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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없는 기능? 자동차를 장난감으로 만들어주는 장치들

김태영 입력 2018.12.29 09:16 수정 2018.12.29 09:1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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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가 콘텐츠와 융합할 때

[김태영의 테크 드라이빙] 애플 아이폰이나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인스타그램처럼 대중에게 주목받는 기술 기반 플랫폼에는 공통점이 있다. 뛰어난 플랫폼만큼이나 매력적인 콘텐츠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플랫폼이 콘텐츠와 적절하게 융합할 때, 비로소 대중을 사로잡을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자동차 산업에도 더 많은 콘텐츠가 필요하다. 차의 기본 기능을 사고파는 행위만으로는 미래 지속 가능성이 부족하다. 자동차와 콘텐츠의 지속적인 결합으로 사용자 경험을 최대한 끌어내야 한다.

사진=BMW

커넥티비티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애플 카플레이, 안드로이드 오토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들은 빠르게 발전하는 통신 기술을 자동차 분야와 접목해 콘텐츠를 새로운 차원으로 확장시킨다. 스마트폰 전용의 스트리밍 음악 서비스나 내비게이션을 자동차에서 곧바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게다가 이런 방식의 서비스는 사용자, 자동차 회사, 그리고 통신사와 스마트폰 제조사 모두에게 이점이 있다. 사용자는 자신의 스마트폰 기능을 자동차로 손쉽게 확장한다. 자동차 회사는 빠르게 발전하는 정보통신기술(IT) 변화에 그만큼 유연하게 대응한다(개발비도 상대적으로 줄어든다). 통신 및 스마트폰 제조사는 자신들의 서비스를 더 넓은 영역에 제공한다. 새로운 영역의 데이터를 축적하며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을 개척한다.

사진=포드

물론 자동차는 스마트폰보다 고차원적인 기술이다. 카메라와 센서, 고성능 중앙처리장치(CPU)뿐 아니라 물리적으로 움직이는 엔진과 구동계도 가진다. 따라서 이런 플랫폼을 십분 활용하기 위해서는 자동차 고유의 콘텐츠가 필요하다. 바로 운동 성능을 이용하는 것이다. 예컨대, 2018년형 포드 머스탱에 머스탱 트랙 앱스라는 기능이 있다. 이 모드에서는 차가 가속하고, 회전하고, 정지하는 모든 과정을 콘텐츠로 구현한다. 400m 드래그 레이스 모드를 활성화하면 크리스마스트리 모습의 카운트다운 게이지가 계기반에 나타난다. 출발 신호에 맞춰 400m를 달리는 동안 차의 움직임을 면밀하게 측정한다. 가속 시간, 최대 속도, 최대 횡가속도(G)를 운전자에게 보기 좋게 전달한다.

사진=포드

쓸데없는 기능이라고? 이건 마치 스마트폰에 깔린 증강현실(AR) 게임과 같다. 존재 자체의 의미만 따진다면 있어도 혹은 없어도 그만이다. 하지만 이런 앱을 통해 누군가는 영감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플레이하는 그 순간을 즐길 수 있다. 플랫폼에 담긴 잠재력을 피부로 경험한다. 이것이 유저의 경험이 되고, 경험을 통해 다시 발전한다. 다시 말해 머스탱 트랙 앱스는 진정한 의미의 자동차용 콘텐츠인 셈이다. 타이어 온도를 올려 접지력 최대로 끌어내고자 할 때, 뒷타이어를 번아웃(제자리에서 회전) 시키는 기능도 제공한다. 특별한 운전 테크닉이 없어도 라인-록(Line Lock) 모드에서 차가 정지한 채 뒷타이어만 시원하게 회전시킨다. 자욱한 연기와 뜨거운 타이어, 그리고 운전자를 요동치게 하는 흥분을 얻을 수 있다. 랩-타이머(Lap Timer) 모드에서는 서킷을 달릴 때 필요한 랩타임을 스스로 기록한다. 25바퀴를 1세션으로 최대 100세션까지 기록된다. 매 랩타임을 기록할 때 마지막 바퀴의 기록과 시간 차이 등을 자동으로 보여주는 편리함도 제공한다.

사진=BMW

자동차 자체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머스탱과 달리 일부 똑똑한 브랜드는 주행 성능 콘텐츠를 액세서리(옵션) 형태로 제공하기도 한다. BMW의 경우 M 퍼포먼스 드라이브 애널라이저(M Performance Drive Analyzer)라는 부품을 자동차 구입 후 별도로 살 수 있다. 자동차에 달린 운행기록 자기 진단 장치(OBD)에서 얻을 수 있는 각종 정보를 스마트폰과 연동시켜, 새로운 차원의 콘텐츠로 통합 구현하는 장치다. 스틱형 모듈을 자동차 운전석 하단 OBD 단자에 꽂으면 설치가 끝난다. 그러면 스마트폰 전용 애플리케이션과 연결되어 자동차의 각종 데이터를 일괄적으로 편집/제어한다.

사진=BMW

M 퍼포먼스 드라이브 애널라이저는 차의 컨디션을 확인하는데 도움을 준다. 냉각수, 엔진 오일, 촉매 및 매니폴드 등의 온도뿐 아니라 엔진 부하량이나 연료 분사압력의 실시간 정보를 시각적으로 나타낸다. ‘테스트 드라이브 모드’에서는 0→시속 100km 가속이나 400m 드래그 레이스 기록도 측정할 수 있다(OBD 로그+GPS). 트랙 드라이브에서는 서킷 주행의 다양한 정보를 영상 콘텐츠로 제작해준다. 스마트폰을 대시보드 상단에 고정하고 기록을 시작하면, 스마트폰 카메라로 자동차 전방 상황을 기록하는 동시에 차의 속도와 엔진 회전수, 기어, 횡가속도, 가속/제동 페달 위치를 영상에 표시해준다. 추가적인 영상 편집 없이도 트랙 주행 콘텐츠가 곧바로 스마트폰에 기록된다는 뜻이다.

사진=BMW

M 퍼포먼스 드라이브 애널라이저의 장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BMW의 거의 모든 자동차(OBD 단자가 달린)에서 사용할 수 있기에 호환성이 높다. 오일 온도 게이지나 랩타임 측정 같은 기능을 모든 자동차에 달아서 무조건 가격을 올리는 게 아니라, 기능이 꼭 필요한 사용자에게만 제공한다는 것도 효율적이다. 게다가 자동차 제조사 입장에서도 이런 장치를 제공하는 데는 여러 이점이 있다. M 드라이브 애널라이저의 경우 드라이브 대크(Drive Deck)라는 독일 애프터마켓 자동차 측정 액세서리 기업에서 OEM 방식으로 제작한다. 따라서 BMW는 관련 기술의 개발하고 유지/보수하는데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동시에 최신 업데이트 제품을 소비자에게 지속해서 제공할 수 있다.

사진=BMW

BMW는 자동차의 운동 성능을 콘텐츠로 승화시키는 데 적극적이다. M 퍼포먼스 드라이브 애널라이저뿐만 아니라 M 랩 타이머 같은 트랙 주행 기록 전용 앱도 제공한다. 커넥티드 기술을 통해 일부 모델에서 고프로(GOPRO) 같은 액션캠을 자동차에서 직접 제어할 수도 있고, 자동차 안팎에서 쓸 수 있는 액션캠 전용 마운트 액세서리도 제공한다. 그 외에도 고성능인 M 모델이나 스포츠 배기 액세서리가 만들어내는 배기 사운드만 기록해둔 애플리케이션도 있다.

앞서 말한 이런 대표적 기능은 자동차라는 플랫폼을 이용한 콘텐츠다. 제조사가 자동차를 단순 이동 수단으로만 보지 않기에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결과물이다. 따지고 보면 이런 모든 기술과 장치는 이미 2000년대 초반 자동차 튜닝 시장에서 선보였던 것들이다. 다시 말해 포드와 BMW가 보여준 것은 혁신이 아니라 방식의 변화를 통한 진화다. 물론 이런 콘텐츠가 여전히 새롭고 매력적인 것은 기술의 발전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컴퓨터에 CD를 넣고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시대는 지났다. 이젠 온라인 스토어에서 버튼을 눌러서 개인 모바일 장치에 어플리케이션을 다운받는다. 다시 말해 자동차라는 플랫폼은 이미 충분히 갖춰져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자동차용 콘텐츠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태영

김태영 칼럼니스트 : 중앙일보 온라인 자동차 섹션을 거쳐 자동차 전문지 <카비전>, <자동차생활>, <모터 트렌드>에서 일했다. 현재는 남성지 <에스콰이어>에서 남자들이 좋아하는 소재를 주로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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