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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벤틀리 벤테이가, 새로운 V8 심장을 갖다

조회수 2020. 3. 26.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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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틀리가 브랜드 첫 SUV 벤테이가를 선보인지 햇수로 4년이 지났다. 그간 숱한 경쟁자들이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벤테이가는 여전히 도로 위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공개 당시 ‘세상에서 가장 빠른 SUV’란 타이틀을 거머쥐었던 벤테이가는 608마력의 6.0리터 W12 트윈 터보 엔진을 탑재했었다. 이번에는 살짝 힘을 빼고 V8 엔진을 이식했다. 타 브랜드에서 고성능의 상징인 ‘V8 엔진’이 이 집안에서는 엔트리를 담당하는 셈이다.

벤테이가는 전장 5140mm, 전고 1745mm, 전폭 2000mm 사이즈를 갖춘 대형 SUV다. 그럼에도 꽤나 날렵한 인상을 갖췄다.

전면부는 브랜드 고유의 원형 헤드라이트와 주간주행등, 격자 무늬 대형 프런트 그릴 등이 벤틀리 출신임을 드러낸다. 후면부는 그 어떤 꾸밈 없이 브랜드 엠블럼만으로 여백을 꽉 채운다. 여기에 거대한 21인치 휠이 적용되며, 타이어는 전ㆍ후륜 각각 255/45, 285/45 사이즈이다.

벤테이가 V8 모델은 벤틀리모터스 설립 100주년인 2019년 출시됐다. 이를 기념하듯 차량 곳곳에 ‘1919 - 2019’가 새겨진 로고가 자리한다.

인테리어에서는 ‘고급스러움’이 뚝뚝 떨어진다. 탑승하는 순간부터 범상치 않은 차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다. 손길이 닿는 곳 대부분 최상급 가죽으로 마감했으며, 필러를 포함한 천정까지 고급 가죽으로 덧댔다. 실내는 밝은 브라운 컬러로 마감했다. 여기에 LED 조명의 노란 불빛과 안전 벨트까지 색상을 통일해 차분한 느낌을 준다.

대시보드 중앙에 자리한 브라이틀링 시계는 벤틀리가 제공하는 값비싼 옵션 중 하나로, 해당 시승차에서는 제외됐다.

브랜드에 대한 기대가 큰 만큼 아쉬움도 적지 않다. 8인치 센터 디스플레이는 벤테이가의 큰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다. 게다가 내장된 터치 패널은 살짝만 힘을 줘도 색이 번지는 특성을 보였다.

자주 사용하는 공조기와 차체제어 버튼은 다소 저렴해 보이는 플라스틱으로 마감해 차량의 고급스러움을 해친다. 이외 센터페시아 주변 우드 마감도 유광 재질보다 원목의 느낌을 살렸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출시된지 4년이 지난만큼 럭셔리 트렌드에 대한 업데이트가 필요해 보인다.

차량 크기에 걸맞게 광활한 뒷좌석 공간을 갖췄다. 앞좌석에 붙은 테이블은 여러모로 쓰임이 훌륭하다. 다만, 뒷좌석 리클라이닝 조절이 수동인 점은 충격적이다. 수억원대 고급차라면 모름지기 전동으로 움직여야 할 것만 같지만, 벤테이가 V8에는 전동 옵션이 빠졌다.

국내에서는 5인승 모델만 판매 중인데, 전동으로 뒷좌석을 조절하는 4인승 모델은 W12 모델에서만 선택이 가능하다. 플래그십에 대한 배려다. 이러한 특징들을 종합하면, 벤테이가 V8 모델은 ‘사장님’을 위한 의전 차량보다 ‘가장’을 위한 차를 내세운다.

한층 작아진 4.0리터 V8 트윈 터보 가솔린 엔진은 최고출력 550마력, 최대토크 78.5kgfㆍm의 성능을 발휘한다. 2.5톤의 덩치는 가볍게 움직인다.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4.5초 만에 가속을 끝내고, 최고속도는 290km/h로 제한된다. W12(4.1초, 301km/h)와 비교해도 크게 밀리지 않는다.

저음의 으르렁대는 엔진음이 인상적이다. 엔진회전수가 높아지면 배기 플랩이 열리면서 한층 걸걸한 소리를 낸다. 정속 주행 시 엔진음은 거의 들려오지 않을 뿐더러 무척 훌륭한 방음까지 더해져 V8 엔진음을 감상할 기회는 줄어든다. V8은 거둘 뿐, 벤틀리의 진정한 성격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정속 주행 시에는 8개 실린더 중 절반만 운영해 연비 개선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시내와 고속도로를 포함한 약 300km를 주행한 평균 연비는 6.5km/l를 나타냈다. 공인연비(6.1km/l)보다는 근소하게 높은 수치를 보였다.

견고하지만 부드러운 승차감이 인상적이다. W12보다 작은 엔진을 얹은 덕분에 조금 더 가벼운 몸놀림을 보여준다. 기본 적용되는 에어 서스펜션은 잔진동을 훌륭하게 걸러내며, 주행 모드나 속도에 따라 차고를 자동으로 조절한다. 또한 48V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해 안티롤 바를 조절하며 코너링 시 횡력에 대응하고, 타이어 접지력을 높였다.

8가지 주행 모드를 지원하는데, 기본 ‘벤틀리 모드’가 있다. 가장 편안한 운전을 지원하는 자동 모드인데, 사실 컴포트 모드와 구분하기 어렵다. 벤틀리 모드에서는 부드러운 패밀리 SUV의 승차감을 제공한다. 조금 더 과격한 움직임을 원한다면 스포츠 모드를 체결하면 된다. 불필요한 거동을 자제하고 파워트레인의 응답성도 훨씬 빨라지는 등 운전 재미를 배가한다. 뻥 뚫린 도로를 만날 때마다 스포츠 모드를 넣게 된다.

벤틀리 벤테이가는 여유로운 성능과 고급스러움, 브랜드 밸류 등으로 단단히 무장했다. 쏟아지는 경쟁 차종 사이에서 꿋꿋하게 우위를 지키고 있다. 높은 완성도가 럭셔리 브랜드의 가치를 완성한다. 아쉬운 점은 실린더 네 개를 줄이면서 몇몇 핵심 고급 사양도 함께 빠진 것이다. W12 모델과의 차이점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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