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양양 왕복 400km 주행 결과는? 쉐보레 2020년형 볼트EV

조회수 2020. 6. 30. 15:13 수정
음성재생 설정

이동통신망에서 음성 재생시
별도의 데이터 요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쉐보레가 2020 볼트 EV를 출시했다. 1회 충전 시 주행 가능 거리를 383km에서 414km 늘린 점이 핵심이다. 406km를 주행할 수 있는 현대 코나 일렉트릭을 넘어 볼트EV가 동급에서 가장 멀리 달릴 수 있는 전기차가 됐다.


주행 가능 거리를 늘릴 수 있었던 배경은 배터리 밀도에 있다. 배터리 셀 안전성에 영향을 주는 분리막을 개선한 덕분에 배터리 용량을 결정하는 니켈 함량을 60% 이상으로 늘릴 수 있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기존 60kWh에서 10% 상승한 66kWh까지 배터리 용량을 늘렸고, 주행거리도 31km 더 달릴 수 있게 됐다.


늘어난 주행 거리를 확인하는 방법은 단 하나. 직접 달려보는 수밖에 없다. 이 날 시승 행사에서 쉐보레는 서울과 강원도 양양을 왕복하는 시승 코스를 구성했다. 총 401km 거리로 고저차가 크고 구불구불한 한계령을 넘어가는 전기차에겐 가혹한 주행 환경이다. 게다가 더워지는 날씨에 에어컨까지 켜야 해서 ‘무사히 돌아올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앞섰다.


처음 마주한 2020년형 볼트 EV는 이전과 크게 달라진 점이 없었다. 해치백보다 껑충해 보이는 크로스오버 스타일에 LED로 멋을 낸 주간주행등과 플로팅 루프 그리고 등고선을 닮은 리어램프까지 그대로다. 쉐보레 관계자가 알려준 변화 포인트는 듀얼포트 그릴 안쪽에 음각 문양이 변한 정도다.


다만, 외장 컬러는 이비자 블루, 미드나이트 블랙 색상이 추가돼, 퓨어 화이트, 스위치 블레이드 실버, 메탈릭 그레이, 스칼렛 레드와 함께 총 6가지로 선택권이 늘어났다.


볼트 EV에 올라탔다. 시승 코스가 긴 만큼 서울에서 양양으로 향하는 길은 동료 기자에게 운전대를 맡겼다. 나는 조수석에 앉아 실내를 살폈다. 밖에서 보이는 것보다 훨씬 넉넉한 실내공간과 높은 머리공간은 볼트 EV의 자랑거리. 앞 좌석 시트 등받이를 얇게 만들어 2열 무릎 공간에 신경 쓴 부분과 배터리팩을 바닥에 깔아 센터터널 없이 평평한 바닥공간 역시 실내 거주성을 높이는데 한몫한다.


스마트폰을 차에 연결하고 10.2인치 터치 디스플레이에 애플 카플레이를 통해 내비게이션을 띄웠다. 출발! 전기차답게 실내엔 작은 모터 소리만 들려올 뿐 고요하다. 지하주차장을 빠져나와 밖으로 나오니 금세 더워진다. 에어컨을 강하게 틀었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교통 체증이 가득한 잠실 한복판. 회생제동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좋은 구간이다. 동료 기자는 변속기를 L 모드로 변경하고 ‘원페달 주행’을 시작했다. 감속은 물론 완전 정차까지 가속페달 하나로 제어할 수 있는 기능이다. 회생 제동을 적극 사용해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고, 브레이크를 밟기 위해 바쁘게 발을 움직일 필요가 없어 운전 피로도 역시 줄일 수 있다.


주행 가능 거리를 살폈다. LCD 계기반 좌측에 떠 있는 숫자는 369km. 그 위로 최대 450km, 최저 302km를 달릴 수 있다고 알려준다. 내비게이션에 나온 목적지까지 남은 거리는 193km, 예상 주행시간은 2시간 50분이다. 이 정도 장거리 운전에 음악은 필수다. 터치 디스플레이를 조작해 음악을 틀었다.


볼트 EV는 보스가 조율한 사운드 시스템을 적용했다. 성향은 한국인들이 좋아할 저음이 강조된 스타일이다. 고음이 약간 뭉툭하고, 분리도가 좀 떨어지지만, 해상력은 좋은 편이다. 여행길에 흥을 돋우기에 이만하면 충분하다.


어느덧 고속도로에 올려 하염없이 달리기 시작했다. 운전석에서 푸념이 들려왔다. “이 차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없는데요?” 볼트 EV에는 반자율 주행 기능이 없다. 장거리 주행에 피로도를 좌우할 기능이 빠져 있는 건 큰 단점. 길어진 주행거리에 맞춰 자율 주행기능도 넣어줬으면 좋겠다.


반면, 조수석에 앉아있는 나에겐 딴 세상 이야기. 묵직하고 안정적인 승차감이 인상적이다. 무거운 배터리가 차체 아래에 깔려 무게중심을 확 낮춰준 이유일 터다. 엔진 소음도 없고 구름저항이 적은 미쉐린 에너지세이버 타이어(215/50 R17)를 신겨 노면 소음도 크지 않다. 옅은 풍절음만 실내를 채울 뿐이다.


얼마나 달렸을까? 중간 거점인 화양강 휴게소가 눈에 들어왔다. 주행거리는 90.4km. 남은 주행 가능 거리는 307km다. ‘어? 출발할 때 369km였는데?’ 단순 계산으로 280km가 남아 있어야 하는데 생각보다 주행 가능 거리가 많이 남아있었다.


여기서부터 양양까지 남은 길은 한계령 고개를 넘어가는 격한 와인딩 코스다. 특히 큰 고저차는 전기차에게 악몽 같은 구간이다. 다행히(?) 앞을 가로막은 차에 동료 기자의 질주본능도 가로막히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종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남은 주행 가능 거리는 164km였다. 역시 주행 환경이 전기차 주행 가능 거리에 끼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다.


식사를 마치고 서둘러 차에 올라타 길을 재촉했다. 혹시라도 퇴근 시간과 겹치면 감당하지 못할 정체에 시달릴 게 뻔하기 때문이다. 돌아가는 길은 내가 운전대를 잡았다. 다크서클이 광대뼈까지 내려온 동료 기자는 조수석에 앉아 옅은 미소를 띠었다.


올 때와 반대로 먼저 마주할 구간은 전기차에겐 악몽, 나에겐 천국인 와인딩 구간. ‘남은 배터리야 어떻게 되겠지’하는 심정으로 가속페달을 꾹 짓이겼다.


볼트EV에 들어간 전기 파워트레인은 최고출력 204마력, 최대토크 36.7kg.m를 발휘한다. 출발부터 가속페달에 발만 얹으면 36.7kg.m가 바로 쏟아져 나오는 건 전기차의 특장점이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7초가 채 걸리지 않는다.


2020년형 볼트EV의 무게는 배터리 용량이 늘었음에도 1,620kg으로 이전 모델과 같다. 현대 코나 일렉트릭(1,685kg), 니로EV(1,755kg)보다도 훨씬 가벼운 수준. 당연히 코너링 성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첫 번째 코너. 볼트 EV 운동 특성을 간 보듯 조심스럽게 돌았다. 웬걸? 생각보다 안정적이다. 역시 차체 바닥에 위치한 배터리 덕분인지 하중 이동이 급격하지 않은 듯하다.


두 번째 코너부터는 자신감이 붙어 좀 더 과격하게 코너에 진입했다. 연속된 코너도 안정적으로 헤쳐 나가는 모습에 감탄이 나왔다. 그러나 감상은 거기까지, 배터리를 아껴주던 구름저항 낮은 타이어가 발목을 붙잡는다. 속도를 조금만 높여 코너에 진입하면 그립 한계를 보이며 소리를 지른다. 게다가 차체제어장치는 그립을 잃었다고 판단하면 여지없이 동력을 차단해 가속페달을 아무리 밟아도 반응하지 않았다.


다행인 점은 타이어가 미끄러져도 무게중심이 낮고 하체가 안정적이라 예상 가능한 경로로만 차가 움직인다는 점이다. 덕분에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코너를 즐긴다면 볼트 EV는 충분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뜨학! 신나게 와인딩 주행을 마치고 고속도로에 올라와 남은 주행거리를 살피니 70km 남짓이다. 내비게이션에 서울까지 남은 거리는 90km가 넘는데 큰일이다. 바로 변속기를 L 모드로 바꾸고 발에 힘을 뺐다.


원페달 주행은 생각보다 편했다. 앞차와 거리를 조정할 때도, 정지 후 다시 출발할 때도 브레이크 페달과 가속페달을 바쁘게 오갈 필요가 없었다. 단지 가속페달을 밟고 있는 힘만 가볍게 조절해 주면 차는 알아서 가고 알아서 멈췄다.


브레이크를 밟을 때 회생제동이 작동하는 전기차 특유의 이질감도 없다. 가속페달에 회생제동을 결합한 덕분에 브레이크는 내연기관차와 같은 자연스러운 감각을 전해준다. 브레이크 등은 0.13G 이상으로 감속하면 회생제동 시에도 점등되기 때문에 뒷차에 피해끼칠 염려도 없다.


흔히 내연기관차는 정지 상태에서 브레이크에 올려진 발을 떼면 조금씩 앞으로 가는 클리핑 현상이 있다. 볼트 EV는 당연히 이 현상이 없는데, 이게 이렇게 편할 줄 몰랐다. 하긴, 이것 때문에 내연기관차에선 오토홀드 기능을 추가할 정도인데, 이것 역시 전기차에선 자연스럽게 해결된 문제다.


원페달 운전에 심취해 열심히 주행하다 보니 어느새, 서울 시내에 들어섰다. 열심히 ‘전비 운전’을 한 결과, 남은 주행거리가 목적지까지 남은 거리를 역전했다. 비로소 안도의 마음이 들었다. 물론 남은 주행거리가 30km 미만으로 떨어지니 주황색 불이 들어오고 ‘부족’이라는 경고 문구가 뜨며 충전을 재촉했지만, 난 이미 마음의 평화를 찾은 뒤였다.


도착 후 트립 미터를 살펴보니, 총주행거리는 393.5km다. 남은 주행거리 대신 ’부족’이 떠있어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대략 25km는 더 달릴 수 있는 점을 감안하면 쉐보레가 말하는 414km 주행거리는 정말 현실적인 숫자였다. 특히 한계령 고개를 넘어갔다 오는 가혹한 주행 환경에 코너마다 가속 페달을 짓이긴 점을 감안하면 더 놀랍다.


과거 테슬라 모델3 퍼포먼스를 시승했던 적이 있다. 가득 충전하니 주행 가능 거리는 410km가 찍혔다. 시승을 위해 격한 주행을 이어갔는데 250km 정도 달렸을 때 배터리가 부족하다며 경고등이 떠 시승 막바지엔 불안에 떨었던 기억이 있다.


그때 이후로 전기차 최대 주행거리는 ‘주행 환경에 따라 큰 차이가 있구나’하며 믿지 않았는데 볼트 EV는 달랐다. 만약 주행거리만 위한 운전을 했다면 500km도 너끈히 달리지 않았을까?


이 날 시승한 볼트 EV는 프리미어 등급에 세이프티 패키지가 추가된 ‘풀옵션’모델이다. 가격은 4,959만 원. 전기차 보조금은 국고지원금(820만 원)과 지자체별 지원금(서울 기준 : 450만 원)을 합쳐 1,270만 원이다. 따라서 실 구매가는 3,689만 원 남짓.


나도 모르게 지금 타고 있는 차의 기름값, 각종 유지비 등 계산기를 두드려 보게 된다. 가격, 실내공간, 유지비 그리고 제일 중요한 실 주행 가능 거리까지 볼트 EV는 두루 만족스러운 차다. 그만큼 미래가 아닌 지금 현실적으로 살 수 있는 훌륭한 전기차다. 아! 2020년형 볼트 EV에 추가된 서라운드 뷰는 주차에 서툰 아내가 가장 좋아할 기능이다. 자동차 구매에 가장 큰 걸림돌이 해결됐다.


홍석준 woody@carlab.co.kr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