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세 가지 맛 혼다 어코드, 나에겐 어떤 화음이 어울릴까?

조회수 2018. 9. 14. 15:2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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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 코리아가 ‘어코드 테크 앤 익스피리언스 데이(Accord Tech & Experience Day)’를 개최했다. 어코드를 만든 일본 연구원들이 직접 내한해 개발 콘셉트와 주요 기술에 대한 강연을 펼치고 질의응답 시간을 갖는 행사다. 세미나 후에는 어코드 시승도 가능하다. 이런 기회가 흔치 않아 설레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마음이 편치 않았다.

시승은 문제가 없다. 반면, 강연 내용은 어렵지 않을지, 내 질문이 엉뚱하진 않을지 걱정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기우였다. 연구원들은 고리타분하지 않았다. 오히려 알고 있는 지식을 최대한 공유하기 위해 애썼다. 행사는 지난 9월 12일 오전에 시작해 이른 저녁에 종료했다. 긴 하루 동안 동안 연구원들은 일본인 특유의 친절함으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했다.

어코드 터보 스포츠(2.0L 가솔린 터보)

강연 내용은 알찼다. 신형 어코드의 개발 취지와 목적, 그리고 안전을 위해 고안한 ‘혼다 센싱’을 대하는 연구원들의 진심을 엿볼 수 있었다.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내부 사정으로 공개하기 어렵다”는 답변이 다소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세미나의 핵심 포인트인 파워트레인과 복잡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관한 질문엔 아리송한 답변만 돌아와 다소 의아했다.

이날 또 하나의 핵심은 시승이다. 신형 어코드 모든 라인업을 총 동원했다. 현재 시중에 나온 어코드는 10세대 모델로, 지난 5월 한국 땅을 밟았다. 1.5 및 2.0L 가솔린 터보와 하이브리드 등 세 종류다. 이렇게 모든 라인업을 한 자리에서 만나는 일은 흔치 않다. 석 대의 차를 돌아가면서 타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나라면 어떤 어코드를 살까?

어코드 터보

어코드의 가격은 3,590만 원부터 시작한다. 1.5L 가솔린 터보 모델이다. 최고출력 194마력, 최대토크 26.5㎏·m를 낸다. 기존 2.4L 자연흡기 엔진 정도의 파워다. CVT(무단변속기)를 통해 앞바퀴를 굴리고 복합 연비는 13.9㎞/L를 기록했다.

어코드 터보의 스티어링 휠, 크러쉬 패드, 계기판의 모습. 다른 어코드를 먼저보고 오면 안된다. 무언가 허전해 보이기 때문.

가장 기본형인 만큼 누를 수 있는 버튼이 듬성듬성 있다. 실내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기어 레버다. 전자식인 상위 기종에 비해 봉긋 솟아올라 오히려 스포티한 느낌을 준다. 시각적인 측면에 비해 하는 일은 별로 없다. 수동 조작을 지원하지 않는 까닭이다. 다행히 스티어링 휠 뒤편에 패들 시프트를 마련했다.

가장 허전한 부분은 혼다 센싱이다. 반자율시스템이 없어 운전대 버튼에 공백이 많다. 1.5 터보는 기본 크루즈 컨트롤만 달았다. 앞차와 간격조절 및 차선 유지는 운전자의 몫이다.

어코드 터보(1.5L 가솔린 터보)의 엔진룸. 점화플러그에 빗물이 들어가지 않을까 걱정된다.
어코드 터보는 클래식한 기계식 기어봉을 탑재한다.

그 외에는 훌륭하다. 헤드램프는 풀 LED로 하향과 상향을 모두 지원한다. 가로등이 거의 없는 밤길에 등대와 같은 역할을 한다. 빛의 광량뿐 아니라 디자인도 매우 훌륭하다. 차 키로 원격에서 시동을 걸 수 있고, 비가 오면 와이퍼가 자동으로 작동한다. 탄탄한 주행 성능과 넉넉한 실내 공간은 모든 어코드의 공동 옵션. 그래서 운전을 하는 아빠도, 뒷자리에 앉은 자녀들도 즐겁다.

어코드 터보 스포츠

어코드 터보 스포츠(2.0L 가솔린 터보)

어코드 2.0 터보 모델은 동급 최초 10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했다. 2.0L 싱글터보 가솔린 엔진의 힘을 매우 효과적으로 앞바퀴에 전달한다. 엔진은 최고출력 256마력, 최대토크 37.7㎏·m를 뿜는다.

엔진 파워와 차체 크기를 생각하면 연비도 탁월하다. 1L로 10.8㎞를 갈 수 있다. 특히 고속주행 연비가 좋다. 10단 변속기 덕분에, 시속 100㎞로 달릴 때 엔진 회전을 1,500rpm 밖에 사용하지 않는다.

헤드업 디스플레이(HUD)와 계기판은 터보 스포츠 전용 그래픽으로 꾸몄다. 변속은 미니벤 오딧세이와 동일한 버튼타입을 적용했다.

주행 모드 ‘스포츠’는 이름과 잘 어울린다. 전자식 댐퍼의 도움으로 주행 안전성을 크게 높였다. 특히 길게 뻗은 고속도로에서 네 바퀴가 고르게 땅을 밟도록 돕는다. 변속기의 빠른 응답성 덕분에 운전재미는 배가 된다.

전방의 물체를 회피하거나 갑작스런 추월을 할 때 다단화 변속기는 자칫 민폐 끼치기 십상이다. 보통 4단 혹은 3단까지 기어를 낮춰야 하는데, 너무 높은 단수에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혼다는 이를 고려해 더블 다운 시프트 기술을 도입했다. 운전자의 의도를 알아챈 후 홀수 단은 생략하고, 두 단계씩 기어를 성큼 내린다.

가격은 4,230만 원. 1.5 터보보다 640만 원 비싸지만 그만큼 속은 꽉 찼다. 계기판과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터보 스포츠 전용 디자인을 적용했고 혼다 센싱, 액티브 컨트롤 댐퍼와 같은 전자 장비도 모두 챙겼다. 19인치 알로이 휠, 트렁크 스포일러, 전면부 다크 크롬 그릴로 터보 스포츠만의 인상도 풍긴다.

하이브리드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새로 개발한 하이브리드 전용 엔진과 2개의 모터, 그리고 전자식 CVT 및 리튬 이온 배터리를 조합했다. 2개의 모터는 각각 구동용과 발전용으로 기능을 달리 한다.

두 모터는 금술이 좋다. 구동용 모터는 적극적으로 앞바퀴를 굴리는데 힘을 보태고, 발전용 모터는 구동력 모터에 전기를 공급한다. 힘이 남아 배터리를 충전할 때도 있다. 모터들만 일을 하는 EV 모드도 있다. 배터리를 아껴 쓰려면 가속 페달을 살살 밟아야 한다. 드물겠지만 이때만큼은 기름을 한 방울도 쓰지 않는다.

주객이 전도된 엔진룸. 어코드 하이브리드의 엔진은 보조적인 역할을 한다.
하이브리드 전용 휠로 멋을 냈다.

때문에 연비가 환상적이다. 1L로 18.9㎞를 달릴 수 있다. 도심연비는 복합연비보다 더 높은 19.2㎞/L를 자랑한다.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2.0L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과 두 개의 모터가 만나 최고출력 215마력을 낸다. 전기 모터 단독으로는 184마력, 32.1㎏·m를 뿜는다. 엔진은 전기 모터를 위한 보조 수단인 셈으로, 엄밀히 따져 주객이 전도된 셈이다.

편의 장비 및 옵션은 2.0 터보와 비슷하다. 혼다 센싱, 액티브 컨트롤 댐퍼, 헤드업 디스플레이 등을 얹었다. 가격은 4,180만 원. 아쉽게도 올해부터 하이브리드 보조금이 100만 원에서 50만 원으로 줄었다. 다행히 각종 세제혜택은 여전하다. 개별소비세와 교육세 최대 143만 원, 취득세 최대 140만 원까지 지원 받는다. 보조금을 더 하면 300만 원 가량 차 값이 낮아진다.

모든 어코드의 도어 트림은 이렇게 생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의 크러쉬 패드와 계기판

나의 선택은?

세 가지 어코드를 타보니 고민이 든다. 각각 매력이 있어서 어느 한 차종을 고르기 어렵다. 1.5 터보는 가격대비 성능이 좋아 젊은 소비자에게 어필하기 좋다. 운전의 즐거움을 한창 찾는 나이이기 때문에 혼다 센싱과 같은 옵션은 꼭 필요하지 않다. 오히려 옵션이 빠진 만큼 저렴해 장점이 될 수 있다.

구입 자금만 충분하다면 2.0 터보는 고민할 필요도 없다. 빼어난 디자인, 폭발적인 성능, 똑똑한 변속기에 연료 효율도 좋다. 너무 흔한 독일 세단들과는 또 다른 매력이다. 하지만 언제나 문제는 돈이다. 3,000만 원 후반의 가격이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그럼에도 셋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어코드 하이브리드를 선택하겠다. 가격과 성능, 연비까지 갖춘 그야말로 ‘만능형 어코드’다. 개인적으로 어코드 하이브리드 정도의 퍼포먼스는 온 가족이 타는 중형 세단에 안성맞춤이다. 와이프와 자녀를 태우고 시속 200㎞를 넘나들며 고속도로를 질주하거나, 밤에 혼자 고갯길을 찾아 굽이진 길을 공략할 일은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환상적인 연비가 구매욕을 부른다. EV 모드를 사용하기 위해 가속페달을 살살 다루며 배터리를 충전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여러모로 가족의 평화에 일조하는 차다. 

글·사진 이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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