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세대를 뛰어넘는 정서, 지프 랭글러 루비콘 2도어

모터트렌드 입력 2020.05.22 11:00 수정 2020.05.26 21:2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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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가 주는 즐거움을 딸아이에게 선물하다


최근 기업들이 OPAL 세대를 주목한다. OPAL은 Old People with Active Lives의 약자로, 자신을 위해 아낌없이 소비하고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새로운 중장년층을 뜻한다. 2030으로 분류되는 Z세대에 비하면 5060은 주류 문화에서 소외된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Z세대가 가지지 못한 것이 있다. 바로 그동안 다져놓은 경제력과 안정적인 삶이다. 그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기 위해 돈과 시간을 아끼지 않아 새로운 소비층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기업에서 이들을 주목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OPAL 세대의 특징이라면 나이에 따라 문화를 구별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들의 자녀인 Z세대와 같은 제품을 공유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아버지가 차던 시계를 아들이 찬다든가, 아들이 입는 밀리터리 재킷을 아버지가 입는다. 또한 엄마와 딸이 함께 손을 잡고 뷰티 스토어에 쇼핑을 가기도 한다. 얼마 전 종영한 <미스터트롯>은 중장년층에서 시작된 인기가 젊은 세대로 전파되면서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프로그램으로 인기를 끌었다. OPAL 세대에게 세대 간의 경계는 큰 의미가 없다.

자동차 시장도 위와 같은 특징을 보인다. OPAL 세대는 자신의 명예와 남들의 시선을 생각하며 차를 사지 않는다. 대신 성능, 스타일, 실용성 등을 두루 살핀다. 자신을 젊게 표현해주거나 자기 아들, 딸과 공유할 수 있는 차 말이다. 그런데 2030인 나로서는 그런 차가 어떤 차인지 전혀 판단이 서지 않는다. 그래서 <모터트렌드>의 대표 OPAL 세대로 꼽히는 박규철 편집위원, 나윤석 칼럼니스트, 류청희 자동차 평론가, 이진우 편집장에게 OPAL 세대에게 어울리는 차를 선정해달라고 했다. 그들은 과연 어떤 차를 꼽았을까? 처음에 내가 예상했던 차는 단 한 대도 나오지 않았다.

지프 랭글러 루비콘 2도어

부모와 자녀 세대가 공유할 수 있는 차를 고르라는 얘기에 가장 먼저 떠오른 차가 지프 랭글러 2도어였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랭글러 2 도어를 딸아이에게 사라고 하고 가끔 내가 얻어 타고 싶은 차다. 딸아이가 운전하려면 앞으로 족히 15년은 더 지나야겠지만, 어른이 되어도 성격이 지금과 비슷하다면 분명히 이런 차를 좋아할 것이다(라고 쓰고 그러면 좋겠다고 읽는다). 이 차를 산다면 젊은 딸내미에게는 일상에서 자유와 개성을 만끽할 수 있는 차로, 나에게는 일상에서 느끼기 어려운 에너지를 되찾을 수 있는 차로 쓰일 것이다.

랭글러 2도어는 세대를 뛰어넘어 공유할 수 있는 매력이 충분하다. 우선 의외로 운전이 썩 부담스럽지 않다. 랭글러가 마초들을 위한 차라는 선입견만 버린다면 말이다. 물론 2도어 버전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다. 각지고 높은 차체 때문에 차가 커 보일 뿐, 랭글러 2도어의 길이는 준중형 해치백과 비슷하다. 넓은 차체도 사실은 튀어나온 바퀴와 오버 펜더가 큰 몫을 차지한다. 운전석에 앉았을 때 주변도 잘 볼 수 있는 만큼, 차 크기가 물리적 핸디캡으로 작용할 정도는 아니다.

최신 JL 랭글러는 다루기도 좋다. 요즘은 파워스티어링 없는 차가 없고 랭글러도 예외는 아니다. 큼직한 타이어 때문에 묵직하기는 해도 운전대를 돌리기 부담스러울 정도는 아니다. 2.0 ℓ 터보 엔진은 최고출력(272마력)은 물론 최대토크(40.8kg·m)도 충분하다. 저속에서도 가속이 자연스럽고,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면 제법 시원하게 속도를 높이는가 하면 고속에서도 반응이 좋다.

8단 자동변속기의 기어레버는 두툼한 생김새와 달리 가볍게 움직이고, 변속은 비교적 빠르고 부드럽다. 살짝 둔하게 반응하는 브레이크에만 신경을 쓰면 운전 자체가 어려울 것은 없다. 물론 이전보다 크게 나아지기는 했어도 구조적으로 핸들링의 역동성을 논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그조차 도심 주행을 걱정할 만큼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 적어도 운전이라는 관점에서만큼은 일상에서 불만스러울 이유는 많지 않다. 나는 얼마든지 감당할 수 있고, 딸내미를 설득하기에도 부족해 보이지 않는다.

사실 나의 노림수는 다른 곳에 있다. 주말 일탈의 활력을 돋을 오프로드 주행능력 말이다. 심지어 최신 JL 랭글러는 네바퀴굴림 장치를 다루기도 훨씬 더 쉬워졌다. 온로드 주행 때 굴림 방식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4H 오토(AWD) 모드가 더해졌기 때문이다. 대신 모드 전환은 과거처럼 기어레버 옆에 있는 트랜스퍼 레버를 조작해야 하고, 다른 위치로 옮길 때에 비해 4HI에서 4LO 위치로 혹은 그 반대로 옮길 때는 레버가 훨씬 더 뻑뻑하다. 아마 딸내미는 힘들고 불편해서라도 본격 오프로드 모드는 거의 쓰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랭글러 2도어에 마음이 가는 이유는 어느 관점에서 봐도 절대 평범하지 않은 차라는 데 있다. 장르 자체의 독특함은 물론이고, 랭글러 2도어는 평범한 차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특징이 그득하게 담겨 있다. 한편으론 아빠가 자동차를 왜 좋아하게 되었는지 이해하는 데 작은 도움이 될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자동차가 주는 즐거움의 화려한 스펙트럼을 스스로 느끼며 차를 좋아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차쟁이 아빠의 소박한 희망 사항이다.

랭글러 2도어를 고른다면 가장 하드코어한 모델인 루비콘보다 스포츠를 선택해도 괜찮겠다는 것이다(꼭 스포츠를 사고 싶다는 뜻이다). 순정 상태 그대로 차를 받더라도 보통 차는 물론 다른 랭글러로 가기에도 버거운 지형을 달릴 수 있다는 것이 루비콘의 매력이긴 하다. 그런데 그 매력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루비콘에만 더해진 것들은 루비콘이 아니어도 갈 수 있는 곳을 달리기 버겁게 만든다.

깍두기를 덕지덕지 붙인 것 같은 타이어는 안락한 승차감과는 거리가 멀지만, 오프로드에서 최고의 성능을 발휘한다.

생김새는 투박하고, 승차감은 거칠고, 핸들링은 둔하다는 것은 아무리 랭글러가 좋아져도 평범한 승용차들과 뚜렷하게 구분되었고 앞으로도 구분될 랭글러만의 특징이다. 내 생각에는 그런 특징이 세대를 뛰어넘어 공유할 수 있는 정서를 만들기에 좋은 바탕이 될 것 같다. 아마도 랭글러 2도어는 딸내미에게는 매일같이 사 마시는 탄산수 같은 존재가 될 것이고, 나에게는 어쩌다 한 번 산골 등산로를 찾아 노점에서 사 마시는 칡즙 같은 존재가 될 것이다.

글_류청희(자동차 평론가)

테스터 한 마디

랭글러에서 청년은 새로운 경험을 하고, 노인은 젊은 날의 향수에 젖는다. 자동차를 좋아한다면 꼭 오프로드에 가지 않더라도 랭글러가 주는 낭만을 한번 누려봐야 한다. 운전이 조금 까다로워도 대체품을 찾기 어려운 나만의 장난감이다.
박규철

크고 무겁고 불편한 차를 탄다는 건, 크고 무겁고 불편한 것을 감수할 만큼 건강하다는 뜻이다. 액티브 라이프를 영위하는 오너일 것이 분명하다.
이진우

일단 랭글러를 자녀와 함께 탄다는 것은 자녀의 안전을 위해 탱크 같은 자동차를 골라준다는 부모로서 합리성을 가장한 나의 일탈을 위한 선택이다. 길보다 길이 아닌 곳에서 더 편한 랭글러지만 이번 JL 모델은 생각보다 포장도로에서 편하다.
나윤석



CREDIT
EDITOR :
김선관   PHOTO : 박남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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