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시승] '트럭에 이런 호사가?' 이베코 뉴 데일리, 운송업자 눈으로 살펴보니

조회수 2020. 5. 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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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다. 한때 택배 기사로 일했던 기자의 편견이 산산이 무너졌다. 유럽에서 물 건너온 상용차, 이베코 뉴 데일리는 화물이 아닌 사람을 먼저 배려하고 있었다.

글 윤지수 기자 / 사진 윤지수, 이베코

이베코는 이토록 큼직한 대형 상용차도 만드는 상용차 전문 브랜드다(왼쪽은 트랙커, 오른쪽은 스트라리스)

이베코? 사실 브랜드부터 우리에게 조금은 생소하다. 힌트는 이름에 담겼다. 이베코는 ‘Industrial Vehicles Corporation’의 약자다. 직역하면 ‘산업 자동차 기업’인 유럽의 상용차 전문 브랜드다. 1975년 피아트와 페가소 등 여러 글로벌 기업의 인수합병으로 탄생해, 지금은 거대 산업 그룹 씨엔에이치인더스트리얼(CNH industrial N.V.)에 속해 있다.

뉴 데일리는 다양한 활용성을 자랑한다. 우리나라엔 안 들어오지만 오른쪽 끝 사진의 버스 모델도 있다

뉴 데일리는 그 이베코가 내놓은 적재 중량 1.5~3.5t급 소형 상용차다. 가장 큰 특징은 하얀 ‘도화지’같은 무궁무진한 가능성이다. 밴 모델은 물론 뒤 뼈대를 훤히 드러낸 섀시 캡 모델을 따로 판매하기에, 카고 트럭, 캠핑카 등을 넘어 구급차, 견인차로도 변화무쌍하게 변신한다. 그 토대 역시 총중량 3.8t~7.2t까지 광범위하다. 라인업 범위만큼은 단연 동급 최대다.

남다른 체급

시승 행사장에서 첫 마주한 느낌. 미국 헤비듀티 픽업트럭 보는 줄 알았다. 르노 마스터나 현대 쏠라티가 예리한 볼펜으로 그린 그림이라면, 이 차는 굵은 붓으로 그려낸 동양화처럼 굵직하다.

높은 하중을 견뎌야 하는 모델은 뒤쪽에 총 네 개 타이어로 차체를 떠받드는 복륜 타이어를 쓴다. 시승 모델은 뒤 에어서스펜션 선택 사양도 들어있었다(오른쪽 사진 고무 원통)

높아서다. 높이 743㎜에 달하는 타이어가 범퍼 아래로 절반 이상 모습을 드러낼 만큼 바닥이 껑충 뛰었다. 바닥 아래 두꺼운 사다리꼴 뼈대 때문에 차체가 높을 수밖에 없다고. 여기에 과감하게 튀어나온 뒤 펜더와 바퀴 네 개가 늘어선 뒤 차축, 좌우로 활짝 펼친 사이드미러가 어우러져 강인한 분위기를 풍긴다.

사진 속 차는 데일리 중에서도 최고 크기인 H3 밴이다. 숫자도 어마어마하다. 길이 7,664㎜, 너비 2,180㎜, 높이 3,050㎜다. 마스터 밴 L 크기가 순서대로 5,575X2,075X2,500㎜고 쏠라티가 6,195X2,038X2665㎜니까 훨씬 거대하다. 참고로 해외에선 마스터도 더 큰 모델이 있으나, 데일리만큼은 아니다.

세 개로 나눈 앞 범퍼(왼쪽), 큼직한 사이드미러(오른쪽)

플라스틱 질감 그대로 드러낸 검정 범퍼와 사이드미러는 반갑다. 흠집이 생겨도 테가 안 나기에 수리비 걱정 없어서다. 특히 데일리는 앞 범퍼를 세 갈래로 나누어, 부서진 부품만 똑 떼어 교체할 수 있게 배려했다. 그런데 의외로 비싼 장비도 눈에 띈다. 아래쪽 그릴 한 가운데엔 앞 차와의 간격을 측정하는 네모난 센서가 자리 잡았고, 눈매는 풀 LED 헤드램프다. 한밤중 푸른 LED 불빛은 이 차의 시각적 가치를 높여줄 테다.

섬세한 배려

외모처럼 실내도 무척 높다. 1t 트럭처럼 한 번에 올라타긴 힘들고, 발판을 딛고 올라야 한다. 그럼에도 편하다. 휠하우스 크기만큼 덜 열리는 캡오버 방식 트럭과 달리 문짝이 네모나게 온전히 열려서다.

두 번째 감동 포인트는 D컷 스티어링 휠이다. 하루 수백 번 승·하차해왔던 전직 택배기사로서 밑동을 자른 운전대가 무척 반갑다. 보다 다리 걸릴 일없이 타고 내릴 수 있으니까.

D컷 운전대와 전자식 변속 레버가 눈에 띈다

일단 앉았을 때 느낌은 역시 현대 마이티에 가깝다. 2,180㎜ 너비는 실내에서도 한없이 넓고 큼직한 앞 유리로 바라보는 시야도 뻥 트였다. 무엇보다 슬쩍 보이는 보닛이 나를 보호해 줄 방패처럼 든든하다.

수납공간을 빼곡히 마련했다

물론 질감은 전형적인 상용차다. 꺼끌꺼끌한 우레탄 소재 운전대와 직물 시트, 그리고 플라스틱 질감 드러낸 대시보드는 상용차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다. 그래도 상용차다운 강점은 또렷하다. 대시보드라기보단 서랍장이라고 불러야 할 만큼 수납공간을 빼곡히 마련해놨다. 엉덩이 아래에 엔진을 둔 캡오버 방식이 아니기에 동반석 시트 아래엔 큼직한 가방 꿀꺽 삼키는 수납공간도 빠짐없다.

선택사양인 가죽으로 감싼 운전대와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를 넣은 대시보드

주목할 특징은 화려한 장비다. 마스터는커녕 쏠라티에도 없는 오토 에어컨이 들어갔다. 이뿐만이 아니다. 움직임 적은 전자식 변속 레버로 공간 활용성을 높였고, 선택사양으로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와 유도식 무선 충전기도 골라 넣을 수 있다.

더블캡 뒷좌석은 사진처럼 좁진 않다. 다만 등받이 각도는 보이는 그대로다

행사장에선 2열 시트 달린 6인승 더블캡도 살펴볼 수 있었다. 직접 뒤에 앉아본 소감은 생각보다 탈 만했다. 캡오버 방식 트럭처럼 엔진이 1열 엉덩이에 있지 않기 때문에 뒷좌석 다리 공간이 충분하고, 평평한 시트는 좌우 어디든 앉기 좋다. 다만, 등받이 각도는 다소 서있는 편이다. 시트 아래에는 또 매우 널찍한 적재 공간을 마련했다.

적재함 높이가 무려 2,100㎜인 H3 밴

‘탑차’보다 나은 점?

드디어 ‘짐차’의 백미인 뒤를 볼 차례. 먼저 밴부터 살펴봤다. 데일리는 적재함 높이를 따라 1,545㎜인 H1, 1,900㎜인 H2, 그리고 2,100㎜인 H3 세 종류로 나뉘는데, 시승차는 가장 높은 H3다. 뒤 문짝 높이만 무려 2m에 달한다.

운전 공간과 화물 공간 버튼이 따로따로 나뉜 리모컨 키

짐칸이 차체와 하나로 이어져있기에, 순정 리모컨 키로 문짝 잠금과 해제가 가능하다. 전직 택배 기사로서 무척 눈여겨보는 포인트다. 한창 배송 중일 땐 뒤에 적재함 올린 ‘탑차’는 실질적으로 적재함을 잠글 수 없어서다. 데일리는 리모컨 잠금장치로 한결 도난 사고로부터 자유롭다.

문짝을 안에서 여닫을 수 있는 점도 인상 깊다. 오른 편으로 뚫린 슬라이딩 도어는 물론, 뒤 문짝도 안에 별도의 손잡이가 달렸다. 밖에서 잠그면 꼼짝없이 갇히는 일반 트럭과 달리 사고 위험도 줄였다.

밴 모델 중 가장 큰 시승차는 적재 공간만 19.6㎥다

키 210㎝에 달하는 적재함에선 누구든 허리 쭉 펴고 설 수 있다. 이래야 물건을 높이 쌓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오랜 시간 작업해도 피로가 적다. 적재함 너비는 1,800㎜, 길이는 5,152㎜로 최대 적재 용량은 19.6㎥다. 우리나라에 판매 중인 밴 중에서는 단연 최대다. 참고로 마스터 L 밴은 10.8㎥, 쏠라티는 12.7㎥다. 최대 적재 중량 역시 1.3t 수준인 다른 밴과 달리 데일리는 3.5t에 육박한다.

데일리 섀시 캡에 적재함을 붙인 모델

다음은 카고 트럭. 이 차는 프레임 골격 드러낸 섀시 캡으로 수입해, 국내 업체에서 적재함을 만들어 붙인다. 그런데 이베코 본사 규정을 따라 만들어 이베코가 직접 품질 보증까지 해준다.

현대 마이티와는 다른 잠금장치가 달렸다

그래서 문짝 여는 방식부터 우리나라와 다르다. 마이티는 고리를 떼어내면 적재함이 열리지만, 데일리는 스프링으로 강하게 눌린 레버를 잡아당겨 잠금을 해제한다. 다만 국산 트럭처럼 쇠사슬로 문짝을 적재함과 수평으로 고정하는 기능은 없다.

그런데 문짝 소재가 알루미늄이다. 워낙 크고 두꺼워 가볍진 않지만, 지긋지긋한 부식 걱정으로부터 완전히 해방이다. 적재함 바닥은 철재지만 방청 도료를 적극 활용해 화물이 바닥을 긁어도 문제없도록 배려했다.

‘공차’로 달려도 통통 튀지 않아요

시동을 걸자 디젤 엔진이 굵은 숨을 내쉬며 깨어난다. 그런데 어디선가 들어본 소리다. 생각해보니, 과거 현대 테라칸, 기아 봉고에 들어갔던 국산 J 엔진 계열과 소리가 비슷하다. 두 엔진 공통점은 4기통 대 배기량. 데일리 엔진은 4기통 3.0L 커먼레일 디젤 엔진이다. 실린더 하나당 750cc에 달하는 4기통 엔진이 뿜어내는 굵직한 엔진음이 매력적이다.

바닥이 폭신폭신하다

그럼에도 진동과 소음은 흠잡을 데 없다. 디젤 엔진이기에 잔잔하게 운전대를 흔들지만 불편한 수준은 아니며, 소음도 제법 꼼꼼히 억제했다. 폭신한 바닥 소재부터 제법 방음에 신경 쓴 점을 엿볼 수 있다.

앞바퀴가 운전자보다 앞에 있는 세미 보닛 구조이기에 승차감과 주행 안정성이 좋다

도로로 나서며 운전대를 돌리는 순간, ‘아차’ 깨달았다. 이 차는 앞바퀴가 나보다 앞에 있다. 그래서 버스 코너 돌 듯이 앞부분 쭉 내민 뒤 운전대 감아 들어갈 필요 없다. 현대 스타렉스처럼 뒤로 조금 멀찍이 떨어진 뒷바퀴만 조심하며 승용차처럼 운전하면 된다.

승차감은 의외다. 시승차는 카고 트럭인데다 뒤가 텅 빈 상태이기에 통통 튈 줄 알았건만, 예상외로 진득이 도로를 누르고 나아간다. 사실 물리적인 이유가 있다. 우리가 타오던 캡오버 방식 트럭은 캡이 앞바퀴보다 앞으로 튀어나와 뒷바퀴에 하중이 거의 실리지 않는다. 반면, 데일리 같은 세미 보닛 구조 트럭은 캡 무게만큼 뒤로 무게가 나뉘어 적재함이 비어도 뒷바퀴가 촐랑대지 않는다.

섀시 캡 모델. 바닥 사다리꼴 프레임이 적나라하게 보인다. 프레임은 5㎜ 두께 특수강 소재다

그래도 보디 온 프레임 구조의 한계는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거친 노면을 만나면 유니보디 구조의 다른 밴과 달리 터덜터덜 흔들린다. 도로 위 잔진동을 마치 증폭시켜 전달하는 느낌이랄까. 이때 진가를 발휘하는 장치가 에어 서스펜션 시트다. 차가 흔들릴 때 시트만 따로 공중에 떠있듯이 자체적으로 충격을 걸러버린다. 그래서 손과 발은 떠는데, 엉덩이는 시종일관 차분하다. 참고로 이 장비 또한 엉덩이 밑이 텅 빈 세미 보닛 구조였기에 두꺼운 구조를 넣을 수 있었다.

직렬 4기통 3.0L 디젤 엔진을 얹는다. 보닛엔 스프링이 달려, 지지대가 필요 없다

출력은 딱 알맞다. 3.0L 디젤 엔진은 최고출력 180마력, 최대토크 430㎚(43.8㎏·m) 힘을 낸다. 주목할 점은 토크 밴드다. 저회전부터 꾸준히 큰 힘을 내는 가변식 터보차저(VGT)를 붙여 1,500rpm부터 3,000rpm까지 최대토크를 쏟아낸다. 덕분에 도심 주행에서 경쾌하게 나아간다.

그런데 잘 달리던 차가 시속 90㎞에서 별안간 가속을 멈춘다. 아, 총중량 3.5t 이상 트럭은 법적으로 속도 제한이 달려서다. 덕분에 고속 가속 성능은 알 수 없으나, 제한 속도까지는 충분한 힘으로 가속했다. 더욱이 앞뒤 무게 배분이 한결 균형 잡힌 세미 보닛 구조이기에 캡오버 방식 트럭보다 고속 주행 안정감도 뛰어나다.

이토록 느린 속도 트럭에 무려 8개 기어를 갖춘 변속기를 얹었다. 워낙 촘촘해, 변속 충격은 급가속하지 않는 이상 느끼기 어려울 정도다. 이베코에 따르면 6단 수동변속기보다 연료 효율이 좋을 뿐 아니라 내구성 역시 더 뛰어나다고. 전자식 변속 레버로 수동 변속과 ‘에코’ 및 ‘파워’ 두 가지 주행 모드를 주무를 수 있는 점도 인상 깊다.

운전대 오른쪽에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조작하는 버튼이 달렸다

장거리 운전의 동반자

데일리엔 첨단 운전자 보조 장치가 달렸다. ‘차선 이탈 경고’는 마스터나 쏠라티, 마이티에도 있는 친숙한 기능. 이 차엔 하나 더 있다. 바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다. 설정한 속도를 따라 앞 차와 간격을 조율하며 알아서 가·감속한다.

장거리 운전할 때 가속 페달이던, 브레이크 페달이던 끊임없이 밟아야 했던 오른발을 편히 쉴 수 있도록 해주는 고마운 장비다. 실제 켜보니 믿음직스럽게 앞 차를 인지하며, 가·감속 또한 사람이 운전하듯 부드럽다. 아무래도 짐이 실릴 트럭이기에 미리미리 감속해 급제동 상황을 줄이는 모양이다.

약 31㎞를 달린 짧은 주행이기에 연비는 측정하지 못했다. 다만, 뉴 데일리는 2020년형으로 거듭나며 연료 효율을 높였다. 신형 교류 발전기엔 큰 힘이 필요할 때 발전을 멈추는 똑똑한 기능을 더했으며, 유압식 조향 장치는 전동식으로 바꾸어 엔진에 걸릴 저항을 줄인다. 마지막으로 데일리만을 위해 개발한 미쉐린 A 클래스 슈퍼에코 타이어(선택 사양)까지 더하면 이전보다 최대 3.5% 연료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베코 뉴 데일리. 언제나 화물이 우선이던 국산 준중형급 트럭과 달리 이 차는 사람까지 배려한다. 그래서 엔진이 앞으로 이동했고, 여러 편의 장치가 달렸으며, 첨단 운전자 보조 장치까지 아낌없다. 비록 국내 적재 중량 1.5~3.5t 상용차 시장은 국산차가 철옹성처럼 지키고 있지만, 뉴 데일리가 사람은 뒷전인 상용차 시장에 조금이라도 변화를 일으키길 바라는 이유다.

뉴 데일리 가격은 섀시 캡 5,500~6,140만 원, 밴 6,300~7,550만 원이다.

<제원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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