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아우디 A8 L 55 TFSI 콰트로

조회수 2020. 2. 21.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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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 감동적인 라이트, 인체공학적 인테리어 디자인, 여유롭고 빈틈없는 주행감각
AGAINST 사고 싶어도 당장 살 수 없다. 비상등 버튼 피드백이 약하다


김송은  사진 이영석

세대 A8이 국내 출시했다. 정확히 말하면, 이제야 들어왔다. 5세대 A8은 2017년 글로벌 출시했다. 디젤게이트 여파로 국내 아우디 판매 정상화가 늦어진 바람에 지각생 신세를 면치 못했다. 국내 판매는 지난해 12월 시작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판매 중단했다. 한국 기준에 맞지 않는 뒷좌석 안전벨트 경고가 문제였다. 판매 재개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머지않아 재인증 절차를 마치겠지만, 시장 반응은 예측하기 어렵다. 아우디 서비스센터와 제품 할인율에 대한 불신은 이미 높아진 상황. 우여곡절도, 염려되는 점도 많지만 A8을 기다리는 사람은 많다. 도대체 어떤 치명적인 매력이 있는 걸까.




실내에 들어서면 화려한 디스플레이가 오색찬연 화려한 멋을 풍긴다(전원이 들어오지 않았다면 시커먼 스크린으로 가득할 공간이다). 12.3인치 디스플레이 계기판, 헤드업 디스플레이, 10.1인치 센터페시아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8.6인치 공조장치 패널, 뒷좌석 10.1인치 엔터테이먼트 모니터 2개, 5.7인치 뒷좌석 컨트롤러…. 실내에 단 모니터의 개수는 총 7개다. 인테리어 소재로 잔뜩 쓰인 블랙 하이그로시도 어둡게 번뜩이는 ‘디지털적’ 실내 분위기에 일조했다. 지문이나 먼지가 묻으면 적나라하게 눈에 띄긴 하지만, 모던한 분위기를 얻었으니 오염은 닦아내면 그만이다. ‘버추얼 콕핏’ 디지털 계기판을 보는 순간, 일종의 쾌감을 느꼈다. 초점이 딱 맞는 렌즈를 낀 듯, 선명하고 환한 시야 덕에 미처 보지 못했던 세상이 열리는 감각이었다. 버추얼 콕핏은 엔비디아의 테크라 프로세서로 구동된다. 3D 지도 모드를 선택하자 계기판에 지도가 펼쳐지고, 태코미터와 속도계는 작은 원으로 변했다.




센터페시아에 자리 잡은 2개의 모니터는 버튼처럼 눌리는 햅틱 터치로 조작할 수 있다. 스크린은 현대적이고 간결한 그래픽으로 채웠다. 기능을 익히기 쉽고, 주행 중에도 빠르게 찾을 수 있다. 다만, 비상등 버튼이 위치한 패널은 눌리는 감각이 약하다. 비상상황에서 급히 누르는 버튼인 만큼 확실한 피드백을 주면 좋을 듯싶다. 거의 모든 조작부가 모두 운전자가 팔을 뻗으면 닿는 거리에 있다. 당연한 말 같지만 당연한 것을 잘 못 하는 모델이 종종 있기 때문에 유심히 살펴볼 부분이다. 주먹처럼 두툼한 변속기 레버는 평평하고 넓적해 자꾸만 손을 올려놓고 싶다. 센터콘솔 커버가 열리는 방식은 별것 아니지만 오래 사용해보면 굉장히 편하다. 팔 받침으로 사용하다가 팔꿈치는 그대로 두고 손목만 까닥 움직이면 커버를 여닫을 수 있다. 인체공학적 배려가 돋보이는 부분이다. 이렇듯 구석구석 인체공학적인 설계를 반영해 주행 중 불필요한 피로감을 줄인다.



눈에 잘 띄지 않는 부분에는 인조 스웨이드 가죽(도어 패널, 시트 측면, 2열 등받이가 접히고 펴지는 부분)을 사용했다. 좋은 소재를 굳이 드러내 자랑하지 않는 점에서 여유와 자신감이 느껴졌다. 휠베이스는 3128mm로 지난 세대보다 6mm 늘어났다. 롱휠베이스 모델인 만큼 2열에서 쾌적하고 넓은 공간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아우디는 국내에 ‘A8 L 55 TFSI 콰트로 프리미엄’ 트림 한 가지만 출시했다. 차차 라인업을 확장해갈 예정이다. 2열 센터 암레스트에는 ‘리어시트 리모트 컨트롤러’라고 부르는 소형 태블릿이 끼워져 있다. BMW 7시리즈처럼 태블릿을 꺼내는 버튼을 누르면 태블릿이 위로 쑥 올라올까 싶어 이곳저곳 더듬어봤지만, 그런 기능은 없다. 괜히 아쉽다. 태블릿으로 앞좌석 헤드레스트에 부착한 모니터를 조작한다. 시트 위치, 열선, 통풍기능, 공조장치를 설정할 수도 있다. LED 독서등은 적절히 밝으면서 눈의 피로를 주지 않았다. 움직이는 집무실이 따로 없었다.



가느다란 스티어링휠 림을 손에 쥐고 가속 페달을 밟았다.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육중한 덩치를 가뿐하게 이끌었다. 추월가속도 가뿐했다. V6 가솔린 터보엔진은 최고출력 340마력, 최대토크 51.0kg·m를 발휘한다. 0→100km 가속은 5.8초에 끊고, 가속 페달을 계속 밟으면 시속 210km까지 속도를 높인다. 힘을 내는 과정이 폭발적이지는 않다. 커다란 몸을 우아하게 움직이기에 필요·충분한 힘을 갖췄을 뿐이다. 쭉 뻗은 도로와 코너를 달리다가 문득 생각했다. ‘아우디는 차 만드는 게 쉬운가 봐.’ 이토록 큰 차가 달리고 돌고 서는 데 기막히게 능숙해서다. 때론 여유롭게 때론 정교하게 움직이는 발레리노 같았다. 근력과 유연성의 비결은 네바퀴조향 시스템일 테다. 고속에선 앞뒤 바퀴가 한 방향으로 움직여 안정감을 주고, 저속으로 코너를 돌 때는 뒷바퀴가 앞바퀴 반대 방향을 향하면서 회전반경을 줄인다.




전반적인 주행감은 본격적인 스포츠 주행을 권하지 않는 분위기다. 변속 반응도 빠르지 않고, 스포츠 주행 모드도 따로 없다. 대신 장시간 운전이 부담스럽지 않다. 저속에서나 고속에서나 실내는 고요하다. 승차감은 누구나 만족할 만하다. 벤츠 S-클래스의 매직바디컨트롤이 부럽지 않다. 긴장감과 부드러움이 적절히 조화를 이뤘다. 어느덧 캄캄한 밤이었다. 문을 열자 바닥에 드리운 아우디 로고 불빛을 보고 괜히 웃음 지었다. 익스테리어 디자인은 ‘아우디 프롤로그’ 콘셉트를 밑바탕 삼았다. 전체적인 실루엣은 단정하다. 날렵하거나 사납지 않다. 그렇다고 심심하지는 않다. 앞뒤 램프가 충분히 화려해서다. 파란 눈동자, HD 매트릭스 LED 헤드램프가 기본이다. 테일램프는 OLED 라이트로 화려한 애니메이션 기술을 뽐낸다. 문을 잠그거나 열 때, 화려한 세레모니를 볼 수 있다. 램프의 장인답게, 램프 하나하나 아우디 로고까지 박아 넣었다. 그저 멋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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