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캐주얼 정장처럼 편하다, 캐딜락 XT6 시승기

홍석준 입력 2020.03.27 19:38 수정 2020.04.08 18:2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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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벤츠 GLE, BMW X5,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볼보 XC90, 폭스바겐 투아렉 등 유럽 브랜드가 꽉 쥐고 있는 프리미엄 SUV 시장에 제네시스까지 GV80으로 한자리 차지했다. 작은 틈도 없을만큼 치열한 시장에 캐딜락이 XT6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GM의 프리미엄 브랜드답게 캐딜락은 시승할 때마다 탄탄한 기본기로 즐겁게 만드는 브랜드 중 하나. XT6 시승을 앞두고 부푼 마음으로 단 걸음에 달려 나간 건 당연지사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XT6는 그런 기대를 충족하고도 넘칠 만큼 만족감을 주는 모델이다. 미국식 프리미엄이 바로 이런 것임을 온몸으로 증명하고 있었다.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가 옷에 몸을 맞추는 기성 정장 같다면, 캐딜락은 실용성과 럭셔리함을 고루 갖춘 캐주얼 정장 같달까?


캐딜락 XT6를 마주하면 '크다'라는 말이 절로 나올 만큼, 처음 XT6는 큼직한 몸집을 자랑한다. 전체적인 실루엣은 정통 SUV를 따른다. 떡 벌어진 어깨 같은 듬직한 캐릭터라인을 포인트로, 콘셉트카 ‘에스칼라’에서 가져온 가로 헤드램프를 그대로 적용해 보다 넓어 보이는 느낌을 준다. 커다란 크레스트 그릴과 범퍼 안쪽으로 보이는 격자 무늬는 고광택 검은색으로 마감해 강렬하다.


모서리 보호캡을 떠오르게 하는 리어램프는 투명하게 마무리해 한결 세련된 모습이다. 또한 캐딜락 방패 로고 아래를 가로지르는 크롬라인으로 고급스러움도 업그레이드했다. 최근 가짜 배기구 유행에도 XT6는 우직하게 '찐' 배기구를 양쪽 하단에 달았다는 사실!


요리조리 살피다 보니, 오른쪽 리어 램프 옆으로 '400'이라는 숫자가 보였다. 정확한 의미가 궁금해 관계자에게 물으니, "400Nm를 우리에게 익숙한 단위로 바꾸면 약 40kgm이지만 이 차의 진짜 토크는 38kgm다"라며 웃는다.


이제 실내 차례. 문을 열었는데 제법 묵직하다. 닫히는 소리도 '텁!', 뭔가 소리만 들었는데도 신뢰감이 느껴졌다. 그 알 수 없는 신뢰감은 푹하고 몸을 감싸는 운전석으로 이어졌다. 푹신한 시트는 세미 아닐린 가죽으로 덮어 엉덩이 구석구석까지 부드러움이 전달된다. 손이 닿는 부분은 같은 가죽으로 마감해 스칠 때마다 기분까지 좋아진다. 대시보드를 감싼 카본(CFRP)과 블랙 스웨이드로 마감한 천장의 조화 덕분에 한 급 위에서나 누릴 수 있는 럭셔리한 분위기를 누릴 수 있었다.


대시보드 중앙 8인치 디스플레이는 요즘 기준으로 너무 작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2020년 신차에 8인치가 웬말인가! 과거보다 월등히 좋아진 그래픽과 빠릿한 반응은 아쉬움을 덜어준다. 디스플레이 우측 비상등은 너무 멀리 자리했다. 차리리 하단 NFC와 바꿨으면 어땠을까?


5미터가 넘는 차체 덕에 2열과 3열 공간은 널찍하다. 시승차로 제공된 6인승 모델은 캡틴시트를 적용해 몸을 잘 지지해 주고 슬라이딩과 등받이를 큰 폭으로 조절할 수 있다. 만약 2열에 한 명 더 태워야 한다면 추가금 없이 벤치형 시트를 선택할 수도 있다.


3열을 권할 때도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 시트부터 천장까지 945mm에 달하는 공간은 성인 남자가 앉기에 충분하고 2열 시트를 젖히면 드나들 수 있는 공간도 넓다. 게다가 USB 포트와 에어컨도 각각 구비해 도착할 때까지 시원하게 영화 한 편 볼 수 있겠다.


그 외에도 헤드업디스플레이(HUD), 에어 이오나이저, 통풍시트 등 편의 장비도 풍부하게 챙겼다. 오디오 시스템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보스의 차량용 오디오 중 상급에 속하는 '퍼포먼스 시리즈'가 특유의 탄탄한 중저음으로 귀를 즐겁게 한다.


XT6는 다운사이징 열풍을 비껴갔다. 심장은 314마력, 38kgm을 발휘하는 V6 3.6리터 가솔린 자연흡기를 얹었다. 배기량과 실린더를 줄이고 터보를 얹어 최대한 성능을 쥐어 짜는 게 요즘 아니던가. XT6는 자연흡기다운 매끄러운 회전과 풍부한 엔진음, 자연스런 토크 분출로 '밟는 맛'이 살아있다. 2,150kg의 덩치를 가뿐히 이끈다.


타이트한 기어비의 9단 자동변속기도 기분좋은 가속을 거든다. 변속도 매끈하고 고속에선 9단 기어로 효율까지 챙긴다. 정속 주행하면 계기반엔 초록색 'V4' 불이 들어오고 실린더 두 개가 잠시 숨을 참는다. 복합연비는 8.3km/L로 무게와 크기를 생각하면 괜찮은 수준이다. 왕복 100km를 넘는 격한 주행에도 7.0km/L를 기록해, 기름 먹는 하마 이미지의 미국차는 잊어도 좋을 듯하다.


부드러운 서스펜션은 일상주행에서 한없이 편하다. 하지만 저속에서 가속페달을 깊이 밟으면 생각보다 머리가 많이 들려 순간적으로 안정감을 잃는다. 평상시에는 2WD로 다니더라도, 과격한 움직임을 요구할 때는 AWD 모드로 두어 불안감을 줄이는 편이 낫겠다. 의외로 코너링 실력은 뛰어나다. 가변댐핑컨트롤(CDC) 덕분에 급격한 코너에도 하중의 이동이 자연스럽고 불안하게 기울지 않는다. 일부러 스티어링휠을 좌우로 잡아돌려도 XT6는 기울지 않고 평온하다.


가장 만족스러웠던 부분은 정숙성이다. 안팎이 확실히 단절된 느낌이다. 방음소재를 넉넉하게 둘렀고 앞 창문엔 이중접합 유리를 사용했다. 다른 창문도 두꺼운 유리로 마감했다. 오히려 엔진소리가 듣기 좋아 더 유입시켜줬으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운전 보조장비도 가득 품었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차간 거리를 웬만한 사람보다 부드럽게 조절해 주고 차선유지 보조 기능도 훌륭하다. 이 외에도 보행자 인식 긴급제동 보조 시스템, 햅틱 시트, 나이트 비전까지 챙겼다.


캐딜락 XT6는 100년 넘게 고급차만 만들어온 캐딜락의 내공이 곳곳에서 느껴진다. '딱 떨어지는' 외모가 정장처럼 품격 있고, 차급 이상의 편의장비와 남부럽지 않은 공간은 캐주얼처럼 편안하다. 캐주얼 정장이라고 하면 딱 적당하겠다. 동급 경쟁자들보다 저렴한 8천만 원 초반의 가격표도 매력을 더한다.


홍석준 woody@carla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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