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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기아 콩코드, 여전히 아름다운지

조회수 2020. 5. 27.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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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와인 빛깔의 벨벳 시트는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의 푹신한 소파처럼 우아하다.


글·사진 이재욱    에디터 김송은

유럽이나 미국에 비하면 아직 한국의 올드카 문화는 걸음마조차 떼지 못한 수준이다. 그러나 점차 많은 사람들이 올드카가 주는 남다른 멋과 즐거움에 매혹되고 있다. 한 사람의 마니아로서 즐겁고 흥분되는 현상이다. 얼마 전 만난 기아 콩코드는 아직 앳된 티를 벗지 못한 젊은 오너의 차였다. 그는 집요한 열정으로 이 차를 살려내고 있었다. 헤리티지 관리가 잘 되지 않은 국산 올드카를 복원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기 때문에, 그가 흔쾌히 차 키를 내줬을 때 이 차를 최대한 멋지게 소개해야 한다는 사명감마저 느꼈다. 

진한 레드와인 내장재는 콩코드 중에서도 매우 보기 드문 구성이다

콩코드는 군부독재의 유산인 자동차 공업 합리화 조치가 1987년 해제되면서 기아자동차가 아시아 피아트 132 이후 6년  만에 다시 선보인 중형 세단이다. 4도어 모델이지만 강력한 성능으로 1990년대 초 한국 모터스포츠를 휩쓸었다. 이제는 길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지만, 특유의 스포티한 디자인과 탄탄한 동력성능 덕에 한국의 첫 스포츠 세단으로서 많은 이의 기억 속에 생생히 남아있다. 이번에 시승한 콩코드는 1990년식이다. 2.0L SOHC 엔진과 4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됐다. 송풍구가 전동으로 움직이는 스윙 에어벤트, 당시 유행이던 디지털 계기판, 아날로그 이퀄라이징 인켈 오디오 시스템이 적용된 풀옵션 모델이다. 근래 이 모든 기능이 멀쩡히 작동하는 차는 처음 본다. 게다가 레드와인 빛깔의 벨벳 시트는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의 푹신한 소파처럼 우아하다. 

아이신 4단 자동변속기는 발군의 성능을 자랑한다

왕년에 ‘고속도로의 제왕’으로 불렸던 건 136마력의 DOHC 사양이지만, 1150kg에 불과한 가벼운 차체 덕에 110마력의 SOHC 엔진 모델도 나름 경쾌하게 내달린다. 가장 놀라운 부분은 자동변속기와 서스펜션이다. 아이신 변속기는 30년 전 물건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직결감이 좋다. 순정 쇽업소버와 스프링은 요즘 차 못지않게 탄탄하다. 초음속 여객기에서 따온 모델명처럼 어떤 길에서나 올곧게 내달린다. 마쓰다에서 가져온 선진 설계가 수준 높은 주행 감각의 비결이다. 

20세기 첨단의 상징이었던 디지털 계기판

공들여 광을 낸 황동 공예품처럼 은은하게 빛나는 황금색 차체와 산업화의 훈장과도 같은 옛 기아차의 굴뚝 엠블럼은 이 차에 켜켜이 쌓인 30년의 세월을 무색하게 만든다. 피가 섞인 마쓰다와 공유하는 몇몇 부품은 바다 건너에서 공수할 수 있지만, 그 밖에 부품은 전국 부품상을 뒤져도 구하지 못하는 부품이 태반이다. 수많은 자동차 마니아의 추억을 담은 기아 콩코드가 가능하면 더 오랫동안 도로를 누볐으면 좋겠다. 우리에게도 잠시 멈춰 서 뒤를 돌아볼 여유를 선사하는 소중한 유산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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