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급 세단에 대한 기아의 접근법 – 기아 K9 퀀텀 시승기

조회수 2018. 9. 24.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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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자동차(이하 기아)의 K9, 그 중에서도 라인업의 꼭대기라 할 수 있는 ‘K9 퀀텀’을 만났다. 기아 K9은 기아자동차의 최고급 플래그십 세단으로, 올 상반기에 고대하던 풀 모델 체인지를 맞았다. 2세대 K9은 새로운 설계와 새로운 기술, 그리고 새로운 디자인으로 거듭났다. 그리고 그 새로움의 힘을 통해 초대 모델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실적을 올리고 있기도 하다. 기아자동차의 플래그십 럭셔리 세단, K9 퀀텀을 시승하며 새로움의 힘을 경험해 본다. VAT 포함 차량 기본 가격은 9,159만원.


 

새로운 K9 퀀텀은 첫 인상부터 선대와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스타일과 더불어 비례나 디테일 면에서 미묘하게 엉성한 구석마저 있었던 선대 K9과는 한참 다르다. 정통파 후륜구동 세단의 비례미를 제대로 살려냈고 품위에 걸맞은 디테일을 갖췄다. 그리고 차 자체가 굉장히 크다는 느낌을 준다.


 
 
 

누가 봐도 단정하고 가지런하게 정돈된 K9의 외모는 고급 세단의 분위기를 확실하게 내고 있다. 여기에 차체 전반을 아우르고 있는 절제된 굴곡들이 차체 형상을 한층 매끈하고 단단하게 보이도록 해준다. 프론트 펜더부터 시작해서 테일램프 근처까지 곧게 이어지는 엣지 역시 인상적이다. 측면에서는 앞바퀴가 확실하게 전방에 위치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뒷문의 크기가 상당한데도 독일제 롱휠베이스 세단처럼 어색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 보닛과 캐빈, 그리고 트렁크 리드가 확실하게 구분되는 정통파 세단의 3-박스 스타일에 가깝다는 점도 특징이다.


 

K9의 라디에이터 그릴은 거대한 크기로 시선을 사로 잡는다. 그 안은 이중나선형을 이루는 독특한 패턴으로 채워져 있다. 중앙부에는 전방 카메라와 레이더가 숨어 있다. 헤드램프와 테일램프는 공통적으로 두 줄의 LED 램프를 이용한 디자인이 특징적으로 다가온다. 테일램프의 크롬 테두리는 얼핏 벤틀리의 그것을 연상하게 만든다. 헤드라이트의 크기는 전혀 작지 않으며, 풍부한 광량을 지닌다. 19인치 알로이휠은 주행 중 발생하는 타이어의 공명음을 잡기 위한 특별한 설계가 적용되어 있다.


 

실내에 들어 서면, 차분한 검정색 톤의 인테리어가 탑승객을 맞는다. 실내 곳곳은 부드러운 질감의 가죽을 아낌없이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사이사이에 삽입되어 있는 밝은 색조의 무늬목 및 금속 장식이 강렬한 대비를 이룬다. 무늬목과 금속 장식은 무광에 가까운 마감 처리로 난반사가 적으면서도 고급스러운 질감 또한 구현해내고 있다. 센터 페시아 상단에는 대형의 디스플레이가 솟아 있으며, 센터 페시아 한 가운데에는 스위스의 유명 시계 브랜드인 모리스 라크로아(Maurice Lacroix)의 아날로그 시계가 자리하고 있다. 시계의 디자인은 고전적인 감각과 함께 섬세한 장식이 눈에 띈다.


 
 

강렬한 대비를 이루는 무늬목 장식은 4스포크 타입으로 디자인된 스티어링 휠의 하단 스포크에도 둘러져 있다. 스티어링 휠을 감는 중간중간 손바닥을 스치는 나무의 질감이 나쁘지 않다. 림은 부드러운 가죽으로 마감되어 있으며, 그립감도 우수하다. 기어 셀렉터 레버는 제네시스의 것과 같은, P레인지 버튼이 별도로 마련된 전자식 레버를 사용하고 있다. 일체형 디스플레이로 이루어진 계기반은 주행 모드에 따라 서로 다른 테마(Comfort, Sport, Eco, Custom)를 제공한다. 각 테마는 시인성이 높으면서도 감각적인 디자인이 인상적이며, 각각의 테마가 전환되는 애니메이션도 끊김 없이 이어진다.


 

시원스러운 크기의 디스플레이는 터치 조작이 가능하고 기어 셀렉터 레버 뒤편에 마련된 다이얼식 컨트롤러로도 조작이 가능하다. 제네시스의 것과 유사한 인터페이스를 갖추고 있어 조작이 편리하며, 처리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조작 환경이 쾌적하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편의성 만큼은 독일 세단들보다 훨씬 우수하다고 본다. 기아자동차가 제공하는 UVO 내비게이션 시스템의 편의성도 만족스럽다. 오디오는 제네시스 브랜드에서 사용하는 렉시콘(Lexicon)의 사운드 시스템을 사용한다. 퀀텀 로직 서라운드를 지원하는 렉시콘 사운드 시스템은 우수한 품질의 음색을 전달한다. 무손실 음원(FLAC)을 지원하며, 압축 음원을 업스케일링하는 기능도 지원한다.


 

앞좌석은 탑승자의 몸을 부드럽게 감싸주는 듯한 착좌감을 지니고 있다. 운전석의 경우에는 사이드 볼스터와 사이 서포트(허벅지 받침)까지 조절이 가능하다. 안락한 착좌감 덕분에 장시간의 주행에도 피로감이 상대적으로 덜한 편이다. 앞좌석에는 4방향의 전동식 허리받침과 3단계의 열선/통풍 기능이 마련되어 있다. 열선/통풍 기능과 스티어링 휠 열선은 외부 및 차내 온도, 공조장치 설정, 그리고 탑승자의 체온까지 감안한 통합 제어 기능을 지원하는 ‘자동 쾌적 제어 시스템’으로 연동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마사지 기능이 없다는 점 정도다.


 
 

뒷좌석은 시트 포지션이 약간 높은 편이기는 하지만, 고급 세단으로서 안락하고 쾌적한 승차 환경을 충실하게 구현하고 있다. 각도 조절이 가능한 등받이와 윙 타입의 헤드레스트, 에어셀 타입 허리받침과 열선/통풍 기능까지 갖추고 있다. 뒷좌석의 거주성은 한 브랜드를 상징하는 최고급 세단으로서 부족함이 없으며, 성인 남성 4명이 승차해도 차내 공간은 아주 여유롭다. 뒷좌석에는 전동식으로 전개되는 후방 선셰이드와 수동으로 작동하는 창측 선셰이드, 다기능 암레스트 등이 갖춰져 있으며, 시승차인 퀀텀의 경우에는 뒷좌석 전용의 디스플레이까지 기본으로 마련되어 있다. 다만 여기서도 아쉬운 점은 마사지 기능이 없다는 점이다.


 

K9의 트렁크 용량은 국내에서 세단 트렁크 용량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 골프백 4개가 충분히 수납되는 정도다. 크고 넉넉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으며, 깊이가 깊고 앞뒤 길이도 긴 편이다. 트렁크는 전동식으로 개폐되며, 키를 소지한 채로 범퍼 하단에 발을 대면 자동으로 열리는 기능도 내장되어 있다.


 

시승한 K9 퀀텀은 K9 라인업의 꼭대기에 있는 모델이다. 가장 큰 차이는 그 심장에서 나온다. K9 퀀텀의 보닛 아래에는 제네시스 EQ900과 공유하는 총배기량 5,038cc의 V8 타우 GDI 엔진이 잠들어 있다. 자연흡배기로 동작하는 이 엔진은 425마력/6,000rpm의 최고출력과 53.0kg.m/5,000rp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변속기는 자동 8단 변속기를 사용하며, K9 최초의 상시사륜구동 시스템을 통해 네 바퀴에 동력이 전달된다.


 

시동 버튼을 눌러 K9 퀀텀의 V8 심장을 깨우면 묵직한 시동음이 잠깐 들려오더니 이내 다시 조용해진다. 엔진에 시동이 걸렸다는 것만 알 수 있을 정도의 고요함이 차내를 감돈다. 고회전을 사용할 일이 거의 없는 일상적인 운행환경에서도 차내는 항상 정숙을 유지한다. 회전수가 다소 올라가는 경우에도 불쾌함을 느끼기 어려운 수준의 소음만이 실내에 들어 올 뿐이다. 고급세단으로서 흠 잡을 곳 없는 정숙성을 지니고 있다.


승차감은 안락함을 중시하는 느낌이 강하다. 그런데 충격을 받아내는 동작에서는 의외로 단단한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차체가 요철을 지난 후에 자세를 추스르는데 다소 여유를 부린다. 요철의 정도에 따라 두 세 번 정도의 흔들림이 남는다. 묘한 느낌을 주는 승차감이기는 하지만 이것이 크게 불편한 느낌을 안겨주는 건 또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느낌은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서는 차체가 다소 출렁거린다고 느끼게 할 여지가 있다. 은연중에 고전적인 대형 세단의 질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또한 시승한 K9 퀀텀에는 레이더 크루즈 컨트롤과 함께, 고속도로 주행 보조 기능도 탑재되어 있어, 장거리 주행에서도 우수한 편의성을 제공한다.


 

400마력을 상회하는 V8 엔진을 실은 K9 퀀텀. 하지만 가속력은 400마력을 상회하는 V8 엔진에서 으레 연상하게 되는 거칠고 파워풀한 감각과는 거리가 있다. 급가속을 하는 와중에도 6기통 엔진에 근접한 부드러운 회전질감과 더불어 묵직하고 부드럽게 속도를 올려 나간다. 엔진은 거칠게 으르렁대지 않으며 상당히 절제된 음색의 소리를 낸다. 이러한 감각은 스포츠 모드에서도 크게 달라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5리터가 넘는 배기량의 8기통 엔진에서 이러한 감각의 가속은 짐짓 아쉬움을 안기기도 한다.


K9 퀀텀의 가속이 아쉽게 느껴지는 데에는 무거운 몸집과 상시사륜구동 보다는 자동 8단 변속기의 영향이 가장 크다고 생각된다. 시종일관 부드러운 감각의 주행을 맛볼 수 있게 해 주는 핵심이기도 하지만, 급하게 움직여야 할 때에도 여유를 부리는 편이기 때문이다. 체결감이 상당히 느슨하고 저단 변속에도 엔진 브레이크가 잘 걸리지 않는다. 적어도 대형 고급 세단의 위신에 흠집까지 내는 수준의 변속기는 아니지만, 변속기를 조금 더 타이트하게 설정해도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남긴다.


 

코너에서는 안락함을 중시하는 전통적인 고급 세단의 면모가 그대로 드러난다. 길이는 5미터를 넘고 폭은 2미터에 육박하며 몸무게는 2톤을 넘는 대형 세단인 K9은 딱 그 덩치에 걸맞은 움직임을 보여준다. 스티어링 시스템은 고속에서도 다소 가벼운 느낌을 주며, 피드백 또한 그리 충실하지는 않은 편이다. 차의 크기와 무게 등은 확실하게 체감할 수 있기 때문에 자연스레 페이스를 한 템포 늦추게 된다. 브레이크는 2톤을 넘는 K9의 거체를 충분히 제어할 수 있는 정도의 성능을 낸다. 스포티한 감각을 중시하는 오늘날의 대형 세단의 경향과는 다소 떨어져 있는 모습이다.


K9 퀀텀은 대배기량 V8 엔진에 느슨한 자동변속기, 그리고 상시사륜구동까지 물려 있는 대형 세단이다. 차량의 구성에서부터 우수한 연비와는 한 발 떨어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공인연비는 도심 6.4km/l, 고속도로 9.5km/l, 복합 7.5km/l로 라인업 내에서 가장 연비가 나쁘다. 도심에서는 통행량에 따라 4~6km/l 사이의 연비를 기록했다. 반면 고속도로에서는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공인 연비 9.5km/l를 꽤나 상회하는 11.5km/의 연비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기아의 2세대 K9 퀀텀을 경험하면서 기아자동차가 최고급 세단을 대하는 접근법의 면면을 알 수 있었다. K9 퀀텀은 한 편으로는 새로움을 느낄 수 있었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고전적인 고급 세단의 성격 또한 품고 있다. 주행 측면에서는 전반적으로 안락함을 중시하는 접근법을 취하고 있으면서도 차의 안팎으로는 21세기에 걸맞은 신기술들을 대대적으로 채용했다. 정통파에 가까운 고급 세단을 원한다면 K9은 경험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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