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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에서 온 '작은 거인' 볼보 XC40 시승기

조회수 2018. 8. 10.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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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자동차의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볼보가 중국의 지리자동차로 넘어갔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아! 이제는 힘들겠구나’라고 생각했다. 시장에서 ‘볼보=중국차’라는 인식이 생길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의 이런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볼보의 최근 성장은 눈부실 정도다. 내구성과 디자인 등 지적받던 몇몇 단점을 완벽하게 보완하고 프리미엄 자동차로서 실력을 제대로 갖춰가고 있다.

그동안 볼보는 스스로를 벤츠나 BMW, 렉서스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프리미엄 브랜드라고 자부해왔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볼보의 안전성에 대해서는 인정했지만, 나머지는 위의 차들과 동급으로 분류하는데 주저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런 볼보가 이제는 SUV를 필두로 재고가 없어서 못 팔 정도의 인기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몇몇 모델들은 지금 주문해도 반년 이상 기다려야 차를 받을 수 있을 정도다.

그렇다면 어떤 점이 볼보를 매력적인 브랜드로 만들고 있는 것일까. 최근에 출시돼 볼보 SUV 라인업의 결정판 ‘더 뉴 XC40’을 타고 무더위 속을 달렸다. 시승차는 XC40에서 가장 저렴한 모멘텀 트림이고, 색상은 깜찍한 민트색이다.

#XC에 대한 글로벌 평가

XC40은 볼보가 브랜드 설립 이후 90년 만에 최초로 내놓은 콤팩트 SUV다. 요즘 소형 SUV는 모두가 원하는 가장 뜨거운 세그먼트다. 볼보는 XC40을 기획하면서 2가지에 초점을 맞췄다고 한다.

첫 번째는 작고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주행에 필요한 모든 첨단 기능과 안전사양을 빼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소형 SUV 지만 프리미엄의 가치와 볼보 고유의 정체성을 잃지 않겠다는 것이다.

둘째는 볼보 SUV 패밀리룩 디자인을 따르지만, 독창성을 가지고 군더더기 없이 최대한 심플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런 볼보의 목표는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스웨디시 미니멀리스트’를 표방하는 XC40은 필요한 것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과감히 버린 현대인의 ‘미니멀 라이프스타일’에 최적화된 차량이다.

특히 소형 SUV 지만 실내 공간을 결정하는 휠베이스는 동급 프리미엄 SUV에서 가장 긴 2702mm이다. 현대자동차 중형 SUV 싼타페 DM의 휠베이스가 2700mm라는 것을 감안하면 실내 크기를 짐작할 수 있다.

XC40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먼저 인정받았다. 글로벌 시장에서 올해 1월 고객 인도를 시작해 상반기에만 누적 계약 8만대를 돌파한 것이다. 특히 디자인과 품질, 안전성, 편의사양 등을 두루 갖춘 것으로 평가되면서, 지난 3월 열린 제네바모터쇼에서 ‘2018 유럽 올해의 차’에 선정되기도 했다.

#디자인

XC40의 디자인은 스칸디나비안 콘셉트를 유지하면서 XC90, XC60과는 다른 개성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했다. 구매층이 다른 만큼 앞선 모델들과 차별화하겠다는 의미다.

외부 디자인은 ‘토르의 망치’로 유명한 헤드램프와 새로운 아이언마크를 부착한 그릴 등으로 패밀리룩을 따랐다.

하지만 헤드램프의 눈매를 보다 가파르게 꾸미고, 토르의 망치 헤드 부분의 풀 LED 램프를 ‘Y’ 자에 가깝게 디자인해 날렵한 인상을 완성했다. 또한 XC90이 ‘I’자 형으로 곧게 뻗은 세로 그릴로 웅장함을 강조했다면, XC40은 그릴을 음각으로 깊게 파내 입체감을 만들어냈다.

A필러 하단부터 시작해 C필러까지 이어지는 라인을 일직선으로 유지하고 최소한의 라인만 사용해 독창적이고 간결한 이미지를 완성했다. 후면은 볼보만의 리어램프 디자인을 계승했다.

XC40의 개성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은 실내 디자인이다. 인테리어를 최대한 단순하고 고급스럽게 꾸미면서 실용성을 극대화했다. 마치 편안한 재미있는 수납공간이 숨어있는 개인 서재에 앉은 느낌이다. 고급 소재를 곳곳에 사용했다.

공간을 살리기 위해 전자식 기어 시프트를 채택하고, 스피커 위치를 도어가 아닌 엔진룸과 실내 공간 사이로 옮겼다. 덕분에 도어와 센터 콘솔에 수납공간을 확보했다. 또한 카드홀더, 갑티슈 공간, 휴지통 공간 등을 두고 시트 밑 공간, 글로브박스 고리 등 곳곳에 사용자를 위한 배려를 남겼다.

이 밖에 세로형 9인치 디스플레이, 하만 카돈 스피커, 오레포스의 크리스털 기어 레버 등으로 실내를 고급스럽게 완성했다.

# 주행성능

XC40의 시동을 걸고 주자창을 빠져나왔다. 오르막에서 가속페달을 깊게 밟았지만, 엔진음이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실내가 조용하다. 이런 게 가솔린차를 타는 맛이다.

에어컨을 높여도 실내로 들어오는 햇볕에 살갗이 따갑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지루하게 서울 도심을 빠져나갔다. 이럴 때는 볼보의 반자율 주행 기술인 파일럿 어시스트 2 기능을 이용해야 한다. 자동차가 스스로 차선을 지키고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하며 달린다. 물론 고속도로에서 더 유용한 기능이다.

파일럿 어시스트에는 충돌회피기능, 도로이탈완화기능, 반대차선접근차량충돌회피기능, 조향지원기능, 긴급제동시스템, 도로이탈보호시스템 최고 수준의 지능형 안전 자율주행 기술이 망라됐다.

고속도로에 올라 가속페달을 깊게 밟자 순간 민첩하게 반응한다. 큰 차에서 느끼기 힘든 예민함으로 운전자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인다. 마치 작은 스포츠 세단을 운전하듯 가볍고 민첩하게 움직여 운전의 재미를 더한다.

추월차선에 들어서며 순간적으로 속도를 높였다. 생각보다 스트로크가 안정적이고, 고속 영역에서의 직전성도 훌륭하다. 가속페달을 더 밟아 차를 몰아붙이자, 작은 SUV의 한계성이 서서히 느껴진다. 이쯤에서 속도를 줄여야 한다. 브레이크는 평범한 수준이다.

XC40은 볼보 소형차 전용 플랫폼인 CMA를 최초로 적용한 SUV다. 도심 주행에 최적화됐고, 넓어진 윤거와 마력당 낮은 무게비를 통해 다이내믹하면서 효율적인 주행을 실현했다. 서스펜션은 앞 맥퍼슨 스트럿, 뒤 멀티링크 방식으로 부드러운 편이다. 거칠고 역동적인 주행보다는 도심에서 편안하게 달리는데 초점을 맞춘 세팅이다.

국내는 2000cc 가솔린 직렬 4기통 T4 엔진 모델만 판매하며, 전 트림에 사륜구동을 기본 탑재했다.

이 차는 친환경성, 효율성, 역동성을 갖춘 ‘드라이브-E 파워트레인’을 적용했다. 4기통 가솔린 또는 디젤엔진에 8단 기어트로닉 변속기를 맞물려 최고출력 190마력, 최대토크 30.6kg.m을 발휘한다. 정지에서 시속 100km까지 8.3초에 도달한다.

출력은 높다고 할 수는 없지만, 차체에 비해 결코 부족하지도 않다. 공인 연비는 복합연비 기준 10.3kg/ℓ(도심 9.2kg/ℓ, 고속도로 12.2kg/ℓ)로 평범하다.

주행모드는 도로 상황에 따라 컴포트, 에코, 다이내믹, 오프로드, 개인 등 5개 모드에서 선택할 수 있다. 공차중량은 1740kg이다.

#정숙성과 오디오, 트렁크

XC40의 장점 중 또 다른 하나는 정숙성이다. 정차는 물론 주행 중에도 실내가 조용하다. 풍절음이 잘 억제돼 고속에서도 일상적인 대화나 음악 감상이 가능하다.

적재공간은 기본 트렁크 460리터에 2열 좌석을 모두 접을 경우 최대 1336리터까지 확장이 가능하다. 이는 바로 위급인 XC60과 비교해 약 30리터 차이에 불과할 넓은 정도이다. 트렁크는 접이식 바닥 아래에 별도의 수납공간을 뒀다. 발을 움직여 트렁크 문을 여는 핸즈프리 테일게이트 기능도 있다.

가격은 모멘텀 4620만원, 인스크립션 5080만원, R-디자인 4880만원이다.

조창현 기자 changhyen.cho@thedri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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