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메르세데스-벤츠 GLC 300 4매틱
격전지다. 요즘 SUV 시장 어느 구석이 그렇지 않겠냐 마는 D 세그먼트 SUV 전장은 더없이 치열하다. GLC는 BMW X3, 포르쉐 마칸, 렉서스 NX,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와 경쟁한다. 해외에서는 아우디 Q5와 알파로메오 스텔비오도 상대한다. 이 차급 자동차 구매 예정자는 이는 행복한 고민에 빠지기 충분하지만, 차를 만드는 입장에선 승리를 자신하기에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다행히 GLC는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 GLK의 마지막 글자를 C로 바꾼 이후 열에 아홉은 칭찬했던 새 디자인의 공이 크다. 젊은 벤츠에 걸맞은 매끈한 디자인은 프리미엄 감성을 충실히 품어냈다. 단순히 젊어지기만 한 게 아니다. 무덤덤한 직선에서 유려한 곡선으로 디자인 방향성을 완전히 바꾸면서도 브랜드 고유의 우아한 멋을 지켜냈다. 경쟁모델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모델은 아니었을지라도, 디자인 면에서 흠잡을 구석은 가장 적었다.
벤츠 역시 기존 GLC 디자인에 큰 불만이 없었던 모양이다. 겉모습은 부분변경 이전과 크게 다를 바 없다. 한눈에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다. 가장 크게 변한 부분은 앞뒤 램프와 범퍼 형상이다. 위아래로 주간주행등 라인을 두른 눈매에는 간결하고 명민한 이미지가 담겼다. 스키드 플레이트를 확장한 범퍼에선 강인한 패기가 엿보인다. 이미 화려하고 세련된 멋이 충분했던 겉모습에 젊고 힘찬 인상을 한 스푼씩 더했다.
인테리어 디자인에도 큰 틀의 변화는 없지만, 디지털 계기판과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 덕분에 한눈에 봐도 신선하다. 디스플레이 그래픽은 더욱 정교하고 유려해졌다. 최근 벤츠가 집중하고 있는 MBUX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진일보한 내비게이션이 눈길을 끈다. 그러나 MBUX 음성인식 기능은 인식 정확성이 떨어져서 헛웃음을 자아내기 일쑤다. 내비게이션 그래픽은 아름답지만, 정보전달력이 부족하다. 실시간 교통량을 표시하는 라인과 주행경로를 표시하는 선이 어지럽게 교차해서 주행 중에 필요한 정보를 한눈에 파악하기 쉽지 않다. 센터터널에 자리잡은 인포테인먼트 조작부는 조그셔틀에서 터치패드로 바꿨는데 직관성이 떨어져서 터치스크린을 이용하는 것이 속 편하다.
국내 판매 중인 GLC 300 4매틱은 직렬 4기통 2.0L 터보 가솔린 엔진을 품었다. 최고출력 258마력, 최대토크 37.7㎏·m를 발휘하는 엔진에 9단 자동변속기 조합해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 가속을 6.2초 만에 마친다. 연비는 1L당 10.0km에 살짝 못 미친다. 가속페달 조작에 대한 스로틀 반응은 매우 섬세하다. 1800rpm에서 쏟아지는 최대토크 덕분에 도심 주행이 가뿐하다. 속도를 높이고 낮출 때의 감각, 코너를 도는 감성은 한결같이 우아하다. 노면 정보를 완곡하게 전달하는 하체 질감 덕에 주행 감각이 더없이 쾌적하다. 풍절음과 노면 소음을 꼼꼼히 막아내서 주행 내내 고급차다운 실내 분위기를 유지한다.
눈에 띄는 요소는 아니지만, 긴박한 상황에서 만족감을 높여주는 첨단 안전 기능도 추가했다. 다만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 교차로 기능을 추가한 액티브 브레이크 어시스트, 하차 경고 어시스트를 포함하는 최신 버전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패키지는 기본형보다 730만원 비싼 프리미엄 트림에만 들어간다. 벤츠는 GLC에 큰 폭의 변화를 주는 대신 전체적인 완성도를 높이는 데 집중했다. 새로운 벤츠 이미지를 더욱 공고히 다지기 위한 전략이자, 지금까지 달려온 길에 대한 확신의 표현이다.
글 김성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