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륜차는 왜 자동차 전용도로를 못 달릴까?

조회수 2018. 10. 19. 14:1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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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할리데이비슨 아이언 883을 구입하고 출퇴근뿐 아니라 주말에도 신나게 즐기고 있다. 지난 주말엔 바이크를 타는 지인들과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의 한 카페에서 모임을 가졌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앙재에서 가락시장 방면으로 달렸는데, 이곳이 ‘자동차 전용도로’란다. 교차로와 횡단보도, 버스정류장까지 있는 자동차 전용도로라니 정말 황당했다.

<도로교통법>이 규정하는 자동차 전용도로(自動車專用道路)에 대해 찾아봤다. 오롯이 자동차만 통행할 수 있는 도로를 뜻한다. 일반도로와는 달리 인도나 횡단보도 등이 없어 통행이 원활하며 고속으로 달릴 수 있다. 올림픽대로와 동부간선도로 등이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내가 달린 도로는 전용도로 표지판도 없으며 내비게이션을 켜지 않으면 도무지 알 길이 없었다.

설상가상 우리나라의 교통표지판 도안은 제각각이다. 이륜차는 긴급자동차로 지정된 차에 한해 통행할 수 있고, 그 외엔 배기량에 상관없이 달릴 수 없다. 그래서 일부는 이륜차 통행금지 표지판도 함께 설치한다. 그러나 없는 경우도 많다. 가까운 일본에선 표지판 도안을 통일했으며 소형자동이륜차(배기량 125cc 이하)와 미니카 등 세부적으로 나눠 판가름한다.

그렇다면 국내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이륜차 통행을 금지한 건 언제부터일까? 1972년, 우리 정부는 ‘도로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이륜차 주행을 막았다. 이후 지금까지 이륜차 관련 도로교통법 개선은 서랍 속에 넣어뒀다. 참고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가운데 고속도로 진입을 허용하지 않는 나라는 대한민국뿐이며, 여전히 낡은 잣대로 이륜차를 바라본다.

모터사이클이 정말 위험하다고 하면, 나머지 33개국이 허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중요한 건 두 바퀴와 네 바퀴의 차이가 아니라 운전자다. 일부 교통신호를 무시하는 이륜차 운전자도 문제이며, 고속도로 추월차선 정속주행이나 난폭운전을 일삼는 자동차 운전자도 문제다. 후진적인 교통 문화를 개선하지 못 하면, 독일이나 일본 등 자동차 강국은 영원히 넘어설 수 없다.

낡은 면허시험부터 개선해야

배기량 125cc 이상의 모터사이클을 운전하기 위해선 2종 소형면허 시험에 응시해야 한다. 이륜차 운전자라면 공감하겠지만, 우리나라 2종 소형면허 시험은 쉬우면서도 어렵다. 응시료 7,500원을 납부한 뒤 시속 10㎞ 이하의 속도로 굴절과 S자, 직선 등의 코스를 통과해야 한다. 재미있는 건 10명 시험 보면 8~9명은 첫 번째 굴절 코스에서 탈락한다. 안전장비는 공사장에서 볼법한 안전모 달랑 한 개 준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2종 소형면허 시험은 어려운 걸까? 정 반대다. 접근성이 무척 쉽기 때문에 “탈락하면 다음에 또 보면 되지”라는 생각에 계속 응시한다. 그러나 굴절 코스를 통과했다고 한들, 실제 도로 환경에서 달리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학원 교육도 마찬가지. 똑같은 코스를 10시간 주행, 학과교육 3시간 이수하면 시험 볼 자격을 준다.

나는 운 좋게 시험에 합격했지만, 실제 도로에 적응하기까지 무척 오래 걸렸다. 중‧고속에서 올바른 자세와 시선처리, 차선변경, 선회방법 등의 교육을 받지 못 한 까닭이다. 설상가상 안전장비에 대한 교육도 전무했다. 때문에 선배들에게 척추와 가슴 보호대 등의 조언을 받고 올바르게 착용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라이더는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 해 평범한 옷을 입고 헬멧 만 쓴 채 달린다.

물론 고속도로 등 자동차 전용도로 주행을 한 번에 풀 자는 건 아니다. 그러나 모터사이클 운전자를 단순히 ‘위험하다’, ‘사고를 유발한다’는 추상적 이유로 제재하는 건 납득이 가지 않는다. 1차선 추월차로, 2차선 주행차로를 지키는 자동차 운전자도 없지 않은가. 우선, 양재-가락시장 방면 도로 같은 일반도로와 전용도로를 애매하게 이은 구간부터 허용하고, 통행 상황을 철저하게 분석해 단계적으로 개선하는 게 좋은 방안이다.

모두가 대한민국을 ‘자동차 강국’으로 평가하지만, 낡은 문화와 교통법규를 개선하지 못하면 다가올 자율주행 시대도 ‘그림의 떡’일 뿐이다.

글 사진 강준기 기자

사진 각 제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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