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in Test #1] 까다로운 승자의 조건, 파나메라 GTS vs AMG GT 63 4-DR

조회수 2020. 2. 26. 11:4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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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도어로 배신한 고성능 쿠페 대결. 기왕 배신할 것이라면 멋지게, 강력하게, 여유롭게 돌아서라!

김송은  사진 이영석

포르쉐와 메르세데스-AMG 고성능 쿠페를 나란히 세웠다. 파나메라 GTS와 AMG GT 63 S 4도어 4매틱 플러스다. 그들은 몇 가지에 도전했다. 날렵한 몸매에 넓은 공간을 품어야 한다. 덩치는 커도 행동은 재빨라야 한다. 운전자의 손엔 땀을, 승객에겐 단잠을 선사해야 한다. 스타일·힘·실용성 면에서 두루 만족시켜야만 한다. 그 도전의 성공에 누가 더 가까울까. 물론 이 둘의 스펙을 맞비교하긴 어렵다. 파나메라 GTS가 아닌 터보를 가져왔어야 공평한 경쟁일 테다. 아쉽게도 시승차가 없었다. 하지만 가격만 놓고 보면 충분히 싸워볼 만한 게임이다. 그들의 대결을 팝콘 먹으며 지켜보긴 어려울 것이다. 브랜드 자존심이 걸린 진검승부를 숨죽여 지켜보시라.

두 모델 모두 옆에서 바라보면 유려한 라인이 길고 긴 보닛을 지나 완만한 지붕을 넘는다. 그대로 쭉 미끄럼틀 타듯 지면으로 떨어진다. 승객 4명 모두에게 여유로운 공간을 제공하면서도 그 여유를 겉에서 들키지 않는 비결이다. 전체적인 실루엣은 서로 닮았지만 가만 보면 무게 중심이 다르다. GT 4도어는 파나메리카나 그릴이 툭 튀어나왔다. 마치 빠르게 달리다가 급하게 멈춰선 모양이다. 가만히 서 있어도 속도감이 생생히 전해진다. 파나메라 GTS의 옆모습은 안정적인 균형감을 보인다. 빠르게 달릴 때라도 멈춰서 있는 듯 침착한 자세다. 대신 외관 곳곳에 GTS만의 블랙 파츠로 뛰어난 성능을 암시한다. 두 모델 모두 엉덩이가 빵빵하다. 그 위에 가느다란 테일램프를 그어넣은 점도 비슷하다.

쿠페라면 프레임리스 도어를 빼놓을 수 없다. 두 모델 모두 창틀 없이 말끔한 4개의 문을 갖췄다. 문을 열고 실내로 들어서자 확고한 취향을 가진 두 사람의 옷장을 보는 듯했다. GT 4도어 인테리어는 화려하고 자극적이었다. 제트기 프로펠러를 닮은 원형 송풍구, 사선과 곡선이 자유자재로 쓰인 센터페시아와 센터콘솔 형상. 화려한 그래픽을 자랑하는 길고 긴 모니터와 번쩍번쩍 빛나는 크롬과 블랙 하이그로시 소재. 보기만 해도 눈부셨다. 반면, 파나메라 GTS는 단정하고 실용적인 스타일을 뽐냈다. 센터페시아와 센터콘솔은 네모반듯한 하나의 유기체로 이어졌다. 각종 버튼은 한 방향으로 정갈하게 정리했다. 크롬 라인이 쓰였지만 화려한 장식용보단 디자인 요소를 깔끔하게 다듬는 역할로 사용했다. 모니터에 담긴 그래픽은 단순하고 채도는 낮았다. 차분했다. 

2열 공간도 비슷한 분위기였다. GT 4도어의 뒷좌석은 여객기 퍼스트클래스를, 파나메라 GTS는 놀이동산 롤러코스터 시트를 연상시켰다. GT 4도어는 초호화 럭셔리 감성으로 탑승객이 누구든 VIP 로 만들어버렸다. 높은 센터터널과 암레스트는 옆좌석과 완전히 분리된 공간을 만들었다. 공간 안에 또 다른 공간이 있는 셈이다. 고품격 감성은 분명했지만 공간적으로 답답한 기분은 어찌할 수 없었다. 2열 전방 시야조차 앞좌석 헤드레스트에 가려졌다. 파나메라 GTS로 옮겨 타자, 숨이 좀 트였다. 중앙에 거슬리는 것도 없고 전방 시야도 열렸다. 뒷좌석을 접지 않은 상태에서 트렁크 공간은 파나메라가 조금 더 크다. 

GT 63 S 4도어 4매틱 플러스는 V8 4.0L 트윈터보 엔진을 품었다. 최고출력은 639마력, 최대토크는91.8kg·m를 뿜어낸다. 0→시속 100km 가속은 3.2초 만에 마치고, 최고시속은 315km에 이른다. 듣기만 해도 손에 땀이 나는 스펙이다. 시동을 걸고, 엑셀을 밟고, 속도를 올리는 모든 과정에서 느낀 점은 단 하나. ‘넉넉한 뒷자리는 마지못해 만든 것 같아.’ 영락없는 스포츠카였다. 운전자에게 거침없이 거친 노면 질감을 전했고, 터질 것 같은 힘으로 들썩거리며 속도를 올리라고 재촉했다. 조금만 욕심을 냈다 하면 뒷바퀴는 헛돌았다. 그래 놓고 금세 자세를 잡으며 운전자를 다독였다. 채찍과 당근이 수도 없이 오고 갔다. 긴장감은 계속 이어졌고, 불친절한 감각에 몸은 적응하지 못했다.

파나메라 GTS도 적지 않은 힘을 지녔다. V8 4.0L 가솔린 엔진은 최고출력 460마력, 최대토크 63.3kg·m을 발휘한다. 0→시속 100km 가속은 4.1초에 끊는다. 시동을 걸자 정중한 음색의 배기음이 들려왔다. 가속페달을 밟는 순간부터 속도를 잊고 달리는 찰나까지 운전자도 자동차도 시종일관 우아하다. 속도를 올리든 코너를 돌든 멈추든 운전자에게 그 모든 권한이 주어졌다. 운전에 자신감이 붙었다. 파나메라는 자신의 무게와 크기를 잊고 가뿐하게 모든 상황을 대처했다. 신기할 정도였다. 완성도와 정확성에 감탄 또 감탄했다. 차에서 내리고 싶지 않았다. 이제 승패를 가려야 할 시간. 주행이 재미있고 생김새 멋진 건? 두 모델 모두 빠지지 않는다. 그럼, 승객의 안락성까지 능숙하게 담아낸 건? 5도어 고성능 쿠페의 필수 덕목을 떠올리니 쉽게 답이 나왔다. 포르쉐 파나메라 GTS가 강력한 도전자 앞에서 챔피언 벨트를 지켜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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