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쪽 길따라 모터사이클 투어

조회수 2021. 5. 7.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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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 쟈니스루트는 서쪽 내륙의 길을 거쳐 저 아래 동네인 영광까지 다녀왔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슬슬 이야기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이번 여행은 시작부터 다른 때와 조금 달랐습니다. 바이크 정비를 위해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장소가 하나 있었기 때문이죠. 무림 영화 속에 등장하는 숨은 고수처럼 평택에는 아주 오래된 우리나라 할리데이비슨 정비의 달인이 한 분 계십니다. 아침 일찍 출발해 제시간에 평택에 도착 후 바이크 정비를 시작하여 다행히도 한 시간여 만에 정비가 모두 끝났습니다. 그렇게 이번 여행의 출발지가 평택이 되다 보니, 평소 같았다면 선택하지 않았을 내륙 서쪽을 따라 내려가는 루트을 계획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첫 목적지로 선택한 곳은 바로 합덕성당입니다. 


합덕성당을 향하는 길은 마치 미국의 작은 지방마을을 지나는 기분이 들더군요. 그도 그럴 것이, 평택에는 주한 미군의 주둔지 중 하나인 캠프 험프리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죠. 자동차 정비라는 간판대신 Auto service 라고 쓰인 정비소나 부동산이 아닌 Realty 사인과 같은 영문 상호와 간판들이 채우고 있어 이곳이 미군기지 근처임을 바로 알 수 있게 해줍니다. 또한 캠프 험프리 바로 앞은 마치 이태원을 축소시킨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허기진 배를 채워보려 도착한 곳은 바로 삽교호 함상공원이었습니다. 그러나 혼자 떠난 여행자에게 삽교호 어시장의 메뉴와 먹을거리들은 그리 친근하게 와닿지 않더군요. 카메라만 둘러메고 서성거리다 문득 떠오른 곳은 얼마 전 쭈꾸미 낚시를 하며 끼니를 해결했던 우렁쌈밥 전문점입니다.12,000원짜리 박사네 정식을 주문하고 잠시 기다리니 우렁 된장찌개, 우렁이 초무침, 우렁이 덕장 등 3가지 우렁이 베이스의 반찬과 다양한 쌈채소, 밑반찬이 기본으로 제공되는 그럴듯한 한 상이 차려집니다. 탱글탱글 입안에서 씹히는 우렁이살과 자작하게 불 위에 덕은 덕장에 밥을 비벼 채소에 싸 먹으니 배고프다는 핑계로 아무거나 먹었다면 얼마나 후회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다시 길을 나섰습니다.



당진 합덕 성당


식당을 나와 34번 도로에서 32번 도로로 갈아탄 뒤 15분이 채 지나지 않아 첫 도착한 첫 목적지는 당진의 합덕성당입니다. 본당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불에 구운 벽돌과 목재를 같이 사용한 연와조(煉瓦造)라는 건축양식과 정면의 종탑이 하나가 아닌 쌍탑으로 되어있는 것이 특징인 성당입니다. 특별한 종교가 없는 저에게 교회나 성당은 불교의 사찰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인구밀도가 높은 곳에 위치하는 경우가 많기에 고즈넉하거나 운치가 있다는 말과는 거리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날 합덕성당은 여느 교회나 성당과는 매우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너무크지도, 작지도 않게 지어진 성당의 아름다운 외형과 누군가 공들여 가꾸고 관리한 것이 분명해 보이는 푸른 잔디밭의 조경이 어우러지니 왜 이곳을 당진에 가면 꼭 한 번 들러봐야 하는 장소라고 이야기하는지 이해가 되었습니다. 또한 이곳은 단지 역사적 사실만을 보존하기 위한 공간이 아닌 지금까지도 많은 교인들이 예배를 드리는 곳이라고 하니 혹시 이곳을 방문하게 되신다면 경건한 마음을 가지고 다른 분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게 둘러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천장호 출렁다리


다음으로는 칠갑산 자락에 천장호 출렁 다리로 향했습니다. 합덕성당에서 천장호 출렁다리까지 가는 길목에는 추사 김정희 선생 고택도 멀지 않은 곳에 있으니, 혹시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들려 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32번 도로를 타고 남쪽으로 향하다 신풍면에서 39번 도로로 갈아타면 만날 수 있는 천장호 출렁 다리는 2009년에 만들어진 청양을 대표하는 볼거리이자 관광 코스 중 하나입니다. 지금도 그 기록이 유효한지는 모르겠으나 처음 다리가 세워질 당시에 207m로 국내 최장 출렁 다리라는 기록을 가지고 있던 곳이기도 합니다. 여담이지만 사실 이때부터 전국 지자체들에 출렁 다리 만들기 바람이 불어 경쟁하듯 만들어지다 보니 과거엔 귀하던 출렁 다리가 요즘엔 너무 쉽게 볼 수 있게 되어버렸네요. 위쪽 주차장에 바이크를 주차한 뒤 조금은 걸어야 하지만 거리가 짧고 다리가 나오기까지 산책 코스가 매우 아름다우니 잠시 바이크에서 내려서 천장호도 둘러보고 붉은 고추를 배경으로 기념사진도 찍어 두면 좋은 추억이 될 것입니다. 



백마강 낙화암

이번에 이동할 장소는 백마강 낙화암입니다. 사실 천장호에서 낙화암까지 가기 위해서는 왔던 길을 조금 되돌아가는 39번 도로를 타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이지만, 지금부터 잠시 안구 정화에 탁월한 아름다운 도로로 안내하겠습니다. 먼저 칠갑산 도림휴게소부터 지천구곡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설정하면 되는데 이 길은 국토교통부에서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도로 100선에 오를 정도로 환상적인 칠갑산 외곽을 돌아서 나가는 길입니다. 4월 초에는 온통 벚꽃도 끝내주고요. 또한 도림휴게소를 지나 조금만 더 달리면 청양의 나선형 도로가 나오는데, 긴 구간은 아니지만 360도 이상 볼트의 나선을 그리듯 이어지는 도로 위를 달리다 보면 아~ 길을 이렇게도 연결할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길입니다. 이후 지천구곡이 나타나는데 “아흔 아홉 굽이에 숨은 아홉 가지 경승 지천구곡”이라 칭할 만큼 굽이지고 흐르는 계곡과 그 주위를 감싸고 있는 기암괴석 등이 어우러진 매우 아름다운 와인딩이 이어집니다. 

특히, 물레방앗간 다리 인근은 여름이 되면 물놀이가 가능하기에 긴 투어 도중 시원한 계곡물이 생각날 때 잠시 들려주면 좋을 만한 곳이기도 합니다. 서해안의 해안도로를 달리다가 뻘이 가득한 서해가 지겨워질 때 내륙으로 잠시 들려 지천구곡을 주행하면 또 다른 힐링의 시간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지천구곡 이후 부여의 낙화암과 나룻배 선착장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고 싶어 달려갔지만, 너무 어두워져 사진을 찍지는 못했습니다. 여기서 작지만 바이크 여행의 팁을 한 가지 알려드리자면 내비게이션으로 이동경로 설정 시, 총 이동 시간이 3시간이고 꼭 바이크에서 내려 둘러봐야 하는 경유지 두 곳을 포함한다면, 경유지 한 곳 당 넉넉하게 40분 정도를 추가해 전체 이동 시간을 예상하시기 바랍니다. 물론 바이크를 주차한 뒤 도보로 일정 거리 이상을 이동해야 갈 수 있는 경유지라면, 1시간 정도로 예상하고 일정을 짜면 무리가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무튼 저는 그렇게 아쉬움 속에 낙화암을 뒤로 어두운 밤길을 달려 군산으로 향했습니다. 




선운사와 장어

다음날 이번 여행의 먹거리 중 가장 기대되는 점심식사를 맛보러 출발합니다. 이 지역을 자주 다녀 본 사람들이 아니면 군산 다음의 여행코스로 새만금 방조제 중간에 있는 선유도나 조금 더 아래쪽에 위치한 변산반도를 한 바퀴 돌며 백합죽으로 아침 식사 겸 이른 점심 식사를 해결하길 추 천합니다. 저는 이번 여행의 경유지를 더 아래쪽으로 정해서 선유도와 변산반도는 다음으로 미뤘습니다. 그렇게 달려 도착한 곳은 이름에서부터 어딘가 모르게 힘이 느껴져야 할 것 같고 생소하지만 동시에 무척이나 친근한 곳, 바로 선운산입니다. 일명 풍천장어 혹은 선운산 장어라는 간판을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한 분들은 아마도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만큼 지역이 어디든 장어를 판매하는 식당이라면 둘 중 한 곳은 풍천 혹은 선운사를 상호에 사용할 만큼, 장어구이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지명이 바로 풍천이며 선운산 혹은 선운사라는 사찰로 유명한 고창입니다. 늘 선운사 앞을 지나칠 때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이곳에서 장어를 먹어본 적이 없어서 이번 기회에 선운사라는 절도 꼭 한 번 가보기로 작정을 한 터라 이곳에 도착하니 마음이 들뜨고 기분이 좋더군요.



선운사 입구에는 역시 장어의 본고장답게 수십 곳의 장어 전문 식당이 늘어서 있었는데 장어의 유혹은 잠시 뒤로 미뤄두고 선운사를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선운사는 일반적으로 산 중턱에 사찰이 위치하는 것과 달리 선운산 아래 평지에 위치하고 있어 어렵지 않게 둘러보는 것이 가능합니다. 선운사를 가기 위해서 선운사 야영장 인근에 바이크를 주차한 뒤 도보로 생태 공원을 지나 선운사까지 이어지는 잘 가꿔진 산책로를 따라 들어가야 하는데, 선운사 앞을 흐르는 물길과 숲이 어우러져 무척 빼어난 풍경을 만들어 주더군요. 개인적으로 목적지인 선운사보다도 이 길을 걷는 것이 더 좋았다고 생각될 만큼이나 예쁜 길이었습니다. 그렇게 선운사 입구에 도착하고 나니 오랜만에 보는 사천왕이 저를 반겨줍니다. 얼굴 표정도 험상 굳지만, 어딘가 모르게 사천왕을 비롯한 불교문화 속 탱화와 같은 그림과 상징물은 종교적인 의미보다는 또 다른 장르의 예술로 생각하는 편이라 저는 사찰에 갈 일이 있으면 입구를 지키는 사천왕을 요리조리 카메라에 담곤 합니다. 선운사 사찰의 내부는 널리 알려진 유명세와 부대시설에 비해 크고 웅장함이 느껴지는 규모의 사찰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실망보다는 산책로에서의 아름다움이 너무 좋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 역시 선운사에서 장어를 먹는 것이 처음인지라 이리저리 검색을 통해 알아본 후 선택한 식당은 바로 명가풍천장어입니다. 많은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낙점된 가장 큰 이유는 혼자도 잘 차려진 장어구이 한 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아침부터 제법 서둘러 부지런을 떤 덕에 식당에 들어간 것이 오전 11시 정도였는데, 벌써 두 테이블이나 식사를 하고 계시더군요. 35,000원짜리 장어구이 한 마리를 주문하고, 잠시 후 양념게장과 다른 밑반찬들을 비롯해 하나하나 정갈하게 담긴 반찬들이 차려집니다. 특히 제 입에 좋았던 반찬은 명이나물과 파김치였습니다. 양념구이와 소금구이 두 가지 중 밥과 함께 식사로 먹기엔 양념이 더 좋다는 주인 아주머니의 추천에 따라 등장하신 양념 장어. 크기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부드럽고 속까지 양념이 잘 베어있는 맛이었습니다. 전체적인 총평을 하자면 뒷목 잡고 넘어갈 만한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바이크 여행 중 고생한 나에게 베풀어주는 작은 선물 같은 잘 차려진 한 끼 식사였습니다.




영광 백수 해안도로


장어를 먹었으니 힘도 펄펄 나고 이제부터 부지런히 달려볼 차례입니다. 선운사를 나와 22번 도로를 타고 남쪽으로 향하다 77번 도로로 올라타면 이번 여행의 최남단 코스인 영광 백수 해안도로가 나타납니다. 영광 대교를 건너면 그때부터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 중 하나인 백수해안도로가 펼쳐지는데 오른쪽으로 서해를 끼고 달리는 탁 트인 해안도로는 그야말로 경치가 압권입니다. 탁 트인 시야와 함께 앞으로 펼쳐진 도로의 풍광과 바다의 모습이 한눈에 모두 들어오기에 그 시원함은 말할 수 없죠. 여기에 4월 초에 방문한다면 벚꽃 가득한 해안도로의 절정을 맛볼 수 있습니다. 백수해안도로에는 곳곳에 잠시 주차하고 경치를 만끽할 수 있는 포토 스팟과 한가롭게 산책도 가능한 산책로도 마련 되어있어 여유가 있는 분들은 잠시 라이딩을 멈추고 경치를 감상하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또한 경치가 좋은 스팟마다 커피 한 잔이 가능한 카페도 많습니다. 저는 해안도로 끝자락에서 동부콩이 들어간 송편을 간식으로 사 먹었는데 그동안 제가 맛본 송편 중 가장 맛있었습니다. 솔향이 가득한 송편과 너무 달지 않은, 적당한 단맛의 하얀 동부콩의 조화가 무척 좋았으니 혹시 계속 해서 나타나는 떡집 간판이 궁금한 분들이라면 이곳 영광의 송편은 꼭 한번 맛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남원 광한루원

이제 슬슬 서울로 복귀해야 합니다. 어떠한 코스로 올라갈지 고민 중에 갑자기 남원의 추어탕이 땡기더군요. 24번 도로부터 조금 부지런히 스로틀을 감아봅니다. 영광 백수해안도로에서부터 남원의 광한루원까지는 대략 2시간 정도의 거리로 여유롭게 크루징이 가능한 구간입니다. 남원의 광한루원은 전국의 고궁과 사찰 등을 제법 다녀봤다고 생각하는 제가 보기에도 다시금 감탄하게 되는 조경미의 극치를 자랑하는 공간입니다. 입장료 3,000원을 내고 들어서니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현대판 이도령과 춘향의 모습입니다. 한복 대여 비용이 얼마인지 알아보진 않았지만, 연인과 이곳을 방문하는 커플 라이더 분들은 한복을 대여하여 광한루원에서기억에 남을 사진들을 남겨 보시라 추천하고 싶네요.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커플들은 저마다 셀카봉으로 커플샷을 찍고 있습니다. 광한루원은 처음부터 지금의 크기는 아니었다고 하며, 여러 차례 국난을 겪으며 다시 건축해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고 합니다.



광한루원을 끝으로 이번 여정은 끝났습니다. 드디어 남원을 찾아온 두 번째 목적인 남원 추어탕을 먹어야 할 차례입니다. 추어탕은 3~4종류로 구분되는데 우선 미꾸라지를 뼈 채로 갈아 시래기와 들깨가루를 넣어 걸쭉하게 만든 전라도식 남원추어탕과 갈지 않은 통 미꾸라지에 두부 버섯과 함께 고춧가루가 들어가 붉은빛이 도는 서울식 추어탕, 그리고 가장 맑은 국물의 경상도식 추어탕입니다. 간혹, 서울식 추어탕과 많이 흡사한 강원도식 추어탕까지 포함해 4가지의 스타일로 분류하기도 합니다. 오늘은 대중적으로 인기가 가장 많은 전라도식 남원 추어탕집 중 저의 오랜 단골집인 할매추어탕에 갔습니다. 3대째 이어오는 원조의 맛이라는 간판이 말해주듯 정말 진하고 잡내 없는 추어탕을 내는 곳이죠. 혼자서 추어탕 먹을 때 추어튀김을 함께 주문하기 부담스럽지만 할매추어탕은 추어탕 1인분 주문 시 추어튀김 3마리가 서비스로 함께 나오는 점이 좋았습니다. 전라도 식당들이 대부분 그렇듯 함께 나오는 밑반찬 또한 너무 짜지도 싱겁지도 않은 최상의 맛을 보장해주는 식당입니다.




점심으론 장어구이, 저녁은 추어탕 어쩌다 보니 몸보신 투어가 되었습니다. 이제 이 에너지로 그대로 서울까지 한 번에 올라가야겠습니다. 5월호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다음호에는 전국 투어기사로 더욱 풍성하고 재미있는 내용으로 돌아오겠습니다. 물론 곳곳에 숨어있는 비경과 함께 말이죠.




글/사진 쟈니블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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