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하라의 유목민 투아렉.."사막은 아무나 오는게 아니야!"

조회수 2020. 2. 3. 09:5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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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사막에서의 잠자리는 편안했다. 몽골의 게르처럼 생긴 캠프 안에는 침대도 있고, 화장실도 있고, 샤워실도 있었다. 사막의 밤이 몹시 춥긴 했지만 두꺼운 털이불로 추위를 달랬다. 우리는 지난밤 해가 저물고 나서야 캠프에 도착했다. 베르베르인들은 우리를 위해 환영파티를 열었다. 역시 타진이 나왔다. 갈수록 양이 푸짐해지고 있었다. 빛도 소리도 없는 사막 한가운데에 모닥불이 타올랐고, 젬베가 울렸다. 자정이 넘어서야 파티가 끝났고, 우린 낮은 사구에 올라 하늘을 보고 누웠다.

한국과는 다른 빛을 가진 사막의 밤하늘. 밤하늘이 까맣지 않았다는 것을 모로코에 와서 알았다. 별들이 검은 곳을 촘촘하게 채우며 푸르게 빛났다. 옆 사람의 숨소리만 나지막이 들리던 밤의 사막. 멈춰 선 별 사이로 유독 반짝이 별 하나가 꼬리를 길게 드리웠다. 가슴속의 소원을 빌 시간도 없었다. 잠시 후 또다시 별이 졌다. 그리고는 별들이 달리기라도 하는 듯 연이어 떨어졌다. 아무것도 없을 것 같던 사막에는 많은 것이 있었다.

별은 떨어졌고 해는 떠올랐다. 사막은 금빛으로 물들었고, 모래언덕의 능선은 명암이 선명해졌다. 이제 주변이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미처 몰랐는데 우리는 이미 사막 중심으로 깊숙이 들어와 있었다. 아틀라스 산맥은 병풍 같았는데, 우리를 둘러싼 사구는 개미지옥 같았다. 우리는 사하라에서 고작 30km 정도를 하루 종일 달릴 계획이었다. 그만큼 압축된 고난과 공포, 희열이 사하라에 녹아들었다.

사막은 지금껏 숱하게 경험했던 오프로드 중 가장 난도가 높았다. 오프로드 타이어를 달았다고 능사가 아니었고, SUV라고 모두 달릴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서킷은 운전실력이 부족하면 랩타임이 늦는 것뿐이지만, 사막에서는 아예 움직일 수가 없었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맞물려야 사막을 자유롭게 달릴 수 있었다.

타이어가 조금이라도 넓은 면적을 디딜 수 있도록 2.4bar였던 공기압을 1.0bar로 줄였다. 타이어가 펑퍼짐하게 눌렸다. 투아렉은 오프로드와 관련해 스노우, 오프로드 오토, 샌드, 그레이블, 오프로드 익스퍼트 등 총 5가지 주행모드를 지원했다. 우리는 샌드를 기본으로 설정했고, 종종 개별적인 설정이 가능한 오프로드 익스퍼트를 이용했다. 또 에어 서스펜션을 통해 지상고는 최대치로 높였다. 투아렉은 기본 지상고에서 최대 70mm까지 높일 수 있고, 스포츠 모드에서는 15mm 낮출 수 있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호기롭게 사막에 타이어를 올렸다. 푹신한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크게 어렵지도 않았다. 투아렉은 아주 부드럽게 사막에서 움직였다. 사구의 능선을 따라 달리기도 했고, 사면을 곧바로 오르기도 했다. 가속과 감속을 부드럽게 전개하고, 언덕을 올라가는 도중에 멈춰서지만 않으면 조난당할 일은 없을 것 같았다. 사막 입구에서 느꼈던 자신감은 사막 한가운데로 갈수록 모래밭에 파묻히듯 추락했다.

사막은 시시각각 모습을 바꿨다. 바람이 불면 조금씩 흘러내리고 새로 쌓였다. 방금 지나온 길도 돌아갈 때는 컨디션이 달랐다. 지반이 단단한 곳이 있고, 바퀴가 쑥쑥 빠지는 곳도 있었다. 또 2톤에 달하는 투아렉의 무게중심이 이동할 때마다 해수욕장의 모래보다 훨씬 더 입자가 고운 사하라의 모래는 민감하게 반응했다. 무심코 속도를 줄이면 앞바퀴가 모래밭에 푹푹 빠졌다. 사막은 달리는 것보다 빠져나오는 것이 더 중요했다. 투아렉의 하드웨어는 충분했다. 우리의 손과 발이 그 성능을 따라가지 못했을 뿐이었다.

사막을 달릴 때는 되도록 오르막에서 멈춰 서지 말아야 했다. 위험한 순간을 애초에 만들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 어쩔 수 없이 오르막에서 멈췄다면 후진으로 다시 내려와야 했다. 그런데 이미 앞바퀴는 모래에 파묻힌 상황이라 이것도 쉽지 않았다. 운전대는 빠르게 좌우로 돌리고, 가속페달은 천천히 섬세하게 밟아야 했다. 이론은 쉬웠지만 실전은 어려웠다. 타이어가 빠르게 돌면서 모래가 거대한 선루프를 덮었다. 이젠 혼자서 빠져나올 수 없다. 인스트럭터가 운전하는 투아렉에 견인줄을 걸고 빠져나오는 수밖에 없었다. 물론 운전 실력이 중요하지만 투아렉은 모래 위에서도 자신의 출중한 견인력을 뽐냈다. 8단 변속기는 낮은 기어에서도 바퀴에 충분한 토크를 전달했고, 중앙 디퍼렌셜 락이 장착된 4MOTION 사륜구동 시스템은 네바퀴에 토크를 자유롭게 배분했다. 언제나 네바퀴에 동력이 전달되기 때문에 마찰이 거의 없는 모래 위에서도 결국 디딜 곳을 찾았다.

사막에서의 마지막 미션은 높이 120m의 사구를 오르는 것. 거대한 사구를 오르는 것은 혼자 힘으로 해야 했다. 인스트럭터는 절대로 속도를 줄여서도, 멈춰서도 안된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사구의 능선은 모래 입자가 훨씬 더 고왔고, 능선 옆은 낭떠러지였다. 코스를 이탈하게 되면 모래 사면을 뒹굴게 될 것이다. 투아렉을 믿고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을 수밖에 없었다.

인스트럭터는 망원경으로 우리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긴박하게 문전을 전했다. 사면의 기울기에 따라 알맞은 기어 변속과 속도가 필요했다. 밑에서 본 사구는 삼각형처럼 보였는데, 오르막과 내리막이 계속 반복됐다. 추락하듯 내리막을 질주했고, 곧바로 하늘을 향해 달렸다. 통풍시트를 켜놓은 상황에서도 등에 땀이 났다.

사구를 오르고 있는 투아렉이 쌀알처럼 작게 보였다. 사구의 꼭대기에서 보이는 사막은 고요했다. 모래바람이 아닌 상쾌한 바람이 불었다. 파란 하늘과 노란 사막이 세상을 절반으로 나눠가진 듯했다. 사막 투어의 처절함은 바람에 날려 온데간데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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