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재규어랜드로버, 지난해 판매 20% 이상 추락..해결책은?

조회수 2021. 3. 5.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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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규어랜드로버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지난해 전 세계 판매량이 2019년보다 24% 내려갔죠. 그나마 SUV 브랜드 랜드로버가 방어하고 있지만 재규어는 판매실적이 40% 가까이 추락했습니다. 지난해 1만8,000여 명을 휴직시키며 몸집을 줄였지만, 핵심은 현재 재규어의 제품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점입니다. 앞으로 비인기 차종을 단종하고 개발 중인 모델을 취소하는 등 전체 생산량을 25% 가량 줄일 계획입니다.



구체적으론 재규어의 플래그십 XJ를 후속 모델 없이 단종할 예정입니다. F-페이스보다 체격이 큰 플래그십 대형 SUV J-페이스는 개발을 전면 중단했습니다. 차세대 레인지로버가 품을 MLA 플랫폼을 바탕으로 나올 예정이었죠. 메르세데스-벤츠 GLS, BMW X7과의 경쟁을 기대했는데 아쉽습니다.

앞으로 SUV 라인업은 그룹 차원에서 랜드로버에 역량을 집중할 전망입니다. J-페이스는 나오지 않지만 랜드로버는 로드로버라고 부르는 전동화 SUV를 내놓을 예정입니다. 하이브리드와 EV, 두 가지로 출시할 계획이죠.



문제는 재규어가 MLA 플랫폼 기반의 신 모델을 출시하지 않으면, 마땅히 활용할 만한 전동화 플랫폼이 없다는 점입니다. XE, XF 등 세단 라인업이 대표적입니다. 이들 차종은 이미 노후했습니다. XE와 XF 모두 2015년에 나왔죠. 통상 풀 모델 체인지 주기를 5~6년으로 볼 때 세대교체 시기가 임박했습니다. 2016년 등장한 중형 SUV F-페이스도 머지않았습니다.

국내 판매결과는 어떨까요? 가령, 올해 1~2월 재규어랜드로버 코리아의 판매대수는 654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7% 내려갔습니다. 12.8% 성장한 메르세데스-벤츠, 74.5% 오른 BMW, 18.3% 올라간 볼보자동차와 비교하면 초라합니다. 그나마 신 모델을 꾸준히 투입한 랜드로버가 자존심을 지키고 있죠. 주력 제품이 노후화된 재규어에 소비자가 지갑을 열기 어렵습니다.



재규어의 전기차 브랜드 변신, 해결할 숙제는?

또한, 점점 줄어드는 탄소 배출량을 맞추려면 전동화 모델을 빠르게 출시해야 합니다. 그러나 SUV 전용 MLA 플랫폼을 빼면 당장 쓸 수 있는 뼈대가 없습니다. 그래서 재규어는 현재 전동화 플랫폼 개발 파트너를 물색 중입니다. 그러나 폭스바겐, 현대차처럼 자체 개발 EV 플랫폼이 없으면 재규어는 단순히 완성차를 ‘조립’하는 업체로 전락할 수 있습니다. 어차피 모터와 배터리 등 주요 부품은 사다 쓸 수밖에 없으니까요.




반면 랜드로버는 미래 계획이 탄탄합니다. 향후 5년 동안 레인지로버, 디스커버리, 디펜더 등 주요 SUV 라인업에 6개의 전동화 모델을 출시할 계획입니다. 2024년엔 자사 첫 순수 전기차를 선보일 예정이죠. HEV, PHEV 등 전동화 파워트레인을 품을 수 있는 MLA 플랫폼을 개발했기 때문에 재규어보다 수월합니다.

최근 재규어랜드로버는 새로운 글로벌 전략 ‘리이매진(Reimagine)’을 발표했습니다. 2030년까지 재규어랜드로버 전 차종에 순수 전기 모델을 더하고, 2039년까지 탄소 중립을 목표로 세웠습니다. 재규어는 2025년까지 순수 전기 럭셔리 브랜드로 탈바꿈할 계획이죠. XJ를 단종하고 새로운 전기차를 선보이겠다는 내용도 전했습니다. 그러나 플랫폼 개발 파트너를 빠르게 찾지 못하면, 남은 4년의 시간이 빠듯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갈팡질팡하는 사이, 메르세데스-벤츠는 EQS를 곧 선보일 예정이며 테슬라 모델 S와 포르쉐 타이칸은 이미 시장을 선점했습니다.


영국의 자존심 재규어. 1922년 설립해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정통 자동차 제조사입니다. 그러나 그동안 재규어가 보인 모습은 뻔한 ‘후발주자’였습니다. 2018년 전기 SUV I-페이스를 출시하며, e-SUV 시장은 리드할 수 있을 거 같은 기대감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후속 타자 등판이 매우 느립니다.



지금 재규어에게 가장 중요한 건 색깔 찾기입니다. 포르쉐는 제대로 달릴 줄 아는 4도어 전기 세단 타이칸을 선보이며 전기 스포츠카 시장을 선점했습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EQS를 통해 EV 시대의 S-클래스를 지켜갈 계획이죠. BMW, 아우디는 프리미엄 전기 SUV로 영역을 확장했습니다. 재규어의 EV는 경쟁 프리미엄 제조사에 없는 무기로 틈새를 공략해야 하는데,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습니다. ‘모던 럭셔리의 비전을 담겠다’는 추상적 개념 제시보다, 소비자가 구체적인 미래 재규어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도록 또렷한 색깔을 만들어야 합니다.

글 강준기 기자
사진 재규어랜드로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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