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바퀴만 닿으면 그 어떤 길이라도 달린다,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

박지웅 입력 2020.02.13 10:50 수정 2020.02.13 10:5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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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다니는 곳 없는 패밀리카라고? 럭셔리 SUV와 오프로더가 기막히게 조화를 이루는 디스커버리 스포츠가 새 옷을 입고 출동했다.

2020년은 우리나라 최초의 자동차 ‘시-발’이 탄생한 지 65년째 되는 해다. 서울 한복판에 소달구지가 다녀도 이상하지 않던 시절, 6·25 전쟁 직후 미군이 버린 윌리스 MB 지프 부품을 하나둘씩 모아 만든 어엿한 국산 네바퀴굴림 SUV였다. 이보다 7년 앞서 지구 반대편 영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장차 세계적인 네바퀴굴림 SUV 브랜드로 발돋움할 랜드로버가 싹을 틔웠다. 자동차 역사에 한 획을 그을 오프로더 전설의 시작이었다.

흔히 랜드로버 하면 존재감 넘치는 레인지로버를 떠올리지만, 사막의 롤스로이스로 불리며 대표적인 럭셔리 SUV가 된 레인지로버가 지금의 랜드로버를 있게 한 수훈갑은 아니다. 브랜드 성공의 주역은 따로 있다. 1989년 등장한 디스커버리다. 온·오프로드를 아우르는 전천후 패밀리카라는 특징 덕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세계 각지로 팔려나갔다. 랜드로버가 1995년 처음으로 연간 생산량 10만대를 넘긴 배경에도 디스커버리 활약이 있었다.

랜드로버는 효자 디스커버리에 힘을 더 실어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중형 SUV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해 비슷한 판매고를 올리던 프리랜더가 2015년부터 디스커버리를 따라 디스커버리 스포츠로 이름을 바꾸고 동생 티를 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럭셔리와 오프로더 감성을 적절하게 버무린 1세대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다재다능함을 인정받으며 지금까지 전 세계 50만대 이상, 우리나라에서만 1만7000대 이상 팔리며 프리미엄 중형 SUV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이런 분위기를 계속해서 이어나갈지는 2세대 디스커버리 스포츠 어깨에 달렸다. 실제로 만나본 신형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만족할 만한 요소로 가득했다. 전체적인 실루엣은 그대로이나 생김새는 몰라보게 변했다. 앞뒤로 LED 라이트를 적용하고 깔끔한 육각 디자인 프런트 그릴을 다는 등 시그니처 패밀리룩을 반영하여 디자인에 한껏 세련미를 더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디자인 면에서 오프로더다운 야성미가 기대에 못 미치는 점이다. 쓸어 올린 범퍼 디자인과 칼집 공기구멍이 강인한 인상을 주려 애쓰지만, 전체적으로 온화한 외모라는 인상을 지우지 못했다. 하지만 디스커버리 형제는 오프로더로도 손색없는 패밀리 SUV를 지향한다. 결국 디스커버리 스포츠의 목표가 형인 디스커버리를 도와 패밀리카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라면 오히려 야성미보다는 프리미엄 SUV 이미지를 더 부각하는 게 맞다. 어차피 오프로더로서의 면모는 오래도록 갈고닦은 실력으로 증명하면 된다.

실내는 레인지로버 제품군 못지않은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풍긴다. 최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터치 프로 2’를 품은 중앙 디스플레이는 10.25인치로 커졌다. 한층 선명해진 해상도와 빠른 터치감도 만족스럽다. 공조장치 및 여러 기능 조작은 모던한 디자인의 터치식 버튼으로 하게 만들어 센터페시아가 한층 깔끔해졌다.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도 자랑 삼을 만하다. 기본적인 주행 정보 외에도 내비게이션과 오디오, 안전 시스템과 같은 메뉴를 띄울 수 있다. 견고한 마감 상태와 더불어 카메라가 찍는 시원한 후방 시야를 영상으로 보여주는 클리어 사이트 룸미러와 헤드업 디스플레이, 메르디안 사운드 시스템 등 시야에 걸리는 요소 하나하나 고급스러운 감성에 한몫한다.

국내에 들여온 파워트레인은 총 3가지. 4기통 2.0L 인제니움 디젤 엔진이 들어간 D150(150마력, 38.8 kg·m)과 D180(180마력, 43.9kg·m), 같은 사이즈 인제니움 가솔린 엔진이 들어간 P250(249마력, 37.2kg·m)이다. 모두 상시 구동하는 네바퀴굴림 시스템을 물렸다. 시승차는 가장 많은 판매 볼륨을 자랑할 D180 모델을 준비했다.

모든 파워트레인에는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MHEV)를 적용했다. 2020년부터 모든 신차에 전동화 시스템을 넣겠다고 말한 재규어랜드로버가 약속을 지킨 셈이다. D180은 몸무게가 무려 2130kg이나 나가지만, MHEV 시스템 덕분에 기름 먹는 하마는 면했다. 시속 17km 이하에서는 엔진을 멈추고, 가속 시 배터리가 힘을 보태기 때문에 연료효율이 이전보다 6% 향상했다. ZF 9단 변속기까지 2% 연료효율 개선을 가져온 덕분에 육중한 체중에도 불구하고 복합연비 11.5km/L를 달성했다.

온로드 주행질감은 다소 기대 이하였다. 출발은 부드럽지만, 최대토크가 43.9kg·m나 하는데도 2t이 넘는 몸무게가 버거운지 가속이 굼뜨다. 와인딩도로를 달릴 때 출렁이는 승차감은 오프로드 주행을 염두에 둔 세팅이려니 넘겨야 했다. 엔진 소음은 이제껏 타본 디젤차 중 손꼽힐 정도로 잘 잡았다. 귀를 쫑긋거리지 않는 이상 바깥에서도 디젤 모델인지 모를 정도다.

주행 내내 느껴지는 듬직한 차체 강성은 곧 이어질 오프로드 코스 주행 기대감을 한껏 고조시켰다. 오프로드 주행이 주는 느림의 미학에 흠뻑 빠질 준비가 됐다. 처음은 언덕 코스로 가볍게 시작했다. 하늘밖에 보이지 않는 가파른 언덕길을 네 발로 성큼성큼 올라갔다. 내려올 때는 힐 디센트 컨트롤을 활성화하고 속도를 제어하면서 사뿐하게 내려왔다. 다음은 머드 코스. 전날 내린 진흙이 더 질척거렸다. 걱정과 달리 머드 모드에 놓고 가속 페달을 지그시 밟자 차는 네 바퀴에 토크를 자유롭게 배분하며 가뿐하게 통과했다.

도저히 길처럼 생기지 않은 범피 구간을 맞닥뜨렸다. 웬만한 SUV도 배가 걸려 오도 가도 못하거나 범퍼 정도는 희생해야 통과할 법한 거친 지형이었다. 하지만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최대 접근각도와 이탈각도가 각각 20도, 30도인 장점을 살려 상처 하나 없이 전진했다. 압도적으로 뛰어난 오프로드 주행 실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후 수로와 자갈, 모래 코스가 계속 이어졌다. 35분간의 오프로드 주행이 막 끝나갈 무렵 수로를 다시 만났다. 이번 수로는 간담이 서늘할 정도로 깊었다. 최대 60cm 도강이 가능하다는 제원표를 믿고 거침없이 물로 들어갔다. 물속으로 바퀴가 다 잠겼는데도 실내로 물이 들이치지 않았다. 부력만 있으면 수륙양용 자동차로 활용해도 좋을 법한 방수 성능이었다. 침수와 도강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며 시속 5km로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마치 몸이 물에 반쯤 잠긴 하마처럼 깊은 수로를 유유히 헤엄쳐 빠져나왔다.

물론 차 값을 준비하고 레인지로버로 눈을 돌리면 이보크가 아른거린다. 조금만 무리하면 못 가질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이보크는 터프한 매력보다는 프리미엄 감성에 많이 치우쳤다. 주행 환경에 구애받지 않는 패밀리카를 찾는다면 디스커버리 스포츠를 골라야 할 이유가 분명하다. 더 고급스러운 인테리어까지 갖췄으니 굳이 웃돈 주고 몇 살 더 먹은 디스커버리를 살 필요도 없다.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일단 합격이다. ‘원작보다 뛰어난 속편 없다’는 징크스를 확실히 깼다.

THINGS YOU MAY WANT TO KNOW

TERRAIN RESPONSE 2

전자동 지형반응 시스템 2는 컴포트, 눈길, 자갈, 모래 등 6가지 모드를 지원한다. 자동으로 두면 노면 상태를 실시간으로 분석하여 가장 적합한 지형 프로그램을 알아서 선택한다.

FRONT/REAR BUMBER

접근각도(최대 25도)와 이탈각도(최대 30도)로 설계한 범퍼는 디스커버리 스포츠가 험한 오프로드에서도 거침없이 주행할 수 있는 비결이다.

CLEARSIGHT GROUND VIEW

인접한 전방 시야를 180도로 시원하게 보여준다. 마치 보닛을 통과하여 바라보는 듯하여 장애물이 많은 오프로드 주행은 물론 주차가 까다로운 공간과 도로 연석이 높은 곳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CLEARSIGHT REAR MIRROR

룸미러가 모니터가 되어 1700만 화소 렌즈가 찍는 후방 영상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렌즈는 외부 안테나에 설치했으며 빗물, 먼지 등에 오염되지 않도록 특수 설계했다.

REAR SEAT

2열 시트에 리클라이닝 기능을 넣었다. 앞뒤로 160mm 슬라이딩까지 가능하다. 어린아이부터 성인까지 모든 승객이 넉넉하고 편안하게 2열 공간을 누릴 수 있다.

BOOT SPACE

짐공간은 이전 세대보다 17% 정도 커졌다. 기본 짐공간이 897L를 자랑하고, 2열 시트를 접으면 1794L까지 늘어난다. 센터 콘솔은 최대 9.9L까지 수납할 수 있다.

INTELLIGENT AWD SYSTEM

2세대 디스커버리 스포츠에 처음으로 적용했다. 평상시에는 앞바퀴에만 토크를 보내 효율을 높인다. 1초에 100회 주행 조건을 체크하기 때문에 네 바퀴 전부 동력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전자식으로 뒤쪽에도 토크를 배분한다.

48V MILD HYBRID SYSTEM

시속 17km 이하로 주행 시 엔진 구동이 멈추도록 설계했다. 이때 차체 하부에 장착한 리튬 이온 배터리가 주행 중 에너지를 저장했다가 재가속 시 엔진이 다시 깨어나면 가속을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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