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K8.. 오피러스가 돌아왔다!

조회수 2021. 4. 26.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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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같네…’ 그동안 앞바퀴굴림 준대형 세단을 쳐다도 보지 않았던 이유다. 덩치를 키우고 고급 장식을 둘러도 중형 세단 특유의 가벼운 주행 감각은 여전했으니까. 기아 K8도 별 기대 없이 탔다. 그런데 웬걸, 여유롭다. 움직이기 시작하는 순간 괜히 이름이 K8이 아님을 깨달았다.


사실 덩치부터 그렇다. 길이 5m는 E세그먼트 준대형 세단의 ‘불가침 영역’이었다. 제네시스 G80도,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도, 현대 그랜저나 기아 K7 도 길이를 최대 4995mm 수준으로 억제해 왔다 (쉐보레 임팔라 등 미국 차는 예외로 두자). 5m부터는 유럽 기준 F세그먼트 대형 세단으로 분류하는 까닭. 그러나 K8은 당당히 5m 벽을 넘어 길이 5015mm 덩치로 거듭났다.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만, 이 차는 이제 벤츠 S-클래스와 같은 급이다.


급을 초월했지만 실제 늘어난 길이는 단 20mm다. 그런데 이상하게 진짜 커 보인다. 착시 효과다. 헤드램프를 작게 줄이고 그릴은 거대하게 키웠다. ‘눈’이 작으니까 상대적으로 차체가 훨씬 육중해 보인다. 더욱이 2열 유리창 뒤 추가로 붙인 세 번째 쿼터 글라스는 트렁크 끝까지 쭉 늘렸으며, 문짝 아래 은빛 장식도 앞범퍼와 뒷범퍼까지 길쭉하게 연결했다. 눈속임이 빤히 보이는데도 눈은 속는다. 참 길어 보인다.


속도 마찬가지다. 도어트림 스피커 크롬 장식이 대시보드 송풍구와 이어져 실제보다 더 넓어 보이도록 꾸몄다. 마름모 모양으로 곳곳에 넣어놓은 장식이나 점점이 빛나는 무드등은 조금 과하다는 생각이지만, 7보다 큰 8을 붙인 세단답게 화사한 분위기다.

스티어링휠을 쥐고 출발하는 순간, 다른 감각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과거 길이 5m에 달했던 기아 플래그십 세단 오피러스가 떠올랐다. 서스펜션 힘이 쫙 빠졌다. 당시 ‘물침대 서스펜션’이라고 불렀던 대형 세단 같다. 눈에 빤히 보이는 노면 요철을 엉덩이로는 느낄 수 없다. 부드럽다.


빠른 속도에서도 오피러스처럼 느긋하다. 전자제어 서스펜션 덕분이다. 항속하거나 낮은 속도에서 댐퍼 감쇠력을 부드럽게 풀어 도로 위를 흐르듯 유영한다. 다른 기아차와 달리 바깥 소음도 꼼꼼히 막았다. 비가 오는 상황인데도 타이어 빗물 가르는 소리가 조용히 들려온다. 문짝을 3중 실링으로 막고 흡차음재 밀도를 높인 결과다.

달리기 성능은 어떨까? 힘은 합격이다. 3.5L 자연흡기 엔진은 300마력 최고출력으로 1650kg 덩치를 손쉽게 이끈다. 약 6500rpm까지 회전하는 V6 엔진 특유의 정교한 음색까지 더해지면 체감 속도는 제법 매콤하다. K8에 처음 넣었다는 ‘투 챔버 토크컨버터(기존 변속기는 챔버가 하나다)’ 8단 변속기 직결감도 우수하다.


다만 낭창한 서스펜션엔 그만큼의 대가가 따랐다. K8 고속안정감은 최신 현대·기아 출신답지 않다. K5와 같은 3세대 플랫폼을 밑바탕 삼았으나 낮은 무게중심을 느끼기 어렵다. 도로 충격에 흔들린 뒤 자세를 추스르는 속도도 느리다. 분명 전자제어 서스펜션이 댐퍼를 옥죄고 있겠지만, 승차감 변화를 체감하긴 어려웠다.


그렇다면 연비도 오피러스 같을까? 다행히 그렇지 않다. K8은 덩치를 키웠지만, 도리어 K7보다 10kg 가볍다. 공인연비도 좋다. 19인치 휠 기준 1L에 10.3km 를 달린다 이전 K7보다 0.5km/L 늘어났다. 실제 주행에서는 37.9km를 달리는 동안 1L에 12.7km를 기록했다. 과거 오피러스였다면 상상조차 힘든 숫자다.


K8은 K7의 숫자를 키우고 느긋한 대형 세단으로 진화했다. 개인적으론 반갑다. 달리는 재미는 조금 줄어도 상관없다. 어차피 대형 세단 주된 매력은 편안함이 아니겠는가. K8은 옛날 오피러스처럼 우아하게 달릴 줄 안다. 기아 K9나 제네시스 G90은 부담스럽지만 F세그먼트 대형 세단의 아늑한 감각과 V6 회전 질감을 원하는 고객을 위해 기아가 합리적인 대안을 내놨다.

윤지수 

사진 윤지수, 기아

<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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