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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세단을 SUV로 번역하면 이렇게 된다 - 제네시스 GV80 시승기

박병하 입력 2020.06.29.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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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브랜드의 첫 번째 SUV GV80을 시승했다. 출시 전부터 화제를 불러 모은 신차인 만큼 기대도 상당히 컸던 GV80은 본래 2018년경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었으나, 개발 일정 지연 등으로 인해 2019년 상반기에 접어 들어서야 출시가 이루어졌다. 제네시스의 첫 번째 SUV GV80을 경험해 보며 SUV로서 어떤 가치를 품고 있는지 알아 본다. 이번에는 특별히 최고 사양이라 할 수 있는 3.5 V6 터보 모델과 볼륨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3.0 디젤 모델을 함께 다룬다. VAT 포함 차량 기본가격은 6,037만원부터 시작한다.

제네시스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확립한 디자인
제네시스 GV80의 외관 디자인은 2016년 뉴욕오토쇼에서 등장한 GV80 컨셉트에서 나타난 스타일을 양산차의 틀 안에서 거의 그대로 반영해낸 모습이 인상적이다. 전방의 거대한 크레스트 그릴과 두 줄로 이루어진 헤드램프 유닛, 그리고 전반적으로 역동적인 감각으로 빚어진 실루엣에 이르기까지, 어느 SUV와도 닮지 않은 선진적인 면모가 부각된다. 

특히 전방의 거대한 크레스트 그릴은 제네시스 엠블럼의 방패형상과 더불어 크롬으로 장식된 큼직한 격자로 대단히 화려한 인상을 준다. 또한 헤드램프와 함께 극단적인 수평기조를 이루며, 넓고 웅장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헤드램프는 두 줄로 나뉘어진 형상을 취하고 있다. 상하로 나뉘어진 헤드램프의 상부는 하향등, 하부는 상향등이 배치되어 있으며, 램프는 모두 LED 램프를 사용하고 있다. 또한 LED 주간상시등과 일체화되어 있는 방향지시등은 점등시 휀더까지 이어지는 사이드리피터와 연결되며 더 넓어보이는 느낌과 일체감이 인상적이다.

GV80의 측면 실루엣은 SUV들 가운데서도 다이내믹한 분위기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시원하게 뻗어 있는 보닛에서는 이 차가 후륜구동 기반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게 하고  깔끔하게 정리된 어깨선이 단단하게 절제된 느낌을 주며, 유연하게 흐르는 루프라인을 통해 속도감 있는 모습을 연출한다. 휠의 경우, 최대 22인치까지 사용되는데, 시승한 3.5리터 모델의 22인치 휠은 마치 디자이너가 그린 렌더링에서 그대로 튀어나온 느낌이다. 

뒷모습은 전면부와 통일성을 이루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와 같은 느낌을 주는 데 가장 기여하는 부분은 뭐니뭐니해도 테일램프다. 헤드램프와 유사한 형상으로 디자인된 테일램프는 디자인의 통일성을 꾀하는 한 편, 가로로 넓은 형상을 통해 외관 전반에 걸쳐 강조되어 있는 수평기조를 탄탄하게 뒷받침한다. 테일게이트의 오목하게 파여진 형상도 특징적이다. 하부에는 사양에 따라 역동적인 분위기를 완성해주는 듀얼 테일파이프가 마련된다.

단, 뒷모습은 보는 각도에 따라 다소 아래로 처져 있는 느낌을 줄 때가 있다. 이는 헤드램프와 테일램프의 높이가 거의 같다는데서 기인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유연하게 흐르는 루프라인 또한 뒤가 처져 보이는 데 일조하는 듯 하다. 전반적으로 역동적인 분위기를 강조하고 있는 GV80의 외관에서 꽤나 아쉬운 부분이다.

'역대급'이라는 수사가 아깝지 않은 인테리어
GV80의 인테리어는 '역대급'이라는 수사가 전혀 아깝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화려하고 진보적인 감각을 선사한다. 그 뿐만 아니라 실내 곳곳을 꼼꼼하게 감싸고 있는 마감재들의 품질이 기대 이상으로 훌륭하다. 한치의 오차 없이 수평향을 이루는 대시보드와 매끄럽게 이어지는 플로어 콘솔 등에서 미래지향적 분위기와 고급스러운 감각이 절묘하게 교차한다.

스티어링 휠은 2-스포크 타입이 독특한 느낌을 준다. 단, 스포크의 상하좌우가 지나치게 대칭형을 이루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물론, 형태적으로는 매우 안정적인 느낌이지만, 조작 중에 종종 상하가 혼동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립감은 우수하며, 패들시프트를 비롯해 기타 버튼들의 조작감도 나무랄 데 없다. 

센터페시아의 조작부는 상당히 눕혀져 있는 디자인에도 불구하고 난반사가 의외로 적은 편이다. 표면처리에 신경을 썼는지 빛 반사가 잘 억제되어 있으면서도 고급스러운 광택을 보여준다. 스위치들의 배치 역시 깔끔하고 일목요연하게 이루어져 있어, 처음 타는 운전자라도 금방 적응할 수 있다. 14.5인치에 달하는 상부 디스플레이는 터치조작도 가능하기는 하지만 터치를 사용하기에는 거리가 제법 되는 편이기 때문에 플로어 콘솔에 마련된 다이얼 및 버튼을 활용하는 편이 더 안전할 것으로 사료된다. 

기어셀렉터는 다이얼식으로 되어 있다. 이는 신형의 기아 K5나 모하비 등에서 볼 수 있었던 구성품이다. 기어 셀렉터의 디자인과 마감은 훌륭한 편. 하지만 조작감이 생각보다 썩 좋지만은 않다. 일단 이 다이얼 모양 셀렉터의 실상은 조그셔틀이다. P레인지 상태에서 후진(R)이나 전진(D)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이 다이얼이 두 번 끊어지는 느낌이 들 때까지 손가락으로 잡아 돌려야 하는데, 이 과정이 은근히 뻑뻑해서 힘이 들어간다. 그리고 이렇게 끝까지 돌린뒤 셀렉터에서 손을 놓으면 다이얼이 도로 원위치로 돌아간다. 이러한 방식은 처음 접하는 운전자에게는 혼동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SUV의 껍데기, 세단의 공간
제네시스 GV80의 인테리어는 '역대급'이라는 수사가 아깝지 않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그 '분위기'와 '디자인', '마감'에 국한된 이야기일 뿐이다. SUV의 가장 기본적인 미덕이자, 대다수의 소비자들이 SUV에게 가장 기대하는 요소 중 하나인 '실내공간'에 있어서는 SUV의 미덕에 상반되는 모습을 보인다.

먼저 1열 좌석의 경우에는 대체로 큰 불만은 없다. 그러나 전반적인 공간이 SUV의 넉넉함보다는 세단의 아늑한 느낌이 더 크게 다가온다. 1열 좌석은 시트의 형상 뿐만 아니라 소재 또한  우수하다. 장시간의 시승에도 피로감이 적고, 탑승자의 신체를 잘 지지해 준다. 이 뿐만 아니라 8방향 전동조절 기능과 함께 4방향 전동식 허리받침,
2방향 허벅지 받침, 3단계의 열선/통풍 기능, 마사지 기능 등을 제공하며, 운전석 한정으로 사이드볼스터 조절 기능까지 제공한다.

반면 2열 좌석으로 넘어오게 되면 공간에 대한 아쉬움이 더 커진다. 그리고 1열좌석에서부터 느낄 수 있었던, 세단의 느낌이 더욱 크게 느껴진다. GV80의 2열 좌석 공간은 대형 SUV보다는 준대형~대형 세단의 그것에 더 가깝게 느껴지는데, 이는 전반적으로 낮은 루프와 높은 바닥으로 인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스타일의 공간 설정은 롤스로이스 컬리넌이나 벤틀리 벤테이가 등, SUV 설계 경험이 없는 제조사들이 내놓은 차들과 비슷한 구성이다. 대형급의 SUV임에도 넉넉하게 느껴지지 않는 공간은 GV80에게서 실망스러운 지점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3열 좌석은 존재 가치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근래에 등장한 3열좌석 SUV 모델들은 어떻게든 보다 쓸모 있는 3열 좌석과 공간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데 반해, GV80의 3열 좌석은 이와는 관계가 없다고 봐도 될 정도다. 헤드룸과 레그룸이 모두 비좁아서 어린이들에게조차 유의미한 공간을 제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존재가치가 의심스러운 3열좌석은 추가 비용을 들여야 하는 선택사양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트렁크 공간 또한 대형 SUV 답지 않은 구성이다. GV80의 트렁크 공간은 3열좌석을 전개한 상태에서 소형 해치백 수준에 불과한 용량을 제공한다. 그나마 3열 좌석을 접게 되면 727리터의 공간을 제공하는데, 이는 동급에 비해 크게 넉넉한 수치도 아니다. 또한  기본적인 구조부터 짐을 싣고 내리기 편리한 구조가 아니다. 지붕의 높이가 기본적으로 매우 낮아 상부에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2열 좌석과 3열 좌석을 접으면 상당한 공간이 나온다.

물론 아쉬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좌석을 접는 과정만큼은 아주 편리하기 때문이다. GV80의 2/3열 좌석은 모두 전동식으로 폴딩이 가능하다. 운전석측에 설치된 패널에 버튼들이 모두 모여 있는데 이 버튼만 지긋이 눌러주면 각각의 좌석한 원터치로 접는 것이 가능하다. 물론, 중간에 간섭이 생기는 경우에는 바로 원상복귀된다. 또한 버튼 4개를 동시에 누르게 되면 한번에 모든 좌석을 접을 수 있다.

완전히 새로운 파워트레인
제네시스 GV80은 제네시스 브랜드를 위해 만들어진 신세대 후륜구동 플랫폼을 바탕으로 개발되었다. 따라서 파워트레인 또한, 신세대 플랫폼에 맞게 신규 개발된 직렬 4기통 2.5 터보, V6 3.5 터보, 직렬 6기통 3.0 디젤 유닛을 사용한다. 그 중에서도 이번에 시승한 GV80은 최고의 성능을 보유한 3.5 터보 엔진과 수적 주력이 될 3.0리터 디젤 엔진을 탑재한 모델이다.

새롭게 개발된 세로배치형 3.5리터 V6 터보 엔진은 현재 제네시스 라인업 내에서 최강의 성능을 자랑하는 엔진이다. 최고출력 380마력/5,800마력, 최대토크 54.0kg.m/1,300~4,500rpm의 성능을 발휘한다. GV80의 판매량을 선두에서 이끌게 될 3.0리터 직렬 6기통 디젤 엔진의 경우, 278마력/3,800rpm의 최고출력과 60.0kg.m/1,500~3,000rp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두 차종 모두 자동 8단변속기를 사용하며, 구동방식은 모두 상시사륜구동이다.

최상의 질감 보여주는 3.5리터 V6 가솔린 터보
3.5리터 터보 엔진을 품은 GV80은 가히 최강의 파워트레인을 품고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경험할 수 있다. 저회전에서부터 터져나오는 두툼한 토크와 고회전에서 뿜어져나오는 출력이 2톤 남짓한 차체를 힘차게 몰아 붙여준다. 엔진 소음은 상당히 절제되어 있는 음색을 토해내며,  가속 페달을 밟을수록 고속영역까지 끈질기게 밀어붙여주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3.5리터 V6 터보 엔진의 인상적인 가속 성능은 상당히 만족스러운 기억으로 남는다.

또한 가솔린 엔진을 사용하는 덕분에 3.5리터 엔진을 탑재한 GV80은 상당히 정숙하고 쾌적하다. 저회전에서도 매끄러운 회전을 보여주는 V6 엔진의 회전질감은 시승 내내 스트레스를 안겨주지 않았다. 성능과 회전질감 면에서 고급 SUV의 심장으로서 나무랄 곳 없는 엔진이다. 강력한 동력성능과 쾌적한 질감을 겸비한 3.5리터 엔진은 매우 인상적으로 남는다.

든든한 토크로 밀어 붙이는 디젤
GV80의 수적 주력이 될 3.0리터 디젤 엔진은 3.5 가솔린 터보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3.0리터 디젤 엔진은 가속 페달의 응답성부터 꽤나 굼뜬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아무래도 부드러운 가속감을 만들어내기 위해 이러한 설정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 디젤 엔진이 대체로 가솔린 엔진에 비해 응답성이 부족하기는 하지만 이 설정은 다소 과도한 것이 아닌가 싶은 느낌마저 든다.

물론, 3.0 디젤 엔진은 GV80을 추진하는 데 있어 크게 부족함 없는 능력을 선보인다. 저회전에서 뿜어져 나오는 토크는 3.5 가솔린보다도 극적으로 느껴질 정도이며, 이 덕분에 경사로를 등판할 때에도 전혀 힘이 부족하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뭔가 질질 끄는 느낌의 응답성은 내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정숙성에 있어서는 대체로 무난한 수준이기는 하지만 직렬 6기통 레이아웃을 사용하고 있음에도 은근히 잔 진동이 많다는 느낌이 들어 다소 아쉽게 느껴진다.

견인력은 어떨까?
제네시스 GV80은 해외 럭셔리 SUV시장 전통의 강호인 BMW X5나 메르세데스-벤츠 GLE 등에 경쟁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들 차종의 경우에는 대개 3톤 내외의 견인중량을 갖는데, 제네시스 GV80이 해외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서라면, 견인중량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현재 제네시스 GV80의 견인중량은, 현재 정확한 수치가 명시되어 있지는 않다. 단 GV80이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견인중량은 필수불가결한 문제다. 특히, 레저활동이 크게 발달한 미국이나 유럽시장에서 견인중량은 SUV를 고르는 소비자들이 가장 까다롭게 살피는 부분 중 하나다. 따라서 제네시스 GV80은 경쟁차종과 유사한 수준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전에 없던 강건해진 초고강성 모노코크 섀시와 상시사륜구동 시스템을 장비한 제네시스 GV80은 최소 3톤 가량의 견인중량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고급세단을 SUV로 번역하다
제네시스 브랜드의 첫 번째 대형 고급 SUV인 GV80은 자기 주장이 강한 구성을 가진 SUV로 태어났다. 제네시스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성공적으로 담아낸 외관 디자인과 인테리어, 그리고 신개발 파워트레인의 충분히 경쟁력 있는 동력성능, 그리고 각종 첨단 기능들을 만재하여, 그야말로 고급 SUV가 가져야 할 대개의 조건들을 훌륭하게 만족하는 모습을 보이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러나 SUV, 그것도 3열좌석까지 갖춘 대형급 SUV로서 가져야 할 실용적인 가치는 그다지 높지 않다고 생각된다. 날렵한 외관 디자인을 갖게 되면서 나타나는 '공간의 부족', 그리고 'SUV 답지 않은' 실내 공간 설계는 아쉬움을 넘어, 실망스러울 정도였다. GV80이 직접 경쟁해야 할 해외 브랜드의 SUV들이 실내 공간 및 적재공간 확보에 노력하고 있다는 점에 비춰보면, GV80의 실내 패키징은 의문의 여지가 있다.

쿠페형 SUV와 전통적인 SUV 사이에 애매하게 걸쳐 있는 GV80은 타면 탈수록, 그리고 차내에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SUV 라기 보다는 '세단'이라는 느낌이 더 강하게 든다. 고급세단을 SUV로 번역한 듯한 인상을 준 GV80은 경험해 볼 가치는 충분한 SUV이지만, 정석적인 SUV를 추구하는 운전자라면 한 번 쯤 생각해 봐야 할 여지가 있는 SUV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