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떨지 몰라서 둘 다 챙겨봤어!

조회수 2020. 5. 30. 13:0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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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임수가 아니다. 거짓말 같은 연료 효율을 만들고 싶다면 PHEV를 주목하라


BMW 신차 소식을 기대했다면 미안하다. 요즘 신차에 자주 등장하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이야기다. 먼저 화석연료만 쓰기는 부담스럽고 전기 충전은 부담스러워서 싫은 경우를 가정해보자. 이 문제는 연료효율이 좋은  4기통 디젤차를 사면 간단하게 해결된다. 충전이 오래 걸리는 전기차는 안 사면 그만이다. 이런 극단적인 방법을 쓰지 않고 해결할 수는 없을까?

부담스러워도 6기통 가솔린 엔진은 포기하기 싫고 전기모터의 도움은 받고 싶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고, 하나보단 둘이 든든한 법. 조건에 가장 잘 부합하는 차로 BMW 745Le가 생각났다. 직렬 6기통 3.0L 엔진을 품었고, 기존 하이브리드 자동차처럼 전기 에너지를 함께 사용한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의 최대 장점은 전기를 직접 충전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가까운 거리는 EV 모드만으로 충분히 소화한다. PHEV는 언뜻 들으면 정말이지 이상적인 파워트레인이다.

과연 일상생활에서도 이상적일까? 우선 엔진 힘은 차고 넘친다. 최고출력 286마력, 최대토크 45.9kg·m의 힘에 전기모터가 113마력을 더한다. 이 둘이 만들어내는 시스템출력 및 토크는 무려 394마력, 61.2kg·m. 얌전한 운전자라면 온전히 다 써보지도 못할 정도로 큰 힘이다. 제일 중요한 연료효율은 어떠냐고? 복합연비 11km/L다. 거대한 차체를 생각하면 괜찮은 편이다.

사실 연비 수치는 크게 의미 없다. 745Le는 EV 모드로 35km나 달릴 수 있다. 우리나라 직장인 평균 도심 출퇴근 거리는 30km 남짓. 진짜 전기만으로 이 거리를 달려보기로 했다. 5월 어느 날, 전기를 가득 채우고 도로로 나갔다. 서울시 가산동에서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까지 딱 30km 거리를 달리기 위해서다.

시동을 켜자마자 EV 모드를 활성화했다. 도착 때까지 엔진을 아예 깨우지 않을 참이다. 전기모터로만 움직이면 정숙성은 여느 전기차와 다를 바 없다. 다만 폭발적인 성능은 기대할 수 없다. 전기모터를 주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전기차와 달리 PHEV 모델은 전기모터가 내연기관을 보조하는 역할에 머물러서 출력이 비교적 낮다. 그렇다고 가속 성능이 답답하지는 않다. 시속 140km까지 시원하게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처음엔 조금 긴장했다. 도로가 꽉꽉 막혀서 주행가능거리가 뚝뚝 떨어졌다. 이제 겨우 2km 남짓 달렸을 뿐인데 배터리 잔량 게이지에서 한 칸이 사라졌다. 하지만 정체 구간이 끝나자 연료효율이 좋아졌다. 결국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했다. 도착 후 확인한 EV 모드 주행가능거리는 4km. 배터리 충전량 90%를 사용해서 30km를 달린 셈이다. 지독한 정체 구간이 포함된 경로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꽤 괜찮은 결과다.

출근길이라고 가정하면 차를 세워두면서 충전기를 꽂고 돌아갈 때 다시 EV 모드로 퇴근하면 된다. 전기만 사용해서 출퇴근할 수 있다는 사실은 확인했다. 다시 전기를 충전할 필요는 없었다. e드라이브의 ‘배터리 컨트롤’ 기능을 사용하면 이 시간을 훨씬 단축할 수 있다. 비록 내연기관을 깨워야 하는 일이지만, 1km마다 전기 모드 주행가능거리가 거의 1km 씩 늘어난다.

실제로 같은 길로 돌아오는데 전기 에너지 게이지가 절반 이상 차 있었다. 달려온 거리만큼 기름 한 방울 쓰지 않고 달릴 수 있는 보너스가 생기는 셈이다. 7시리즈 같은 대형 세단도 마음만 먹으면 전기차처럼 탈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PHEV는 소형 세단이든, 대형 SUV이든 체급과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어떤 차가 됐든 화석연료가 거의 필요 없을 정도로 전기 사용 비율을 높일 수 있다. PHEV가 머지않아 자동차의 파워트레인 패권을 지배하게 될지도 모른다.

박지웅 사진 이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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