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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로드 따위 별거 아니야! 지프 랭글러 &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

모터트렌드 입력 2020.06.26.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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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프와 랜드로버는 험난한 환경을 달리며 이름을 알린 브랜드다. 디스커버리 스포츠가 비포장도로에서도 잘 달리는 차라면 랭글러는 길이 아닌 곳도 갈 수 있는 일종의 도구라 할 만하다


제2차 세계대전 중 태어난 지프는 오늘날까지 4×4 자동차의 전통을 그대로 잇고 있다. 랜드로버는 정글과 사막을 배경으로 존재 의미를 찾는다. 오지를 찾아 생(生)과 사(死)를 오가는 여행길의 동반자로 이름을 쌓았다. 산에 올라 바위를 타고 넘는 랭글러는 지프 브랜드의 중심 모델이다.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랜드로버의 막내로 오프로드 여정의 시작을 알린다.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

디스커버리 스포츠를 볼 때마다 잘생긴 모습이 흐뭇하다. 윗급의 디스커버리보다 나아 보인다. 랜드로버의 특징을 함축한 디자인에 균형 잡힌 모습이 보기 좋다.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랜드로버 패밀리의 막내이자 과거 프리랜더의 후예다. 랜드로버 고유의 극한 상황에 대응하기보다 세계적인 SUV 흐름에 부응하는 차로 패밀리카를 지향한다. 랜드로버의 볼륨 모델로 고객을 고급스럽고 익스트림한 오프로드 세계로 안내한다. 몸집은 작지만 사람들이 랜드로버에서 원하는 기대를 충족시켜야 한다.

시야가 좋은 운전석에 앉아 승용차처럼 달리는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운전이 편하다. 공간이 넉넉해 실용성이 큰 것은 물론이다. 사람들이 SUV에 요구하는 모든 조건에 충실하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온로드 지향의 성격이라 추구하는 바가 랭글러와는 전혀 다르다. 모노코크 보디에 AWD 시스템을 갖춰 언뜻 간단해 보이지만 공차중량이 보디 온 프레임 구조의 랭글러보다 무겁다. 지난해 말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면서 부품이 70%나 바뀌었다고 한다. 페이스리프트인데 플랫폼까지 바꿔 차체 강도가 14% 강해졌다. 무엇보다 무게중심이 낮아져 핸들링이 좋아졌다.

대시보드도 완전히 새롭다. 심플하고 세련된 실내 덕에 좀 더 큰 차처럼 느껴진다. 겉에서 볼 때보다 운전석에 앉으니 더 고급스럽고 널찍하다. 시승차는 비현실적인 흰색 가죽으로 마감했다. 과거 프리랜더는 ‘장난감’ 같은 감각이었는데 이 차는 레인지로버 벨라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넓은 실내는 뒷자리 공간도 충분해 3열 시트까지 담을 정도다. 디스커버리 스포츠에는 3열을 얹은 7인승 모델도 있지만 국내엔 아쉽게도 수입되지 않는다.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BMW X3, 아우디 Q5, 메르세데스 벤츠 GLC와 비교할 수 있는 콤팩트 SUV로, 랜드로버 모델인 만큼 다른 차보다 오프로드에 특화됐다. 어떤 노면에도 대응하는 터레인 리스폰스 시스템을 갖췄으며, 도강 능력도 60cm에 이른다. 강 건너는 경우를 생각해서 도어 아래쪽은 고무 몰딩을 두툼히 댔다. 트렁크 아래에는 제대로 된 스페어타이어도 실렸다. 오프로드에서 타이어가 찢어지면 홀쭉한 템퍼러리 타이어로는 해결이 안 되기 때문이다. 조금의 차이지만 다른 경쟁차보다 오프로드에 대한 기대가 크다.

2.0ℓ 디젤 엔진은 조용한 가운데 최고출력 180마력과 최대토크 43.9kg·m를 내뿜는데 차 무게가 2130kg에 달해 조금 묵직하다. 0→시속 100km 가속 시간이 10초 정도지만 실제로 달리는 온로드 주행감각은 무척 만족스럽다. 푸근하고 묵직한 것이 좀 더 큰 차를 탄 기분이다. 슈퍼마켓 가는 길이 우아할 것만 같다. 최근 랜드로버의 인제니움 엔진은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갖춰 연료를 절약하고 배출가스도 적게 나오도록 했다. 여기에 ZF 9단 변속기가 연비를 2% 끌어올려 결과적으로 복합연비가 리터당 11.5km에 이른다.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준자율주행 기능도 갖췄다.


오랜만에 만난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마치 에어 서스펜션을 단 것 같은 주행질감과 고급스러운 실내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 랜드로버의 막내 차가 전체적으로 상당히 업그레이드됐다. 7000만원 안팎이라는 값에 수긍이 간다. 이번 페이스리프트에선 겉모습의 변화가 미지근한데 랜드로버의 매력을 하나로 모은 디자인은 고칠 곳이 없어 보인다. 디스커버리 스포츠가 비포장도로에서도 잘 달리는 차라면, 랭글러는 길이 아닌 곳도 갈 수 있는 일종의 도구라 할 만하다.





지프 랭글러

6·25 전쟁 때부터 많이 보아온 지프는 우리 눈에 익은 모습이다. 최초의 국산차 시발에 영감을 준 것은 물론, 한때는 거화나 동아자동차에서 만든 적도 있다. 지프는 국산차였던 거다. 또 우리가 어릴 적부터 장난감으로 많이 대한 때문인가 남모를 정이 간다. 지프도 어느덧 나이가 80세가 되었지만 모양은 거의 그대로 이어진다. 다만 오리지널 지프보다 덩치가 두 배쯤 커졌다.

강한 성격의 차체는 도어 경첩을 밖으로 드러냈다. 사다리 프레임과 리지드 액슬, 저속기어, 4기통 엔진 등 지프만의 성격이 뚜렷하다. 앞바퀴와 프런트 그릴이 같은 선상에 놓인 차는 접근각이 커 담벼락도 기어오를 기세다. 깊이가 76cm 정도의 개울이라면 거뜬히 건널 수 있다. 군용차로 무르익은 역사 속에 지프는 오프로드의 왕자로 군림한다. ‘이거슨’ 차인가 등산용 도구인가?


시승차는 4도어 파워톱 모델로 편리함이 자랑이다. 랭글러는 지붕을 떼어내는 것이 당연하지만 실제로 떼어내기는 좀 귀찮기도 하다. 그런데 파워톱은 버튼 하나로 지붕 전체가 벗겨져 보다 쉽게 바람과 함께하는 드라이브가 가능하다. 랭글러는 2도어와 4도어 모델의 길이가 달라 장단점이 두드러진다. 두 차는 성격도 달라 각기 다른 차로 볼 만하다. 4도어로는 먼 여행길을 떠나는 모습이 그려진다. 휠베이스가 긴 차는 바위를 타고 넘을 차는 아니다. 커다란 실내공간에 짐을 가득 싣고 오지로 여행을 떠나는 게 어울린다. 휠베이스가 길어 2도어 모델보다 앞뒤로 울컥이는 피칭이 덜하고 고속도로에서도 주행안정성이 훨씬 좋다.


4도어 모델에 비해 휠베이스가 555mm 짧은 2도어 모델은 4도어 모델과 비교할 수 없는 오프로드 능력을 지닌다. 회전반경이 작아 민첩하고, 짧은 휠베이스로 둔덕을 가볍게 넘는다. 그리고 주차에 훨씬 유리하다. 작은 차처럼 움직이고 가벼운 만큼 성능도 앞선다. 반면 풍선 같은 타이어와 짧은 휠베이스 탓에 온로드에서 껑충껑충 뛴다. 보디 온 프레임 구조의 트럭 같은 주행감각도 그대로지만, 신형(JL)에 비하면 한결 다루기 편한 차가 됐다.

최고출력 272마력을 내는 2.0ℓ 휘발유 터보 엔진은 넉넉한 힘을 뽑아낸다. 8초 남짓한 ‘제로백’도 기대 이상이다. ZF 8단 변속기는 파워 전달에 흐트러짐을 모른다. 17인치 머드 타이어에 저속기어를 갖춘 랭글러는 스웨이 바를 분리할 수 있고, 앞뒤 액슬에 전자식 디퍼렌셜 록을 달았다. 또 전에 없던 4륜 오토 기능도 달렸다. 포장도로에서 뒤뚱거리며 달리던 랭글러가 오프로드에 들어서자 날개를 달았다. 자갈길에서 고무풍선 같은 타이어가 모든 충격을 빨아들인다. 마치 에어쿠션 위에 앉아 달리는 것 같다. 수동식 저속기어를 갖추고, 지형반응 시스템을 달지 않은 차는 운전자가 오프로드 기술을 공부하고 익혀야 한다. 그게 오프로드 달리는 재미다.





에필로그

디스커버리 스포츠와 랭글러의 오프로드 주행능력은 저속기어를 갖고 있느냐 아니냐에서 갈린다. 자동차는 미끄러운 길에서 가속페달을 밟을 때만 컨트롤할 수 있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 순간 차는 내 말을 듣지 않고 중력의 법칙을 따른다. 가파른 내리막에서 브레이크를 밟을 수 없는 이유다. 미끄러운 내리막에서 브레이크를 밟으면 차는 운전대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중력이 잡아당기는 곳으로 흐른다. 뒤가 가벼운 차는 옆으로 돌면서 데굴데굴 구르게 된다.

내리막에서 가속페달을 밟으려면 엔진 브레이크를 써 차가 천천히 가도록 해야 한다. 이럴 때 저속기어가 필요하다. 저속기어가 없으면 1단을 넣어도 너무 빨리 내려간다. 그래서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내리막길 주행 제어장치(HDC)를 달았다. 전자식 ABS 브레이크로 내리막에서 차를 천천히 달리도록 하는 장치다. 임시방편은 되지만 랭글러의 저속기어처럼 충분한 효과를 기대할 순 없다.

랭글러는 저속기어를 이용해 지형에 따라 온갖 대응이 가능하다. 오프로드에서는 천천히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 저속기어는 차의 움직임을 느리게 한다. 한쪽이 낭떠러지인 위험한 상황에서 허튼 동작을 다잡는다. 저속기어가 있으면 다양한 조건에도 미세하게 대응할 수 있다. 큰 힘을 필요로 하는 순간에도 대응한다.

디스커버리 스포츠같이 저속기어가 없는 차는 오프로드에 들어서면 1단 기어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1단 기어의 박력과 차체의 탄성을 이용해 위기를 넘길 수밖에 없다. 터레인 리스폰스 다이얼로 노면 상태에 따른 대비가 어느 정도 가능하지만, 저속기어가 없는 상태에서는 그 능력이 제한된다. 랜드로버 디스커버리와 지프 랭글러는 온로드와 오프로드 각자의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다. 두 차는 지향하는 바가 달라 경쟁 관계가 될 수 없는 사이다.

글_박규철



CREDIT
EDITOR :
서인수   PHOTO : 박남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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