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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 800마력 '섬뜩한' 힘 쏟아보니..페라리 812 슈퍼패스트

윤지수 입력 2020.06.01 14:57 수정 2020.06.01 15:0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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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인제스피디움 주차장까지 812 슈퍼패스트를 타고 달렸다(사진은 인제스피디움 주차장)

“형, 저 이번 생 성공했나 봐요.” 시승 전날 밤, 자랑 문자를 돌렸다. 시승차가 꿈의 차 페라리, 그중에서도 플래그십 수퍼카 812 슈퍼패스트여서다. 자동차 기자 이전에 차 마니아로서 가슴이 안 뛸 수가 없다. 이윽고 다음날, 가속 페달에 힘주는 순간 이성을 놓을 뻔했다. 800마력 가속은 상상을 한참 넘어섰다.

글 윤지수 기자 / 사진 윤지수, 페라리

1996년 등장한 페라리 550 마라넬로. 페라리 12기통 플래그십 로드카 계보를 잇는 선조며, 812 슈퍼패스트는 직계 후손인 셈이다. 참고로 페라리는 1947년 등장한 브랜드 최초의 로드카 125s부터 12기통이었다

12기통 페라리에 푹 빠진 계기는 550 마라넬로였다. 영화 <나쁜 녀석들 2>에서 평온한 표정 지은 채 F1 경주차 소리 내며 질주하던 모습은 지금도 또렷이 기억날 만큼 강렬했다. 812 슈퍼패스트는 그 12기통 페라리 계보를 잇는 도로 위 플래그십 수퍼카. 10대 소년이 선망했던 드림카를 30대가 되어서야 만났다.

앞바퀴 뒤편에 V12 엔진이 자리 잡은 베를리네타는 보닛이 엄청나게 길다

거대한 보닛의 매력

열쇠를 받자마자 후다닥 운전석에 몸을 구겨 넣었다. 드림카에 앉는 호사를 일초라도 미룰 수 없던 까닭이다. 처음 앉은 느낌? 바닥에 찰싹 달라붙은 엉덩이는 둘째 치고, 보닛 끝이 정말 엄청나게 멀다. 마치 일반 세단 뒷좌석에서 앞 좌석 너머 보닛 끝 바라보는 기분이랄까.

운전대 왼쪽 아래 '엔진 스타트 스톱' 버튼을 누르면 시작이다

운전대 왼쪽 새빨간 스타트 버튼 누르면 드디어 시작이다. 12기통 엔진이 숨 크게 들이쉬며 잠에서 깬다. 역시 날 것 그대로다. 스타트 모터 도는 소리부터 낮게 울려 퍼지는 12기통 공회전 소리까지 경주차처럼 거칠게 실내로 들이친다.

출발 방법도 그렇다. 센터콘솔에서 변속기 ‘D’ 찾아봐야 아무 소용 없다. 이차는 운전대 뒤 오른쪽 패들시프트를 당겨야만 1단 기어가 맞물린다. 남다른 조작법과 12기통 소리가 어우러져 출발도 안 했는데 벌써부터 긴장이 감돈다.

‘덜컥.’ 분명 페달을 조심조심 밟았건만, 듀얼 클러치 변속기는 클러치 맞물리는 감각을 숨기질 않는다. 괜히 F1 DCT가 아닌 모양이다. 운전대 감각도 색다르다. 마치 ‘원격조종’하듯 멀찍이 떨어진 앞바퀴 움직임이 아득하다.

매우 납작하지만, 보닛이 앞으로 쭉 뻗어 차체 너비를 가늠하기가 쉽다

그래서 편했다. 운전대 휙 돌려도 앞머리만 부리나케 움직일 뿐, 운전자는 뒷바퀴 쪽에 붙어 느긋하게 따라간다. 덕분에 운전이 쉽기도 하다. 보통 눈높이 낮은 수퍼카는 좌우 너비 가늠하기가 무척 어렵다. 그러나 812 슈퍼패스트는 보닛이 앞으로 쭉 뻗어 차체 너비가 빤히 보인다. 1,971㎜ 넓적한 너비에도 불구하고 좁은 지하 주차장이 두렵지 않은 이유다.

812 슈퍼패스트는 F12 베를리네타보다 더 중후하고 묵직한 배기음을 낸다

정신 차릴 틈 없다

뻥 트인 도로 위. 대체 800마력 쏟아내는 느낌은 어떨까? 시속 30㎞로 달리다 냅다 페달을 밟았다. 순간 시트에 흡입되듯 몸이 푹 파묻히며 어지러움을 느낄 찰나, 계기판은 이미 시속 100㎞를 넘어섰다. 812 슈퍼패스트는 제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그동안 수많은 고성능차를 타봤지만, 이차는 현실감이 없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보통 고성능차도 고속에 다다르면 가속이 더뎌진다. 그래서 초반 가속에 정신이 혼미해졌다가도 후반엔 안정을 되찾는데, 812 슈퍼패스트는 정신 추스를 시간 없다. 고속으로 질주할 때마저 다른 고성능 차 초반 가속하듯 맹렬히 몰아붙인다. 터보로 쥐어짜낸 출력이 아닌 넉넉한 자연흡기 6.5L 엔진으로 끌어낸 800마력답다.

숫자도 이를 증명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 시간은 2.9초. 시속 200㎞까지는 단 7.9초 만에 가속한다. 그러니까 좀 빠른 차들이 시속 100㎞까지 가속할 동안, 이 차는 시속 200㎞로 질주하고 있는 셈이다. 최고속도는 시속 340㎞다.

V12 6.5L 엔진은 8,500rpm에서 800마력 최고출력을, 7,000rpm에서 73.3㎏·m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자연흡기 엔진답게 최대토크 시점이 무척 높지만, 3,500rpm부터 최대토크의 80%를 발휘하기에 저속에서부터 활기차다

글을 쓰는 지금도 눈 감으면 엔진 소리가 들려온다. 가속 성능도 빼어났지만 소리는 더 인상 깊었다. 시속 약 80㎞에 도달하면 2단 기어로 바꿔 무는데, 이때 rpm이 8,900이다. 보통 가솔린 엔진 최고 rpm이 6,000~7,000 수준이니, 그런 차 타왔던 기자에겐 말 그대로 터질 듯한 고음이었다.

812 슈퍼패스트 기어비. F12 베를리네타보다 6% 기어비를 줄여 더 적극적으로 가속하며, 최고 rpm 역시 더욱 높였다

그 소리를 7단 F1 듀얼클러치 변속기가 싹둑 가른다. 2단으로 기어를 바꿔 문 뒤 rpm은 6,000. 기어를 바꿔도 여전히 고음이다. 특히 듀얼클러치답게 변속 속도는 순식간이며, 직결감도 훌륭하다. 이전 F12 베를리네타보다 고속 기어로 바꿔 무는 속도가 30% 줄었다고. 또 저속 기어로 바꾸는 ‘다운시프트’ 속도는 40%나 줄었다.

바닥에 세 쌍의 공기 배출 날개를 마련해, 차체 바닥을 진공상태로 만들어 바닥에 눌러붙이는 '그라운드 이펙트'를 유도했다

12기통 소리와 가속감에 취해 달리다 보면 어느새 속도계는 한참을 넘어가버린다. 동반석에서 말리지 않았다면 최고속도 찍을 뻔했다. 속도감이 무뎌지는 이유는 또 있다. 차가 바닥에 찰싹 달라붙어서다. 아스팔트 스칠 듯 낮은 엉덩이 높이처럼 무게 중심은 거의 바닥에 깔린 수준. 더욱이 공기 흐름을 이용해 차체를 바닥으로 찍어 누른다. 차체 바닥 공기를 바깥으로 빠르게 뽑아내, 차체를 빨판처럼 도로에 붙이는 ‘그라운드 이펙트’까지 활용하면서 다운포스는 F12 베를리네타보다 30% 늘었다.

감당 못할 고성능

물론 이 차는 트랙을 호령하는 페라리다. 그 실력을 엿보기 위해 직선 주로를 빠져나와 굽잇길을 찾았다.

첫 코너는 일반 스포티 세단 한계점에 다다른 속도로 진입. 역시 타이어 짓이기는 소리 하나 들을 수 없다. 길이 4,657㎜, 너비 1,971㎜ 큼직한 차가 무게는 1,630㎏에 불과하고, 페라리만을 위해 개발한 미쉐린 특제 타이어는 너비가 앞이 275㎜, 뒤가 315㎜다. 코너 한계 속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코너를 돌아나가는 감각 역시 다르다. 운전석이 뒷바퀴에 달라붙은 까닭에 급제동할 때 앞 서스펜션 눌리는 느낌이 희미하고, 격하게 코너 중심 향해 운전대 돌려도 운전자는 한결 여유롭다. 특히 운전자 바로 뒤에 뒷바퀴가 있기에 뒷바퀴를 코너 중심으로 과감하게 붙일 수 있다. 즉, 최적의 궤적을 보다 쉽고 쾌적하게 그릴 수 있다.

무게중심도 한몫한다. 보통 앞 엔진으로 뒷바퀴를 굴리는 FR 스포츠카는 앞뒤 무게 비율이 50:50이거나 앞이 살짝 무겁다. 그런데 이 차는 반대다. 뒤로 한참 밀려난 운전석처럼 무게 비율이 앞 47 뒤 53이다. 그래서 코너 진입 시 급제동하며 운전대 꺾으면 앞쪽이 비교적 가뿐하고, 코너 탈출하며 재가속할 때는 뒤쪽에 무게가 실리며 안정적으로 제힘을 쏟아낸다.

뒷바퀴 축 가운데에 7단 F1 듀얼클러치 변속기와 전자식 차동기어를 달아 앞뒤 무게중심을 이상적으로 조율했다

비결은 구조다. 긴 보닛으로 엿볼 수 있듯, 812 슈퍼패스트는 앞바퀴 축보다 엔진이 뒤쪽에 자리 잡은 ‘프런트 미드십’이다. 또 변속기를 엔진에 바로 붙이지 않고, 뒤 차축으로 옮겨 단 ‘트랜스 액슬’ 구조로 빚었다. 주요 파워트레인을 앞뒤로 나눠 실어 우월한 무게 비율을 뽐낸다.

한계를 엿보기 위해 코너 진입 속도는 계속 높여봤다. 그러나 기자의 간덩이로는 812 슈퍼패스트의 한계를 가늠할 수 없었다. 일반적인 300~400마력대 고성능 쿠페라면 이미 미끄러졌을 상황에서도 이 차는 여전히 여유만만이다.

라페라리에 얹었던 브렘보 익스트림 디자인 브레이크를 얹는다. 시속 100㎞에서 급제동시 32m만에 정지한다. 이전 세대보다 2.5m 줄어든 수치다

모든 장비가 그랬다. 연이은 급제동에도 라페라리에 얹었던 브렘보 익스트림 디자인 브레이크는 지친 기색조차 없었고, 피렐리 P제로 코르사 타이어 역시 도로를 붙든 채 놓아주질 않았다. 페라리 역사상 처음으로 얹었다는 전자식 스티어링 시스템도 이질감 없기는 마찬가지. 이차의 한계는 향후 널찍한 트랙 위에서나 가늠해볼 수 있겠다.

페라리 812 슈퍼패스트. 이름 그대로 800마력 12기통 페라리는 대단히 빨랐다. 어떤 속도에서건, 어떤 상황에서든 힘이 절절 넘쳐난다. 그 출력을 온전히 소화하는 고성능 섀시 완성도는 역시 모터스포츠 현장에서 태어난 페라리답다. 10대 소년이 꿈꿔왔던 드림카의 현실은 상상보다 더 대단했다.

<제원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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