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3시리즈 그림자는 이제 그만! BMW 420i 쿠페

조회수 2021. 2. 10. 17:4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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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데일리카 임상현 기자] BMW의 라인업은 크게 짝수와 홀수로 나뉜다. 평범한 외모를 지닌 세단과 SUV는 모두 홀수로 통일된다. 반면, 지붕을 깎은 날렵한 외모와 매콤한 주행성능을 강화한 모델들에게는 짝수 배지가 수여된다.

그러나 3시리즈는 평범한 홀수 라인업에 몸을 담으면서 BMW가 힘주어 말하는 스포츠 세단의 DNA를 가득 품고 있다. 이런 3시리즈 기에 눌린 4시리즈는 전세대까지 짝수 라인업의 장기인 특출난 외모도, 주행성능도 평범하기 그지 없었다.

그런 4시리즈가 와신상담을 통해 2세대로 거듭났다. 3시리즈와 차별점을 모르겠다는 지적에는 과거의 유산을 끌어들여 파격에 가까운 이미지 변신을 꾀하고 4시리즈만을 위해 개발된 차체는 3시리즈를 가뿐히 넘어서는 핸들링 머신으로 탈바꿈했다. 4시리즈의 정체성 찾기는 이제부터다.

4시리즈의 얼굴을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내뱉는 단어가 있다. ‘낯설음’. 오랜 시간 BMW를 지켜봐 오던 골수팬들부터 처음 BMW에 입문하는 모든 이들까지 2세대로 거듭난 4시리즈 얼굴은 낯섦 그 자체다.

한국인 디자이너 임승모씨가 논란의 세로형 키드니 그릴부터 외관 디자인을 책임진 4시리즈는 단지 3시리즈의 그늘을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이 아니다. 1930년대 등장한 327 쿠페 부터 시작된 세로형 키드니 그릴의 역사는 우리에게 익숙한 가로형태의 키드니 그릴보다 오랜 시간 BMW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과거의 유산을 끌어오는 과감한 결단을 이어받은 4시리즈는 번호판이 부착되는 위치를 중심으로 위, 아래에는 속도에 따라 열고 닫히는 셔터가 달린 공기 흡입구를, 양 끝단에는 주행 보조 시스템을 위한 라이다와 각종 센서들을 배치했다.

그릴에 오랜 시간 시선이 머무는 점은 어쩔 수 없지만 그릴 양 옆으로는 3시리즈 보다 날렵하게 찢어진 눈매와 앞바퀴가 발생시키는 와류를 정리할 수 있는 에어커튼 등이 위치한다. 국내에 소개되는 4시리즈는 420i와 M440i 등 두 가지 라인업으로 모두 고성능 M 향기가 물씬 풍기는 스포티한 외모를 갖고 있다.

전면부에 가득 힘을 준 덕에 측면부는 날카롭게 날을 세운 캐릭터 라인을 최소화 했다. 임승모 디자이너가 직접 밝힌 내용처럼 면과 볼륨으로만 임팩트를 주기 위해 긴 보닛과 늘씬하게 떨어지는 루프라인을 강조하는 주름 몇 개 정도만이 도드라져 보일 뿐이다.

1세대 4시리즈와 달리 루프라인의 상사점을 앞쪽으로 이동시킨 2세대 4시리즈는 트렁크 끝단까지 이어지는 자연스러운 디자인을 통해 보다 완벽에 가까운 쿠페 형상을 완성시켰다. 헤드램프와 함께 트렁크 안쪽까지 깊숙이 파고든 테일램프도 4시리즈만의 특징으로 범퍼 하단에는 듀얼배기와 디퓨저를 통해 3시리즈와 다른 캐릭터를 설정했다.

바깥에서 잔뜩 3시리즈와의 차별화에 힘을 주었다면 문을 열고 마주한 실내는 3시리즈 판박이다. 운전자를 향해 기울어진 센터페시아와 두툼한 M 스포츠 스티어링 휠, 12.3인치 디지털 클러스터, 10.25인치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 등이 대표적인 예다.

지붕을 깎아내고 문 두짝을 떼어낸 4시리즈 쿠페는 의외로 뒷좌석 거주성이 옹졸하지 않다. 쿠페 특성상 머리 위 공간까지 여유로울 수 없지만 무릎 공간이 제법 넉넉하다.

억지로 끼워 넣은 2+2 쿠페들과 달리 운전석에 앉아 넉넉한 공간을 확보하더라도 가까운 거리는 무리 없이 함께 할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이다. 적재공간도 스키 스루 및 40:20:40 폴딩을 지원해 캐리어와 같이 부피가 큰 짐도 수납할 수 있다.


국내 무대에 첫 발을 내딛은 2세대 4시리즈 라인업은 쿠페와 컨버터블로 2리터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420i와 BMW의 장기가 묻어나는 직렬 6기통 3리터 사양의 M440i로 나뉜다. 시승차인 420i 쿠페는 최고출력 184마력, 최대토크 30.6kgf·m의 힘을 뒷바퀴로 전달한다.

이미 320i 및 520i 등을 통해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익숙한 파워트레인으로 8단 자동변속기가 맞물려 종이 위에 적힌 숫자를 뛰어넘는 달리기 실력을 자랑한다. 차체 크기는 전장 4,770mm, 전폭 1,845mm, 전고 1,385mm, 휠베이스 2,850mm로 1세대 대비 전장 100mm, 전폭 20mm, 휠베이스 40mm가 길고 넓어졌다.


4시리즈 쿠페는 외모만큼이나 주행 성능에서도 3시리즈와 뚜렷한 차이를 보여준다. 겉모습의 변화만큼 보이지 않는 내실에도 힘을 잔뜩 준 4시리즈는 단단한 강성과 경량화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 도어, 보닛, 앞 펜더를 알루미늄으로 교체했다.

또 보닛 속 엔진룸과 뒷 차축에는 비틀림 강성을 높일 수 있는 바디 스트럿을 덧대고 높아진 강성에 맞춰 4시리즈만을 위해 새로 개발한 서스펜션을 집어넣어 든든하게 4바퀴를 떠받친다. 그 결과 무게중심은 3시리즈 대비 21mm 낮아졌다.

4시리즈의 진가는 도로 위에서 본격적으로 드러난다. BMW가 힘주어 말하던 핸들링 성능은 스포츠 세단 3시리즈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예리하다. 미세한 조작에도 망설임 없이 앞머리의 방향을 바꿔가며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4시리즈는 속도에 상관없이 운전의 즐거움이 어떤 것인지 일깨워준다.

인위적으로 스티어링 기어비를 조여 핸들링 성능에 착각을 일으키는 일부 모델들과 달리 차체 골격부터 서스펜션까지 새롭게 매만진 BMW의 장기가 일상적인 차선 변경 부터 각이 큰 코너를 돌아나갈 때까지 시종일관 입가에 미소를 띄게 만든다.

평범하게 여겼던 184마력의 출력도 4시리즈와 만나 운전의 즐거움에 힘을 보탠다. 387마력을 내뿜는 M440i xDrive라면 요즘 같이 차갑게 얼어붙은 부담스럽지만 실용 영역인 1,400~4,200rpm에서 30.6kgf·m 토크가 줄기차게 나오는 420i는 오른발의 부담이 이보다 적다.

여기에 8단계로 잘개 쪼개 출력을 전달하는 똑똑한 변속기가 오른발의 움직임에 일정하게 반응하면서 운전에 자신감도 불어넣는다.

다만, 나홀로 주행의 즐거움은 동승자에게 다른 모습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단단하게 조여 놓은 서스펜션은 매끈한 도로에서 제 성능을 발휘하며, 불쾌한 감각을 최대한 걷어내지만 상태가 좋지 못한 도로 위에서는 이따금씩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다.

편안함을 추구하는 모델이 아닌 만큼 4시리즈 오너라면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지만 조금 더 다양한 노면에 대응할 수 있는 승차감이 확보된다면 성능, 편안함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벤치마킹 대상으로 자리잡을 듯 싶다.

4시리즈 쿠페는 외모 하나로 모든 것을 평가할 수 없는 모델이다. 디자이너가 직접 나서 논란이 될 것을 예상했다고 말할 만큼 BMW로서도 대담한 시도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그 이면에 숨겨져 있는 4시리즈의 본질은 그동안 3시리즈에 가려졌던 진정한 매력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눈에 익지 않은 디자인이 문제라면 먼저 운전석에 앉아 4시리즈를 도로 위로 던져보자. 오른발의 움직임과 운전대를 돌릴 때마다 입가에 번지는 미소가 낯설었던 외모쯤은 눈감아 줄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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