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빙의 승부처, E-클래스 vs 5시리즈

조회수 2021. 1. 31.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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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수입차 판매량 1·2위를 차지하는 브랜드는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다. 이들이 내세우는 E 세그먼트 모델 E-클래스와 5시리즈를 국내 도로에서 쉽게 마주칠 수 있는 이유다. 우리에게는 그리 신기할 것 없는 모델이 되어버렸지만, 제조사 입장에서는 브랜드 전체 운명을 결정짓는 아주 중요한 모델이다. 

지난해 10월, 두 모델의 부분변경 모델 판매가 시작됐다. 둘 다 똑같이 신차인 상황. 부분변경 모델 출시 첫 달(2020년 10월), 판매 실적을 발표됐다. 결과는 5시리즈의 승리. BMW가 무려 28개월 만에 맛본 승리의 기쁨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는 한 달 만에 수입차 판매 1위 자리를 되찾았다. 결국 메르세데스-벤츠는 2020년 수입차 브랜드 판매량 1위의 영광을 차지했다.


신형 5시리즈는 왜 1위 자리를 지켜내지 못했을까? 지난해 10월 판매를 시작했을 때, 7개 트림으로 출시한 부분변경 5시리즈와 달리 부분변경 E-클래스는 2개 트림밖에 없었다(지금은 4개로 늘어났다). 처음부터 선택지를 준비한 것이 5시리즈의 월 판매량 1위 비결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한 달 만에 1위 자리를 내어준 걸 보면 속 시원한 승리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우열을 가르기 위해 E 220 d와 523d를 불러모았다. 서로 엎치락뒤치락하는 사이라 두 모델의 차이가 클 것 같지는 않았다. 두 모델이 품은 직렬 4기통 2.0L 디젤 심장은 업계에서 힘과 효율성을 인정받은 유닛이다. 출력 차이는 미미하다. 최고출력 194마력을 발휘하는 E 220 d가 근소하게 앞선다. 최대토크는 차이가 없다(40.8kg·m). 하지만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시간은 반대로 523d가 0.4초 빠르다.


E-클래스가 200kg 가까이 더 무거운 탓도 있겠지만, E-클래스에는 네바퀴굴림 시스템이 들어가는 점을 생각하면 출력을 노면에 쏟아내는 실력에도 조금은 차이가 있을 듯하다. 두 모델을 도로로 끌고 나갔다. 노멀 모드에서 주행 질감 차이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둘 다 사뿐사뿐 고급스럽게 노면을 밟는다. 

누가 더 정숙한지도 쉽사리 판단이 안 된다. 디젤 엔진인데 이토록 차분하고 조용할 수 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프리미엄 브랜드 볼륨 모델답게 소음과 진동을 잘 잡았다. E-클래스의 네바퀴굴림 시스템은 약간 인위적인 감각을 전하지만, 대체로 모델 성격과 궁합은 좋다. 


스포츠 모드에 두고 달리니 주행 질감 차이를 확실히 알아차릴 수 있었다. 523d는 경쾌하고 날렵하게 달리는 스타일이다. 작은 디젤 엔진으로 잘 달리면 얼마나 잘 달리겠냐고 비웃는 이도 분명 있을 테지만, BMW의 브랜드 DNA는 무시할 수준이 아니다. BMW는 주어진 재료가 어떻든 날카로운 스티어링 피드백, 영리한 트랙션으로 매콤한 요리를 완성해 낸다.

BMW가 주는 주행 몰입감이 뛰어날 뿐 메르세데스-벤츠 주행감이 부족하지는 않다. E-클래스도 운전 재미는 충분하다. 다만, 끝까지 체면을 차리려고 하는 인상이랄까? 운전은 편하고 쉬운데 생동감 있다고 여겨지진 않는다. BMW처럼 필요할 때 제대로 활활 타오르는 느낌이 부족하다.


E-클래스는 시각적인 만족감 면에서 압도적이다. 특히 인테리어는 정말이지 흠잡을 데 없다. 실내를 화려하게 수놓는 온갖 조명이 밤낮으로 눈을 호강시킨다. 화려한 실내에 앉아 있으면 절로 마음이 여유로워진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누가 누구보다 빠른지는 삼각별 엠블럼 앞에서 그리 중요치 않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왜 첨단 기술을 접목한 감성에 더 신경 쓰는지 알 것 같았다. 

비슷하게 요리했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각기 브랜드 성격에 맞는 곳을 집중적으로 연마했다. 취향의 차이이니 둘 중 어느 차를 선택해도 후회는 없다. 개인적으론 더 짜릿한 주행이 가능한 523d에 마음이 기울었다. 프리미엄 E 세그먼트 세단 시장 특성상, 스포츠 주행을 즐기는 경우는 많지 않다. 하지만 자동차가 얼마나 매끄럽게 달리는지보다 운전자와의 유대관계를 얼마나 잘 형성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결국 근소한 차이로 뮌헨의 자랑이 슈투트가르트의 삼각별을 제치고 승리를 거뒀다.

박지웅 사진 이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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