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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로 똘똘 뭉친 벨로스터 N DCT

모터트렌드 입력 2020.05.21. 11:05 수정 2020.05.26.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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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운전이 재미있는 4기통 엔진 앞바퀴굴림 차는 없을 것이다


2년 전, 벨로스터 N이 처음 출시됐을 때를 기억한다. 현대차 남양연구소에서 진행된 미디어 시승회는 한마디로 난장판이었다. 수동변속기 운전을 못 하는 기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시동을 계속 꺼트려 출발도 못 하는 건 다반사고 주행 중에도 울컥거리는 차가 많았다. 벨로스터 N은 2단 레인지가 넓어서 슬라럼이나 짐카나는 2단만으로 주행해도 충분한데, 단 한 번의 변속(1→2단)을 하지 못해 슬라럼 도중에 서는 차가 많았다. 심지어 어떤 기자는 “나 수동 못해. 자동으로 줘”라고 말했다. 수동변속기만 출시된 걸 모르는 상태로 시승회에 온 것이다. 수많은 시승회를 다녔지만 이런 꼴은 처음 봤다.

지난 4월 21일 용인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벨로스터 N DCT에선 다행히 이런 모습이 없었다. 이 차는 클러치 페달이 없는 자동변속기 차니까(더 엄밀히 말하면 수동 기반 듀얼클러치 자동변속기다). 덕분에 참가자들은 서킷에서 시속 180km로 내달렸고 슬라럼과 짐카나도 별 어려움 없이 소화했다. 변속의 부담이 없으니 운전에 더 집중한 덕분이다. 그리고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웬만한 건 차가 다 알아서 해준다. 더불어 운전자가 운전을 잘하는 것처럼 포장해주면서 또렷한 재미까지 안긴다.

스포츠 버킷시트에 몸을 넣으니 기대감이 커진다. 허리와 어깨까지 감싸는 일체형 시트가 몸을 잘 잡아주고 알칸타라는 엉덩이가 미끄러지지 않는다. 운전대도 무겁다. 내 차 6세대 GTD보다 무거우니 여성들은 꽤 힘들 것 같다. 오른손에 잡히는 못생긴 기어레버도 묵직하다. 길이가 짧아 손이 움직이는 거리도 짧다. 그 밑으로는 레버형 사이드브레이크가 있다. 소형차에도 들어가는 전자식 브레이크가 아닌 레버형이 들어갔다는 것만 봐도 이 차가 스포츠를 지향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출발부터 앞에선 휠 스핀이 일고 뒤에선 배기음을 간헐적으로 터트리며 ‘바바방’한다. 휠 스핀을 없애면서 빠르게 출발하고 싶다면 론치컨트롤을 사용하면 된다. 이 기능으로 DCT는 0→시속 100km 가속이 수동 모델보다 0.5초 빠른 5.6초가 됐다.

슬라럼에선 뒤가 아주 잘 따라온다. 자신감이 붙어서 더 밀어붙이면 뒤가 살짝 미끄러지는 느낌이 든다. 이건 수동 모델에서도 그랬다. 이에 대해 2년 전 제품 개발자에게 물으니 “토크벡터링이 앞바퀴를 안쪽으로 밀어 넣어주기 때문에 그렇게 느낄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이번엔 뒤가 확실히 밖으로 아주 조금 밀렸다. 하지만 뒤가 완전히 흐르진 않는다. 자세제어시스템이 출력을 거의 떨어뜨리지 않는 상태에서 노즈만 안으로 돌리는 세팅이 아닐까 한다. 덕분에 운전은 더 짜릿하고 흥미진진하다.

중력이 좌우로 급격하게 몰리는 상황이지만 차체는 롤이 많이 느껴지지 않는다. 전자제어 서스펜션이 감쇠력을 조절하면서 단단하게 차체를 잡아주는 덕분일 것이다. 움직임은 급격하지만 차체는 평온하니 오른발과 양손을 더 매진하게 된다. 그런데 이 차는 그걸 다 받아준다. 물론 코너를 크게 도는 형태에선 구조적인 특성상 언더스티어가 일기도 하지만 차가 끈질기게 접지를 유지하는 덕분에 주행 라인을 완전히 벗어나는 경우는 없다.

벨로스터 N DCT의 재미는 서킷에서 배가된다. 스타트부터 불을 뿜듯 튀어나간다. 그런데 노즈가 많이 들리지 않는다. 앞바퀴 그립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시프트업을 할 때마다 뒤에서 차를 밀어주는 것처럼 툭툭 친다. 변속시 토크가 급격히 떨어지는 걸 막은 덕분이다. 변속충격으로 느낄 수도 있지만 스포츠 감성을 위한 세팅이다. 이게 싫다면 가속페달을 덜 밟으면 된다.

N 트랙 센스 시프트는 코너 앞에서 감속할 때 아주 빠르게 시프트타운을 하고 탈출 후에도 레드존 근처에서 빠르게 기어 단수를 올린다. 마치 운전자의 생각을 읽는 것처럼 움직인다. 트랙 주행에 최적화된 변속 패턴을 보여주는데, 이건 주행 중 세팅하는 게 아니라 변속기가 현재 주행 패턴을 빠르게 학습하면서 변속 로직을 바꿔 엔진 회전수를 보정하는 것이다. 참으로 똑똑한 변속기가 아닐 수 없다.

가장 흥미진진한 기능은 N 그린 시프트(NGS)다. 운전대에 있는 푸른색 버튼을 누르면 20초간 최대토크가 36.0→38.5kg·m으로 변한다. 순간적으로 20마력 정도의 부스트가 생기는 셈인데, 숫자로는 얼마 되지 않지만 체감상으론 훨씬 드라마틱하다. 몸이 시트에 파묻히면서 가열하게 가속한다.

이런 기능들은 변속기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운전의 재미를 더한다. 결과적으로 변속기에 부담되지만 현대차는 클러치가 물리는 공간을 오일 통에 집어넣고 높은 토크에 견디도록 내구성을 높였다. 덕분에 운전자들은 변속의 부담에서 완전히 해방되면서 운전에 더 집중할 수 있다. 수동으로 엔진의 출력을 오롯이 뽑아내는 재미는 없지만, 그에 못지않은 소소한 재밋거리가 있다. 무엇보다 이 차는 운전자가 운전을 잘하는 것처럼 만들어준다.

수동을 운전하지 못하는 건 죄가 아니다. 세상엔 수동 운전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 더 많을 수 있다. 그럼에도 현대차가 벨로스터 N을 수동변속기만 먼저 출시한 건 벨로스터 N의 재미를 오롯이 뽑아낼 수 있는 자동변속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 수동보다 빠르고 편하고 더 재미있는 차가 됐다. 내가 타본 4기통 앞바퀴굴림 차 중에서 이렇게 흥미진진한 차는 없었다. 부담스럽지 않은 출력을 쏙쏙 뽑아내면서 재미있게 탈 수 있는 차다.

현대 벨로스터 N DCT 퍼포먼스팩

기본 가격 3525만원
레이아웃 앞 엔진, FWD, 5인승, 4도어 해치백
엔진 직렬 2.0ℓ 터보, 275마력, 36.0kg·m
변속기 듀얼클러치 8단 자동
공차중량 1380kg
휠베이스 2650mm
길이×너비×높이 4265×1810×1400mm
연비(시내, 고속도로, 복합) 8.9, 12.3, 10.2km/ℓ
CO₂ 배출량 167g/km



CREDIT
EDITOR :
이진우   PHOTO : 현대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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