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지널 밥커스텀의 품격, 할리데이비슨 스트리트밥 114

조회수 2021. 6. 4.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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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 밥커스텀의 품격

HARLEY-DAVIDSON STREETBOB 114

유로5의 바늘구멍을 통과한 공랭엔진은 여전히 매력적일까? 그 해답을 얻기 위해 올라탄 스트리트밥. 이 ‘쿨’ 한 바이크에 올라 타 있는 동안은 두 주먹 사이로 보이는 세상이 훨씬 재밌게 느껴졌다.

2006년 처음 등장한 스트리트밥은 로라이더와 함께 다이나 패밀리를 대표하는 모델이었다. 할리데이비슨이 2018년 다이나와 소프테일, 두 라인업을 하나로 통합하면서 소프테일 스트리트밥이 되었다. 팬들은 걱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았지만 막상 소프테일 라인업으로 옮겨진 스트리트밥은 더욱 인기가 높아진다. 스트리트밥 고유의 스타일이 소프테일의 디자인에도 근사하게 어울렸고 대중적으로도 좋은 반응을 얻은 것. 이정도면 성공적인 변신이다.

핸들바를 잡아주는 클램프 중앙에 자그마한 계기반이 박혀있고 그 아래는 램프묶음으로 바이크의 경고등 및 현재 상태를 표시한다

밥 커스텀

스트리트밥은 짧게 잘린 펜더에 엔진의 존재감을 살린 간결한 구성, 스타일리시한 세미 에이프 행어 핸들바로 밥 커스텀의 교과서적인 모델이다. 요즘 바버스타일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지만 스트리트밥은 유행을 따라가는 게 아닌 이 유행을 선도한 모델이다. 특히 핸들바 클램프에 통합된 계기반은 스트리트밥의 간결함에 화룡점정이 된다. 외부에서 볼 때는 계기반이 아예 없는 것처럼 보인다. 순정 계기반이 이렇게까지 전위적이라니. 

시트는 순정이 싱글시트다. 원래 손바닥 크기의 뒷좌석도 기본 포함되어있는데 테스트차량에서는 싱글시트의 매력을 살려 탈거 되어있었다

시트에 앉아 어깨높이에서 그립이 잡히고 그대로 무릎을 접어 올리면 풋패그에 발이 올라가는 자연스러운 포지션이 연출된다. 핸들바는 체형에 따라 앞으로 혹은 뒤로 옮기는 것이 간편하며 그에 따라 주행감각도 조금씩 차이가  난다. 슬쩍 앞으로 옮겨진 미드마운트 풋 컨트롤의 풋패그는 적당히 편안하면서도, 또 적당히 멋부리기 좋은 포지션이다. 무릎부터 발까지 라인이 수직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풋패그에 하중을 싣기도 좋다.

LED 헤드라이트는 고전적인 원형을 유지하지만 면발광의 헤일로링으로 둘러싸 현대적인 감각을 살짝 더하고 있다

2014년즈음 다이나 스트리트밥을 타고 남해안 투어를 다녀왔을 때 그야말로 홀딱 반했었다. 특유의 민첩성과 유유자적 달릴때의 여유, 스타일리시한 디자인까지 그날의 투어 이후 다이나 스트리트밥은 오랜 시간 내 위시리스트 상단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소프테일패밀리로 옮겨진 후의 스트리트밥은 예쁘긴 했지만 왠지 모를 2%의 아쉬움이 있었다. 심지어 지난해는 새롭게 라인업에 추가된 소프테일 스탠다드와 별다른 차별점도 없이 가격만 비싼 모델처럼 느껴지기까지 했다. 하지만 스트리트밥은 그렇게 희미해져가던 캐릭터를 더 진하고 다채롭게 바꾸었다. 그 중심에 바로 새로운 밀워키에이트 114 엔진이 있다.

콤팩트한 연료탱크 덕분에 밀워키에이트 엔진의 존재감이 가장 크게 드러나는 모델이기도 하다. 블랙 파우더 코팅으로 더 카리스마 넘친다

밀워키에이트 114

스트리트밥 114는 이름처럼 1,868cc(114큐빅인치)의 밀워키에이트114엔진을 장착한다. 2021년 스트리트밥의 가장 큰 변화점이 바로 이 엔진이다. 더 강력해진 토크와 즉각적인 엔진반응, 그리고 풍부한 고동감이 돋보이는 엔진으로 지금까지 스페셜 모델에 주로 쓰던 것인데 스트리트밥에 기본으로 장착한 것이다. 2020년 모델까지는 107(1,745cc)엔진이었다. 처음 시동을 걸면 엔진의 열을 올리기 위해 회전수가 ‘부우웅’하고 높아지지만 예열을 마치고 안정된 아이들링 회전수는 850rpm 내외이며 가끔 790rpm까지 떨어진다. 순정치고는 회전수가 상당히 낮은데 이때 느껴지는 고동감이 특히 좋았다. 회전수가 낮아질수록 V트윈 엔진 특유의 엇박자가 더 명확하게 느껴진다. 

1단 기어를 넣을 때 ‘텅’ 소리를 내며 맞아 들어가는 미션에서 할리 특유의 투박함을 느낀다. 레버에 힘을 빼고 클러치를 연결하는 순간 묵직했던 차체가 너무나 가볍게 훅 튀어 나간다. 기분 좋은 토크감을 선사하는 엔진은 155Nm의 압도적인 최대토크와 언제든 원하는 만큼의 토크를 꺼내 쓸 수 있는 넓은 토크영역으로 바이크가 움직이는 내내 넘치는 여유를 만들어준다. 순정 머플러는 아이들링에서는 아주 조용하게 소리를 잡아주고 달릴 때는 적당한 배기음을 통해 엔진의 존재감을 라이더에게 전달한다. 

#1 탱크 그래픽

2021 스트리트밥 114는 모든 컬러의 연료탱크에 #1 그래픽을 더했다. 할리데이비슨의 #1 로고는 1969년 AMA 그랜드 내셔널 챔피언십 우승을 기념하기 위해 처음 만들어진 것으로 이후 아메리카 #1브랜드의 자부심을 담아서 꾸준히 사용해오고 있는 로고다. 특유의 레트로한 분위기에 스포티한 느낌까지 더해져 새로운 느낌이다. 비비드 블랙을 선택하면 오렌지색의 그래픽과 올블랙으로 칠해진 차체와 선명하게 대비된다.

아무리 카운터 밸런서가 진동을 상쇄시킨다고 해도 엔진 속에서 지름이 102mm에 달하는 거대한 피스톤이 114mm의 거리를 왕복 운동하며 만들어지는 굵직한 맥동은 차체 전반으로 퍼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약간의 진동을 일부러 남긴 듯 더 감성적인 고동감을 만들어낸다. 엔진에 시동만 걸고 방방 돌릴 때보다 도로를 달리면서 엔진에 부하가 걸리고 있을 때 스로틀을 크게 열면 그 한방한방의 폭발이 더 강하게 느껴진다. 스로틀을 열어 엔진이 회전수를 높이고 미션을 거쳐 뒷바퀴를 돌리는 것까지, 밀워크에이트114는 이 모든 움직임이 굵고 선명하다. 만약 더 매끄러운 엔진을 원한다면 107엔진이 정답이다. 하지만 우리가 할리데이비슨에 기대하는 박력은 114엔진에 살아있다.

반전의 코너링

스트리트밥만의 매력을 꼽으라면 역시 반전의 코너링 성능이라고 할 수 있다. 스트리트밥의 스타일리시한 외형을 보고 멋을 내는 만큼 달리기 성능은 떨어질 것이라 예상하게 된다. 하지만 실제로 타고 달려보면 할리데이비슨 크루저 중에 가장 날렵하게 달린다. 스트리트밥은 전륜에는 폭100mm의 19인치 휠을, 리어에는 150mm의 16인치 휠을 장착하는데, 이 과장되지 않은 폭의 타이어가 경쾌한 핸들링의 비밀이다. 빠르게 기울고 회전 반경도 그리 크지 않으며 중립적인 핸들링 특성에 체중이 실리지 않는 핸들바 덕분에 자연스러운 핸들링을 보여준다. 높은 핸들바를 이리저리 휘저어가며 와인딩 로드를 달리면 그 재미가 상당하다. 여기에 일반적인 포워드 컨트롤 모델들보다 풋패그의 위치가 높아 코너를 깊게 파고들 때도 노면에 닿기까지 여유 조금 더 있다. 이쯤이면 긁히겠다 싶은 각도에서도 어지간해서는 풋패그가 먼저 시비를 걸어오는 경우가 없었다.

순정으로 장착 된 세미에이프행어 핸들바는 적당한 높이로 바이크를 다루기 쉽게 만든다. 깔끔한 핸들바 라인을 위해 유압 라인을 제외한 전기배선은 파이프 내부로 처리했다

서스펜션은 일반적인 크루저의 푹신함이나 낭창임은 전혀 없고 시종일관 탄탄하게 노면을 훑는다. 하지만 자잘한 충격은 묵직한 차체가 대부분 먹어버리기 때문에 주행 감각은 매끄럽게 정리된다. 이런 게 경량의 스포츠바이크에서는 느끼기 힘든, 묵직한 크루저만의 재미다. 엔진성능과 핸들링에 비해 아쉬웠던 점은 프런트 브레이크의 제동성능이다. 사실 현재의 싱글디스크 브레이크는 ABS가 없던 시절에 안전을 고려해 설정했던 브레이크 세팅이 이어오는 느낌인데 이제 ABS도 기본으로 장착되고 타이어 기술도 발전한 만큼 절대적인 제동력이 증가하고 섬세한 컨트롤이 가능해진다면 주행의 즐거움도 훨씬 커질 것이다.

진짜 할리

“요즘 할리는 진짜 할리가 아니야.” 라이더라면 아마도 주변에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일 것이다. 물론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는 잘 알겠다. 옛날 할리데이비슨의 감성적인 사운드와 필링은 사실 끝내주니까. 그런데 새로운 스트리트밥을 타면서 “이거야 말로 진짜 할리데이비슨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2021년 현재, 첨단 기술을 담아 200마력을 훌쩍 넘기는 출력을 내고 각종 센서와 전자장비를 탑재해 신소재를 가득 담은 바이크들이 나오는 세상이다. 오늘날 공랭엔진에 메탈로 만들어진 묵직한 차체 위에, 그 탄생시기를 가늠하기 힘들만큼 시대를 초월한 디자인을 얹어서, 바늘구멍처럼 통과하기 힘든 유로5 환경기준을 충족하면서도 이렇게 매력적인 모터사이클을 만들어 냈다는 것, 이거야 말로 ‘진짜’의 증거가 아닐까?


HARLEY-DAVIDSON STREETBOB 114

엔진 형식 공랭 4스트로크 V형 2기통 OHV 4밸브    보어x스트로크 102 × 114(mm)    배기량 1,868cc    압축비 10.5 : 1    최고출력 미발표    최대 토크 155Nm/3,250rpm    시동 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 공급 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FI)    연료 탱크 용량 13.2ℓ    변속기 6단 리턴    서스펜션 (F)텔레스코픽 정립 (R)싱글쇽 스윙암    타이어 사이즈 (F)100/90B19, 57H,BW (R)150/80B16,77H,BW    브레이크 (F)싱글디스크 (R)싱글디스크    전장x전폭x전고 2,320×미발표×미발표(mm )    휠베이스 1,630mm    시트 높이 680mm    건조 중량 286kg    가격 2,690만 원


양현용 사진 양현용,윤연수 취재협조 할리데이비슨 코리아 harley-korea.com 제공 월간 모터바이크 www.mbzine.com <저작권자 ⓒ 월간 모터바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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