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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크로스오버, 테슬라 모델 Y & 푸조 e-2008

모터트렌드 입력 2021. 03. 23.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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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전기 파워트레인을 얹은 크로스오버가 늘고 있다. 테슬라 모델 Y와 푸조 e-2008은 실용성과 편의성, 친환경을 좇는 인류를 위해 이 땅에 태어났다


미국산 전기차와 프랑스산 전기차를 마주한다. 첨단 기술이 가득한 전기차가 새롭고, 아날로그적인 전기차가 마음 편하다. 500km가 넘는 주행가능거리에 마음이 놓이고, 도심을 달리는 작은 차에 세련됨이 녹아들었다. 폭발적인 가속이 통쾌한 차와 적절한 힘으로 합리성을 추구한 차가 달린다. 테슬라의 변화무쌍한 모습이 장점이자 단점이라면, 100년 넘는 전통에 빛나는 유럽차엔 신뢰가 쌓였다. 

푸조 e-2008

푸조 2008은 원하는 파워트레인을 고를 수 있다. 일단 2008이 마음에 든다면 가솔린과 디젤 엔진 그리고 전기차를 고를 수 있다. e-2008을 고르더라도 처음 대하는 전기차에 생소함은 별로 없다. 전기차이기 전에 2008은 소형차의 매력을 한 몸에 담은 차다. 프랑스 차만의 위트가 넘친다. 요즘 푸조 차를 보면 디자인에 물이 한참 올랐다.


2008은 208의 SUV 버전으로 같은 CMP 플랫폼에, 같은 파워트레인을 썼다. 차체를 약간 높여 그들만의 생각으로 SUV 멋을 부렸다. 오프로드로 달려갈 차는 아니지만 키가 큰 덕에 208보다 공간 효율이 만족스럽다. 푸조의 소형차가 항상 예쁜 건 아닌데 지금의 모델은 인기가 상당하다. 겉모습도 매력이지만 실내는 푸조만의 개성과 앞선 감각이 무척 뛰어나다. 3D 효과를 활용한 계기반에서 프랑스 차만의 멋이 우러난다. 계기반을 넘겨다보는 작은 운전대는 용감한 시도였다. 그 결과 누구도 넘보지 못할 푸조만의 자랑이 됐다. 난 운전대를 최대한 아래로 내려 배꼽 앞에 놓는다. 수직으로 선 작은 운전대를 돌리는 기분이 별나다. 그 위로 넘겨보는 계기반은 도로를 보는 시선과 같은 높이라 편하다. 7인치 HD 스크린 역시 같은 높이다.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실내에 앉아 있으니 행복한 기분마저 든다. 뒷자리도 넉넉하고, 트렁크도 이만하면 충분하다.

e-2008은 엔진 자리에 모터가 놓이고, 50kWh 리튬이온 배터리를 시트 아래 놓아 트렁크 공간도 내연기관 엔진 차와 같다. 136마력의 앞바퀴굴림 차는 0→시속 100km 가속 시간이 9초 남짓, 최고속도는 시속 149km다. 부드러운 e-퍼포먼스는 전기모터의 토크를 낮춰 배터리를 보호하고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에서 제어된다. 전기모터 크기가 가솔린 엔진으로 치면 1.3ℓ 정도로, 프랑스 차의 출력은 항상 실용적이고 합리적이었다. 가끔 훈련되지 않은 사람들이 가속이 빠른 전기차를 타면 위험하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e-2008은 그런 걱정을 덜어준다.

테슬라와 달리 우리가 알던 차를 그대로 대하는 운전석이 마음 편하다. 시동 걸 때 버튼을 꾹 눌러야 하는 것도 일반 자동차와 같다. 엔진음이 없어 소리 없이 질주하는 차가 경쾌하다. 가속이 놀랄 정도는 아니지만 부드럽고 빠르다. 전기차 특유의 저속에서 충분한 토크로 운전에 재미가 있다. 바닥에 무게를 더하면서 푸조의 핸들링은 업그레이드됐다. 승차감도 괜찮아서 불만이 없었다. 보통 차와 별다른 이질감이 없다. 드라이브 셀렉터를 B에 놓으면 회생제동 시스템이 개입하는데, 페달이 무겁지 않아 부담은 없었다.

주행모드는 스포츠, 일반, 에코 모드에서 고를 수 있다. 그런데 에코 모드에서는 냉난방 기구가 제한된다고 하니 조금 서러운 생각이 들었다. 쌀쌀한 날씨에 송풍구에서 찬 바람을 맞는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차가 경쾌하게 내뻗는다. ‘제로백’이 9초라지만 그 이상으로 느껴진다. 에코 모드와 차원이 다르다. 쏘아대듯 질주하는 차가 통쾌하다. 그런데 스포츠 모드에 놓는 순간 주행가능거리가 10km 줄었다. 놀란 난 다시 에코 모드로 돌아간다. 전기를 아끼느라 아주 쪼잔한 사람이 됐다. 줄어드는 주행가능거리에 마음이 조마조마해지는 건 성격 탓이다. 난 평소에도 휴대전화 배터리가 60% 아래로 가면 불안하다.

문제는 e-2008의 주행가능거리가 237km에 불과한 데 있다. 전기차의 계기는 숫자를 신뢰하기 힘든 것도 문제다. 겨울에는 더 줄어들 수 있고 운전 성향에 따라 변동이 심하다. 나 같은 소심한 성격에 푸조로 장거리 여행은 조심스럽다. 서울 성동구에서 인천 송도까지 달린 후 미리 알아둔 충전 장소에 도착하니 차들로 꽉 차 있었다. 점심시간에 대기차가 몰리는 것도 하나의 이유였다. 푸조는 100kW 급속 충전기로 30분 만에 80%를 충전해 점심 먹는 시간과 비슷했다. 충전하는 데 비용은 1만원 남짓 들었다. 충전이 번거롭지만 저렴한 비용은 전기차 보는 시각을 새삼스럽게 한다.

전기차는 알아야 하고 공부해야 할 것이 많다. 물론 내 차가 되면 모든 것이 익숙해질 것이라 믿는다. 전기차는 계획하는 생활이 필요하다. 그에 따라 나의 생활 패턴이 달라질 거다.  e-2008은 전기차이기 전에 잘 나온 소형차로 프랑스 차만의 매력이 넘친다. 전기차 보조금을 받으면 3000만원대 값으로 살 수 있는 프랑스의 낭만이다.



테슬라 모델 Y

모델 Y는 모델 3를 조금 큰 차로 만들어 뒷자리와 트렁크 공간을 키웠는데 그 결과가 무척 고무적이다. 모델 3 오너가 부러워하는 차가 됐다. 최신작인 모델 Y는 앞선 테슬라 차들보다 개성이 두드러진다. 테슬라는 나오는 차마다 앞선 차를 능가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더 싼 값에 엇비슷한 성능을 제공하고, 새 차가 좀 더 완성된 느낌이다. 첨단 제품을 다루는 신생기업의 특징 같다. 


지상고가 낮고 바닥이 편평한 차는 전기차 플랫폼의 교과서를 보는 것 같다. 휠베이스가 긴 덕에 상대적으로 넓은 실내가 가능하다. 엔진이 없어 보닛 아래에도 적재공간을 마련했는데 전기차의 장점이 두드러진다. 모델 Y는 프레임리스 도어까지 달아 멋을 냈지만 내 취향에 테슬라가 멋져 보인 적은 없었다. 다만 신기할 뿐이다. 지상고가 낮은 차로 거칠거칠한 오프로드에 가기는 망설여진다. SUV라고 하기보다는 아스팔트 위를 누비는 전천후 크로스오버라 부르고 싶다. 

테슬라 대시보드는 전혀 새로운 세상을 보여줬다. 보통 차들과 너무 달라, 보는 기준도 일반 차가 아닌 애플 아이폰을 보는 시각으로 봐야 할 듯하다. 15인치 터치스크린은 차를 사고 난 후에도 지속적인 업데이트로 테슬라의 가치를 더한다. 모델 3처럼 운전대 앞에 계기반이 없어 운전대를 최대한 아래로 내려 고정했다. 푸조의 재미를 흉내 내는 거다. 적당히 푹신한 의자와 더불어 높이 앉는 자세가 만족스럽다. 탁 트인 전방 시야에 높은 지붕은 뒷자리도 시원하게 만든다. 가림막도 없는 커다란 유리 천장을 보면 미국인은 일광욕을 즐기는 정도가 우리와 다른 게 아닌가 싶다. 테슬라에서 종종 이야기되는 품질 문제도 미국인의 기준은 너그럽다. 지금껏 이음새가 꼭 맞는 미국차를 본 적이 없다. 내 눈에 모델 Y는 잘 만들어진 미국차다.

모델 Y는 모델 3와 기본 플랫폼은 물론 파워트레인 그리고 배터리를 같이 쓴다. 듀얼 모터에 네바퀴굴림 시스템을 얹은 시승차는 푸조와 달리 강력하다. 퍼포먼스 모델은 0→시속 100km 가속 시간이 3.7초로 가히 폭발적이다. 최고속도는 시속 250km에 이른다. 모델 Y는 주행가능거리를 최대 511km로 늘리면서 주행거리 불안 문제를 꽤 해소했다. 또 120kW급 슈퍼차저로 15분만에 주행거리를 249km 연장할 수 있다. 테슬라 모델 처음으로 히트펌프도 적용해 모터에서 발생한 열로 배터리 온도를 유지하거나 실내 온도를 높이면서 전기차의 많은 단점을 줄였다.

롤이 억제돼 탄탄한 승차감은 여느 자동차와 조금 다르다. 단단한 차체 강성과 더불어 낮은 무게중심은 전기차만의 새로운 감각을 만들어낸다. 2톤의 옹골찬 보디가 조용하고 거세게 달린다. 운전대는 조금 무거운 것 같아 컴포트 모드에 고정했다. 구불거리는 길보단 쭉 뻗은 고속도로를 한없이 달리는 미국차가 그려진다. 소리 없이 질러대는 가속은 전기차의 재미를 알게 했다. 때로는 지나치게 빠른 가속이 위험할 수도 있어 보인다. 그런가 하면 모델 Y는 그 어느 차보다 안전한 차이기도 하다. 무게가 아래로 집중돼 있어 쉽게 뒤집히지 않는다. 

가기 싫어하는 차를 억지로 몰아가는 느낌의 회생제동 드라이브를 개인적으로 무척 싫어하는데, 모델 Y는 그 페달 강도를 조절할 수가 없다. 테슬라에서 아랫급 모델인 탓이다(모델 3도 2021년형부터는 회생제동 강도를 조절할 수 없다). 커다란 모니터를 터치하며 달리는 것도 어색하면서 별나다. 차가 흔들리는 와중에 모니터의 작은 글자를 누르기가 쉽지는 않다. 그나저나 모니터의 내용을 파악하는 데 공부를 한참 해야 할 듯하다. 터널을 지나며 외부 공기를 차단하고 싶었지만 모니터에서 찾는 방법을 몰라 그냥 포기했다. 

커다란 지도의 내비게이션은 처음 쓰는데도 어려움이 없었다. 시프트 레버를 두 번 아래로 누르면 시작하는 준자율주행은 앞차와의 거리를 스스로 조절하고, 차선 한가운데로 달리는 능력이 돋보인다. 차선을 따라 달리는 오토파일럿이 신기하지만 그 순간에도 내가 잔뜩 긴장하고 있어야 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하다. 이런 보조장비는 레벨3 이상의 자율주행이 될 때나 필요해 보인다.

모델 Y는 현재 스탠더드 레인지 모델을 주문할 수 없다. 스탠더드 모델의 주행거리가 테슬라 기준에 안 맞는다는 일론 머스크의 생각 때문이란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테슬라만의 독특한 현상이라 여겨진다.

글_박규철


PEUGEOT e-2008 GT LINE

기본 가격 4890만원
레이아웃 앞 모터, FWD, 5인승, 5도어 SUV
모터 영구자석 동기 모터, 136마력, 26.5kg·m
변속기 1단 자동
공차중량 1625kg
휠베이스 2605mm
길이×너비×높이 4300×1770×1550mm
전비(시내, 고속도로, 복합) 4.8, 3.9, 4.3km/kWh
주행가능거리 237km
배터리 용량 50kWh


TESLA MODEL Y PERFORMANCE

기본 가격 7479만원
레이아웃 앞뒤 모터, AWD, 5인승, 5도어 SUV
모터 릴럭턴스 유도전동기(앞)+영구자석 동기 모터(뒤), 462마력, 68.7kg·m
변속기 1단 자동
공차중량 2000kg
휠베이스 2891mm
길이×너비×높이 4750×1920×1608mm
전비(시내, 고속도로, 복합) 4.9, 4.7, 4.8km/kWh
주행가능거리 448km
배터리 용량 75kWh



CREDIT
EDITOR : 서인수   PHOTO : 박남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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