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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난함이 주는 매력, 포드 몬데오

허인학 입력 2020.01.15.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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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지만 매력적인 차를 고르고 있다면 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

여러 무리 속에서 관심을 독차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사람. 관심에 죽고 사는 사람. 그런 이와 거리가 멀다. 개인적으로는 남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게 부담스럽기만 하다. 물건을 선택할 때도 그렇다. 특히 자동차를 고를 때는 극에 달한다.

누구에게나 발각되기 쉬운 컬러도 싫고, 배기음이 지나치게 커도 가차 없이 탈락이다. 사실 주목받기보다 어려운 게 두루 모자란 데 없는 무난함이다. 평범한 삶을 사는 게 제일 어렵다고들 하지 않는가.

빈 종이와 펜을 꺼내 원하는 조건을 적어보기로 했다. 남들에게 으스대는 티가 나지 않으면서 알차야 하고, 최신 전자장비도 충분히 갖춰야 한다. 힘 좋고 효율 높고 가격 적당하면 금상첨화다. 문제는 ‘과연 조건에 맞는 차가 있는가’다. 의외로 쉽게 후보를 찾았다. 포드 몬데오다. 뜬금없이 웬 몬데오냐고 묻는 이도 있을 터다. 국내에서 한동안 판매 공백 상태였던 포드 몬데오가 조용히 부분변경을 마치고 출시됐다. 평범한 삶을 완성해 줄 능력까지 살뜰히 챙기고서.

몬데오는 포드의 월드카 프로젝트를 등에 이고 탄생한 중형 세단이다. 1990년대 초반 처음 등장했다. 2015년, 퓨전을 대신하는 4세대 몬데오가 국내 시장에 상륙했다. 지난해 잠시 자리를 비웠던 몬데오가 새로운 파워트레인으로 다시 국내시장을 노린다.

부분변경 몬데오를 처음 만난 장소는 어둑한 지하주차장이었다. 솔직히 처음 마주했을 때는 달라진 점을 알아보지 못했다. 여자 친구에게 “오빠, 나 변한 거 없어?”라는 질문을 받기라도 한 듯 당혹스러웠다. 이럴 때일수록 침착해야 한다. 마음을 가다듬고 자세히 보니 변화가 눈에 띈다. 더욱 커진 그릴을 반짝이는 크롬으로 치장했다. 범퍼 밑부분 디자인을 살짝 바꾸고 블랙 하이그로시를 더해 멋을 냈다. 헤드램프 내부 구성도 달라졌다.

측면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18인치 멀티스포크 휠 정도다. 이전에는 트렌티 트림에 5스포크 17인치 휠을 달았지만, 부분변경 모델에는 이전에 티타늄 트림에만 허락하던 18인치 휠을 기본으로 끼웠다. 뒷모습 변화를 가까스로 발견하고는 무릎을 탁 쳤다. 테일램프는 달라지지 않았고, 양쪽 램프를 파고드는 크롬 라인을 배치했다. 전체적으로 바뀐 점은 적지만 화장법을 바꿔 숨겨진 매력을 도드라지게 했다.

인테리어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깔끔한 성격의 소유자가 정리∙정돈한 듯 정갈하다. 화려한 장식으로 눈이 즐겁게 하는 대신, 손을 뻗으면 닿는 곳에 다양한 버튼을 배치해서 사용하기 편리하다. 터치 방식 조작부가 유행하는 시대라 더더욱, 굳이 시선을 옮기지 않고도 원하는 버튼을 쉽게 찾아 누를 수 있다는 점이 반갑다.

스티어링휠 너머로 보이는 계기판은 아날로그 계기와 디스플레이로 구성했다. 겉치장보다는 기능성에 충실해서 정보를 확인하기 쉽다. 변속기 조작부는 기어 레버를 걷어내고 다이얼을 심었다. 최신 버전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는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 기능을 담았따. 다양한 기능을 음성으로 제어할 수도 있다. 살가운 배려는 뒷좌석에도 스며 있다. 성인 남성이 앉아도 무릎 공간과 머리 공간이 넉넉하다. 따가운 햇살이 부담스럽다면 선블라인드를 펼쳐서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지킬 수 있다. 사고 시 탑승자 상해를 최소화하는 뒷좌석 안전벨트 에어백까지 적용했다.

지하주차장에서 빠져나와 꽉 막힌 강남대로에 올라섰다. 단지 몇 km만 달려봐도 몬데오가 얼마나 내실을 잘 다진 모델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포드는 듀라토크 TDCi 엔진과 6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를 과감히 들어내고, 새로운 심장(2.0L 에코블루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를 맞물렸다. 요즘 같은 시대에 디젤이 웬 말이냐고 야단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질소산화물 저감을 위한 SCR 시스템을 탑재했으니 배기가스 걱정은 접어둬도 된다.

오른발에 힘을 실어 가속페달을 밟았다. 2000~3000rpm부터 쏟아져 나오는 최대토크(40.8kg∙m)가 경쾌하게 차체를 이끈다. 변속기는 여덟 계단을 바삐 오르내리며 착실하게 자기 역할을 해낸다. 새 엔진과 변속기는 찰떡궁합을 자랑한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부분은 정숙성이다. 노면 소음, 엔진음, 풍절음을 상당히 잘 걸러낸다. 디젤차는 시끄럽고 덜덜거린다는 편견을 한 방에 날릴 수 있을 만큼 쾌적한 주행감이다. 들이키는 기름양도 적다. 태코미터 바늘을 가파르게 일으켜 세워도 1L에 13km 이상은 거뜬히 달릴 수 있고, 주변 차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크루징 하면 1L에 20km도 무리 없이 기록한다.

내친김에 굽이치는 산길을 정복히가로 했다. 오른쪽, 왼쪽, 또다시 오른쪽, 그리고 왼쪽… 정신없이 스티어링휠을 돌렸다. 코너에서 차체 움직임은 반전매력이라 부르기 충분했다. 부드럽게만 느껴지던 서스펜션이 의외로 우직하게 차체를 받든다. 브레이크 시스템을 속도계 바늘을 떨어트리는 실력이 뛰어나다. 칼같이 차를 세우는 정도는 아니지만, 제동력이 꾸준해서 만족스럽다.

평범하면서 매력적인 차를 찾는 일은 대단히 어렵다. 그러나 까다롭기 그지없는 조건에 몬데오를 대입하니 딱 들어맞는다. 과한 치장을 하지 않았지만 잘생겼고, 힘과 효율성과 배려심도 빼먹지 않고 챙겼다. 4000만원 초반의 가격까지 생각하면 숨은 진주라도 발견한 듯 마음이 움직인다. 무난함 속에서 빛나는 매력. 문득 나태주 시인의 시 ‘풀꽃’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몬데오가 그렇다.

 허인학 사진 이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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