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 party #2] 올해로 46세 신예, 모순적인 M340i
글 이현성 에디터 김송은 사진 이영석
M340i가 기라성 같은 선배들 사이를 비집고 나왔다. 이름만 대도 알아주는 M 타운 에이스들의 시선이 한 곳에 쏠렸다. 신입생이지만 위축되는 기색도 없다. M340i는 등장부터 범상치 않았다. 슈퍼 루키, 우리말로는 대형 신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등장과 동시에 뛰어난 기량이나 활약을 보여 주목받는 선수라는 뜻이다. BMW M340i를 시승하는 내내 슈퍼 루키라는 수식을 떠올랐다. 그런데 1975년 데뷔해 올해로 46살 먹은 3시리즈가 신예라니. 이보다 모순적일 수도 없다.
3시리즈는 1세대부터 콤팩트 스포츠 세단을 대변해왔다. 그중에서도 직렬 6기통 엔진을 품은 3시리즈는 고성능 세단의 상징과도 같았다. 1978년 323i를 시작으로 오늘날까지 계보를 이어오고 있다. 세대를 거듭하면서 높아지는 배기량에 따라 이름을 바꿔 불렀을 뿐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330i는 4세대(E46)에 이르러 등장했다. 다운사이징의 흐름에 따라 6기통 3시리즈의 이름에도 큰 변화가 찾아왔다. 6기통 3시리즈의 고유명사와도 같았던 330i를 4기통 2.0L 터보 모델에게 넘겨준 것. 울며 겨자 먹기로 BMW는 335i라는 이름을 가져와 썼다. 5세대(E90)에 등장한 6기통 터보 모델에 썼던 이름이다.
자연흡기 6기통 모델에 터보 모델 이름을 붙인 게 영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BMW는 5년 만에 340i로 개명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얼마 전 출시한 7세대 340i는 직렬 6기통 3.0L ‘터보’ 엔진을 품었다. 출력은 높이되 까다로워진 배출가스 규제를 맞추기 위한 선택이었다. 대신 마니아들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선물을 준비했다. 바로 M 배지다. BMW는 340i 앞에 고성능을 상징하는 M을 붙였다. 3시리즈에 M135i, M550d와 같은 MPA(M Performance Automobile) 모델이 등장한 건 이번이 처음. M340i를 초대형 신인이라고 소개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디자인은 7세대(G20)와 큰 차이 없다. 앞뒤 범퍼와 라디에이터 그릴만 새로울 뿐 여느 3시리즈와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사뭇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BMW는 공격적인 인상보단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강조했다. 금속 재질감을 살린 그릴과 사각 배기구의 영향이 크다. 외모만 놓고 보면 고성능 자동차의 향기는 330i가 더 짙다. 이름 뺏긴 것도 모자라 까맣게 칠한 수직 그릴, 동그란 모양의 진짜 배기구까지 330i에게 내어주고 말았다. 그래도 은빛 머금은 사이드미러 커버와 빼꼼 고개를 내민 리어 스포일러가 마음에 위안을 준다. 인테리어 디자인에도 M340i만의 특징은 없다. 손이 자주 가는 시프트레버만이라도 M340i만을 위해 새로 만들었으면 더할 나위 없었을 테다. 그 흔한 M 배지 조차 실내에는 인색하다. 스티어링휠에 붙어있는 작은 배지가 전부다. 하지만 시동을 걸면 아쉬운 마음은 눈 녹듯 사라진다.
BMW는 우렁찬 배기음으로 이 차가 보통이 아니라는 사실을 암시한다. 카랑카랑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직렬 6기통 3.0L 가솔린 터보 엔진이다. 6세대(F30) 340i의 심장과 기본적으로 같다. 하지만 크랭크 케이스와 실린더 헤드를 알루미늄으로 만들어 무게를 줄이고 강성을 높였다. 더불어 자연흡기였던 기존 340i와 달리 트윈스크롤 터보 시스템을 더해 최고출력을 322마력에서 387마력으로 끌어올렸다. 최대토크는 51kg·m에 달한다. 혜택은 오롯이 운전자의 몫이다.
가속할 때마다 느껴지는 시원한 쾌감에 중독되어 자꾸 M340i를 밀어붙이게 된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시간은 4.6초. 터보랙 없이 왈칵 쏟아내는 힘을 온몸으로 받아낼 때마다 얼굴엔 웃음꽃이 피었다. 레드존까지 치솟다가 기어를 올려 물 때 ‘버럭’ 성난 울음을 내뱉는 배기음도 중독성이 대단하다. 더욱 극적인 소리를 원한다면 변속기를 수동 모드로 두면 된다. 엔진회전수가 한계까지 다다라도 스스로 기어를 바꾸지 않는데, 퓨얼컷 구간에서 들려오는 파열음에 머리털이 쭈뼛 선다.
서스펜션의 기본 골격은 여느 3시리즈와 같다. 하지만 핸들링 성능을 높이기 위해 몇 가지 개선을 거쳤다. 일단 댐퍼와 스프링을 한층 단단하게 조였다. 그런데도 승차감에 큰 불만은 없다. 운전에 필요한 노면 정보는 전하되, 거친 충격은 운전자의 엉덩이에 다다르기 전 모두 사라진다. 오돌토돌한 요철의 충격까지 모두 올라오는 M 형제들과 다른 모습이다. 덕분에 공도에서 더욱 여유롭고 안정적으로 속도를 즐길 수 있다. 너무 단단한 서스펜션은 노면이 고르지 않은 길에서 오히려 불안한 마음을 불러일으킨다.
더불어 좌우 바퀴 사이의 거리를 넓히고, 캠버 각을 M340i를 위해 새로 맞췄다. 개선 효과는 고속으로 코너를 돌아나갈 때 빛을 발한다. 50:50에 가까운 앞뒤 무게 배분, 탄탄한 서스펜션과 함께 빼어난 궁합을 뽐낸다. 밸런스가 워낙 좋아서 고속에서 큰 요철을 만나도 그립을 잃는 법이 없다. M 디퍼렌셜도 M340i의 뛰어난 코너링 실력에 한몫 보탠다. 주행 상황에 따라 디퍼렌셜을 잠그고 풀어 드리프트를 즐길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왼손은 거들 뿐.’ 농구 만화 <슬램덩크>의 대사다. M340i를 시승하고 이 말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6기통 엔진 얹은 3시리즈가 등장한 이후 실력이 의심받은 적 없다. 스포츠 세단이라는 수식 앞에 언제나 당당했다. 7세대도 마찬가지다. M 배지는 거들 뿐, M340i는 그 자체로 훌륭한 실력을 증명했다. 그저 우리가 M340i를 선택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