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클래스는 영원하다"..현대차 그랜저 3.0

조회수 2018. 7. 4.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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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그랜저

[데일리카 박홍준 기자] 지금으로부터 약 4년 전, 아버지가 10년을 탄 1세대 싼타페를 그랜저로 바꾸셨다. 조금 무리하는 것 같았지만, 엄마에게 좋은 차 태워주겠단 약속을 지키고 싶으셨단다.

그렇게 우리 집의 새 차는 불과 몇 개월 뒤 페이스리프트된 그랜저가 출시된 이후 구형이 되어 버렸고, 신형 그랜저가 나오며 진짜 구형 그랜저가 됐다.

서두가 길었지만, 그랜저는 국내의 중년층들에겐 ‘성공의 상징’과도 같다. 지금이야 그보다 좋은 차가 많지만 말이다. 그랜저가 국산 고급차의 최 정점에 있던 시절, 기자의 나이 또래였을 아버지에게 그랜저는 한 마디로 ‘로망’ 이었으리라.

바야흐로 2020년을 바라보고 있는 이 시기, 여섯 번 째 그랜저는 ‘20세기 각그랜저’와는 어떤 차별성을 지니고 있을까?

■ 젊어졌지만, 헤리티지가 내재된 디자인

현대차, 그랜저

그랜저의 전면부 인상을 결정 지어버린 캐스캐이딩 그릴, 준대형의 체급에 맞는 근엄한 이미지를 더하기에 좋지만, 그럼에도 보수적인 색채는 많이 옅어졌다.

LED 헤드램프의 디테일은 훌륭하다. 입체적인 형상의 주간 주행등(DRL)이 큰 몫을 한다. 헤드램프 끝단에 자사의 레터링을 새겨 넣은 부분도 재밌다. 4세대(TG)와 5세대(HG) 그랜저에서 이어져 왔던 그랜저 특유의 후륜 펜더 부분의 풍만한 입체감은 없지만, 플루이딕 스컬프쳐 2.0에 맞게 잘 정제된 옆 라인은 깔끔한 인상을 준다.

현대차, 그랜저

뒷모습은 외관 공개 초기 논란이 많았지만, 좌우가 대 통합을 이룬 일체형 테일램프는 1세대부터 이어져온 그랜저만의 헤리티지라는 것이 기자의 생각이다. 자동차 디자인 역사상 일체형 테일램프는 정말 많았기에, 소모적인 논란이라고 생각된다.

다만, 전면부와 달리 후면부의 무게감은 다소 떨어진다. 곧추 서 있다가 양쪽 끝으로 갈수록 잦아드는 트렁크 리드 라인은 일자로 곧게 뻗은 5세대 그랜저의 후면 디자인에 비해 작아보인다. 제원 상 더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 풍부한 편의사양

현대차, 그랜저

인테리어에서는 호불호가 분명히 갈린다. 5세대 그랜저를 타고 있는 기자의 입장은 후자에 가깝다. 소재나 디테일은 고급스러워졌지만, 그 구성이 준대형 세단에선 상당히 낯설다. 이는 직선 위주의 보수적인 인테리어 디자인을 적용해 온 기아차 K7과는 대비된다.

하지만 디자인이나 기능성 자체로 놓고 본다면 구성과 훌륭하다. 버튼 구성은 최근 현대차의 흐름에 따라 용도에 맞게 배열됐다. 새롭게 디자인된 버튼의 디자인과 조작감은 훌륭한 편. 다만 콘솔 박스를 열었을 때 마주하게 되는 CD플레이어는 조금은 어색하다.

거주성은 부족함이 없다. 다만 넉넉하다 못해 광활하다는 느낌을 받았던 HG 시절 대비 좁아진 것 같은 인상이다. 쏘나타가 많이 커진 것일 지도 모르겠지만, 2열에 앉아도 넉넉한 무릎 공간을 영위하는 데엔 아무런 문제가 없다.

현대차, 그랜저

그랜저는 가격 대비 가장 풍부한 편의사양을 갖춘 세단이다. 연식 변경을 거치며 서버형 음성인식 시스템을 적용하고, 고속도로에서 반 자율주행을 구현하는 ‘고속도로 주행 지원 시스템(HDA)'을 다듬었다.

이 밖에도 스마트폰 무선 충전 트레이, 애플 카플레이, 스마트 모드가 추가된 네 가지의 주행 모드 등 편의사양에서 불만을 토로할 수 있는 부분은 없을 것 같다.

■ 보편적 주행성능..퍼포먼스 논할 만

현대차, 그랜저

시승한 모델은 3.0리터 V6 람다엔진을 장착한 모델로, 최고출력 266마력, 최대토크 31.4kg.m의 파워를 지닌다. 여기에 전륜구동형 신형 8단 자동변속기를 장착, 효율성을 개선했다.

기존의 그랜저도 정숙성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신형 그랜저의 정숙성은 한층 더 개선된 느낌이다. 준대형 세단을 찾는 고객들이 가장 우선시 하는 요인 중 하나를 충족시켰다고 볼 수 있다.

266마력이라는 출력을 오롯이 체감할 수는 없지만, 파워 역시 넉넉하다. 시내에서의 가고 서는 주행은 물론 추월가속에서도 안정적인 토크 배분으로 스트레스 없는 주행을 만끽할 수 있게 해준다.

현대차, 그랜저

하체는 준대형 세단 특유의 승차감과도 타협을 잘 이뤘다. 딱딱하다기 보다는 탄탄하다는 느낌이 더 맞을 것 같다. 출렁이고 다소 무를 것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일부 와인딩 구간에서는 차체 쏠림과 잔 진동을 잘 걸러내는 모습이 발군이다.

스티어링의 확실성과 직결감 역시 5세대 대비 큰 발전을 이뤘다. 오히려 나긋나긋하고 한 템포 느린 기존의 핸들링 감각이 익숙한 운전자라면 너무 직관적이라 피곤하다 느낄 지도 모르겠다. 그랜저에서 이런 표현이 맞는 말일지는 모르겠지만, 제법 재밌는 운전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 적(敵)은 많지만, 클래스는 영원하다.

현대차, 그랜저

국산차 시장에서는 적수가 없는 게 사실이다. 굳이 꼽자면, 비슷한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는, 같은 브랜드의 SUV ‘싼타페’ 정도 아닐까.

수입차 시장에선 ‘그랜저 대항마’를 외치는 차들이 부지기수다. 그 만큼 경쟁 상대는 많다. 토요타 캠리, 아발론, 혼다 어코드, 닛산 알티마, 맥시마 등 일본산 중형 세단들이 있고, 폭스바겐 파사트가 최근 가세했다. 곧 풀 체인지를 앞두고 있지만, 푸조 508도 가격대에선 경쟁해볼만 하다.

이렇듯 그랜저의 시장 장악력은 막강하다. 현대차는 지난 해 그랜저의 월간 판매량으로 주요 브랜드들의 월간 전체 판매량을 뛰어 넘었다. 국산차 업계의 순위를 따진다면, 현대차가 1위, 기아차가 2위, 3위는 그랜저라는 우스갯소리는 괜한 게 아니었던 시기다.

택시, 렌터카, 법인차량 비중이 높건 낮건, 그건 문제가 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앞서 언급된 판매 비중을 제하더라도, 그랜저의 시장 장악력이 압도적인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영업용 차량 판매가 많은 걸 욕할 게 아니라, 그것도 못하는 타 브랜드의 영업력을 비판해야 하는 게 맞다.

혼다 어코드보다 역사도 짧고, 닛산 맥시마보다 달리기 능력이 부족하고, 푸조 508보다 연비가 낮을 수는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랜저가 많이 팔리는 건 ‘개돼지’나 ‘모질이’들이 많아서가 아니라, 그만큼의 가치를 가진 자동차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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