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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형세단은 지루하기만 할까? 아우디 A6 & 기아 K5

모터트렌드 입력 2020.04.16.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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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중형세단을 마음에 두지 않은 건 지루하다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오늘 만난 두 대의 중형세단은 그 편견을 뒤집었다

오늘날 국산 중형차가 크고 화려하며 경제적인 차가 된 건 미국 시장 때문이다. 토요타 캠리, 혼다 어코드 등 일본차가 주도하는 미국의 중형세단 시장은 그 수요가 커서 전 세계 자동차 회사의 주요 공략 대상이다. 경쟁이 치열해서 프랑스 차들은 아직 진입을 못했고, 심지어 미국차도 포기했지만 현대 쏘나타와 기아 K5는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오랜 기간 미국의 법규와 그들의 취향에 맞추다 보니 대부분의 중형세단은 비슷한 크기에 비슷한 성능으로 모양만 조금 달리하는 차가 됐다. 내가 중형세단을 심심해하는 이유다.

무난해서 모두가 눈여겨보는 중형세단은 쓰임새가 무궁무진하다. 많이 팔리는 차이기에 가격 대비 구성도 훌륭하다. 오직 한 대의 차만 사야 한다면 중형 4도어 세단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다.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커다란 차체와 품위는 물론 안전과 성능, 안락함을 누릴 수 있다. 우린 미국에 중형세단을 수출하면서 혜택을 보게 됐다. 중형차 개발은 국내 시장에서 먼저 경험을 얻고, 국내 수요를 더해 경제적인 효과를 꾀할 수 있다. 미국 시장의 진입으로 국내 시장에도 좋은 중형차가 많아졌고, 땅이 좁은 나라에서 분에 넘치는 커다란 차를 탈 수 있게 됐다.

폭스바겐 파사트나 토요타 캠리, 혼다 어코드 등은 미국 시장을 위한 차로 개발됐다. 이들에게는 자기 나라에서 타는 작은 차가 따로 있는데, 우린 미국 수출용 차를 그대로 탄다. 결과적으로 국민차가 중형세단인 나라는 세계적으로 미국과 우리나라뿐이다. 중국도 베스트셀러는 아직 준중형에 머문다. 한국은 복받은 나라가 분명하다. 중형세단의 가치와 경제성에 감탄하면서도 내 차로 삼을 수 없는 건 평범해서였다. 누구에게나 권하고 싶은 차이지만 내 차로 하기에는 심심한 기분이 들어서다. 그런데 그런 차가 섹시해졌다. 너무 멋져서 갖고 싶은 차가 됐다.



기아 K5

아니, 어떻게 패밀리 세단이 이럴 수 있지? K5의 멋진 디자인은 놀라울 지경이다. 보면 볼수록 이보다 나은 차가 떠오르지 않는다. 크기도 충분하고 공간도 넉넉한 차가 늘씬하게 뻗어 있다. 디자인으로 볼 때 매우 바람직한 4도어 패스트백 세단이다. 애초에 스팅어가 이 모양이었어야 했다. K5를 보면서 동대문 DDP가 생각난 건 단순히 K5를 디자인한 카림 하비브가 DDP를 설계한 자하 하디드와 같은 중동 출신이어서다.

심장박동을 표현했다는 주간주행등부터 만타 가오리의 날개(?)를 떠올리게 하는 프런트 에어댐까지 화려한 선의 유희가 넋을 잃게 한다. 조금 복잡한 듯해서 마음에 들지 않았던 호랑이 코 그릴도 K5에서는 완전히 새로워졌다. 기아차 그릴은 원래 모습에서 멀어질수록 멋지다. 신형 K5의 그릴은 파충류인 듯, 외계 생명체가 됐다. A 필러부터 뒤창으로 이어지는 지붕선의 크롬 라인은 황홀하기까지 하다. 가장 대중적인 차를 이렇게 만들어 놓으면 고급차는 어떻게 할지, 또 다음 모델은 어떻게 만들지 푸념이 나올 지경이다.

실내 역시 만족스럽다. 스포티한 느낌의 차는 D컷 운전대로 스포티함을 확실히 다졌다. 요즘 기아차는 다이얼처럼 생긴 노브로 기어변속을 하는데, 수동변속은 패들시프트로 할 수 있어 두 손으로 운전대 잡는 버릇이 들 것 같다. 바람직한 일이다. 문 닫을 때 도움을 주는 도어의 돌기도 좋은 아이디어다. 신형 K5는 구형보다 길이가 50mm, 너비가 25mm 늘었다. 널찍한 실내는 차의 쓰임새를 크게 한다. 특히 무릎공간이 넉넉한 뒷자리는 이용 가치가 커 보인다. 감성품질이 뛰어난 실내는 멋진 디자인과 더불어 만듦새가 어느 수입차 부럽지 않다.

최고출력 180마력을 내는 1.6ℓ 터보 스마트 스트림 엔진은 1450kg의 차에 여유롭다. 0→시속 100km 가속 시간이 8초 정도인데, 이 정도 값의 패밀리 세단에 괜찮은 성능이다. 8단 자동변속기의 움직임도 나무랄 데가 없다.

차는 조용한데 승차감이 탄탄해 야무지다는 느낌이다. 운전대에도 유격이 없다. 함께 시승한 아우디 A6와 비교하자니 차 전체가 스포티하다. 가벼운 움직임은 차의 밸런스가 좋은 듯, 차체의 탄탄함이 스포티한 드라이빙을 이어간다.

구불거리는 길에서 단단한 서스펜션은 흔들림을 모른다. 결코 넘치는 힘은 아닌데 더 이상의 힘을 요구하기보다 느슨한 운전석이 몸을 꼭 잡아주기를 바란다.

바닥에 들러붙어 박력 있게 코너를 돌아가는 K5가 만족스럽다. 그런데 길이 굽어지면 내가 운전대를 돌리기 전에 차가 알아서 돌아간다(준자율주행). 나는 보정만 할 뿐이다. 무척 생소한 경험이다. 새로운 시대를 살아가는 새로운 운전법이다. K5 시승차는 일일이 나열하기도 어려울 만큼 많은 장비로 채워졌다. 값이 두 배 이상 나가는 A6가 부럽지 않다. 짧은 시승 동안 많은 장비의 일부만 써볼 수 있었다. 내 차가 돼야만 시간을 갖고 모든 장비를 이해할 듯하다. 카카오와 만든 음성인식 장비는 창문과 에어컨, 오디오 등을 컨트롤하는데 아직 재미에 머무는 듯하다.



과거 영국에서 서민을 위한 차 미니가 처음 나왔을 때 부자들도 재미가 있어 미니를 샀듯, 중형차를 외면하던 고객도 너무 멋진 디자인에 혹해 K5를 사지 않을까 상상한다. 그렇게 K5는 지난 1월 국내 판매 1위를 달성했다. 거리에 넘쳐나는 대중차가 이런 멋진 차라니 너무도 행복하다. 즐겁다.


아우디 A6

A6는 1968년 출시된 아우디 100으로 역사가 시작됐다. 당시 아우디는 덩치만 큰 폭스바겐이었다. 대중차 브랜드 아우디를 오늘의 프리미엄급으로 만든 건 페르디난트 피에히 박사의 집념이었다. 포르쉐 박사의 외손자인 그는 ‘기술을 통한 진보’라는 구호 아래 아우디를 오늘날 벤츠, BMW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차로 만들었다. 승용차 최초로 네바퀴굴림을 적용하고 최초의 알루미늄 보디로 차를 가볍게 했다. 승용차의 공기역학에 힘쓰고, 처음으로 5기통 엔진을 개발하기도 했다. 지속적인 기술개발로 아우디는 진정한 독일차로 우뚝 섰고, A6는 K5의 두세 배 값을 받는 차가 됐다.

A6가 벌써 8세대라고 한다. 요즘 아우디는 모델 트림에 30부터 60까지 5단위로 숫자를 쓰는데 그 정확한 방법은 복잡해서 잘 모른다. 오늘 시승차의 엉덩이에 붙은 45라는 숫자는 적당한 힘을 암시한다. 머플러 구멍을 가짜로 만들 만큼 점잖은 차다. 45 TFSI는 A6 중에서 아랫급인 4기통 2.0ℓ 엔진을 얹었다. 위로는 3.0ℓ 엔진을 얹은 모델과 S6, RS6 같은 차도 있다.

커다란 그릴을 단 아우디 고유의 모습은 여전하다. 고급차의 아이덴티티를 확실히 하고 싶은 아우디의 의도대로 멀리서도 아우디라는 걸 단박에 알아챌 수 있다. 심플했던 보디는 이번에 깊은 주름을 잡아 근육질 몸매로 다졌다. 앞뒤 바퀴 구멍 주변을 부풀리고, 허리에 주름을 잡아 코카콜라 병 모양의 클래식한 디자인을 완성했다. 운전석에 앉으니 버추얼 콕핏과 듀얼 터치스크린이 눈길을 잡는다. 어두운 색 우드그레인과 대시보드 전체에 넉넉히 쓴 크롬 때문인지 분위기가 클래식하다. 아우디를 볼 때마다 독일판 렉서스 같다고 생각했다. 세심하게 정성을 다한 품질에서 오는 느낌이다.



아우디는 A6가 비즈니스 세단임을 강조한다. 여기서 비즈니스라 함은 품위를 중시하고 조금은 보수적이며, ‘강남 쏘나타’ 이미지보다는 좀 더 비싼 차라는 뜻일 거다. 천장이 높아 그런지 실내는 K5보다 넓어 보인다. 뒷자리 무릎공간은 K5보다 못하지만 아우디는 동급에서 가장 넓은 실내를 강조한다. 요즘 유행에 따라 앰비언트 라이트도 챙겨 실내가 화려하다.

애초에 네바퀴굴림을 생각하고 만든 A6는 엔진을 세로로 배치했다. 252마력을 내는 직분사 터보 엔진은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와 짝을 이뤄 효율을 극대화한다. 12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전기모터가 에어컨 벨트와 팬벨트 등을 돌려 엔진 부담을 덜어주고 성능과 연비를 높인다. 또 구동력에 실제로 6.1kg·m의 토크가 더해져 좀 더 화끈하게 차를 밀어붙인다. 무게가 1820kg에 이르지만 0→시속 100km 가속 시간이 6.3초다.

K5를 타다 옮겨 탄 A6는 상대적으로 가볍고 부드럽다. 운전대가 가볍고 서스펜션이 매끄럽다. 낭창거리는 탓에 굽은 길에서 세차게 몰기가 조심스럽다. A6도 충분히 단단한 독일차이지만 K5와 비교하자니 그랬다. K5보다 사이드 월이 높은 55시리즈 타이어는 멋보다 성능과 연비를 우선하는 실리를 챙겼다. 네 바퀴로 땅바닥을 움켜잡지만 21세기를 달리는 아우디에서 구름저항 따위는 느낄 수 없다.

강변도로에서 A6가 쭉쭉 뻗어나간다. 용도가 패밀리 세단이든 비즈니스 세단이든 4기통 엔진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세차게 가속하는 차는 조용하다. 그러고 보니 A6는 공기저항계수가 0.24에 불과하다. 1982년 승용차 최초로 0.30의 공기저항계수를 달성한 아우디는 표면을 매끄럽게 다듬어 공기저항을 적게 받는 승용차를 만들기로 유명하다. 그 때문인가, 별다른 흡음재가 없어도 꽤나 조용하다.



A6는 단점을 찾기 어려운, 바람직한 고급 수입 중형세단이다. 두루 쓰기에 적당하며 안팎으로 넉넉한 고급차다. 준자율주행 장비를 비롯해 음성인식 등의 편의장비도 갖춰 아쉬움이 크게 없다. 그런데 ‘프리미엄급 수입 중형세단이 국산 중형차와 무엇이 다를까? 두 배가 넘는 값은 타당한가?’ 하는 애초의 궁금증은 꼬이고 말았다. K5가 너무 섹시한 탓이다.

글_박규철



CREDIT

EDITOR : 서인수   PHOTO : 박남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