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최초시승] AMG와 벤츠 사이, 메르세데스-벤츠 GLE 450 4MATIC

강동희 입력 2020.01.08 10:03 수정 2020.01.08 16:4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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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렬 6기통 3.0L 트윈터보 엔진. 최고출력 367마력, 최대토크 51㎏‧m. 수치만 보면 메르세데스-AMG가 떠오른다. 하지만 AMG가 아닌 그냥 메르세데스-벤츠다. 고성능인 듯 고성능 아닌, 고성능 같은 GLE 450 4MATIC을 만나본다.

글 강동희 기자

사진 메르세데스-벤츠, 강동희 

지난해 9월 3일, 신형 메르세데스-벤츠 GLE가 등장했다. GLE는 1997년 데뷔한 M-클래스에서 시작한 모델이다. 출시 이후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200만 대 이상 판매고를 올렸다. 그 결과 오늘날 메르세데스-벤츠 SUV 모델 중 가장 인기 있는 모델로 자리 잡았다.

M-클래스는 2015년까지 명맥을 유지하다가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면서 GLE로 이름을 바꿨다. 그래서 현재 GLE는 2세대지만, M-클래스 시절까지 포함하면 5세대에 해당한다.

GLE 450 앞모습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곳은 라디에이터 그릴이다. 다른 벤츠 SUV 형제들처럼 8각형 SUV 전용 그릴을 쓴다. 300d는 가로줄이 두 개인 반면, 450은 한 줄만 써 보다 간결한 느낌이다.

그릴 아래엔 AMG 모델처럼 공기 흡입구 모양이 있다. 하지만 실제로 구멍을 뚫지는 않았다. 범퍼 밑에 크롬 언더가드는 조금 어색하다. 오프로드와 온로드를 넘나드는 모델이라고 하지만 험로에서 앞 범퍼 아래에 상처 나기 쉽기 때문이다.

멀티빔 헤드램프는 LED 84개를 품고 개별적으로 제어한다. 덕분에 상황에 따라 운전자 시야를 최대한 확보하되 상대방 눈부심은 줄인다. 시동을 걸 땐 LED가 춤추며 소소한 세리머니도 한다.

옆모습을 보면 M-클래스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바로 사선으로 떨어지는 C 필러와 리어램프, 그리고 3열 창문이다. 문 아래와 뒤쪽 펜더 면을 날카롭게 접어 높이가 높은 SUV지만 날렵해 보인다. 또한, 어린 아이들이 안전하게 타고 내릴 수 있도록 사이드스텝도 마련했다.

휠은 AMG 전용 20인치로, 타이어 크기는 275/50 R 20이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휠이 작아 보인다. 차체 크기가 큰 탓도 있지만 타이어 편평비가 50으로 휠 크기 대비 높다. 경쟁 모델인 BMW X5는 같은 20인치 휠에 편평비 45(앞 타이어)를 끼운다. 반면 브레이크는 탄탄하다. AMG 전용 캘리퍼로 피스톤이 앞은 두 개, 뒤는 한 개다. 앞 디스크엔 방열 구멍을 뚫어 쉽게 달아오르지 않도록 했다.

뒷모습을 보면 얇게 빚은 리어램프가 눈에 들어온다. 범퍼 양쪽을 이미테이션 에어커튼으로 채우고 아래쪽은 앞 범퍼처럼 크롬으로 장식했다. 양쪽 배기구는 구멍 뚫린 척 하는 가짜다. 진짜 배기구는 왼쪽에만수도꼭지 모양으로 자리했다. 디젤 모델은 오른쪽에 요소수 탱크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주유구는 여백이 많다. 요소수 주입구를 다는 디젤 모델과 공유하기 위해서다.

메르세데스-벤츠 GLE 차체의 길이와 너비, 높이는 각각 4,930×2,020×1,770㎜, 휠베이스는 2,995㎜다. 덕분에 신축 주차장이 아닌 이상 한 칸을 꽉 채운다. 내가 사는 아파트 기준으로 한 쪽 기둥에 바짝 붙여야 동승자, 혹은 옆 칸의 운전자 내릴 공간이 나온다. 주차선 양옆 간격을 똑같이 맞춰 주차하면 “비매너” 소리듣기 딱 좋다.

차 안으로 들어가면 12.3인치 디지털 디스플레이가 운전자를 반긴다. 모니터를 따로 마련했지만 하나의 패널로 엮어 마치 한 화면을 보는 기분이다. 계기판은 클래식과 스포츠, 프로그레시브 등 총 3개의 그래픽 가운데 고를 수 있다. 스티어링 휠 왼쪽 햅틱 버튼으로 계기판 내 설정도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센터페시아 모니터는 터치스크린을 지원한다. 음성인식 인공지능 비서 MBUX로 차 안 기능도 조절할 수 있다. 가령, “안녕 벤츠”라고 말하면 기능이 켜진다. 이후 “○○ 음악 틀어줘” 등 말을 하면 기능을 실행한다. 이밖에 인공지능을 바탕으로 간단한 대화도 나눌 수 있다. 그러나 역시 대화는 사람과 나눠야 한다. 최고의 튜닝은 동승석 튜닝이란 말도 있지 않은가.

오디오 시스템은 독일의 부메스터(Burmester) 제품으로 스피커는 총 13개다. 정통 클래식이나 록 음악이 아닌 라디오 프로그램을 들어도 풍족한 사운드를 느낄 수 있다. 또한 알루미늄 스피커 커버로 보는 맛까지 챙겼다.

널찍한 화면과 터치스크린을 품었다고 모든 기능을 화면 안에 넣지 않았다. 온도 조절과 바람 방향, 세기 등 공조장치 조작은 실제 버튼의 몫으로 남겼다. 덕분에 결눈질로 더듬어 쓰기 좋다. 최근 물리 버튼을 없애고 디스플레이 안에 기능을 넣는 게 유행인데 가끔 불편할 때가 있다. 벤츠의 보수적인 이미지가 순기능을 하는 순간이다.

센터콘솔엔 센터페시아 모니터를 조작하는 멀티미디어 컨트롤러가 자리했다. 앉은 자세 그대로 노트북 터치패드 조작하듯 움직일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화면을 직접 터치하는 게 편하다. 컨트롤러 양 옆엔 포르쉐 카이엔처럼 삼각형 손잡이가 솟았다.

어차피 사용 빈도가 많아 항상 열어놓는다고 생각한 걸까? 무선충전 패드와 컵홀더 2개를 덮은 뚜껑은 수동식 슬라이딩 방식이다. 또한, USB-C타입 포트와 요즘 차에선 보기 힘든 시거 잭이 있다. 따라서 일반 USB를 쓰는 제품을 이용할 경우 C타입 젠더가 있어야 한다.

시승차는 5인승으로 3열이 없는 대신 2열 공간을 제대로 누릴 수 있다. 앞좌석을 키가 약 178㎝인 기자에 맞춘 뒤 뒷좌석에 앉으니 앞시트 등받이와 무릎 사이에 주먹 약 2개 반에서 3개가 들어갔다. 제원표 상 뒷좌석 등받이부터 앞시트 등받이까지 길이는 825㎜다.

또한, 4-존 독립 공조장치와 B 필러 송풍구를 갖춰 뒷좌석에서도 원하는 대로 빠르고 쉽게 온도를 조절할 수 있다. 이밖에 겨울에 필수인 열선시트도 들어갔다. 반면 네 바퀴를 굴리는 탓에 센터터널이 봉긋 솟았다.

트렁크를 열어보니 골프백이 있다. 간혹 뒤쪽 휠 하우스가 트렁크 안쪽으로 불거져서 긴 물건을 가로로 넣지 못하는 차가 있다. 하지만 GLE 450은 트렁크 좌우 벽에 튀어나온 부분이 없다. 덕분에 골프백을 온전히 가로로 넣을 수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슬그머니 트렁크에 골프백을 넣어 둔 이유가 짐작이 간다.

트렁크 용량은 825L를 기본으로, 2열 좌석을 접으면 2,055L까지 늘어난다. 2열 등받이까지의 길이는 1,051㎜, 트렁크 바닥부터 지붕까지 높이는 888㎜다. 지면부터 트렁크 바닥까지 높이가 783㎜지만 별도의 스위치로 뒤쪽 차고를 더 낮출 수 있다. 그러면 키 작은 사람도 한결 쉽게 짐을 싣고 꺼낼 수 있다.

차고 조절도 가능하다. 대신 단계를 설정할 순 없고 무조건 최고, 최저로만 움직인다. 차고를 최고로 높이고 가벼운 오프로드도 체험할 계획이었지만, 시승 당일 진눈깨비가 와 포기했다. 정통 오프로더도 아닌데다가 온로드용 타이어인 피렐리 P 제로를 신었기 때문이다.

GLE 450의 엔진은 직렬 6기통 3.0L 가솔린 트윈터보로, 최고출력 367마력, 최대토크 51.㎏‧m를 뿜는다. 여기에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인 EQ 부스트가 최고출력 22마력, 최대토크 25.5㎏‧m의 힘을 더한다. 변속기는 9단 자동(9G-TRONIC)을 맞물린다.

일반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엔진이 죽었다 살았다 하면서 승차감에 영향을 준다. 그러나 EQ 부스트는 어디까지나 힘을 보태는 역할이라 승차감에 변화가 없다. 또한, 엔진 회전수를 낮게 쓰다가 급출발할 때 즉각 힘을 보태 터보 래그를 지운다.

덕분에 연비도 좋다. 평일 출근시간, 수도권에서 서울 중심부까지 움직였는데 연비가 8.6㎞/L나왔다. 오토 스톱&고 기능을 끈 상태임을 감안하면 우수한 수치. 아마 해당 기능을 켰으면 공인연비를 넘었을 수도 있다. 참고로 GLE 450 복합 기준 공인연비는 8.8㎞/L다.

한적한 외곽으로 빠져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바꿨다. 바로 기어를 한 단 낮추며 언제든지 달려 나갈 태세를 취한다. 컴포트 모드에서 서스펜션은 크루즈 선박처럼 충격을 부드럽게 흡수했다. 그러나 스포츠 모드로 놓자 크루즈는 소형 선박으로 변했다. 높은 타이어 편평비 탓에 노면 주름까지는 읽지 못 했지만 자잘한 요철은 느낄 수 있었다.

패들시프트로 기어를 2~3단 낮춰 엔진회전수를 높이자 6기통의 엔진음이 귀를 간질인다. 이윽고 가속 페달을 밟으며 기어를 높이자 계기판의 바늘이 금방 3시 방향을 향했다. 얌전히 주행할 때 느낄 수 없었던 변속 충격이 스포츠 모드에선 긴장을 놓지 말라는 식으로 몸을 때렸다. 그러나 밟고 다니는 스타일이 아니면 굳이 스포츠 모드로 놓고 다닐 필요가 없다. 1,600rpm부터 나오는 최대토크와 EQ 부스트가 있으니까. 

GLE 450의 제원 상 0→시속 100㎞ 가속시간은 5.7초, 최고속도는 시속 250㎞(전자제한)다. 1세대 GLE 43 AMG와 최고출력, 최고속도 등 여러 수치가 같은데, GLE 450은 AMG 디비전이 아니다. 고성능이지만 고성능이 아닌 척 시치미 떼는 셈이다.

“고성능 차는 원래 불편해”. 맞는 말이다. 더 빨리 달리기 위한 기능에만 치중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GLE 450은 편하게 타는 차에 좀 더 무게가 쏠린 차다. 그럼에도 반자율주행과 파노라믹 선루프가 없다. 시간이 지나면 잡소리 날 수 있는 선루프까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액티브 디스턴스 어시스트 디스트로닉이 없는 점은 여러모로 아쉬웠다. 계기판 디스플레이는 앞차와의 거리와 충돌 경고만 표시한다. 

차선 이탈방지 시스템과 충돌 방지보조 시스템은 꽤 민감하다. 휴게소로 들어가려고 방향지시등을 켜고 차선변경 한 뒤 지시등을 끈 채 진입하다가 스티어링이 반대방향으로 살짝 움직여 깜짝 놀라기도 했다. 방향지시등 레버를 살짝 조작하면 3번 점멸하다가 꺼지는 원터치 조작이 원인이었다.

또한 주차장 기둥에 바짝 붙이는 습관이 있다면 지나치게 민감한 경고음이 성가실 수 있다. 약 한 뼘에서 한 뼘 반 정도 거리가 있는데도 경고 신호를 보낸다. 주변 확인은 물론 360° 어라운드 카메라로 두 번 확인했는데도.

애석하게도 시승 후 2020년형 GLE 등장 소식을 들었다. 2020년형엔 반자율주행 시스템과 파노라믹 선루프가 들어간다. 가격은 약 500만 원 오를 전망이지만, 이만한 값의 차를 살 사람이 마음 바꿀 만한 차이는 아니란 생각이다. 현재 GLE 450의 가격은 1억1,050만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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