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포르쉐 파나메라 GTS '숫자는 거들 뿐'

조회수 2020. 4. 22. 16:5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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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나메라는 포르쉐 스포츠카 DNA가 고스란히 녹아있는 대형 세단이다. 여기에 8기통 심장을 얹은 GTS는 국내 출시된 다섯 종의 파나메라 중 두 번째로 강력한 모델이다.

최근 포르쉐는 911 헤리티지를 형제들에게 나눠주는 모습이다. 지금의 파나메라 역시 911과 부쩍 닮은 모습을 갖췄다. 전체적인 실루엣은 한층 날렵해졌으며, 테일램프도 옆으로 길게 찢어져 911과 더 닮은 모습을 갖췄다.

2세대 파나메라는 포르쉐 4도어 세단이 가질수 있는 최고의 비율을 자랑한다. 여기에 덩치까지 크니 존재감이 확실하다. 길이는 5050mm로 5m가 넘어서는 대형 사이즈이며, 너비는 1935mm로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1900mm)보다 두텁다. 휠베이스는 2950mm로 3m에 조금 모자라는 수치다.

실내는 손이 닿는 대부분을 고급 가죽으로 마감했다. 시트와 필러에 알칸타라 가죽을 덧대 스포티함을 배가했으며, 안전 벨트와 가죽 스티치 등에는 레드 컬러로 포인트를 살렸다.

브랜드 상징인 5개 원형 계기판은 시대의 흐름에 맞춰 디지털로 탈바꿈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한 가운데 회전속도계만큼은 아날로그 바늘이 바쁘게 움직인다. 스포츠카 브랜드로서 아이덴티티를 놓지 않겠다는 의지다.

일상에서 필요한 차량 조작은 12.3인치 센터 디스플레이에서 대부분 이뤄진다. 기어 셀렉터 주변에 자리한 수 많은 버튼을 모두 디스플레이 속으로 옮겨가며 한층 깔끔해진 인테리어를 갖췄다. 그러면서 오디오 및 공조 관련 조작부는 따로 분리해 편리한 조작성을 제공한다.

조금은 과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바로 에어컨 송풍구 조절이다. 풍향을 조절하기 위해 터치 스크린을 조작해야 한다. 신기하고 미래적인 느낌이지만, 직관적이지 못하고 실용성이 떨어진다. 이는 뒷좌석도 마찬가지다.

파나메라는는 4인승이다. 뒷좌석 가운데 공간을 과감히 없애고 넓직한 독립식 시트 두 개를 적용했다. 시트 사이에는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가 더해져 고급 세단의 느낌을 물씬 풍긴다.

트렁크 크기는 500리터로 골프백 및 보스턴백 두 세트가 간신히 들어갈 크기다. 뒷좌석을 접으면 1340리터까지 확장된다. 뒷좌석은 4:2:4 폴딩을 지원한다.

운전석 왼편 시동은 포르쉐의 오랜 전통이다. 스티어링 휠 왼쪽 스위치를 시계방향으로 돌리면 거대한 엔진이 깨어난다. 엔진 울음소리는 중저음의 바리톤이다. 엔진 회전수를 높여도 볼륨이 커질뿐 낮은 음색을 유지한다.

파워트레인은 4.0리터 V8 가솔린 엔진과 8단 PDK가 짝을 이룬다. 최고출력은 460마력, 최대토크는 63.3㎏fㆍm를 발휘한다.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단 4.1초만 도달하며, 최고속도는 292km/h로 제한된다.

노멀 주행 모드에서는 여느 고급 세단과 다름없이 느긋하게 나아간다. 엔진회전수는 낮게 유지하고 배기음 역시 절제된 모습이다. 보통 차량보다는 단단하게 세팅된 서스펜션의 긴장감만이 포르쉐의 성격을 드러낸다.

속도를 내기 시작하면 파나메라 GTS의 본모습이 드러난다. 두드러진 주행 능력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안정감’이다. 고급 세단의 승차감과는 다른 느낌의 안정감이다. 고속 영역에서도 흔들림 없이 진중하게 나아간다. 사륜구동 시스템과 어댑티브 에어 서스펜션까지 더해져 그 어떤 노면도 꽉 움켜쥔다.

수많은 전자 장비들이 개입하며 차량 내ㆍ외부적으로 열심히 운전자를 돕는다. 90km/h에서 자동으로 전개된 리어 스포일러가 공기의 흐름을 유도한다. 속도를 높여 170km/h가 넘어가면 날개를 한층 높이 세운다.

코너에서도 전자 장비 도움은 계속된다. 전자식 안티롤 바가 적용돼 차량이 기울어지는 상황에도 실내 공간은 수평을 유지한다. 물리 법칙을 거스르는 듯한 거동은 기분 좋은 이질감을 만들어낸다.

스티어링 휠에 위치한 드라이빙 셀렉터를 조작해 주행 모드를 변경할 수 있다. 스포츠 모드를 선택하자 순식간에 기어 단수를 낮춘다. 가속 페달은 한층 민감해지고 엔진회전수는 더욱 빠르게 올라간다. 2톤이 넘는 몸을 가뿐하게 움직인다.

파나메라 GTS는 스포츠 모드에서 가장 포르쉐답다. 8단 PDK는 운전자가 원하는 기어 단수를 척척 맞춰 넣는다. 스포츠 모드의 시원시원한 주행감을 맛보고 나면, 노멀 모드로는 쉽게 손이 가지 않는다.

욕심을 내 스포츠 플러스 모드를 선택해봤지만, 1분을 채 넘기지 못하고 스포츠 모드로 되돌아왔다. 부담스러울만큼 회전수를 높게 사용하기 때문에 공도에는 어울리지 않는 세팅이다. 서킷을 달리는 파나메라의 모습이 그려지는 순간이다.

파나메라 GTS는 운전 재미를 위한 몇 가지 기능을 제공한다. 드라이빙 셀렉터 가운데에는 스포츠 리스폰스 버튼이 위치한다. 일종의 ‘부스터’ 기능으로, 20초 동안 차량의 성능을 최대로 끌어올려준다. 굉장히 유용한 기능이라고 생각했지만 예상 외로 손이 잘 가지는 않는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기본 탑재된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를 통한 런치 컨트롤 모드를 지원한다. 스포츠 혹은 스포츠 플러스 모드에서 차체제어장치를 끄면 준비가 끝난다. 브레이크와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엔진회전수가 5000rpm에 고정되면서 자극적인 엔진 사운드를 들려준다. 브레이크를 떼면 약간의 타이어 마찰음을 내며 미사일과 같이 튀어나간다.

산길과 고속도로가 적절히 섞인 500km의 시승코스에서 평균 연비는 7.0km/l를 기록했다. 공인 연비가 7.1km/l(복합 기준)인 것을 감안하면 적절한 수치다. 연비를 생각하면서 타는 차량은 아니지만, 고급유를 먹여야 하기 때문에 취급 주유소를 부지런히 확인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GTS의 연료탱크는 기본 모델보다 10리터가 더 큰 90리터다.

파나메라 GTS의 가격은 2억150만원부터다. 단, 화려한 옵션이 추가될 경우 국산 중형 세단 한 대 값이 더 붙는다. 시승차의 경우 크레용 컬러 외관 색상(550만원), 21인치 스포츠 디자인 휠(320만원), GTS 인테리어 패키지(370만원), 파노라마 선루프(300만원), PDCC (670만원), 헤드업 디스플레이(210만원) 등이 추가된 약 2억3000만원이다.

스포츠와 럭셔리의 모습이 적절히 조화된 파나메라 GTS는 그 어떤 상황에서도 운전자의 의도를 읽어내고 반응한다. 포르쉐는 세단의 탈을 쓴 스포츠카, 파나메라 GTS를 통해 또 한 번 브랜드 DNA를 성공적으로 녹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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