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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트렌드

색다른 충격, BMW X3 M

모터트렌드 입력 2020.01.22. 10:00 수정 2020.01.22.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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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만 넘치는 SUV를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이 차는 '찐' M이다

X3 M을 처음 만난 건 지난 10월 <모터트렌드> 익스피리언스 데이에서였다. BMW는 참가자들을 위해 트랙 주행용으로 아직 출시하지도 않은 X3 M을 제공했다. 당시 사람들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X3 M을 트랙에서 탄다는 것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색 바랜 빨간색을 입은 X3 M을 주행하고 돌아온 참가자들 중 한 명은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말했다. “이건 X3 M이 아니에요. M3 X지.”

X3 M은 기존의 X3와 외관상 큰 차이가 없지만 곳곳에 포인트를 주며 차별화를 꾀했다. 강렬한 검은색 하이글로시로 멋을 낸 키드니 그릴과 공기흡입구를 넓힌 범퍼 덕분에 인상은 한층 과격해졌다. 범퍼 양옆 커다란 공기흡입구엔 트랙 전용 쿨링 시스템이 들어간다. 외관 곳곳에 붙어 있는 M 배지는 고성능 모델의 존재감을 은근히 드러낸다. 휠은 M에서만 볼 수 있는 21인치짜리 10스포크 스타일이 들어갔다. 이 밖에 사이드미러, 배기 시스템, 브레이크 캘리퍼 등도 모두 M에서만 볼 수 있는 것들이다.

실내 역시 넉넉하고 단정한 X3 그대로다. 다만 계기반과 운전대, 변속기에 들어간 M 로고 덕분인지 왠지 모를 긴장감이 흐른다. 시트는 새빨간 가죽으로 둘렀는데 M과 무척 잘 어울린다. 세미 버킷 형태의 시트는 꽤나 단단하고, 옆구리와 요추 지지대는 0부터 10단계까지 조절할 수 있다. 대시보드도 새빨갛고 부드러운 가죽으로 덮여 있으며 중간중간 탄소섬유 패널을 덧붙였다. 앰비언트 라이트는 운전자의 기분을 흥분시키기도 하고(빨간색) 차분하게 가라앉히기도 한다(파란색). 실내만 놓고 본다면 SUV가 아니라 고급스러운 스포츠카 같은 느낌이다.

변화의 폭이 크지 않은 외관과 실내와는 달리 엔진은 급격한 변화를 거쳤다. BMW가 새롭게 개발한 직렬 6기통 3.0ℓ 트윈터보 엔진인 S58이 들어간다. M3와 M4에 얹은 S55 엔진의 후속으로 40i 엔진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최고출력 480마력, 최대토크 61.2kg·m를 발휘하고 응답성도 빠르다. 같은 6기통 엔진이 들어간 메르세데스 AMG GLC 43보다 113마력, 8.2kg·m나 강력하고, 오히려 V8 엔진을 얹어 최고출력 476마력, 최대토크 66.3kg·m를 내는 AMG GLC 63과 성능이 비슷하다. S58 엔진의 제원을 살펴보며 신기한 것 하나를 발견했다. 실린더헤드를 3D 프린팅 기술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덕분에 전보다 모양은 더 정교하고, 엔진 무게도 줄었다고 한다.

단순히 숫자만 봐선 이 엔진이 얼마나 센지 감이 오지 않을 거다. 하지만 이것만은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실린더 수와 배기량을 넘어서는 듯한 힘을 내뿜는다. 2톤이 넘는 체구를 불과 4.2초 만에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밀어붙인다. 힘이 어찌나 넘치던지 가속 초반에는 헛바퀴가 돌기도 했지만 금세 접지력을 회복해 앞으로 나아간다. 게다가 속도를 무섭도록 빠르게 올린다. X3 M에는 스포츠 주행에 초점을 맞춘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 4 S가 신겨졌으며, 타이어 사이즈는 앞 255/40ZR21, 뒤265/40ZR21이다.

BMW가 4년 넘게 X3 M 개발에 착수해온 만큼 주행 감각은 꽤나 숙성됐다. 중형 SUV의 M 버전은 처음 선보이는 터라 시행착오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기우였다. 주행할 때 나타나는 민첩성, 역동성, 균형감 등 어느 하나 부족한 게 없다. 접지력은 높으며 서스펜션의 반응까지 정밀하다. 직선주로에서 속도를 높일수록 서스펜션이 더 단단하게 버티고 있어 안정적인 기분이 든다. 게다가 섀시가 속도와 중력, 충격 등을 버거워한다는 느낌도 없다. 섀시 강성은 정말 혀를 내두를 만하다. 연속된 굽잇길을 달릴 때의 움직임도 좋다. x드라이브가 앞뒤, 좌우 구동력을 미세하게 조정해가며 네 바퀴가 노면을 움켜쥔다. 코너를 빠르게 탈출한 이후의 모습도 꽤 놀랍다. 높은 무게중심 탓에 자세를 추스르는 데 시간이 걸릴 만도 한데 재빠르게 정리하고 다음 코너를 향해 튀어나간다.

X3 M을 타면서 인상적인 점은 내가 이 차를 제어하고 있다는 확신이 든다는 것이다. 고성능 SUV를 타다 보면 내가 차를 리드한다기보다 오히려 끌려다니는 일이 적지 않다.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그중의 하나는 헐렁한 조향 반응이고, 다른 하나는 침대같이 폭신한 서스펜션이다. 구동력이 바퀴로 온전히 가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빠져나간다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 원래 그렇게 타고 다니는 것이라 여기고 있었다. 하지만 X3 M은 그런 고정관념을 재정립하게 한다. 형태와 크기에 상관없이 빠르게 반응하고 정확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말하는 듯하다.

이런 색다른 충격을 또 어디서 받았나 했더니 M3를 처음 탈 때였다. M3와 X3 M이 똑같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차체 형태에 따라 발생하는 차이가 분명 존재한다. 그에 따라 세팅값이 달라질 것이고. 내가 말하고 싶은 건 M3를 처음 접했을 때의 충격과 감동을 X3 M에서도 느꼈다는 것이다. 그때 그 참가자가 ‘M3 X’라고 말한 이유가 나와 같을 수도 혹은 다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두 사람이 느낀 명확한 한 가지가 있다. X3 M은 그렇고 그런 SUV가 아니라는 것이다.


BMW X3 M 

기본 가격 1억580만원
레이아웃 앞 엔진, AWD, 5인승, 5도어 SUV
엔진 직렬 6기통 3.0ℓ 트윈터보, 480마력, 61.2kg·m
변속기 8단 자동
공차중량 2060kg
휠베이스 2865mm
길이×너비×높이 4725×1895×1670mm
연비(시내, 고속도로, 복합) 6.2, 8.7, 7.1km/ℓ
CO₂ 배출량 247g/km



CREDIT

EDITOR : 김선관   PHOTO : 조혜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