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갑고도 뜨거운 심장, 엔진]메르세데스-벤츠 M275 엔진

조회수 2018. 8. 13. 10:0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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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의 엔진은 두 가지의 상반된 속성을 가지고 있다. 한 가지는 차가움이고, 나머지 하나는 뜨거움이다. 이렇게 두 가지의 상반된 속성을 갖는 이유는 금속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증기기관으로부터 시작된 엔진의 역사이래, 인류는 항상 금속으로 엔진을 만들어 왔다. 최근에는 재료역학의 발달로 인해, 금속 외의 다른 합성 재료를 사용하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지만, 여전히 지구상의 모든 엔진의 주류는 금속이다. 강철과 알루미늄 등의 금속은 엔진이 잠에서 깨어난 시점부터 가동 시간 내내 발생하는 고열과 마찰 등의 모든 부담을 감당할 수 있으며, 대량생산에도 적합하기 때문이다.


 

금속으로 만들어진, 차가우면서도 뜨거운 자동차의 심장, 엔진의 세계로 독자 여러분을 초대한다. 본 기사에서 다룰 수많은 자동차의 엔진들 중 그 서른 네 번째 이야기는 지난 회차에 이어, 독일 종가의 심장을 들여다 본다. 이 엔진은 지난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메르세데스-벤츠의 자존심과도 같은 V형 12기통 유닛으로, 그 막강한 성능이 인상적인 엔진이다. 이 엔진의 이름은 M275 엔진이다.


최고의 메르세데스-벤츠를 위한 12기통 심장

메르세데스-벤츠 M275 엔진은 2003년부터 양산차에 도입하기 시작한 메르세데스-벤츠의 V형 12기통 엔진 모델군이다. 대형/고성능의 플래그십급 차종에 사용하기 위해 설계된 이 엔진은 현행의 메르세데스-벤츠 엔진 중에서도 설계와 기술적인 측면에서 과거부터 메르세데스-벤츠가 고집해왔던 특징들이 상당 부분 남아 있는 엔진이기도 하다.


 

M275 엔진은 실린더 헤드와 블록은 모두 알루미늄 합금으로 이루어져 있다. 엔진의 세부 사양에 따른 총배기량은 크게 5.5리터(5,513cc, M275, M285) 사양과 6.0리터 (5,980cc, M275AMG, M277, M158)의 두 가지 사양으로 나뉜다. 5.5리터 사양의 엔진은 실린더 당 82mm의 보어(실린더 내경)와 87mm의 스트로크(행정길이)를 가지며, 6.0리터 사양의 엔진은 실린더 당 82.6mm의 보어와 93mm의 스트로크를 갖는다. 뱅크각은 60도다.


 

실린더 헤드에는 한동안 메르세데스-벤츠가 고집스럽게 사용해 왔던 설계적 특징들이 존재한다. 실린더 헤드는 실린더 당 3밸브 구조에 하나의 캠축으로 흡/배기 밸브를 모두 여닫는 SOHC 방식을 사용한다. 또한 각 실린더의 연소실에는 두 개의 점화플러그가 배치되어 있는 트윈스파크 방식을 취하고 있다. 혼합기의 공급에는 터보차저를 기본으로 이용한다. 양쪽 헤드에 각각 터보차저를 설치한 트윈터보(Bi-Turbo)를 구성한다.


 

터보를 기본사양으로 갖춘 메르세데스-벤츠의 M275 엔진은 초도 사양부터 500마력을 웃도는 최고출력과 80kg.m를 상회하는 최대토크를 자랑했다. 이 성능은 당시 BMW나 아우디의 현역 12기통 엔진들을 한참 초월하는 수치였다. BMW가 이 엔진보다 높은 성능의 양산형 V12 엔진인 N74를 투입하기 시작한 시점은 2008년이나 되어서였다.


 

또한 이 엔진은 초도사양부터 80kg.m을 상회하는 무시무시한 최대토크로도 유명하다. 이 흉악한 최대토크 때문에 당시 이 엔진을 탑재했던 차들은 당시 메르세데스-벤츠가 야심차게 도입하고 있었던 자동 7단 7G-트로닉 변속기 대신 구형의 자동 5단 5G-트로닉 변속기를 사용해야만 했다. 7G-트로닉 변속기의 토크컨버터 용량으로는 M275 엔진의 폭발적인 최대토크를 감당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후술할 AMG 버전은 이보다 훨씬 더 강력해서 변속기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102.0kg.m으로 제한을 걸어버리기에 이를 정도다.


 

메르세데스-벤츠 M275 엔진은 배기량과 엔진 세팅에 따라 여러가지 변형이 존재한다. 가장 먼저 등장한 형식이자 원본이라고 할 수 있는 M275 유닛은 5.5리터 배기량에 9.0의 압축비를 가지며, 초도 사양 기준으로 500마력/5,000rpm의 최고출력과 81.6kg.m/1,800~3,500rpm의 최대토크를 뿜어냈다. 2006년 이후부터 생산된 후기형부터는 최고출력은 517마력/5,000rpm, 최대토크는84.6kg.m/1,900~3,500rpm으로 상승했다. 이 엔진을 심장으로 품은 차들은 S600(W220, W221)과 CL600(C215, C216), 그리고 SL600(R230)의 3차종으로, 모두 메르세데스-벤츠 라인업의 꼭대기에 서 있는 모델들이었다.


 

 

M275 엔진은 같은 해부터 형식명 M285라는 이름의 바리에이션이 등장했다. 이 바리에이션은 기본적으로는 M275와 큰 차이가 없지만 전자제어 계통 등에 대폭 변경을 가하여 M275에 비해 한층 더 높은 성능을 낼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550마력/5,250rpm의 최고출력과 91.8kg.m/2,300~3,000rpm의 가공할 최대토크를 자랑한 이 엔진은 다임러AG가 초호화 브랜드로 밀고 있었던 그 차, 마이바흐(Maybach)를 위한 것이었다. 정확히는 마이바흐 57과 62의 보닛 아래에 이 엔진이 실렸다.


 

M275 엔진이 등장한 지 1년 뒤에 등장한 또 다른 변형은 바로 AMG의 손길을 거친 형식명 ‘M275 AMG’다. 사실 상 이 계통의 엔진에서 가장 유명한 엔진이기도 하다. 이미 상기한 두 가지 엔진만 해도 무시무시한 수준의 동력성능을 자랑하지만 이 엔진은 그 ‘AMG’가 손을 대는 바람에 거의 광기에 가까운 성능으로 거듭났다. 압축비는 9.0으로 동일하나, 배기량은 6.0리터에, 터보차저의 부스트 압력을 크게 높여서 기본형 M275와는 차원이 다른 성능을 제공한다.


 

2004년 처음 등장한 M275AMG는 초도 사양부터 최고출력 612마력/4,800~5,100rpm, 최대토크 102.0kg.m/2,000~4,000rpm라는 성능을 자랑했다. 특히 ‘괴물’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을 102.0kg.m의 최대토크는 심지어 변속기 보호를 위해 제한시킨 수치다. M275AMG 엔진이 본래 발생시킬 수 있는 최대토크는 무려 112.2kg.m에 달한다. 당연하게도, 이 엔진을 사용한 차들은 대부분 5G-트로닉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2010년을 기점으로 엔진 성능이 더욱 개선되면서 최고출력이 629마력/4,600~5,000rpm으로 뛰어 오른다.


 

 

 

강력함을 넘은 ‘광기’마저 느껴지는 M275AMG 엔진을 품은 메르세데스-벤츠 차종은 S65 AMG, SL65 AMG, 그리고 CL65 AMG의 3차종이다. 이 광기 어린 심장을 품은 3차종은 웬만한 스포츠카조차 압도하는 성능을 자랑했다. 그리고 당대 메르세데스-벤츠 최강의 엔진이자, 슈퍼카에나 어울릴 법한 성능을 발휘한 이 엔진은 마이바흐에도 사용되었다. 마이바흐의 고성능모델로서 등장한 57S와 62S, 그리고 궁극의 마이바흐로 등장했던 마이바흐 체펠린(Zeppelin)에 본 엔진이 사용되었다.


 

지금까지 다룬 M275 엔진과 그 변형은 현재의 시점에서는 모두 단종된 엔진이다. 하지만 10년 뒤인  2014년에 등장해서 여전히 현역으로 뛰고 있는 바리에이션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현재 최고의 S클래스로 불리는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600’과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600 풀만’이 사용하고 있는 ‘M277’이다.



형식명 M277은 M275 AMG의 제원을 일부 공유하지만 세부 사양은 상당부분이 다르다. 새로운 단조 피스톤과 크랭크축을 사용하고 신형의 엔진 제어 유닛(Engine Control Unit)과 신규 점화 시스템, 신형 캠샤프트, 신형의 나트륨 봉입 밸브, 새롭게 설계된 냉각 시스템을 채용하는 등, 상당한 수준의 변형을 가했다. 최고출력은 530마력에 최대토크는 84.7kg.m로, 앞서 소개한 바리에이션들에 비하면 다소나마 힘이 빠진 모습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대대적인 개수를 거친 끝에, 이 엔진은 기존 M275계열 엔진에 비해 연소효율이 20% 이상 향상되어 날로 엄격해지고있는 각국의 연비 및 배기가스 규제에 대응해 나가고 있다.



 

 

최고의 메르세데스-벤츠 차종을 위해 만들어진 M275계열의 엔진은 의외로 다임러AG 외부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사용자는 바로 이탈리아의 하이퍼카 제작사 파가니(Pagani Automobili)다. 정확히는 파가니의 현행 간판 모델인 ‘와이라(Huayra)’. ‘M158’이라는 형식명을 부여 받은 M275의 변형이 사용되고 있다. 이 엔진은 통상의 M275 AMG와는 달리, 파가니의 요청에 따라 트윈스크롤 터보차저를 사용하고 와이라 전용으로 튜닝된 ECU를 사용하며, 심지어 경주용 자동차에 주로 사용되는 드라이섬프 윤활 시스템으로 무장하고 있다. 하이퍼카를 위한 엔진으로 만들어진 M158은 750마력에 달하는 최고출력과 102.0kg.m의 최대토크를 자랑한다. 변속기는 5G-트로닉이 아닌, 와이라 전용의 7단 싱글 클러치 자동화 수동변속기와 짝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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