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이런 반전이? 르노삼성 QM6 2.0 dCi 4WD

조회수 2020. 1. 21.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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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통 영화를 볼 시간이 없었다. 하긴, 보러 간다고 해도 보고 싶은 영화가 딱히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전혀 기대 없이 참여했던 르노삼성 QM6 시승회에서 영화보다 더한 반전을 맛볼 줄이야. 단 한 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는 일이었다. 사실 기자들 또한 시승차에 따라 그날의 시승을 기대하기 마련인데, 솔직히 QM6 네 바퀴 굴림 모델은 개인적으로 매력적인 모델은 아니었다. 그런데 기대가 1도 없던 이 시승회에서 QM6가 보여준 오프로드 성능은 정말 말 그대로 <식스센스>급이었다.


본래 시승 장소는 강원도 인제였다. 하지만 전날 내린 비로 낙석이 많이 생겨 오프로드 코스가 위험 지역으로 바뀌며 급하게 강원도 춘천으로 운전대를 틀었다. 강남역 르노삼성 본사부터 춘천까지 도심과 고속도로를 지나, 목적지인 오프로드 코스가 있는 문배마을까지 약 80km 거리. 강남역 한복판에서 커피 한 잔을 들고 유유히 차에 오를 때까지는 아무 생각도 없었다. 다만 블랙 아이스로 인한 추돌사고가 전국을 들썩이고 있을 때라 네 바퀴 굴림 모델을 타고 시승한다는 것에 그나마 안정감을 느끼며 가속 패달을 밟았다.


오늘 시승은 독특하게도 전문 인스트럭터가 1:1로 동행해 QM6 2.0 dCi 4WD의 궁금증과 겨울철 험로 드라이빙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는 방식. 개인적으로 요즘 이슈가 되는 블랙 아이스에 대처하는 운전법이 궁금해 물었다.


“일단 본인이 차가 미끄러지고 있다고 인식한 순간 이미 차는 블랙 아이스 위에 있는 겁니다. 그때는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고 스티어링 휠을 이용해 운전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사람이 당황하게 되면 절로 브레이크를 더 꽉 밟게 되는데, 만약 브레이킹할 상황이라면 ABS가 작동되게끔 한 번에 꽉 밟는 것이 좋다고. 하지만 최대한 브레이크에 발을 떼고 스티어링 휠을 잘 부여잡으며 벗어나는 것이 최선이라는 그의 설명.


이런저런 질문이 오가며 고속도로에 올랐다. 확 트인 시야를 자랑하는 편안한 운전석에 앉아 본격적으로 고속 주행을 시작했다. 2.0ℓ 엔진이 뽑아내는 최고 190마력, 최대 38.7kg.m 토크로 순간순간 파워 넘치는 디젤엔진만의 매력을 뽐낸다. 훈훈한 도련님 같은 외모와 달리, 상남자의 매력을 뽐내는 묵직한 스티어링 휠과 가속 성능은 고속에서 안정감과 역동적인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개인적으로는 브레이크가 조금 더 민감했으면 했지만, 가족들을 위한 패밀리 SUV의 타이틀을 생각하면 부드럽게 서는 세팅이 더 잘 맞는 듯했다.


시속 100km를 오가는 고속으로 달리다 보니, 풍절음과 노면 소음이 신경 쓰이는 건 사실. 그러나 개인적으로 거슬릴 수준은 아니다. 더구나 윈터 타이어가 끼워져 있는데 이 정도라면 오케이다. 한 시간 반쯤 달렸을까, 오늘의 진정한 주인공인 오프로드 코스가 나타났다. 문배 마을로 향하는 길인데, 전해 내려오는 말에 의하면 이 동네 사람들은 6·25전쟁이 일어난 지도 모르고 지나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깊은 산골에 자리하고 있는 작은 마을 이었다.


마을로 향하는 산길은 약 8km. 전날 비가 내려 미끄러운 진흙 위에는 군데군데 살얼음이 껴있다. 코스에 들어서자마자 운전석을 당겨 세우고 시선을 바로 앞으로 고정하라는 등 인스트럭터가 코칭을 시작했다. 힐끗 본 동승석 옆으로는 천 길 낭떠러지가 펼쳐지고, 생각보다 좁은 산 길에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체감상으로는 이렇게 빨리 달릴 수가 없는데, 계기반을 보니 시속 20km다. 헛웃음이 나왔다. QM6 2.0 dCi 4WD는 일반적으로는 앞바퀴 굴림 방식으로 달리다가 험로를 감지하면 저절로 사륜구동 모드에 돌입한다. 사륜구동 성능은 시속 40km 미만에서 작동하는데, 계기반으로 앞뒤 무게 배분을 실시간으로 체크할 수 있으며, 다른 모델처럼 거창하게 메뉴를 들어가 선택해야 하는 수고가 필요치 않아 편했다.


승차감은 안락하지만, 파도처럼 넘실거리지 않았다. 차체가 높았지만, 롤링과 바운싱은 생각처럼 크지 않았고 안정적인 코너링과 스티어링 반응이 돋보였다. 험로를 빠르게 달리면 시트를 파고드는 잔진동과 충격으로 꼬리뼈가 간질간질하지만, 그만큼 운전이 재미있고 움직임이 안정적으로 느껴졌다. 십 분이 넘게 꿀렁꿀렁한 자갈길과 비포장도로를 달리다 보니, 평소 멀미가 심한 타입이라 뒷좌석에 앉은 이들의 느낌이 궁금해졌다.


“혹시 멀미는 안 나세요?”


뒷좌석에는 홍보 담당과 사진기자가 동승했다. 일단, 그들의 말에 따르면 이전 모델과 달리 2열 시트 리클라이닝이 가능해져 편안하게 장거리 시승을 할 수 있었고, 험로에서도 크게 불편함이 없다는 종합 의견. 직접 느껴보고자 하는 마음에 코스 중간, 잠시 인스트럭터에게 운전대를 맡기고 뒷좌석으로 향했다.


바로 이때부터였다. 이 평범한 영화의 반전이 시작된 건. 운전대를 잡은 인스트럭터가 이 차의 진가를 보여주겠다며, 오프로드에서 시속 50km를 넘나들며 질주하기 시작했다. <분노의 질주> 뺨치는 주행 신이 눈앞에 펼쳐졌다.


구비 길을 산 다람쥐처럼 요리조리 달려 나가는 QM6를 보며 1.5t의 무게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날렵함을 느낄 수 있었다. ‘아니, 이렇게 운전자에 따라 차가 달라 보일 수 있는 건가?’ 고성능 모델에서는 느껴봤지만, 평범한 패밀리 SUV에서는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충격이었다.


WRC 대회의 코 드라이버가 된 듯 흥분된 산길 시승이 이어졌다. 살얼음 위에서는 ABS가 ‘드드득’ 작동하며 안전하게 차체를 잡아줬고, 언덕을 오를 때는 디젤 엔진이 힘차게 밀어줘, 눈 깜짝할 사이에 마을 어귀에 다다랐다.


마을 입구를 지나는데, 첫 번째 집 마당에 사륜구동의 대표 브랜드라 할 수 있는 A사의 세단이 서 있었다. 모두 ‘지금 이 차 한 번만 시승해보시면 저주인 분이 다음 차는 QM6로 결정할 거라며’ 입을 모을 만큼 험로 주파 능력은 뛰어났다.


실제로 QM6 2.0 dCi 4WD는 몰아 볼수록 매력이 불었다. 디젤 엔진 특유의 파워풀한 힘은 물론이고, 오래 보아도 질리지 않는 디자인과 넉넉한 실내공간, 편안해진 뒷좌석시트 그리고 표준연비보다 좋은 실제 연비, 네 바퀴 굴림 시스템과 운전자보조시스템까지. 매력과 장점이 풍성했다.


시승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문득 <놀면 뭐 하니?> 트로트 가수로 데뷔해 신인상을 거머쥔 유재석이 떠올랐다. <무한도전>을 끝으로 예전만치 못한 인기, 뭐 이제는 내려갈 길만 남은 줄 알았던 그는 연말 시상식에서 각종 상을 휩쓸며 다시 한번 저력을 과시했다.


요즘 디젤 SUV의 인기가 사그라들고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체감할 수 있을 거다. 또한 올 겨울은 유난히 눈도 적어 네 바퀴 굴림 모델에 대한 관심도 예전만큼 높지 않다. 그러니 디젤이면서 네 바퀴 굴림 모델인 QM6 2.0 dCi 4WD에 대한 기대도 적은 것이 사실.


그러나 아직 포기는 이르다. 르노 삼성은 기존 2.0 dCi와 함께 1.7 dCi 라인업을 추가해, 다시 한번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 오늘 시승회에서는 이제껏 보여주지 않았던 오프로드 능력을 유감없이 뽐냈고, 2퍼센트 부족했던 매력을 제대로 어필했다. 이제 남은 건 이 매력을 많은 이들이 알 수 있도록 전하는 일 뿐. QM6 2.0 dCi 4WD의 진짜 반전은 이제부터다.


안효진 ahj@carla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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