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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25개!..우리나라 SUV 선택지, 그간 어떻게 늘었을까?

윤지수 입력 2020.02.17. 20:05 수정 2020.02.18.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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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SUV 인기의 이유? 흔히들 말한다. 다재다능한 활용성이 주목받고, 세단에 질린 소비자들이 눈을 돌려서라고. 과연 그뿐일까? 자동차 제조사 역시 이윤 높은 SUV 인기를 이어가고자 가짓수를 대폭 늘려왔다. 오늘날 신차들이 온통 SUV 범벅인 이유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SUV 선택지는 그동안 얼마나 늘어났을까? 그 역사를 가볍게 점검했다.

글 윤지수 기자, 사진 각 제조사

우리나라 최초의 자동차, 시발

1955~1980년대 – 독점의 시대(1989년 기준 2개 모델)

경쟁은 없었다. 도로포장이 열악했던 그 시절, SUV가 활약할 장소는 지금보다 훨씬 많았다. 그러나 비싼 가격표는 대중적인 수요를 끌어오지 못했다. 비좁은 시장에 두 개 업체가 뛰어드는 일은 ‘너 죽고 나 죽자’로 보였다. 더욱이 1980년대 정부가 차종별로 생산회사를 지정해버린 ‘자동차공업 합리화조치’에 따라 경쟁사의 SUV 시장 진출은 완전히 막혀있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자동차 ‘시발’을 SUV로 본다면, 1955년이 한국 SUV 역사의 시작점이다. 미군이 쓰던 군용 지프의 부품을 활용해 만든 재생 차였기에, 그 모양이 SUV일 수밖에 없었다. 한국 최초의 승용차이자 SUV인 셈. SUV로서는 유일무이했으나, 안타깝게도 1962년 등장한 세단 새나라에 승용차로써 밀려 사라졌다. 재생차의 품질로는 닛산 블루버드 P310을 조립 생산한 새나라에 맞설 수 없었다.

신진 지프(왼쪽)와 코란도(오른쪽). 1982년부터 코란도라는 이름을 쓴다

이후 1969년 신진자동차공업(오늘날 한국지엠의 전신)이 민간용 지프 CJ-5를 조립 생산하면서 본격적으로 국내 SUV 시대가 열린다. 이름은 신진 지프. 역시 당대 유일의 SUV였다. 뛰어난 험로 주파 성능을 바탕으로 택시, 또는 관용차로 널리 쓰이며 ‘지프차’로 활약한다. 이 차가 바로 오늘날 코란도의 시초. SUV 만들던 신진자동차공업 역시 신진지프자동차공업→신진자동차→거화→동아 등 여러 간판을 바꿔달다가 1986년 마침내 쌍용그룹에 인수된다. 국내 유일무이 SUV 전문 기업 쌍용자동차의 탄생 배경이다.

쌍용 코란도 훼미리. 지프를 밑바탕삼은 코란도와 달리 이스즈 트루퍼 섀시를 밑바탕 삼았다

1988년엔 우리나라 최초의 스테이션왜건 쌍용 코란도 훼미리가 등장한다. 국내 유일 SUV 코란도 브랜드의 첫 파생형 모델인 셈. 당시 경제 호황에 힘입어 코란도 훼미리는 국내 레저용 SUV 문화를 꽃피운다. 드디어 우리나라 SUV 시장 확장의 본격적인 포문이 열렸다.

아시아 록스타(왼쪽)와 현대 갤로퍼(오른쪽)

1990년대 – 경쟁의 서막이 오르다(1999년 기준 5개 모델)

코란도 훼미리는 출고 대기 기간이 4개월에 달할 만큼 인기를 모았다. 그런데 이를 탐탁지 않게 여기던 경쟁 업체들이 있었으니, 아시아자동차와 현대정공이다. 이들은 1989년 차종간 경쟁을 막던 자동차공업 합리화조치가 풀림과 동시에 SUV 시장에 속속 신모델을 출시했다.

“지프 생산은 3파전의 춘추전국시대를 눈앞에 뒀다(당시엔 SUV를 지프라고 불렀다).” 1989년 국내 언론에 등장한 말이다. 그 말 그대로 1990년 아시아자동차 록스타가, 1991년 현대정공 갤로퍼가 등장했다. 진정한 SUV 경쟁의 서막이 오른 셈이다. 선택지가 늘면서 시장은 급성장한다. 1989년 1만4,000여 대에 불과하던 국내 SUV 시장이 1992년 5만여 대 규모로 3.5배 이상 훌쩍 뛴다. 승자는 갤로퍼였다. 1991년 10월 등장 후 단 5개월 만에 정통의 강자 코란도(훼미리 포함)를 누르고 SUV 판매 1위를 차지한다.

기아 스포티지(왼쪽)와 쌍용 무쏘(오른쪽)

1992년까지 SUV 선택지는 갤로퍼, 코란도, 코란도 훼미리, 록스타까지 총 네 개. 그러나 갤로퍼 홀로 시장의 50% 이상을 독식하고 있었다. 이에 1993년 쌍용은 벤츠 엔진 얹은 야심작 무쏘로 고급 SUV 시장을, 기아자동차는 ‘승용차형 지프’ 스포티지로 새로운 시장을 각각 노린다. 현대정공도 이에 질세라 갤로퍼 9인승(1993), 갤로퍼 밴(1994) 등 수많은 가지치기 모델로 맞섰다. 덕분에 1993년 SUV 시장 선택지는 6개로 불었으며 연 판매량 역시 7만4,000여 대로 늘었다.

현대 갤로퍼2(왼쪽)와 쌍용 뉴무쏘(오른쪽) 1990년대 후반 국내 SUV 시장을 주름잡은 양대 산맥이다

이후 90년대 말까지 SUV 시장은 현대 갤로퍼와 쌍용 무쏘가 주도한다. 그동안 SUV 가짓수가 늘진 않았지만, 록스타는 기아 레토나로 바뀌었으며 갤로퍼, 무쏘, 코란도도 모두 부분변경 또는 세대교체를 거치며 SUV 시장을 끊임없이 키웠다.

국내 최초의 유니보디 SUV 현대 싼타페

2000년대 – ‘도심형 SUV’의 등장(2009년 기준 12개 모델)

여전히 SUV는 비주류였다. 이유는 또렷했다. 불편하니까. 험로를 달리고 훨씬 많은 짐을 실을 수 있는데도 승차감이 불편해서 세단을 이기지 못했다. 그러던 SUV가 마침내 차체 아래 굵직한 골격, 사다리꼴 프레임을 발라내기 시작했다. 세단 골격, 즉 유니보디를 밑바탕 삼은 도심형 SUV의 등장이다.

세계 최초는 1994년 등장한 토요타 RAV4. 세단의 승차감을 품은 RAV4는 곧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도심형 SUV 시장의 문을 활짝 열었다. 그 바람을 타고 2000년 우리나라 최초 유니보디 SUV 현대자동차 싼타페가 등장한다. 처음엔 ‘무늬만 SUV’라며 놀림 받았으나, 곧 싼타페는 편안한 승차감을 앞세워 RAV4가 그랬듯이 국내 SUV 판매 1위로 올라선다. 싼타페의 성공으로 우리나라에도 2004년 현대 투싼과 기아 스포티지(2세대) 등 도심형 SUV가 잇따라 등장한다.

각각 190마력, 174마력 최고출력을 냈던 쌍용 렉스턴2(왼쪽)와 현대 테라칸(오른쪽) 후기형

한편, 프레임 골격 SUV는 ‘정통 SUV’로 자리매김하며 보다 고급 시장을 겨냥한다. 현대차는 중대형 SUV 테라칸을, 쌍용차는 무쏘 윗급 렉스턴을 각각 2001년 출시한다. 1세대 스포티지 후속으로 준비하던 기아차 프레임 골격 SUV 역시 2002년 쏘렌토라는 새 이름을 달고 출시해 보다 고급 시장을 노렸다.

이런 SUV 도심화와 고급화 흐름의 주요 밑바탕으로 커먼레일 다이렉트 인젝션(CRDI) 기술을 빼놓을 수 없다. CRDI란 연료를 정밀 제어해 가장 최적의 순간 고압으로 연소실에 분사하는 장치. 덕분에 디젤 엔진 성능이 훌쩍 뛰었을 뿐 아니라 진동과 소음도 현저히 줄었다. 당시 펼쳐졌던 SUV 출력 경쟁의 배경이다. 대표적으로 테라칸은 초기 103마력이었던 출력을 174마력까지 높였고, 120마력이었던 렉스턴은 190마력까지 성능을 높이며, 엎치락뒤치락 최고출력을 겨룬다.

르노삼성 QM5(왼쪽)와 GM대우 윈스톰(오른쪽). 둘 다 브랜드 최초의 SUV다

2000년대 ‘후반전’부터는 SUV 시장이 더욱 뜨겁게 달아오른다. 본래 현대·기아차와 쌍용차만 뛰어들었던 SUV 시장에 GM대우자동차(오늘날 한국지엠)와 르노삼성자동차가 가세한다. GM대우는 2006년 중형 SUV 윈스톰을, 르노삼성은 2007년 중형 SUV QM5를 출시한다. 이제야 국내 5개사가 모두 SUV를 판매하는 셈. 한편으로는 현대·기아차가 대형 SUV 현대 베라크루즈와 기아 모하비를 각각 2006년, 2008년 출시해 SUV 고급화 바람을 일으킨다.

쉐보레 트랙스(왼쪽)와 르노삼성 QM3(오른쪽). 국내 소형 SUV 시장을 열었다

2010년대 – 소형 SUV 광풍이 불다(2019년 기준 23개 모델)

불과 10년 만에 SUV 시장은 완전히 뒤집혔다. 프레임 골격 SUV는 유니보디 SUV에 밀려 대부분 자취를 감췄다. 이제 도심형 SUV는 프레임 SUV를 넘어 세단 시장마저 빠르게 잠식한다. 가장 또렷한 예가 준중형 세단 수요를 흡수하고 있는 소형 SUV다.

사실 처음엔 미지근했다. 2013년 쉐보레가 국내 최초 소형 SUV 트랙스를 내놓았지만, ‘그 돈이면 준중형 세단을 산다’거나, ‘조금 더 보태면 준중형 SUV도 본다’는 등 비싼 가격표에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나마 뒤이어 등장한 QM3는 수입 판매하는 까닭에 가격은 더 묵직했으나, 고효율 디젤 엔진과 개성 가득한 스타일로 소형 SUV로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적자로 허덕이던 쌍용자동차에 자신감을 심어준 티볼리

소형 SUV 시장에 불은 쌍용차가 붙인다. 2015년 등장한 티볼리가 그 주인공. 트랙스, QM3와 달리 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더 많은 장비를 품고 등장했다. 푸짐한 매력은 곧 인기로 이어져 출시 첫해 4만5,032대가 팔려나가며 2위인 QM3(2만4,560대)를 2만여 대 차이로 누른다. 이어 2016년에는 꾸준한 인기로 적자에 허덕이던 쌍용차를 흑자로 돌려놓기까지 했다.

비교적 저렴한 소형 SUV 시장을 겨냥한 현대 베뉴(왼쪽)와 기아 스토닉(오른쪽)
비교적 고가의 소형 SUV 시장을 겨냥한 현대 코나(왼쪽)와 기아 셀토스(오른쪽)

현대·기아차는 티볼리의 흐름에 기름을 부었다. 온갖 가지치기 모델을 출시하며 소형 SUV 시장을 장악한다. 2016년 하이브리드 SUV 기아 니로를 시작으로 2017년 현대 코나와 기아 스토닉, 2019년 현대 베뉴와 기아 셀토스를 연달아 출시해 소형 SUV 편대를 완성한다. 현대차는 코나-베뉴, 기아차는 셀토스-스토닉으로 소형 SUV를 세분화한 셈. 특히 코나 일렉트릭과 니로 EV 등 다양한 친환경 파워트레인까지 내놓으며 빈틈없는 라인업을 펼친다.

그 결과 지난해 국내에 팔려나간 57만7,015대 SUV 가운데 1/3인 18만4,274대가 모두 소형 SUV였다. 소형 SUV 시장의 급성장으로 SUV 판매 비율 역시 전체 승용차 시장의 43.1%에 육박한다.

대형 SUV 시장에 훈풍을 불고온 현대 팰리세이드(왼쪽)와 쉐보레 트래버스(오른쪽)

최근 불고 있는 대형 SUV 유행도 빼놓을 수 없다. 2018년 말 등장한 현대 팰리세이드는 국내 대형 SUV 시장에 훈풍을 불고 왔다. 비결은 싼타페와의 차별화다. 사실상 맥스크루즈 후속이지만, 싼타페와 완전히 다른 스타일로 꾸며 윗급 분위기를 확실히 냈다. 덕분에 비슷한 가격표에도 불구하고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2019년 5만2,299대 판매고를 올렸다. 2018년 내내 1,765대 팔린 맥스크루즈와 비교하면 상당히 고무적이다. 그 흐름을 타고 쉐보레도 대형 SUV 트래버스를 지난 11월(출고일 기준)부터 수입 판매하기 시작했다.

2010년대 SUV 가짓수는 그야말로 폭발적으로 늘었다. 2019년 말 기준 국내 5개사 SUV 선택지만 무려 23개다(수입 판매 차종, 픽업트럭 포함). 이중 소형 SUV만 9개에 달할 만큼 소형 SUV 인기는 뚜렷하다.

2020년대 – SUV 점유율, 세단 넘어설까?(2020년 2월 기준 25개)

SUV 시장 점유율은 꾸준히 늘어왔다. 2018년 승용차 시장의 38.5%가, 2019년엔 43.1%가 모두 SUV다. 반면 세단 비율은 2018년 51.4%에서 2019년 48.7%로 떨어졌다. SUV로의 수요 이동이 확실히 드러난 셈이다. 그 급격한 변화로 볼 때 2020년대 초 즈음 SUV가 세단 수요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2020년 새해로 넘어서면서 국내 SUV 선택지는 벌써 두 개나 늘었다. 쉐보레는 1월 트랙스 윗급 소형 SUV 트레일블레이저를 내놨고, 제네시스도 브랜드 첫 SUV GV80을 1월 출시했다. 최근 르노삼성 XM3도 출시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2020년 국내 SUV 시장 역시 뜨거울 전망이다.

2020년 1월 나란히 등장한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왼쪽)와 제네시스 GV80(오른쪽)

한편, 현재 2020년 2월 17일 기준 국내 SUV 가짓수는 총 25개다. 과거 모델 수를 정리하면 각각 1989년 2개, 1999년 5개, 2009년 12개, 2019년 23개였다. 오늘날 20년간 다섯 배, 5년간 2배 이상 성장했다. SUV 선택지 수가 점차 가속화하는 양상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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