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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G수첩] 국산차 10대 중 9대는 현대기아차, 르노·쌍용·쉐보레가 살아야 하는 이유

박홍준 입력 2021. 05. 03.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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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제네시스를 포함한 현대기아차의 국산차 점유율이 무려 88%에 달했다. 한마디로 지난 1~3월 판매된 국산차 10대 중 거의 9대가 현대차그룹 제품이라는 것이다. 반대로 말하면 르노와 쌍용, 쉐보레를 모두 합쳐도 고작 12%밖에 안 되는 것으로, 2016년 25%까지 올라갔던 3사의 점유율은 불과 5년 만에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세 회사가 부진한 이유는 분명했다. 이달 초 모터그래프가 독자 1만9167명에게 물은 결과, 1만1699명(61%)이 현대기아차 대비 부족한 상품성을 원인으로 꼽았다. 현대기아차와 경쟁중인 차종들만 놓고 보면, 어딘가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확실히 현대기아차는 모든 차급을 아우르는 다양한 라인업, 빠르게 바뀌는 모델 체인지, 끊임없이 나오는 완전 신차, 눈 돌아갈 다양한 옵션, 넓고 촘촘한 AS망, 중고차 가격 방어 등 압도적인 자본과 물량을 바탕으로 르노, 쌍용, 쉐보레를 아사시키고 있는 모양세다.

그럼에도 국내 자동차 시장의 발전, 그리고 궁극적으로 소비자 이익을 위해서는 르노, 쌍용, 쉐보레가 어느 정도 역할을 해줘야 한다. 실제로 이들의 판매량이 높던 시기에 현대기아차는 더욱 적극적으로 신차를 출시했고, 상품성을 높였고, 프로모션을 강화했고, 라인업을 늘려나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처음부터 그랬던건 아니다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당시 르노삼성, 쌍용차, 쉐보레의 점유율은 24.8%로 지금의 2배에 달했다. 반면 현대기아차는 75.1%로, 지금보다 12.9%포인트(p) 낮았다.

실제로도 그 해는 세 회사가 싸움 좀 했던 시기로 회자된다. '안전한 경차'를 내세운 쉐보레 스파크는 기아차 모닝을 꺾고 국산차 베스트셀러 5위에 올랐고, 르노삼성 SM6는 쏘나타의 아성을 지속적으로 위협했다. 쌍용차 티볼리는 존재감이 미미했던 소형 SUV 시장의 '판'을 키워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지금보다 2배의 점유율만 가져도 흥미진진한 구도가 형성된다는 뜻이다.

이들의 흥행 키워드는 '측면승부'였다. 현대기아차에서 볼 수 없던 남다른 상품성으로 차별화를 꾀했고, 천편일률적인 차가 아닌,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했다. 결국 현대기아차에게 자극제 역할까지 했음은 물론, 신차 계획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 말리부ㆍSM6, '철옹성'을 흔들다

2016년 출시된 말리부와 SM6는 쏘나타와 K5로 양분되다시피한 중형차 시장에 균열을 야기했다. 파워트레인을 비롯해 디자인, 상품 전략 등 여러 측면에서 중형차의 편견을 깬 모델로 평가받았다. 그해 두 차종은 쏘나타의 아성을 지속적으로 위협해왔다.

말리부는 미국차 특유의 넉넉한 공간으로 주목받았다. 휠베이스는 2830mm로 동급 최고였고, 전장은 4925mm에 달해 당시 LF쏘나타(4855mm)는 물론, 그랜저HG(4910mm)보다 길었다. 더 커진 차체에는 초고장력 강판과 알루미늄 비중을 확대해 공차중량 130kg을 감량했다. 이전보다 차체가 더 무거워지고 있던 현대기아차의 행보와도 상반됐다. 동급 최초로 전 라인업을 가솔린 터보 엔진으로 구성한것도 자랑거리였다.

비슷한 시기 출시된 SM6는 완성도 높은 디자인과 차별화된 사양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7인치 TFT 클러스터, 운전자별 프로파일 설정 기능 등을 국산차 최초로 적용하고, 풀 LED 램프, 헤드업 디스플레이, 액티브 댐핑 컨트롤 등을 중형차 최초로 탑재했다. 더욱이 고정 수요가 담보되는 택시 모델 출시를 배제해 '프리미엄 중형차'라는 이미지를 강조했다.

결과는 긍정적이었다. SM6는 출시 첫달인 2016년 3월, 쏘나타를 제치고 중형차 월간 판매 1위에 올랐다. 이후에도 1000대 가량의 간극을 두고 중형차 판매 2위를 지켰고, 그해 국산차 판매 9위에 진입하는 기염을 토했다. 말리부도 출시 일주일만에 사전계약 1만대를 넘기며 흥행했고, 회사 차원에서도 가솔린 중형차 판매 1위라는 점을 강조했다. LPG 등 법인 수요 비중이 높았던 쏘나타와 K5를 은연중에 비꼰 전략이었다.

# 완성차 5개사가 모두 경쟁한 소형 SUV

소형 SUV 시장은 모든 완성차 브랜드가 경쟁하는 지금과 달리, 세 회사의 '놀이터'였다. 2013년 쉐보레 트랙스 출시 이후, 르노삼성 QM3, 쌍용차 티볼리가 가세하며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쉐보레는 새로운 세그먼트를 제시했고, 르노삼성과 쌍용차는 이 시장을 활성화시키는데 적극 기여했다.

쉐보레는 2013년 2월 트랙스를 출시하고, 소형 SUV 시장의 문을 열었다. 소형차 아베오를 기반으로 1.4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을 탑재해 다부진 주행성능을 자랑했고, 뛰어난 공간 활용성을 바탕으로 업계의 긍정적인 평가를 이끌어냈다. 다만, 대중적 인기를 끄는데에는 부족했다는 평가다.

소형 SUV 시대를 연 게 트랙스였다면, 소비자들의 관심을 이끌어낸건 2013년 12월 출시된 르노삼성 QM3였다. 트랙스에는 없던 디젤 엔진이 탑재됐고, 뛰어난 연비로 호평받았다. 더욱이 스페인에서 전량 수입되던 특성상 저렴한 가격에 수입차를 살 수 있다는 메리트도 더해졌다. 그 결과 초도 물량은 7분만에 완판되며 흥행에 성공했다.

뒤이어 2015년 출시된 쌍용차 티볼리는 소형 SUV 시장의 뚜렷한 우상향 곡선을 그려냈다. 가솔린과 디젤 두 종류의 파워트레인과 사륜구동까지 출시됐고, 롱휠베이스모델인 티볼리 에어까지 더해 월 평균 4000대 가량의 안정적인 판매량을 기록했다. 어려웠던 쌍용차에게 소형 SUV 1위라는 타이틀을 안겼음은 물론, 소형 SUV 시장의 양적 확대에도 기여했다.

#편견을 깨고, 기준을 만들다

르노삼성, 쌍용차, 쉐보레 등 3개 회사는 특정 세그먼트의 편견을 깨고,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역할도 했다. 쉐보레는 경차도 안전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고, 르노삼성은 디젤 위주의 중형 SUV 시장에서 가솔린과 LPG 파워트레인으로 흥행했다. 쌍용차는 오래 전 부터 픽업트럭 시장을 우직하게 개척해왔다.

쉐보레는 2015년 출시된 신형 스파크를 통해 '안전한 경차'라는 키워드를 내세웠다. 동급 최고 수준의 고장력 강판 비중(73%)을 적용하고, B필러 강성을 높여 측면 충돌 안전성을 강화했다. 후측방 경고, 전방 충돌 경고 등 능동형 안전 사양과 6개의 에어백 시스템을 적용하는 등, 가볍고 차체가 작은 경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의구심을 불식시켰다. 그 결과 스파크는 2016년 기아차 모닝을 누르고 경차 판매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르노삼성은 QM6 가솔린으로 중형 SUV 시장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봤다. 2018년 출시 직후 판매 비중은 60%에 달했고, 국산 중형 SUV로선 최초로 1년만에 누적 판매 2만대를 돌파했다. 디젤 판매 비중이 높은 경쟁차들과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여준 셈이다. 2019년 추가된 LPG 라인업도 흥행하며 그해 누적 판매량의 40% 이상을 책임졌다.

쌍용차는 2002년부터 픽업트럭 시장이라는 불모지를 부지런히 갈아왔다. 무쏘 스포츠를 시작으로 액티언, 코란도, 렉스턴 스포츠를 연달아 히트시켰다. 꾸준한 판매를 이어왔고, 어느덧 누적 판매 50만대를 바라보고 있다.

#다시, 측면승부가 필요하다

이들의 행보는 결국 시장의 1ㆍ2위였던 현대기아차를 움직였다. 중형차 시장에서 체면을 구긴 현대차는 출시 3년차였던 쏘나타를 풀 체인지 수준으로 개선시켰고, 뒤이어 출시된 후속 모델(DN8)에서는 택시를 내놓지 않았다. 르노삼성ㆍ쌍용차ㆍ쉐보레만 있던 소형 SUV 시장에 코나ㆍ스토닉ㆍ베뉴ㆍ셀토스 등의 신차가 진입하는가 하면, 스파크에게 1위 자리를 빼앗겼던 기아 모닝은 '통뼈 경차'를 내세우며 안전성을 한층 키웠다.

현대차그룹의 점유율이 90%에 달하는 독과점 구조에서는 다양한 폐해가 생겨날 수 있다. 가격이든, 제품력이든, AS든 우리나라 자동차 시장은 소비자가 아니라 현대기아차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르노, 쌍용, 쉐보레가 언더독으로서 언제든 현대기아차를 위협할 수 있는 회사가 되어야 한다. 그게 궁극적으로 우리나라 자동차 시장과 소비자에게 이익으로 이어질 것이다.

자동차 전문 매체 모터그래프(http://www.motorgrap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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