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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오가 끌리오

모터 트렌드 입력 2018.10.22 11:26 수정 2018.10.22 11:2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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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리는 데 이유 없다지만, 클리오의 매력은 분명하다. 첫차가 품어야 할 덕목을 두루 갖췄다

‘동병상련.’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은 서로의 처지를 이해할 수 있다는 뜻이다. 병명은 모르겠지만, 꽤 많은 사람이 20대 후반 즈음 앓는 병이 하나 있다. 증상은 이렇다. 애인보다 자동차가 눈에 더 들어오고 드라마보다 신차 리뷰가 더 재밌으며 지인이 차를 샀다는 소식을 들으면 배가 아프다. 이런 사람들을 두고 의사는 아니지만 처방을 내리기 좋아하는 선배가 한마디 했다. “첫차 살 때가 됐네.”

그렇다. 사회 초년생의 구매 희망 목록에는 자동차가 빠지지 않는다. 남자라면 더 그렇다. 내가 원할 때 어디든 갈 수 있는 ‘내 차’의 존재 여부는 활동반경을 비약적으로 넓힌다. 그래서인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첫차 구매에 대한 고민을 토로하는 사람이 자주 눈에 띈다. 질문은 대개 비슷하다. “가격이 저렴하면서 잘 달리는 차가 뭘까요? 이왕이면 디자인도 예뻤으면 좋겠어요.” 다양한 대답이 나올 수 있겠지만, 그중 정답에 가까운 건 르노 클리오다.

자동차를 구매하기 전 명심해야 할 사실이 있다. 차는 구매비용만큼 유지비용도 잘 따져봐야 한다는 점이다. 유지비용에는 보험료, 소모품 가격, 수리비 등 여러 항목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유류비다. 몇 달만 타고 차를 바꿀 생각이 아니라면 길게 봐야 한다. 곰곰이 따져보면, 첫차를 산 기념으로 멀리 자동차 여행이라도 떠나기 위해서는 주유소에서 십수만 원을 쓸 각오를 해야 한다. 매일 출퇴근만 하더라도 차곡차곡 쌓이는 유류비가 부담되긴 마찬가지다. 그래서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못한 사회 초년생일수록 연비가 중요하다. 1.5리터 디젤엔진을 품은 클리오는 6단 듀얼클러치와 맞물려 리터당 17.7킬로미터의 복합연비를 자랑한다. 이는 하이브리드 모델을 제외하고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모든 차를 통틀어 가장 높은 수치이다(17인치 타이어 기준). 만약 클리오가 45리터의 연료탱크를 가득 채우고 출발한다면 서울-부산을 추가 주유 없이 왕복할 수 있다. 계산상 그렇다.

이게 다가 아니다. 클리오의 진짜 매력은 발랄하게 내달리는 달리기 실력을 경험해야만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일단 최고출력이 90마력이라는 게 의심스러울 정도로 툭툭 치고 나가는 맛이 좋다. 고속도로 제한속도를 넘어서지 않는 범위에서라면 가속 때문에 답답할 일은 없겠다. 게다가 4미터가 조금 넘는 앙증맞은 차체는 손에 쥔 운전대를 연신 좌우로 돌리게 만든다. 유럽에서 넘어온 모델답게 하체가 단단한 편이어서 굽이치는 코너를 돌아나가기가 즐겁다. 핫해치에서 느껴지는 쫀쫀한 손맛까진 아니지만 운전대를 통해 느껴지는 피드백은 분명하다.

이제 클리오가 ‘첫차의 정답’이 되기까지 남은 관문은 단 하나다. ‘예뻐? 안 예뻐?’이다. 하지만 예쁘다는 표현은 주관적인 성향이 강하다. 어제까진 예뻤는데 오늘 보니 별로인 경우도 없지 않다. 클리오는 예쁘다는 표현보다 자기만의 색깔이 뚜렷하다고 하는게 맞다. 르노는 6개의 라이프스타일 키워드를 선정하고 이를 디자인 언어로 사용하는데, 클리오에 적용된 키워드는 ‘사랑’이다. 이제 막 성인이 돼 사랑에 빠지는 시기에 적합한 자동차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그래서일까? 클리오를 이리저리 둘러보아도 곧게 일직선으로 뻗은 라인을 찾기 어렵다. 사랑을 표현하는 데에는 직선보다 곡선이 어울린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덕분에 다른 모델에 비해 클리오는 여성 운전자에게도 인기가 좋다.

클리오를 타고 홍대 앞으로 향한 이유는 클리오가 젊음과 닮았기 때문이다. 이리저리 돌아다녀도 쉽게 지치지 않는 체력(연비), 원하는 목표를 향해 몰두할 줄 아는 힘(주행성능), 나만의 개성(디자인)을 선보이는 젊음 말이다. 클리오의 작은 몸집은 홍대 앞을 너머 합정, 상수, 망원, 연남동의 좁은 골목길을 돌아다니기에 적당했다. 한참을 정신없이 쏘다니고 나서야 나도 ‘동병상련’ 대열에 합류해버렸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글_박호준 사진_박남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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