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공비행(低空飛行), 할리데이비슨 소프테일 로우 라이더 S

조회수 2020. 5. 13. 11:4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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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공비행

低空飛行

HARLEY-DAVIDSON SOFTAIL LOW RIDER S

늦은 밤 아내 몰래 도로로 나섰다. 혹여나 누군가의 단잠을 깨울까 집에서 떨어진 곳까지 끌고 나와 시동을 걸었다. 겨울이 남기고 간 냉기는 기분 좋게 엔진을 감싼다. 그렇게 서울 도심 속 야간비행을 시작한다.

'이대로 날아오르지 않을까?’ 출발을 알리는 초록불과 함께 클러치를 튕기듯 놓으며 스로틀을 크게 열어 달려갈 때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이다. 바이크는 곧 이륙할 것처럼 맹렬하게 속도를 붙인다. 순식간에 주변의 시야는 흐려지며 자연스럽게 계기반 너머로 모이는 소실점에 온 신경이 집중된다. 어느새 백미러에는 가로등 불빛만이 멀어진다.

모터바이크 라이딩은 가고자하는 방향으로 몸을 기울여서 방향을 바꾼다는 점에서 비행과 유사하다. 그렇게 보면 로우라이더S를 타고 달리는 것은 한없이 낮은 곳을 나는 저공비행이라고 할 수 있다. 기울어 돌아갈 때 손을 뻗으면 노면에 손이 닿을 것 같이 가까워진다.

모두가 잠든 이 새벽. 목적지도 없이 달리는 것을 비행(飛行)으로 이야기할까, 아니면 비행(非行)이라고해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뭐든 좋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며 일상의 스트레스를 다 털어버리고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한없이 조용한 순정의 로우라이더S는 존재감을 감춘 스텔스 전투기처럼 아무도 모르게 비행, 아니 짧은 일탈을 마쳤다.




소프테일로 변주된 머슬크루저

HARLEY-DAVIDSON SOFTAIL LOW RIDER S

2016년 다이나 패밀리로 처음 선보인 로우라이더 S는 로우 라이더를 기본으로 110큐빅인치(1,801cc) 엔진을 얹고 다크커스텀으로 꾸며진 스페셜 모델이었다. 기본적인 스타일은 1977년 XLCR 카페레이서를 오마주 한 것이다. 강력한 토크의 엔진에 카리스마 넘치는 스타일이 돋보였다. 2018년부터 다이나 패밀리가 소프테일 패밀리로 통합되며 잠시 라인업에서 사라졌다가 2020년 다시 소프테일을 기반으로 선보이는 것이다.


스타일리시 디자인

로우라이더S의 스타일은 그야말로 할리데이비슨 다크커스텀의 절정이다. 화려한 느낌을 주는 비비드 블랙 컬러와 거친 파우더 코팅, 그리고 무광블랙까지 다양한 질감의 블랙이 섞이고 여기에 마그네슘 골드로 포인트를 준다. 다이나 시절 드래그 레이서 스타일 오픈형 에어필터는 얌전한 타원형 디자인으로 바뀌고 특징적인 탱크 배지는 브론즈 컬러 레터링으로 대체되었다. 디자인은 전반적으로 과격함이 줄고 세련미를 강조했다. 하지만 성능 면에서는 큰 발전이 있다. 신형 소프테일 플랫폼으로 차체는 더 가벼워지고 엔진은 강력해진 덕분이다. 밀워키-에잇 114 엔진이 퍼포먼스의 중심에 있다. 1,864cc 배기량에 3,000rpm에서 155Nm의 강력한 토크를 낸다. 실린더당 932cc라는 엄청난 크기의 엔진은 한 발, 한 발 터트리는 토크가 엄청나다. 덕분에 단거리 가속은 어지간한 스포츠 바이크에도 뒤지지 않는다. 오히려 길고 낮은데 프런트가 묵직해서 빠른 가속에도 안정적이라 더 빠르게 치고 나갈 수 있다. 드래그 레이서 콘셉트인 FXDR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을만한 성능이다.

주행의 즐거움

빠른 가속 성능만큼이나 제동 성능도 인상적이다. 프런트 브레이크의 사양은 300mm의 대구경 더블디스크와 4피스톤 캘리퍼 조합이다. 할리데이비슨 특유의 두툼한 레버가 섬세한 조작감을 조금 깎아먹지만 레버를 누르는 대로 솟아나는 강력한 제동력이 믿음직하다. 특히 프런트 포크가 제동 시 하중을 받아주면서도 노면 추종성을 놓치지 않는 점이 안심을 준다. 로우라이더S의 주행 성능이 돋보이는 것은 날렵한 타이어 폭의 영향도 크다. 프런트 110mm, 리어 180mm로 과장되지 않은 타이어는 당연히 좋은 핸들링을 만들어낸다. 팻보이나 팻밥, 브레이크 아웃 등과 비교하면 확실히 코너를 진입하며 기울일 때와 돌아갈 때의 저항이 적다. 여기에 로우라이더 기본형과 비교하면 레이크 각도를 30도에서 28도로 줄여 더 민첩한 핸들링을 이끌어냈다. 이 모든 것이 주행의 즐거움을 위해서다. 포지션은 의외로 크지 않다. 시트에 앉으면 무릎이 직각으로 꺾여 내려오는 자세에 모토크로스 스타일의 핸들 바가 조합되어 적당히 터프하지만 느긋하지는 않은 형태가 취해진다. 바이크를 적극적으로 다루기 좋은 자세다. 다만 대부분 할리가 그렇듯 하체를 조이고 타는 바이크가 아니어서 니그립은 거의 되지 않는다. 그래도 엉덩이 뒤쪽을 든든히 받쳐주는 시트 덕분에 급가속에도 뒤로 밀릴 것 같은 불안함이 없다. 오히려 이런 자세가 주는 헐렁한 듯 달리는 독특한 감각이 아주 마음에 든다.

선입견을 깨부수다

할리데이비슨에 대해 대중들이 가진 선입견은 뭐가 있을까? 시끄럽다? 배기량만 크고 느리다? 브레이크가 별로다? 감성 빼면 성능이 떨어진다? 등은 마치 진짜처럼 회자되는 이야기다. 사실 거의 모든 할리데이비슨에 해당하지 않는 내용이지만 특히 로우라이더S를 타보면 그런 생각은 꽤 잘못되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순정 상태는 그리 시끄럽지도 않고, 빠르고, 잘 서고, 여기에 머슬 크루저의 남성미는 물론 할리만의 유니크한 감성까지 충족시켜 준다. 여러모로 상당히 잘 만들어진 모델이다. 이 바이크의 경쟁자를 꼽아보라면 할리데이비슨 브랜드 밖에서는 떠오르지 않을 만큼 할리데이비슨의 독보적인 매력을 잘 담아내고 있다. 그리고 중요한 점은 신형 소프테일 시리즈가 다이나의 빈자리를 충분히 메워주고 있다는 것이다. 적어도 새로운 로우라이더S를 타면서 다이나 시절이 전혀 그립지 않았다.




HARLEY-DAVIDSON SOFTAIL LOW RIDER S

엔진 형식 공랭 스트로크 V형 2기통 OHV 4밸브    보어×스트로크 102 × 114.3(mm)    배기량 1,868cc   압축비 10.5:1 최고출력 미발표    최대 토크 155Nm / 3,000rpm    시동방식 셀프스타터    연료 공급 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    연료탱크 용량 18.9ℓ    변속기 수동 6단    서스펜션 (F) 텔레스코픽 도립 (R) 모노 쇽 스윙암    타이어 사이즈 (F)110/90B19,62H,BW (R)180/70B16.77H,BH     브레이크 (F)더블 디스크 (R)싱글 디스크    휠베이스 1,615mm    시트 높이 690mm    총 중량 308kg    판매 가격 3,190만 원






글/사진 양현용 편집장 (월간 모터바이크) 취재협조 할리데이비슨 코리아 www.harley-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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