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보면 아는 매력, 쉐보레 타호
거대한 풀 사이즈 SUV가 과연 필요할까?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압도적인 존재감을 가진 쉐보레의 풀사이즈 SUV 타호는 타보아야 알 수 있는 매력이 가득하다.
우리나라의 도로 환경이라고 하면 흔히 복잡한 골목과 비좁은 주차공간을 떠올리곤 한다 . 이런 도로 상황에 거대한 풀 사이즈 SUV는 국내 시장에서 딱히 설 자리가 없을 것 같았다 . 그런데 의외로 이 장르를 찾는 이들이 많았다 . SUV의 인기와 더불어 아웃도어 활동이 늘어난 영향도 컸을 것이다 . 이러한 흐름에 미국 브랜드들은 풀 사이즈 SUV를 국내에 들여오기 시작했다 . 당연히 판매량도 꽤 쏠쏠한 수준이다 . 가슴 속에 품고 출근한다는 사직서처럼 , 압도적인 크기를 자랑하는 차들을 로망으로 간직한 이들이 많았으리라 .
한국 GM은 쉐보레의 플래그십 SUV 타호를 국내 시장에 출시하며 최상위 트림인 ‘하이컨트리 ’ 트림을 단일로 구성했다 . 수입차 시장에서는 최상위 트림을 우선으로 출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 하위 트림과 상위 트림을 함께 판매할 경우 전반적으로 상위 트림의 판매량이 훨씬 높은 결과를 의식했을 것이다 .
신형 타호 하이컨트리는 7인승 풀사이즈 SUV다 . 2열은 좌우 독립 시트로 구성됐다 . 2열 시트와 3열 시트 모두 트렁크에서 전동으로 접을 수 있다 . 가격은 개별소비세 인하 기준 9253만원 , 각종 장식이 검게 칠해지는 다크 나이트 스페셜 에디션은 9363만원이다 . 크고 비싼 차인 셈이다 . 이러한 풀사이즈 SUV의 마케팅 타깃은 주로 30~40대 고소득자 , 다자녀 가정으로 설정된다 . 경제적 여유가 있고 , 평범한 SUV의 공간으로는 모자라지만 미니밴을 원하지 않는 이들이 선택한다고도 볼 수 있다 .
경제적 여유가 있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은 이 차의 파워트레인에서부터 살펴볼 수 있다 . 타호에는 6.2ℓ V8 가솔린 엔진과 10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된다 . 최고출력은 426마력 , 최대토크는 63.6kg∙m이며 사륜구동 시스템이 기본으로 장착된다 . 차의 가격도 가격이겠지만 고배기량 엔진의 세금은 1년에 약 160만원 수준 (교육세 포함 )이다 . 당연히 연료비 부담도 크다 . 복합연비는 6.4km/ℓ 정도인데 , 시승을 진행하는 내내 시내 도로는 3~4km/ℓ를 , 고속도로에서는 8km/ℓ 내외를 보여주었다 . 쉐보레는 공기저항을 최소화하는 액티브 에어로 셔터 , 상황에 따라 실린더를 비활성화하는 액티브 퓨얼 매니지먼트 등 연비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거대한 차체의 무거운 무게를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 유류비가 높아진 요즘 같은 때에는 속된 말로 ‘돈을 도로에 뿌리면서 다니는 ’ 자동차일지도 모른다 .
그런데 오히려 이러한 고배기량 가솔린 엔진이 이 차를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 8기통 자연흡기 가솔린의 웅장하고 박력 있는 사운드는 운전자가 즐기기 딱 좋은 수준의 음색으로 잘 조율했다 . 굳이 RPM을 쥐어짜지 않아도 8기통 특유의 음색을 감상할 수 있어 매력적이다 . 또한 높은 출력은 크고 무거운 차체를 가뿐하게 이끌기에 출력에 대한 불만은 없다 . 이러한 느낌에는 기민하고 똑똑한 변속기도 한 몫을 더한다 . 앞서 말한 것처럼 미니밴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감성적인 부분이다 .
미니밴보다 이 차를 선택하는 이유 중 또 다른 한 가지는 하체에서 찾아볼 수 있다 . 우선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은 1000분의 1초 단위로 노면을 스캔하여 댐퍼의 감쇠력을 조정한다 . 이에 더해 어댑티브 에어 라이드 서스펜션은 주행 상황에 맞게 지상고를 조절한다 . 고속 주행을 할 때는 20mm 낮아져 공기역학과 연비에 도움을 , 오프로드를 달릴 때는 25mm에서 최고 50mm까지 차고를 높이는 방식이다 .
이 덕분에 타호는 보디 온 프레임 방식이지만 발군의 승차감을 자랑한다 . 웬만한 요철에는 차체가 꿈쩍하지 않고 , 롤링과 피칭 모두 기대 이상으로 잘 잡았다 . 가족이 함께 타는 목적에서 살펴볼 때 승차감에서도 웬만한 미니밴은 가볍게 이길 수 있는 수준이다 . 강력한 출력의 엔진과 잘 조율된 하체 , 높은 시야 덕분에 달리는 감각도 꽤 재미있는 편이다 . 가속 페달에 힘을 주기 시작하면 거대한 짐승이 달려 나가듯 도로를 헤집기 시작한다 . 물론 일정한 속도를 넘어가면 심해지는 공기저항 탓에 풍절음도 무척 크게 들리는 편이다 .
확실히 고속 안정감은 뛰어나다 . 서스펜션은 부드럽지만 출렁대지 않아 마음에 든다 . 장거리 크루징에 특화된 전형적인 미국 자동차다 . 그만큼 코너링과 핸들링에서는 별다른 특별함을 느낄 수 없었다 . 굳이 코너를 타며 재미를 느낄 만한 차도 아니기에 중요하게 평가할 요소도 아닐 것이다 . 커다란 덩치 때문에 노심초사하는 마음이 먼저 들어 코너를 향해 차를 던질 수도 없으니 말이다 .
브레이크 시스템은 아쉬움이 남는다 . 평범한 시내 주행에서도 예상했던 것보다 더 일찍 , 더 강하게 제동해야 하는 편이라 적응하는 데 꽤 애를 먹었다 . 아무래도 무게를 잘 버티지 못하는 모습이었는데 , 이 부분에 있어서는 개선이 필요해 보였다 . 어쨌든 자동차는 잘 달리고 잘 돌고 잘 서는 것이 기본이니 말이다 .
차고가 높아 타고 내리기에 불편하게 보일 수 있지만 , 문을 열면 자동으로 준비되는 전동식 사이드 스텝 덕분에 전혀 문제없다 . 여기에 최대 견인력은 3493kg에 달하며 , 트레일링 기능 향상을 위해 헤비듀티 엔진오일과 변속기 오일 쿨러 , 히치뷰 카메라 기능 , 트레일러 어시스트 가이드라인 등이 제공된다 .
이 정도 덩치를 가진 차에는 필수 사양이라 말할 수 있는 어라운드 뷰는 10.2인치 센터 디스플레이를 통해 조작할 수 있다 . 광활한 실내를 생각하면 센터 디스플레이의 크기를 조금 더 키웠어도 좋을 것 같다 . 아무튼 어라운드 뷰는 바퀴 주변이나 앞뒤 범퍼 가까이 보여주는 기능 덕분에 주차의 난도도 비교적 낮출 수 있다 . 그런데도 넉넉한 주차공간을 필요로 하는 것은 달라지지 않는다 . 계기판의 디스플레이는 12인치 , 헤드업 디스플레이의 크기는 15인치이며 UI의 구성 역시 세련되어 마음에 든다 .
실내 공간 역시 미니밴이 부럽지 않다 . 휠 베이스만 해도 무려 3m가 넘는다 . 2열과 3열 모두 성인 남성이 편안하게 탑승할 수 있는 수준이다 . 적재 용량은 3열을 펴도 722ℓ, 2열까지 모두 접을 경우 최대 용량은 3480ℓ에 달한다 . 캠핑 혹은 차박과 같은 아웃도어 활동에 대한 관심이 높은 요즘 , 웬만한 캠핑 장비를 가득 실어도 충분한 여유가 있을 것이다 . 혹은 성인 네 명과 골프백 네 개를 싣고도 공간이 한참 남는 것도 매력적인 포인트다 . 최근 골프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높아진 만큼 이러한 점도 분명히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이다 .
차에서 내려 디자인을 살펴본다 . 거대한 덩치에서 오는 카리스마가 넘친다 . 크롬 장식은 라디에이터 그릴과 휠 , 윈도 몰딩 등 필요한 곳에 적당히 사용했다 . 듬직한 인상은 차가 나를 지켜줄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다 . 할리우드 영화에서 정부 요원들이 타고 다니는 그런 차로 흔히 접했으니 더욱 그렇게 생각될 수밖에 .
시승이 끝나고 풀 사이즈 SUV 타호의 매력을 이해할 수 있었다 . 커다란 덩치는 분명 부담스럽지만 , 좁은 길로 다니는 것이 생각만큼 어렵지는 않았다 . 일반적인 도로에서는 아무런 문제도 없고 말이다 . 또한 대배기량 가솔린 엔진이 주는 특유의 감성을 즐길 수 있는 것도 좋았다 . 광활한 실내는 누구든지 태울 수 있고 무엇이든 실을 수 있기에 든든하다 . 여기에 각종 편의사양을 꼼꼼하게 채워 넣었기에 이동하는 시간 내내 쾌적한 기분을 유지할 수 있다 . 경제적 여유가 있고 , 목적상 큰 차가 필요한 사람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선택지다 .
글 | 조현규 사진 | 최재혁
SPECIFICATION
길이 ×너비 ×높이 5350×2060×1925mm
휠베이스 3071mm | 엔진형식 V8, 가솔린
배기량 6162cc | 최고출력 426ps
최대토크 63.6kg·m | 변속기 10단 자동
구동방식 AWD | 복합연비 6.4km/ℓ
가격 9363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