 우리말로 된 자동차 이름은 열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다. 그나마도 몇 가지는 한자어(漢字語)이거나 순수한 우리말을 약간 비튼 것이었다. 그리고 현재 대한민국에서 만들어진 자동차 중 우리말 이름을 사용한 차는 없다.

과거에 있었던 우리말 이름을 지녔던 자동차들 중 기자의 인상에 가장 깊이 남아 있는 차는 舊 대우자동차의 '누비라(Nubira)'다. '이리저리 거리낌 없이 다니다'라는 동사 '누비다'에서 가져온 그 이름은 '세계를 누비는 우리의 車'라는 슬로건을 내포하고 있었다. 달리는 것이 핵심 가치인 자동차의 본질을 꿰뚫고 있으면서도 성공을 이루고자 하는 舊 대우자동차의 염원까지 담겨 있었던 작명이라 할 수 있다.

누비라는 에스페로의 후속으로 개발된 준중형 차종으로, 대우자동차가 세계 시장을 상대로 판매할 '월드카'로 만들어졌다. 그만큼 대우자동차로서는 비슷한 시기에 앞뒤로 출시되었던 라노스와 레간자에 비해 여러모로 신경을 쓸 수 밖에 없었다. 개발은 1994년, 대우자동차 워딩 연구소에서 진행했으며, 생산은 당시 막 세워졌던 새 공장이었던 군산공장에서 맡았다. 누비라는 대우 군산공장에서 생산한 첫 차이기도 하다. 당시 군산공장의 누비라 생산 라인은 차체용접라인 97%, 프레스 공정 100%에 달하는 자동화율을 달성한 상태였으며, 이를 홍보에 활용하기도 했다.

누비라는 베르토네의 스타일을 입었던 에스페로의 쭉쭉 뻗은 직선과는 전혀 다른, 매끈하고 유연한 곡선이 강조된 스타일이 특징이었다. 누비라의 외관 디자인은 당시 세계적인 자동차 디자인 스튜디오였던 이데아(IDEA)의 작품이다. 당초부터 세계 시장을 목표로 개발되고 있었던 만큼, 디자인 측면에 있어서는 튀지 않아 누구에게나 친숙함을 줄 수 있는 외양을 목표로 했다. 부드러운 곡선과 함께 중후한 이미지를 강조하여 다소 보수적인 이미지를 지니게 되었다.

라노스로부터 시작된 '3분할 그릴' 역시 특징적이다. 이 3분할 그릴은 소형 세단/해치백 라노스와 준중형 세단 누비라에 이어, 중형 세단인 레간자, 고급 중형 세단 매그너스까지 이어지며 90년대 후반의 대우자동차를 상징하는 일종의 '시그니처 스타일'로 통했다. 이 3분할 그릴은 쌍용자동차 합병 이후 무쏘, 체어맨 등, 쌍용차 계통의 모델들에도 일괄적으로 적용시켰다.

누비라의 차체는 선대 모델인 에스페로에 비해 훨씬 작았다. 이는 본래 에스페로가 당초 쏘나타 급의 중형세단으로서 설계되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도 당시 경쟁 차종이었던 현대 아반떼나 기아 세피아보다 큰 차체와 넓은 실내 공간을 자랑했다. 좌석은 두 가지의 서로 다른 경도를 지닌 소재를 사용하여 착좌감을 향상시켰고, 넓은 실내공간 설계로 거주성도 우수한 편이었다.

누비라의 보닛 아래에는 대우자동차의 1.5 DOHC 엔진과 1.8 DOHC 엔진이 얹혔다. 1.5 DOHC 엔진은 107마력의 최고출력과, 14.3kg.m의 최대토크를, 1.8 DOHC 엔진은 130마력의 최고출력과 18.4kg.m의 최대토크를 냈다. 변속기는 5단 수동변속기를 기본으로 했지만 선택 사양으로 獨 ZF의 4단 자동변속기를 고를 수 있었다. 후술할 D5 모델에는 1.5리터 SOHC 엔진과 2.0리터 DOHC 엔진을 사용했다.

 누비라는 출시 첫날에만 8,389대의 계약고를 올리며 출발, 시판 첫 달에 총 11,723대를 판매, 현대차 쏘나타와 아반떼를 모두 누르는 기염을 토했다. 초기에는 세단형 모델만 판매되었지만 후기에는 유럽시장 수출용의 스테이션 왜건인 스패건과 테라스 해치백 D5 등의 가지치기 모델을 선보였다. 그러나 왜건과 해치백에 대한 인기가 낮은 국내 여건상 스패건과 D5는 소수만 판매되는 데 그쳤다. 왜건형 모델인 스패건의 경우, 당대의 국산 왜건 모델 중 상대적으로 우수한 완성도를 지닌 것으로 평가 받고 있으며, 경쟁 상대였던 아반떼 투어링 보다 높은 실적을 올렸다. 이들 가지치기 모델은 페이스리프트 모델인 누비라2부터는 내수 시장에서 모두 사라지고 전량 수출용으로만 생산되었다.

1999년, 대우자동차는 '파워노믹스(Powernomics)'를 캐치프레이즈로, 외관과 실내를 대대적으로 고친 누비라의 페이스리프트 모델, '누비라 II를 내놓았다. 누비라 II의 외관 디자인은 전반적으로 상위 차종인 레간자와 유사한 기조로 전후면의 디자인을 대대적으로 뜯어 고치는 한 편, 헤드램프는 준중형 최초로 프로젝션 헤드램프를 채용하고 쉬라츠 컨셉트에서 사용했던 독특한 디자인의 알로이 휠을 적용하는 등, 누비라 II에 개성과 화려함을 더했다. 또한, 동급 최초로 유리 내장형 안테나를 적용한 모델이기도 하다. 

실내 디자인은 더 화려한 스타일의 신규 대시보드를 적용하여 기존 누비라에 비해 한층 고급스럽게 꾸며졌다. 또한 '소리 없이 강한' 레간자를 개발하면서 얻은 N.V.H 대책에 대한 노하우를 반영하여 더욱 향상된 정숙성과 승차감을 갖게 되었다. 파워트레인은 효율 면에서 크게 개선을 이룬 1.5리터 DOHC 엔진과 2.0리터 DOHC 엔진에 기존과 같은 수동 5단/자동 4단의 구성을 취했다. 

누비라 II는 개선된 파워트레인 덕에 동급에서 우수한 수준의 연비를 자랑했다. 이에 자신감을 얻었는지, 대우자동차는 누비라 II가 동력성능과 연비를 양립했다는 것을 내세우며 지면광고를 통해 '연비만 좋고 힘은 좋지 못한' 아반떼 린번을 디스하는 지면광고를 내기도 했다. 당시 대우자동차가 내걸었던 문구는 "누비라 2로 힘차게 서울과 부산을 왕복할 것인가?, 아, 반대로 힘 없이 왕복할 것인가?"였다. 이 광고 때문에 현대자동차와 대우자동차 양사는 비방광고 건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는 지경에 이른다. 이 시기 양사는 이미 누비라와 아반떼 건 외에도 마티즈와 아토스의 건으로도 공정위에서 시정명령을 받은 바 있었다. 이런 광고에도 불구하고 누비라 II는 그 '아, 반대'에게 판매량에서 힘 없이 밀리기만 했다.

1999년 출시된 누비라 II는 2002년 하반기까지 판매되다가 동년 11월에 후속차종으로서 개발된 GM대우 라세티(Lacetti, J200)에게 바통을 넘기고 단종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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