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운터-스트라이크,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조회수 2020. 2. 1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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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소형 SUV 시장에서 쉐보레 존재감을 높여줄 구원투수가 등판했다

트레일블레이저를 보면 2013년 홀로 국내 소형 SUV 시장 개척에 나섰던 트랙스가 떠오른다. 당시는 자동차 업체 전체가 실용성을 강조하며 덩치 큰 SUV에 집중하던 시기였다. 르노의 QM3와 쌍용의 티볼리도 아직 세상에 없었다. 당시에는 국내 소비 트렌드를 역행해서 출시한 트랙스가 인상적이지는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시장 반응도 썩 만족스럽지 못했다. 마감 상태, 실내 공간, 연결성 면에서 기대 이하라는 혹평이 이어졌다. 생각보다 높은 가격도 흥행에 도움을 주지 못했다. 어쩌면 트랙스의 용감한 도전이 무모한 시도로 보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머지않아, 소형 SUV는 중형 세단에 버금가는 적재공간과 비교적 저렴한 가격을 인정받아 점차 이목을 끌기 시작했다. 트랙스가 드디어 빛을 보나 싶었지만, 이번에는 후발 주자로 나선 티볼리가 인기를 가로챘다. 쉐보레 입장에서는 죽 쑤어 개 준 셈이었다. 이제는 국내 완성체 업체 모두 1개 이상 소형 SUV 모델을 판매 중이다. 경쟁모델이 너무 많아, 비집고 들어갈 틈이 별로 없다. 이미 세상은 쉐보레가 이 시장 개척자였다는 사실을 까마득하게 잊은 듯하다.

소형 SUV 시장은 지금 자동차 업계가 인정하는 좋은 먹거리이자, 그 어떤 세그먼트보다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격전지다. 쉐보레는 그동안 티볼리-코나-셀토스로 이어지는 인기 소형 SUV의 성공 행진을 눈앞에서 바라만 봐야 했다.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를 갈고 또 갈았을 터다. 구겨진 자존심을 세워줄 강력한 한방이 필요했다. 단비 같은 신차 트레일블레이저를 불러온 이유다.

트레일블레이저에는 두 가지 가솔린 엔진을 올라간다. 실린더 개수는 3개로 모두 같지만, 하위모델(1.2L)과 상위모델(1.35L)은 배기량이 달라 출력에는 조금 차이가 있다. 최고출력 156마력, 최대토크 24.1kg·m를 발휘하는 최상위모델의 경우 하이드라매틱 9단 자동변속기와 네비퀴굴림 시스템이 기본으로 들어간다. 트림마다 디자인에 약간씩 차이를 둔 점도 마음에 든다. 특히 RS와 ACTIV의 디자인 콘셉트가 극명하게 갈린다.

좀 더 친숙한 이미지의 소형 SUV가 RS쪽이라면, ACTIV는 오프로드가 주 무대일 듯한 강인한 인상이 디자인에 묻어난다. 실제로 그런 느낌을 낼 수 있도록 타이어 세팅도 달리했다. RS가 신는 한국타이어 키너지 GT(225/55 R18)는 온로드 주행 성능과 편안한 승차감, 우수한 연비 등에 초점을 맞춘 사계절 타이어다. ACTIV는 반면 오프로드 상황에 적합한 한국타이어 다이나프로 AT2(225/60 R17)를 신었다. 험지에서도 접지력과 견인력을 유지할 수 있는 상남자 같은 트레드가 눈길을 끈다.

디자인이 조금씩 다른 건 알겠다. 그런데 서로 타이어만 다른데 주행성에서 많이 다를까? 대다수가 이 두 트림이 젓가락 한 쌍처럼 별 차이 없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디자인을 조금 손보고, 타이어만 다르게 끼워서 전용 배지를 단 눈속임에 불과할 수 있으니까. 개인적으로도 타보기 전까지는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하지만 막상 RS와 ACTIV 모두 몰아보니, 성격이 분명 달랐다. 길이는 같아도 나무와 쇠로 만든 젓가락처럼 차이가 분명히 존재한다.

먼저 RS는 스포티한 외모만큼이나 시원시원한 온로드 주행성능을 보여준다. 생각만큼 경쾌한 성능은 아니지만, 뻥 뚫린 도로에서 가속 페달을 짓누르면 시속 150km까지는 답답하지 않게 달린다. 요철을 넘을 때 차체가 난기류를 만난 비행기처럼 흔들거리는 문제도 없다. Z링크 서스펜션 덕에 18인치 휠을 끼워도 걱정과 달리 승차감이 부드럽고 안정적이다. 작정하면 한 번도 쉬지 않고 수백 km를 달릴 수 있을 정도로 편하다.

ACTIV 트림도 온로드 주행성은 비슷하다. 오프로드용 타이어를 신은 ACTIV가 아스팔트 노면 소음이 더 심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아니다.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 기술이 적용된 덕분인지 엔진 소음도 전해지지 않고, 두 트림 모두 전체적으로 프리미엄 자동차에서 느껴지는 정숙성을 선사했다. 차급을 생각하면 풍절음도 제법 잘 잡은 수준이다.

오프로드 성능은 단연 ACTIV가 한 수 위다. RS 역시 같은 네바퀴굴림 시스템이 들어갔기 때문에 웬만한 험지는 문제없겠지만, 땅을 짚고 놓아주는 호흡이 다이나프로 AT2를 장착한 ACTIV가 훨씬 듬직하다. 얼었다 녹은 진흙 구간을 만나 지날 때도 RS는 지나가기는 해도 거동이 다소 뒤뚱거리는 반면 ACTIV는 성큼성큼 잘도 간다.

실내에는 차급을 넘어서는 장비가 운전자를 기쁘게 한다. 지금까지 BMW에서만 볼 수 있던 무선 카플레이 시스템을 적용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는 응답성과 조작감이 우수하다. IT 기기에 민감한 요즘에는 터치디스플레이 완성도가 자동차에 대한 전체 인상을 결정하기도 한다. 통풍시트와 스티어링휠 열선, 2열 시트 열선 등 국내 소비자가 환호할 기능도 잊지 않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소형 SUV 시장에서 트랙스를 훌쩍 넘어서는 인기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보스 오디오 시스템에 귀 기울이며 도심을 여유롭게 누비든, 물길과 진흙 위에서 자유자재로 뛰어놀든 만족감이 차고 넘칠 모델이다. 어떤 경쟁 모델과도 어깨 펴고 맞붙을 수 있는 상품성을 확인했다. 소형 SUV 시장이 다시 한 번 뜨겁게 달아오를 시간이다.

타보기 전까지는 계속해서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하지만 막상 RS와 ACTIV 모두 몰아보니, 성격이 분명 달랐다

<트레일 블레이저가 처음 출시하던 날>

클럽에서 신차 발표

기자들은 머쓱한 표정으로 행사장에 들어섰다. 요즘 핫하기로 유명한 클럽 크로마에서 트레일블레이저 신차발표회가 열렸다. 심장을 울리는 EDM 음악과 눈부신 조명 아래 트레일블레이저가 등장했다. 머슬카 분위기가 풍겼다. 정영호 익스테리어 디자이너와 황보영 인테리어 디자이너는 가죽자켓을 입고 트레일블레이저를 소개했다. RS 트림 전용 컬러명은 ‘이비자 블루’다. 이비자는 클럽의 메카로 유명한 스페인의 섬이다. ACTIV 트림 전용 컬러는 ‘제우스 브론즈.’ 쉐보레가 작정하고 자극적인 콘셉트를 밀기로 마음먹은 듯하다.

연구원과 함께 시승을

신차발표행사가 끝난 뒤, 시승 행사가 이어졌다. 시승차 1대에 트레일블레이저 개발에 참여한 연구원이 1명씩 동승했다. 시승회에 수십 명의 연구원을 동원한 건 매우 이례적인 일. 덕분에 기자들은 시승 과정에서 트레일블레이저의 기술적인 면을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트레일블레이저는 한국GM이 디자인부터 개발 및 생산까지 주도한 글로벌 모델이다. 내수시장은 물론 글로벌 판매 물량까지 인천 부평공장이 책임진다. 이번 행사에서 유난히 한국GM의 애틋한 마음이 엿보였던 이유다.


박지웅, 김송은 사진 이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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