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리는 되는데, 나는 왜 안돼?" 5세대 올 뉴 아발론 시승기

조회수 2018. 11. 23. 09:3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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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는 알아도 00은 모른다. 캠리는 타봤어도 00은 낯설다. 바로 아발론 얘기다. 2013년부터 한국 땅을 밟았지만, 그동안 제대로 기 한 번 펴지 못했던 토요타의 기함, 아발론 얘기다.


이랬던 아발론이 5세대로 진화했다. 올해 1월 북미국제오토쇼를 통해 첫 선을 보였고, 며칠 전 국내 정식 출시했다. 37일간 사전계약은 350대, 향후 연간 판매목표는 1,000대라고 토요타는 밝혔다. 그간 존재감에 비춰보면 결코 쉽지 않은 목표다.


올 뉴 아발론은 이름처럼 모든 게 바뀌었다. 외모는 파격적이고, 뼈대는 요즘 토요타가 신차 발표 때마다 자랑하는 TNGA를 썼다. 심장은 당연히 하이브리드. 완전히 새로워진 아발론은 기함다운 면모를 갖췄을까? 아발론과 함께 한 하루를 돌이켜본다.



파격과 볼매 사이


올 초, 처음 5세대 아발론을 사진으로 접했을 땐 파격 그 자체였다. 두 눈을 의심할 정도였으니까. 쩌~억 벌이다 못해 콧구멍까지 이어진 입은 얼굴 전체를 덮고 있었다. 이 정도면 ‘범퍼 중앙에 라디에이터 그릴을 뚫었다’ 대신 ‘라이에이터 그릴 주변으로 범퍼를 둘렀다’가 더 적당한 표현 아닐까? 아발론의 앞범퍼는 라디에이터 그릴의 베젤 수준이다.


그릴 안 패턴은 좌우로 촘촘히 찢어져 면도날을 연상시킨다. ‘캠리에 이어 아발론까지!’ 이걸 그린 디자이너도 대단하지만, 생산을 허락한 경영진도 보통은 아니다. 이쯤 되면 토요타 디자인 언어 ‘킨 룩(Keen Look)’의 절정이 아닐까 예상한다. (keen: 날카로운, 예리한)


다행히 며칠 전 출시행사에서 처음 접한 아발론은 실물이 한결 나았다. 얼굴은 날카로웠고, 몸매는 늘씬했다. 라디에이터 그릴 형상을 따라 나오고 들어간 과감한 굴곡이 입체감을 살린다. 얼굴에서 이어진 선들이 옆면을 가로지르며 속도감을 더하고, 뒷유리와 C필러 사이 쿼터글라스가 커진 차체를 강조한다.


앞의 과감한 굴곡은 뒤로 넘어와도 별로 줄어들지 않는다. 리어램프는 안쪽이 움푹 패었고, 이곳과 맞물려 역삼각형 모양으로 트렁크를 접었다. 이렇게 입체적인 엉덩이를 가진 세단이 있었던가? 뒷범퍼 모서리에 바싹 집어놓은 세로 주름은 앞범퍼 좌우 흡기구에 대한 오마주다.


좌우가 이어진 리어램프는 아쉬움을 남겼다. 생김새는 멋진데, 실제 불 켜지는 면적이 옹색하다. 트렁크 바깥 양 끝부분만 붉은빛을 내고, 안쪽 연결 부위는 먹통이다. 뒤따라가다 보면 당연히 불이 들어올 것처럼 생긴 곳이 안켜지니 ‘고장 났나?’ 싶다. 미국에서 팔리는 상위 트림은 제대로 빛을 내는데, 이 정도 멋은 트림과 상관없이 부려야 마땅하지 않을까?


미국에 팔리는 리미티드와 투어링 트림의 리어램프
아발론 XLE는 리어램프가 트렁크 바깥 부분만 빛난다

이번 아발론은 현대 그랜저에 비해 45mm 길고, 15mm 좁으며, 35mm 낮고, 휠베이스는 25mm 더 길어 더 늘씬한 비율을 갖췄다. 렉서스 ES보다는 아주 조금 작은 수준(너비 -15mm, 높이 -10mm). 이전 세대 아발론과 비교해도 높이를 제외한 모든 치수가 늘었는데, 특히 휠베이스는 50mm나 길어졌다. 모두 TNGA 플랫폼을 적용한 덕분이다.



테크니컬 뷰티


아발론의 디자인 주제는 ‘테크니컬 뷰티(Technical Beauty)’다. 토요타가 밝힌 ‘기술적 아름다움’은 실외보다 실내에서 더 잘 드러난다. 건축물이나 조각품에서 봤음직한 조형미를 기본에 깔고, 계기반과 센터패시아를 통해 최신 가전제품 느낌을 버무렸다.


전체적인 구성은 여느 최신 모델들과 맥을 같이한다. 좌우로 얕고 넓게 대시보드를 펼치고 가운데 센터 디스플레이를 세웠다. 나무 장식과 송풍구로 된 덩어리가 양옆으로 가면서 점점 커지는데, 원근감을 강조해 대시보드가 좀 더 승객을 감싸 안는듯하다.


높다란 팔 받침에서 시작해 기어노브를 지나 상단 디스플레이까지 부드럽게 솟아 올라가는 센터패시아는 아발론 실내 디자인의 백미다. 센터콘솔과 컵홀더, 휴대전화 무선충전 패드, 공조장치 조작부, 디스플레이를 최적의 위치에 배치하면서 하나의 흐름으로 묶었다.


소재는 확실히 캠리보다 한 수 위다. 생각보다 많은 부분을 말랑말랑한 소재로 덮었고, 피부와 직접 닿는 곳은 가죽으로 감쌌으며, 이곳저곳 모서리를 크롬 선으로 둘렀다. 다만 천연가죽 시트와 진짜 나무 장식 등 국내에선 만날 수 없는 상위 트림의 소재가 자꾸 눈에 밟히긴 한다.


2열과 트렁크의 넓은 공간은 아발론의 빠뜨릴 수 없는 장기다. 페밀리 세단의 역할을 다 하기 부족함이 없다. 긴 휠베이스는 넉넉한 무릎 공간을, 뒷자리 엉덩이 아래로 자리를 옮기 배터리는 탁 트인 트렁크를 만들었다. 6:4로 접히는 2열 시트 등받이는 덤.


넉넉한 무릎공간

편의장비와 마감 품질에 대한 국내 소비자의 집착은 유명하다. 북미시장을 주 무대로 삼는 아발론에게 불리한 조건. 예상대로 몇몇 약점을 드러냈다. 아쉽게도 국내에는 애플 카플레이를 출시와 함께 달고 나오지 못했다. 세부 조율을 거쳐 향후 적용 예정이라니 기대해보자.


트렁크 안쪽 손잡이가 없다

글러브박스는 여닫히는 느낌이 썩 고급스럽지 못했고, 열림 버튼이 주변 소재와 달랐다. 운전대가 대시보드와 연결되는 곳은 가죽 덮개가 허술했다. 렉서스 LC500h도 똑같이 지적했던 부분이다. 2열 창문 햇빛가리개와 뒷좌석 열선은 넣어줘도 되지 않았을까? 트렁크는 안쪽에 손잡이가 없어, 더러워진 바깥 면을 잡고 닫아야 한다.


소비자들이 의외의 부분에서 쉽게 마음을 여는 것처럼, 반대로 아주 사소한 문제 때문에 지갑을 닫을 수 있다. 계산기만 한 번 다시 두드리면 바로 해결 가능한 문제니, 차후에 개선 바란다.


스티어링 칼럼과 대시보드가 연결되는 부분의 가죽 덮개는 마감이 아쉽다

연비와 성능의 조화


이제 달려볼 차례다. 운전자세를 잡는데, 시트포지션이 꽤 낮다. 이 또한 TNGA플랫폼의 혜택이다. 토요타의 설명처럼, 시트포지션이 내려간 만큼 함께 낮아진 보닛 덕분에 전방 시야가 좋다. 플래그타입으로 바뀐 사이드미러와 A필러 사이에 공간을 터 시원함을 더한다. 별것 아닌 작은 공간이 생각보다 큰 차이를 만든다.


토요타 코리아는 5세대 아발론의 심장으로 기존 V6 3.5리터 가솔린 엔진 대신 하이브리드를 택했다. 그간 형제 모델들의 파워트레인 별 판매 비중으로 보나, 최근 친환경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 보나, 하이브리드만 들여와도 충분하겠다는 판단이었을 터. 하이브리드 심장의 높아진 효율과 성능도 판단을 도왔으리라.


충분한 힘을 발휘하는 하이브리드 심장

아발론에 들어간 하이브리드 심장은 동생 캠리나 렉서스 ES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이내믹 포스(D-4S)’로 이름 붙여진 2.5리터 4기통 가솔린 엔진은 178마력을, 함께 힘을 보태는 전기모터는 120마력을 낸다.


시스템 합산 출력은 218마력. 렉서스 ES와 완전히 같고, 캠리보다 7마력 높다. 49.3리터의 연료탱크 용량과 앞뒤 맥퍼슨 스트럿과 더블 위시본의 서스펜션 구조, 235/45R18의 타이어 사이즈도 렉서스 ES와 판박이다. 얼마나 두 모델이 닮았는지 잘 알 수 있다.


다이내믹 포스 엔진은 직접분사와 간접분사를 모두 쓰고, 가변 밸브 시스템을 얹는 등 토요타가 가진 엔진 만들기 실력을 총동원한 심장이다. 덕분에 아발론의 복합 공인연비는 리터당 16.6km를 기록했다. 실제로 이날 약 350km를 달린 후 계기반에 찍힌 평균연비도 16.6km/L였다.


주로 고속도로를 달리긴 했지만, 꽉 막힌 서울 시내도 적잖이 헤집었다. 이 정도면 대형 세단 치고 상당히 준수한 연비다. 70kg이 넘는 성인 남자 3명이 탔으며, 촬영장비와 각자 개인 소지품을 싣고, 교통 흐름보다 살짝 더 빨렸음을 감안하면 기특함이 배가된다. 두 명이서 평범하게 달린 팀은 이보다 훨씬 좋은 연비를 기록했다.


아, 한가지 빠뜨린 게 있다. 바로 넉넉한 힘이다. 기름 아낀답시고 운전자에게 답답함을 주지도 않았으니, 그야말로 성능과 연비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셈. 가속페달을 깊이 밟으면 초반 가속은 물론 추월도 깔끔하게 해치운다. 모터와 엔진이 서로의 장단점을 잘 보완한 덕분이다.


에너지 흐름도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작동 느낌은 캠리나 ES와 차이가 없다. ‘EV 모드’로 출발해도 시속 30-40km 즈음 되면 엔진이 깨어나며, 주행모드를 ‘에코’로 설정하면 전기모터를 좀 더 오래 쓴다. 엔진과 모터, 바퀴 사이의 에너지 흐름은 계기반과 센터패시아 모니터를 통해 보여준다. 가감속에 따른 방전과 충전 정도는 알 수 있지만, 순간순간 실시간으로 현란하게 바뀌는 방향은 ‘에너지 야바위’ 수준이라 봐도 분석이 불가능하다.


‘3리터도 안되는 4기통 엔진 소리가 좋으면 얼마나 좋겠나?’ 싶지만 레드존 근처까지 치솟은 회전수에도 엔진은 제법 박력 있는 소리를 실내로 전한다. 엔진 이름에 ‘다이내믹’을 붙인 게 허무하지 않다.


답답함 없는 가속은 변속기도 한몫한다. 태생적으로 운전재미와 거리가 먼 무단변속기를 썼지만 ‘시퀀셜 시프트매틱’으로 이름 붙인 가상의 변속 느낌을 연출해 단점을 감췄다. 기어노브를 까딱여 수동으로 변속하면 제법 빨리 기어비를 바꿔가며 토크를 쪼갠다.


연비와 출력만큼 하체도 훌륭하다. 말랑말랑한 승차감 위주의 설정이 대형 페밀리 세단과 찰떡궁합이다. 고속주행 안정감도, 급하게 차선을 바꾼 뒤 자세를 추스르는 실력도 제법이다. 푹신하되 출렁거리지 않는다.


이날 행사에 동행했던 아발론의 치프 엔지니어는 뒤 서스펜션에 더블 위시본을 채용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편안함과 넓은 공간, 합리적 가격을 중요시하는 세단에, 그것도 후륜에 더블위시본을 채용한 사례는 흔치 않다.



아발론도 할 수 있다


하루 동안 함께한 5세대 아발론은 힘과 연비, 승차감과 운동성능의 조화가 인상 깊었다. 전체적인 주행성능은 만족. 특히 복합공인연비쯤 우습게 달성하는 식성은 칭찬이 아깝지 않다.


겉모습은 호불호가 갈릴 듯 하나, 계속 보다 보니 분명 처음보다는 나았다. 시승을 마칠 즈음엔 나름 멋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실내 디자인은 흠잡을 곳 없다. 다만 몇몇 기함답지 못한 마무리와 국산 동급 모델 대비 부족한 편의장비가 아쉽다.


토요타 캠리와 렉서스 ES 사이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던 아발론. 프리미엄 브랜드의 벽이 높은 탓인지, 여전히 ES와의 차이는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캠리라면 승산이 있다. 가격은 캠리보다 470만 원 비싼 4,660만 원. 딱 가격 차이만큼 더 크고, 더 고급스럽다. 둘 다 ‘한 지붕 한 가족’이란 점이 걸리긴 하지만, 캠리가 잘 나가면 아발론도 할 수 있다.


아래는 시승 현장 영상(디자인편).



(주행편)




이광환 carguy@carla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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