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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 난 팰리세이드가 점점 판을 키우고 있다

나윤석 입력 2018.12.28 14:47 수정 2018.12.28 14:4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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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SUV 시장, 소형 SUV 시장과 닮았지만..
팰리세이드

[나윤석의 독차(讀車)법] 현대차가 내놓은 대형 SUV 팰리세이드가 이른바 대박을 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모델 하나의 성공으로 끝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자동차 시장에 또 다른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는 뜻입니다. 소비자들에게는 새로운 선택지가 생긴다는 뜻입니다. 마치 몇 년 전의 소형 SUV 시장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완전히 똑같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좀 더 자연스러운 면도 있습니다. 지금부터 알아보겠습니다.

팰리세이드가 있는 시장은 준대형 SUV 시장입니다. 이 시장이 우리나라에 처음은 아닙니다. 오르내림은 있었지만 나름 탄탄한 고객층이 있는 시장입니다. 지금까지 이 세그먼트의 국내 대표 모델은 기아차 모하비, 쌍용차 렉스턴 시리즈, 그리고 지금은 단종된 현대차 베라크루즈입니다. 그리고 수입차 시장에서는 포드 익스플로러가 독보적입니다.

장수 모델인 모하비는 국내 유일의 6기통 디젤 바디 온 프레임 정통 SUV이라는 고유의 가치가 지금까지 모델을 지켜옵니다. 모하비는 특이한 기록을 갖고 있습니다. 연간 판매 기록이 1만5000대를 넘은 것이 딱 두 번 있었는데 그것이 2016년과 2017년이라는 사실입니다. 즉 모델 수명이 다 되어간다는 황혼기에 절정을 맞이한 겁니다. 특히 지난해엔 가장 성격이 겹치는 – 그리고 팰리세이드 이전에는 유일한 경쟁자였던 – G4 렉스턴이 새 모델로 인기를 끌었는데도 이런 성적을 거뒀습니다. 1만6381대가 팔린 G4 렉스턴에 비해 판매 대수에서도 약 1천대 정도가 부족했을 뿐입니다.

모하비

이 두 모델이 단숨에 이 시장을 3만대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보고 저는 ‘아, 이제 변화가 시작되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지난해 10만대를 넘긴 소형 SUV와 대수에서는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대당 가격은 두 배 정도이고 아마도 회사의 수익성은 그보다 더 클 겁니다. 즉, 자동차 회사 입장에서는 경기에 덜 민감한 구매력이 있는 계층을 발굴하여 안정감을 키우고 훨씬 큰 대당 마진을 확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겁니다. 고객들에게 친절해야 하는 이유가 발견된 겁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었습니다. 첫째, 두 모델 모두 바디 온 프레임 모델입니다. 둘째, 모하비는 늙어도 너무 늙었습니다. 셋째, G4 렉스턴은 4기통 디젤 엔진밖에 없어서 모하비에는 기통수로 밀리고 요즘 시장 트렌드에서는 가솔린 엔진이 없어서 밀렸습니다. 즉, 본격적인 대중화에는 한계가 있는 모델들이라는 뜻이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그만큼 준대형 SUV 시장이 갖고 있는 성장의 잠재력이 엄청나다는 뜻이었습니다. 그것을 증명한 모델이 바로 포드 익스플로러입니다. 물론 수입차 업계에 밝은 분들에게는 포드 익스플로러는 이미 검증된 베스트셀러였습니다. 하지만 국내 자동차 시장 전체에서 본다면 깜짝 놀랄 일이었습니다. 미국산 대형 가솔린 SUV는 기피 대상이었던 시절이 분명 있었기 때문입니다. 기름값을 어떻게 감당하냐는 말 한 마디로 말이죠.

익스플로러

하지만 포드 익스플로러는 시절을 잘 이용했습니다. SUV 대세, 다운사이징 엔진, 디젤 기피 현상, 그리고 대형 SUV를 찾는 고객들의 증가를 잘 연결하면 그것이 바로 2017년에 5546대나 팔린 ‘포드 익스플로러 2.3 에코부스트’로 귀결됩니다. 2.3 에코부스트는 6기통이 아니라서 아쉽다는 고객들을 위해 익스플로러는 6기통 모델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철벽 수비인 것이죠. 게다가 익스플로러는 승용차와 가까운 승차감과 주행 질감을 제공하는 모노코크, 즉 유니바디 형식입니다. 그래서 지난해에 익스플로러는 6천대를 넘게 팔 수 있었고 올해 11월에 이미 지난해 기록을 넘어섰고 잘하면 7천대를 기록할 것 같습니다.

바로 이런 시장에 팰리세이드가 나온 겁니다. 물론 국내 시장에서는 4기통 디젤이 대세입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는 팰리세이드의 3.8리터 가솔린 엔진이 잠재성이 적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 엔진은 앳킨슨 사이클 엔진입니다. 전에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용 가솔린 엔진에나 적용하는 것으로 생각했던 앳킨슨 사이클을 일반 가솔린 자동차용 엔진에도 적용한 겁니다. 그 목적은 분명합니다. 대배기량 가솔린 엔진의 유일한 약점인 연비를 최대한 끌어올리겠다는 것입니다. 다운사이징 터보 가솔린 엔진을 사용한 포드 익스플로러 2.3 모델과 비교해 보면 공인 복합 연비에서 8.9 대 7.9km/L로 팰리세이드가 우세합니다. 물론 200kg이상 차이나는 차량 무게도 영향이 있겠지만 일단 배기량이 큰데도 연비가 좋다면 6기통의 부드러움을 포기할 이유가 하나 줄어드는 것이 됩니다. (물론 자동차세는 남습니다만.)

팰리세이드

6기통 자연 흡기 엔진을 사용하면서도 연비를 높이려는 노력은 혼다 파일럿에서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혼다 파일럿의 어스드림(earthdream) 3.5 V6 엔진에는 큰 힘이 필요하지 않을 때는 3기통 또는 4기통 엔진으로 작동하도록 실린더 몇 개를 끄는 Variable Cylinder Management (VCM)라는 가변 실린더 기구가 이미 적용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공인 연비에서도 팰리세이드와 큰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대형’, ‘가솔린’ 그리고 ‘SUV’ 이 세 마디에서 연상되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여유’, 즉 럭셔리입니다. 비록 가격은 4~5천만원대로서 본격적인 럭셔리 시장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여유로움이 중요한 고객들이 집중되는 시장인 것은 분명합니다. 즉, 국내 준대형 SUV 시장의 급성장은 21세기 초 자동차 시장을 관통하는 두 가지 키워드인 ‘SUV’와 ‘럭셔리’가 조합된 럭셔리 SUV 시장의 확장입니다. 결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G4 렉스턴

따라서 지속 가능성이 있는 시장이라면 거기에 어울리는 다양한 제품군이 충분히 공급되어야 합니다. 모하비와 G4 렉스턴이 정통 SUV를 대표한다면 익스플로러와 팰리세이드, 그리고 파일럿은 보다 넓은 보편적인 고객들을 향한 크로스오버 SUV로 분류됩니다. 여기에 풀 사이즈 미국식 SUV이지만 국산차처럼 접근하는 쉐보레 트래버스가 합류하는 형세입니다.

위의 모든 모델들은 각각의 장단점이 매우 또렷합니다. 6기통 디젤 엔진을 실은 정통 SUV이지만 노쇠한 모하비, SUV 명가의 신형 정통 SUV이지만 4기통 디젤 엔진만 가진 것이 아쉬운 G4 렉스턴, 상품성과 디자인에서 매우 우수하지만 아직 숙성이 필요한 팰리세이드, 매우 우수한 주행 질감이 압권이지만 다소 수수한 분위기가 아쉬운 파일럿, 해외의 평가는 좋지만 아직 뚜껑을 열어보지 않은 트래버스. 모두들 나름의 강점으로 고객들을 이끌기에는 충분할 것입니다.

팰리세이드

하지만 중장기적인 준비 하나는 잊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친환경을 비롯한 미래차에 대한 대비입니다. 아무리 앳킨슨 사이클이나 가변 실린더 기구, 다운사이징 터보 등으로 효율을 끌어올린다고 해도 대형 SUV는 세단이나 작은 SUV들보다 기름을 많이 사용하고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합니다. 따라서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와 같은 현실적인 대책부터 전기차까지 향후 라인업 플랜에 포함되어야 할 것입니다.

넓은 실내와 부드러운 승차감으로 매력적이었던 싼타크루즈는 이미 2009년에 1만2천대나 팔렸었습니다. 10년이 지난 지금 팰리세이드, 그리고 준대형 SUV 시장의 성장이 놀랍지 않은 이유입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나윤석

나윤석 칼럼니스트 : 수입차 브랜드에서 제품 기획과 트레이닝, 사업 기획 등 분야에 종사했으며 슈퍼카 브랜드 총괄 임원을 맡기도 했다. 소비자에게는 차를 보는 안목을, 자동차 업계에는 소비자와 소통하는 방법을 일깨우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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