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맞춤 바이크, 트라이엄프 스피드 트윈

조회수 2020. 4. 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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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맞춤 바이크

TRIUMPH SPEED TWIN

매끈한 탱크에 허벅지를 단단히 조인다. 스로틀을 감고 풀어주는 손끝에 따라 달라지는 움직임, 과격한 브레이크에도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하고 다음 코너를 향해 돌진해 나가는 경쾌함. '그래, 이거다.'


PROFILE

이동희

풀드로틀 컴퍼니 대표

카비전과 자동차생활에서 자동차 전문기자로 시작해 크라이슬러 코리아의 제품 및 영업 기획과 교육을 담당했다. 현재 풀드로틀 컴퍼니를 운영하며 프리랜서 자동차 저널리스트와 컨설턴트, 그리고 세일즈 트레이너 등 다방면으로 활약 중이다


모터사이클에 정식으로 입문한 것은 불과 10년 전이다. 어렸을 때 집에 있던 핸디나 DH88을 몰래 끌고 나간 이야기를 빼면 실제로 바이크를 탄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90년대 중반 <카비전>에서 기자를 하던 시절, 회사에서 시켜서 어쩔 수 없이 몇몇 바이크를 시승한 적이 있었다. 당시 1종 보통 운전면허밖에 없었기에 125cc 미만의 국산 바이크만 탔는데, 회사에서는 2종 소형을 따고 대형 바이크도 시승해 컨텐츠를 다양하게 만들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이미 자동차 튜닝과 모터스포츠에 푹 빠져 있었던 시기라 이륜차에 돌릴 관심과 금전적 여유가 없었다. 결국 결혼 이후 10년 동안 모터사이클은 인생에서 사라졌었다.

바이크 라이프의 시작

2009년 가을, 우연한 기회에 혼다 XZ100을 타게 되었다. 역삼동 사무실에서부터 일산 백석동 집까지, 처음 바이크를 받아 달린 귀갓길부터 수동 바이크를 제대로 타는 매력에 푹 빠졌다. 몇 년을 출퇴근했던 구간이지만 자동차 전용도로가 아닌 길은 몰라서 한강 다리를 세 번이나 건너야 했고, 다리 위에서는 몸을 한껏 숙였음에도 시속 90km를 넘지 못하는 성능에 실망도 하며 조금 더 성능 높은 바이크에 대한 욕심이 생기게 되었다. 그래서 BMW F650 GS를 구입하고 동호회에 가입했으며, 2종 소형 면허를 따고 3월에 첫 투어를 간 것이 본격적인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이상하겠지만 순서가 틀리지 않았다.

 2010년 1월에 덜컥 바이크를 먼저 샀고 그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동호회에 가입했으며 바쁜 회사 일정 때문에 3월이 되어서야 면허를 딴 것이다. 당연히 겨울 내내 지하 주차장만 빙글빙글 돌 수밖에 없었지만, 면허증을 손에 쥐고 나간 첫 투어는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바람과 속도를 느끼며 양 팔과 양 다리는 물론 온몸으로 기계를 조종해 달린다는 느낌은 자동차에서 얻을 수 없는 것이었다. 이론만으로 알고 있던 것을 BMW 라이딩 스쿨 등을 다니며 실제로 조종하는 테크닉을 배우고 익힌 덕에 더 큰 재미를 알게 된 것은 물론이다. F650 GS는 그야말로 올라운드 플레이어였다. 시내 주행은 물론 장거리 투어와 임도 주행까지 모든 것이 가능했다. 그럼에도 모든 것이 마음에 드는 건 아니었다. 가장 큰 아쉬움은 어릴 때부터 항상 봐왔던 모터사이클의 원형과 거리가 먼 디자인이었다. 둥근 헤드라이트와 물방울 모양의 연료 탱크, 살짝 올라온 핸들 바 같은, 그러니까 우연하게 만났던 XZ100이 그랬던 것처럼 원초적으로 생긴 바이크가 좋았기 때문이다.

모터바이크의 본질

그래서 꽤 오랜 시간 공백을 지나 새 바이크를 살 때, 무엇보다 가장 먼저 고려한 것은 오리지널 모터바이크 디자인이었다. 넉넉한 배기량과 함께 본격적인 스포츠 바이크만큼은 아니라도 날렵하게 조종할 수 있었으면 했다. 그러니까 클래식한 디자인에 현대적인 운동성능의 조합을 꿈꿨다. 사실 여기에 맞는 많은 후보들이 있었다. 첫 번째 후보인 BMW R 나인티 같은 경우는 이전에 F 650 GS를 타면서 갖게 된 브랜드에 대한 신뢰는 높았지만 지나치게 모던한 디자인과 박서엔진의 필링이 개인적인 취향에서 벗어났다. 물론 샀다면 즐겁게 탔겠지만 ‘기왕이면’이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두 번째 후보에 올라간 바이크는 혼다 CB1100RS였다. 클래식한 CB1100EX가 있었지만 조금 더 적극적으로 달릴 수 있다는 RS는, 외모는 좋았지만 시승을 해보고 포기했다. 하루 종일 바이크를 타면서 느껴진 무게 때문이다. 대형 바이크 다운 묵직함이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코너마다 꾹꾹 바이크를 눌러가며 돌아가야 하는 건 부담스러웠고 시승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 힘들었다.

그러던 중 국내에 트라이엄프가 런칭을 했고 본네빌 시리즈로 대표되는 클래식 라인들의 소식을 들었다. 그중에서도 스피드트윈은 막상 첫인상이 그리 강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승차를 타보고 마음이 바뀌었다. 기본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본네빌 T120과의 비교가 가장 결정적이었다. 먼저 타고 나온 T120은 겉모습에서 기대한 수준의 클래식함이 달리기 성능에도 느껴졌다. 눈으로 보이는 것보다 의외로 길고 무겁다는 느낌을 먼저 받게 된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 스텝에 무게를 싣거나 핸들바를 조작하면 잘 따라오기는 하지만 경쾌하지는 않았다.

바로 이어 타고 나온 스피드트윈은 매장 앞에서 도로로 내려서는 두 번의 조작만으로 소름이 올랐다. 클래식한 겉모습은 비슷했지만 조금 더 공격적인 풋 포지션은 물론 핸들바의 움직임이 훨씬 명확했다. 게다가 스로틀을 열었을 때 엔진 회전수의 변화와 파워가 뿜어 나오는 느낌이 완전히 달랐다. 매끈한 탱크에 허벅지를 단단히 조이고 스로틀을 감고 풀어주는 손에 따라 달라지는 움직임, 과격한 브레이크에도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하고 다음 코너를 향해 돌진해 나가는 경쾌함이 있었다. ‘그래, 이거다.’그 이후 계약과 출고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순정 액세서리로 선택한 것은 열선 그립과 드레스바, 엔진 프로텍터 키트였다. 순정 액세서리답게 열선 그립은 스위치를 조작하면 계기반에서 작동 상태가 표시되어 좋다. 좀 더 적극적으로 바이크를 조작하기 위해 미끄러운 탱크를 쉽게 조일 수 있는 니그립 패드를 붙일까 고민했지만 캔디 레드 컬러의 예쁜 탱크에 뭔가를 더하고 싶지 않았다. 덕분에 조금 달리고 들어온 날은 니그립을 더 적극적으로 하느라 허벅지가 후들거릴 지경이지만 서 있는 바이크를 볼 때마다 가장 만족하는 부분이다.

가벼운 움직임

스피드트윈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을 꼽으라면 196kg의 공차 중량만큼이나 가벼운 움직임이었다. 정지 상태에서 밀고 당기는 것은 물론이고 일단 움직이기 시작하면 오버 리터급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휙휙 방향을 바꿀 수 있다. 더욱이 휠베이스가 짧아 유턴이 쉽고 핸들 바 끝에 달린 미러만 조심하면 바이크 폭이 좁아 시내를 달릴 때도 부담이 없다. 묵직한 배기음에 곳곳의 알루미늄 부품까지 고급스러운 겉모습도 만족스럽다.

2019년 6월에 출고한 이후, 작년 추석 연휴를 이용해 동해시를 거쳐 부산까지 내려갔다가 내륙으로 돌아 서울로 복귀한 솔로 투어를 다녀오기도 했다. 여기서만 달린 거리는 약 1,400km로 동해안을 따라 내려간 7번 국도와 부산 주변을 돌아 내륙으로 복귀하는 코스였다. 하루 종일 비를 맞기도 했지만 시원한 날씨에 한적한 지방 국도를 혼자서 여유 있게 달린 기억은 최고였다. 또 전국의 멋진 풍경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남긴 것도 추억의 하나가 되었다. 물론 스피드트윈에 불만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바람을 막아줄 것이 없는 네이키드기 때문에 고속으로 장거리를 달리는 것은 힘들다.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혼자라면 큰 문제가 없지만, 다른 사람과 함께 나선 투어에서 페이스를 맞춰 달리기가 쉽지 않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바이크는 힘이 넉넉하지만 체력이 따르지 못한다. 작은 윈드 스크린이나 비키니 카울을 달아볼까 싶다가도 지금의 예쁜 디자인이 망가질까 두려워 망설이고 있다. 부족한 수납공간은 전용 브라켓과 클래식한 디자인의 가방을 좌우에 달아 해결했다.

이 글을 쓰는 2020년 3월 중순 현재 주행거리는 4,400km를 살짝 넘었다. 작년이 익숙해지는 시간이었다면 올해는 조금 더 다양하게 활용해 볼 생각이다. 30L 용량의 방수 가방을 샀는데 여기에 텐트와 침낭 등을 넣고 캠핑도 다닐 생각이다. 어차피 유유자적 떠나는 유람이 될 가능성이 크다. 스피드트윈은 F 650 GS를 보내고 7년 만에 만난 빅바이크다. 스쿠터 하나로 버티며 사고 싶은 기준을 세우고, 후보들을 만나 시승하면서 재고 따져가며 7년을 보냈다. 그렇게 만난 스피드트윈은 크기와 디자인, 성능에서 딱 맞는 바이크다. 물론 앞으로 어떤 바이크가 또 다른 즐거움을 줄지 모르지만, 1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두근거리는 바이크는 오직 내 캔디 레드 스피드트윈뿐이다.


이동희 사진 양현용 편집장 (월간 모터바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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