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사고 싶은 차, 미니 쿠퍼 D 3만km 사용기

조회수 2018. 11. 8. 18:5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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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자동차의 장기 사용기를 소개하는 시간인 셀프 인터뷰, ‘셀터뷰’ 코너가 또 왔습니다. 지난 번 제네시스 G80에 이어 이번에는 미니의 3세대 쿠퍼 D 모델입니다. 이 차는 2016년 3월에 출고했습니다. 지금까지 약 3만km 탔습니다. 모델은 3도어 1.5L 디젤입니다. 미니는 보통 오래 타는 차가 아니라고들 말합니다. 저도 그럴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차는 저의 차량 목록 중 가장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다른 차들은 1년도 채우지 못한 채 방출한 게 수두룩한데 말입니다. 미니를 선택했던 이유부터 시작해 그동안 느낀 좋은 점과 실망스러운 것들, 문답 형식으로 소개합니다.

Q1) 왜 미니를 샀는가?
2006년의 분당 수서간 고속화도로. 나의 투스카니 옆을 노오란 미니 쿠퍼 S가 폭음탄 같은 배기음을 내뿜으며 지나갔다. 그때는 미니가 정식수입되지 않았다. 시쳇말로 레어템이었다. 영화 <이탈리안 잡>의 여운까지 진하게 남아 있었다. 갖고 싶어서 참을 수 없었다. 며칠을 끙끙거리다 서울오토갤러리를 찾았다. 마침 노오란 미니가 하나 있었다. 딜러는 4,000만 원을 불렀다. 투스카니는 아예 매입을 거부했다. 학생이었던 내게는 “4억 원을 내놓으라”는 말처럼 들렸다. 결국 금전적 장벽 때문에 미니를 드림카로서 묻어 두기로 했다.

그리고 딱 10년 있다가 기회가 왔다. 출퇴근용 차를 팔았더니 수중에 현금이 생겼다. 뭐 살까 고민하다 10년 전 나를 추월했던 미니 생각이 났다. 정말 갑자기 말이다. 그래서 미니 매장에 갔다. 마침 ‘분기마감’으로 인해 프로모션이 좋았다. ‘실구매’를 전제로 했더니 딜러께서 추가 할인까지 내걸었다. 고민할 필요 없었다. 문자 그대로 질러버렸다. 드림카와의 재회는 생각보다 얼떨떨하게 찾아왔다.

Q2) 미니 라인업이 많다. 왜 3도어를 택했나?
거두절미하고 미니는 무조건 3도어 모델이 진리라고 생각한다. 뒷자리 쓸 일이 많다고, 실어야 할 짐이 많다고 해도 3도어를 사는 게 맞다. 개인적으로 허리 늘이고 문짝 더 붙인 미니 5도어가 싫다. 물에 불린 듯한 컨트리맨도 별로다. 포르쉐 911도 카레라 쿠페가 정통이듯이 미니는 3도어 해치백이 진짜 미니라고 본다. 뭐,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가령 3도어는 프레임리스 도어다. 하지만 5도어를 비롯한 다른 미니는 창틀에 프레임이 존재한다. 근소하게나마 보디 강성도 3도어 쪽이 유리할 거다. 오리지널 미니 디자인과 가장 닮은 게 3도어형이라는 건 더 말할 필요도 없다.

Q3) 가솔린 S 말고 디젤을 고른 이유는?
내 미니에서 달리기 성능은 필요 없었다. 당시에 포르쉐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니가 아무리 빨라 봤자 포르쉐가 주는 즐거움을 좇을 수 없을 거라고 확신했다. 그래서 아예 방향을 ‘경제성’으로 잡았다. 자연스레 디젤 버전이 눈에 들어왔다. 이게 1차 이유다.

두 번째 이유는 BMW 디젤이 좋아서였다. 2013년부터 2014년까지 1년 정도 BMW 320d(F30)를 탔다. 성능도 우수했지만 유독 연비가 끝내줬다. 웬만한 거리는 대중교통보다 싸게 먹혔다. L당 20km 넘게 가는 건 일도 아니었다. 이 덕에 미니 디젤 살 때 고민의 시간을 줄일 수 있었다. 만일 320d에 대한 좋은 기억이 없었다면 미니 디젤을 아예 안 봤을 거다.

Q4) 디젤 미니는 딸딸거리지 않나?
차를 출고 받고 처음 했던 말이 “320d보다 조용하다”는 거였다. 3기통 1.5L 디젤이라 살짝 걱정했는데 의외로 N47 2.0L 디젤보다 차분하게 굴었다. 그런데 새 차여서 그랬나 보다. 3만km 굴린 지금은 그때보다 소음이 거슬린다. 특히 신호대기 때 기어가 드라이브(D)에 있으면 ‘ㄸㄸㄸㄸㄸ’한다. 중립(N)에 놓으면 금세 잠잠해지지만 그러는 건 퍽 귀찮은 일이다. 대신 분명한 건 2세대 쿠퍼 D보다 훨씬, 정말 훨씬 조용하다는 사실이다. 2세대는 정말이지 귀가 먹먹할 정도로 시끄러웠다. 반면 요즘 미니 디젤은 320d의 NVH 수준을 보여준다.

Q5) 연비는 어느 정도인지?
기름 냄새만 맡아도 간다. 고속도로나 고속화도로에서는 20km/L 넘기는 게 일도 아니다. 신경 써서 운전하면 25km/L 이상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300~400km 장거리 뛰어도 기름값이 2만~3만 원 들 뿐이다. 대신 시내에서는 14~15km/L 나온다. 이것도 좋은 수치지만 고속 연비에 비하면 ‘기름 많이 먹는다’는 생각 들게 한다. 그만큼 고속 연비가 좋다는 소리다.
살짝 여담이지만 이 차는 시내나 막히는 길 주행이 완전 별로다. 브레이크가 너무 민감하고 소음도 더욱 거슬리기 때문이다. 하체도 속도가 낮을수록 뻣뻣하다. 도리어 고속도로에 오르면 주행안정성이 좋아 마음 놓인다. 이런 연유에서 이 차는 내게 철저히 주말 장거리용 자동차가 되어 버렸다. 출퇴근할 때는 미니 키를 집어 들지 않게 된다. 아침부터 딸딸대는 소리 듣기 싫고, 멈출 때마다 예민한 제동감에 신경 기울이고 싶지 않아서다.

Q6) 하체 감각은 어떤가.
2세대 모델보다 승차감 좋아졌다는 얘기가 많다. 맞다. 2세대보다는 좋다. 어디까지나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거다. 이 말은 마치 “넌 오징어보다는 잘 생겼다”는 말과 같다. 현재 양산차 중 2세대 미니보다 승차감 나쁜 차가 거의 없기 때문에 적절한 비교가 아니라는 거다. 객관적으로, 3세대 역시 승차감이 나쁜 축에 든다. 노면이 안 좋은 데를 우당탕거리며 지나갈 때는 섀시에 스트레스 갈 것 같아서 걱정스럽다.


대신 운동성능은 최고다. 승차감을 손해 본 걸 선회 능력과 주행안정성으로 채워주는 느낌이다. 꼭 속도 높여 달리지 않아도 즐겁다. 예를 들어 앞 타이어의 감각이 손바닥까지 명료하게 전해진다. 마치 손으로 노면을 더듬으며 달리는 듯하다. 정말이지 EPS로서 보기 드문 산뜻한 핸들링이다.
숏턴이 반복되는 와인딩에서는 깡패로 돌변한다. 차체가 작고 리어 쪽 트랙션이 아주아주 좋아서 운전대를 마구 휘둘러도 차가 모두 수용한다. 독창적인 디자인에 대한 주목 탓에 상대적으로 운동성에 대한 얘기가 적은데, 미니의 진가는 좋은 달리기 성능에 있다고 봐야 한다. 3년 가까이 타고 있지만 아직도 그 핸들링과 역동성이 놀랍다.

Q7) 미니는 잔고장이 많다던데?
2세대까지는 정말 이슈가 많았다. 그런데 복불복인 것 같다. 내 주변에 2세대 미니 타는 사람이 몇 있다. 누구는 엔진경고등과 누유로 고생하다 결국 팔아버렸다. 그리고 나서 현대차 사더니 “진작 국산차 탈 걸 그랬다”고 했다. 반대로 어떤 사람은 수년 째 아무 문제 없이 잘 굴린다. 심지어 JCW 버전인데도 말이다. 어쨌든 2세대 모델 고를 때는 복불복인 트러블을 수용할 금전적, 정신적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체크할 필요가 있겠다.
다행히 3세대 모델은 잔고장이 확 줄었다는 평가다. 그런데 내 경우는 3만km 타는 동안 몇 가지 문제를 겪었다. 이따금 서비스센터를 들락거려야 했다. 일단 출고 초기부터 운전대를 좌측으로 돌릴 때마다 프론트 서스펜션 상부 마운트를 타고 찍찍거리는 소음이 들어왔다. 다행히 증상을 성공적으로 입증(?)해 무상 AS 받았다.
다른 문제는 센터에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하고 나서부터 벌어졌다. 차가 자꾸 크루즈컨트롤 이상 경고를 띄웠다. 이와 동시에 엔진오일 부족 경고도 떴다. 엔진오일이 제대로 들어있는데도 말이다. 결국 센터에 또 들어갔다. 그들은 2주 동안 차를 맡겨 달라고 했다. 대차도 해주겠다고 했다. 마음에 드는 응대였다. 결정적으로 해당 문제가 완전히 고쳐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팩트는, 내가 샀던 21대의 차들 가운데 미니의 잔고장이 가장 많은 편이었다는 것이다.

Q8) 그렇다면 다시 미니를 안 사겠네?
실제로 그렇게 말하고 다닌다. “이제 미니 안 살 것”이라고, “3년 가까이 탔으니까 이제 됐다”고. 그런데 자꾸 JCW 컨버터블에 눈이 간다. 5,500만 원 정도인데 뚜껑 열리고 운전재미까지 있어서 ‘가성비’ 좋게 느껴진다. 알칸타라 시트와 전자동 에어컨 등 나의 미니에 비하면 장비까지 화려하다. 이미 타 본 차라든가 잔고장 있다는 논리를 앞세워 정신을 붙들려고 해도 계속 생각 난다. 이성은 거부하지만 감성은 미니에게 끌리는 것이다. 나도 어느새 미니에게 빠져버린 건가 보다.

미니는 카마니아들이 좋아하는 차로 통한다. 하지만 운전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사람들에게도 선택될 때가 많다. 이따금 입문용 수입차로 꼽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처럼 미니에 대한 경험이 많지 않거나 그저 디자인에 반했다면 선택을 신중히 하길 권한다. 시승도 여러 번 해보고, 나처럼 비교적 오래 타 본 사람의 말도 많이 들어보는 게 좋다. 가족 계획이나 앞으로의 라이프 스타일을 고려하는 것도 중요하다. 가령 결혼하거나 아이가 생긴다면 카페 중고 장터에 ‘눈물을 머금고 판다’는 소리를 적게 될 것이다.

한데 누군가가 이미 미니를 염두하고 있다면 이런 말들이 안 통할 게 분명하다. 미니는 필요해서 사는 차가 아니라 ‘마음이 끌려서 사는 자동차’니까. 한마디로 미니에게 ‘꽂힌 입장’이기 때문이다. 나도 그랬다. 그래서 질렀다. 물론 곁에 두고 오래 굴려 보니 단점이 더 보였던 게 사실이다. 꿈에서 현실이 되었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미니를 샀던 건 후회하지 않는다. 20년 뒤 자손들에게 “나 젊을 때 미니 탄 적 있다”고 말할 수 있고 미니에 대한 얘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 이거면 됐다. 실용성도 떨어지고 승차감 나쁘고 잔고장도 있는데 괜히 사랑스러운 차. 그래서 오래 기억될 차. 이게 미니의 진짜 매력이 아닐까.

정상현 기자 jsh@encarmagaz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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