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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 '포르쉐 바이러스' 감염자들을 헤아리지 못해서 [최고의 반전]

나윤석 입력 2018.11.14 15:52 수정 2018.11.14 15:5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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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 파나메라 성공을 보니 나는 럭셔리가 아니구나

[최고의 반전] 지금 와서 하는 말이지만 ‘미안하다’. 나는 포르쉐 파나메라가 이렇게까지 성공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 솔직히 ‘쫄딱’ 망할 거라고 생각했었다. 당시 포르쉐 코리아에 근무하던 후배가 ‘얼마나 팔릴 것 같으세요?’라고 내게 물어봤을 때, ‘뭐 특이한 거 좋아하는 사람이랑 911 사면 집에서 쫓겨날 것 같아서 대안을 찾는 사람들을 합하면 한 100명 정도?’라고 대답했을 정도였으니까.

내가 그렇게 생각했던 데에는 나름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다. 1세대 파나메라는 안락한 세단은 아니었다. 고급 세단이라고 하기에는 뒷좌석이 편하지 않았고 승차감도 굳은 편이었기 때문이다. 앞좌석이 1열과 2열로 놓여있는 스포티한 느낌은 포르쉐 브랜드로서는 수긍할 수 있지만 불어난 몸집을 가누기 위해 승차감을 희생한 건 세단이라는 장르의 기준으로는 과하다고 느껴졌다.

마치 카이엔을 낮추고 단단하게 만든 느낌이었다. 뻑뻑했다. SUV와 세단의 장르는 다르다는 것이 내 판단의 근거였던 것이다. 좋은 세단들 놔두고 굳이 포르쉐라는 이유 때문에 어정쩡한 세단을 살 이유가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다. 좀 더 솔직히 말해볼까? 카이엔 팔아서 회사 살리고 돈 벌었으면 됐지 이젠 세단까지 팔려고 하는 욕심쟁이 포르쉐가 얄미웠던 거였다.

하지만, 결과는 다들 아시다시피 내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갔다. 우리나라에 처음 출시된 2009년 파나메라는 모두 43대가 팔렸다. 실질적 고객 인도가 10월부터 시작되었으니까 한 달에 거의 15대가 팔린 셈이다. 같은 기간 동안 우리나라에서 팔린 전체 포르쉐 숫자가 123대였으니 대략 삼분의 일을 차지한 것이다.

삼분의 일. 파나메라가 차지한 비중도 놀라웠지만 내가 더 놀란 것은 다른 곳에 있었다. 9월까지 우리나라에서 팔린 포르쉐의 월 평균 대수가 30대 정도였는데 파나메라가 들어오자마자 40대 수준으로 올라갔다는 것이다. 즉, 파나메라는 포르쉐의 시장을 순수하게 증가시켰다는 뜻이다. 파나메라는 2010년에 227대로 전체 포르쉐 705대의 32%, 2011년에는 400대를 팔아 전체 포르쉐 1301대의 30% 등으로 꾸준히 ‘삼분의 일’을 지키며 어엿한 스테디셀러, 볼륨 제너레이터로 자리를 잡아버렸다.

유럽에서는 성공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자동차 시장의 다변화가 부족하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게 내 수준이었고 착각이었다. 포르쉐가 속한 시장은 내가 살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시장보다는 훨씬 여유롭고 다채로움이 이미 자리 잡았던 것이다. 포르쉐 911도 사고 세단도 파나메라로 사는 사람들도 있었다. 포르쉐 브랜드 안에서 스포츠카는 물론 SUV이고 세단까지 모두 해결하려는 포르쉐 바이러스 감염자들도 적지 않았다.

미안하다. 내가 틀려서. 그리고 또 미안하다. 내가 포르쉐 오너들만큼 럭셔리하지 못해서.

자동차 칼럼니스트 나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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